“응.”임서율은 대답은 했지만 목소리에 기운이 없었다.집에 돌아오자 하도원은 그녀 외투를 벗겨 정리해 걸고 따뜻한 물 한 잔을 건네줬다.“좀 쉬어. 나는 회사 일 조금 처리하고 올게. 저녁은 같이 먹자.”임서율은 고개만 끄덕이고 물잔을 받았다.그 무기력한 표정이 마음에 걸렸던 하도원은 걱정스러운 눈길로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집을 나서며 휴대폰을 꺼냈다.“진 비서, 반 시간 전에 서율이한테 걸려온 전화, 누가 한 건지 확인해.”“네, 대표님.”5분 후, 전화가 다시 울렸다.“대표님, 확인했습니다. 안나라고 하는데 전에 임서율 씨와 채무 문제가 있었던 그 사람입니다.”하도원은 폰을 바짝 움켜쥐었다.“회사랑 거래하는 변호사 연결해. 만약 기한 안에 돈을 못 갚으면 법적으로 어떻게 되는지 물어봐.”10분 뒤, 변호사에게서 온 답변은 하도원의 표정을 싸늘하게 만들었다.안나가 정한 날짜 안에 돈이 들어오지 않으면 안나 측 회사가 임서율을 바로 고소할 수 있고 금액과 정황으로 볼 때 실형 가능성도 있다는 내용이었다.하도원의 턱선이 단단히 굳어졌다.“회사에서 지금 바로 쓸 수 있는 현금이랑 현금화 가능한 자산 전부 정리해서 보고해.”잠시 뒤, 진승윤이 자료를 보내왔다.“대표님, 신재생 프로젝트 자금은 다음 달 돌아오고 주식이랑 채권 정리하면 100억, 운영 자금까지 몽땅 긁어모아도 겨우 200억입니다.”회사도 이제 막 숨통이 트이고 있었다. 양지우 병원비까지 대신 정리하느라 비상금도 이미 털린 상태였다.하도원은 차 안에서 핸들을 두드리며 한동안 침묵했다.“자회사 팔지. 전에 인수하겠다고 했던 장 사장한테 연락해.”진승윤이 바로 반대했다.“대표님! 지금 자회사까지 팔아버리면 회복이 더 느려지고 기업에도 타격이 큽니다. 굳이 그 정도까지...”“그만. 이미 결정했어. 이틀 안에 계약 잡아.”그는 딱 잘라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폰 화면에 환하게 웃고 있는 임서율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그건 누렁이를 데리고 왔던 날 그녀 몰래 찍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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