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31 - Chapitre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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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

드디어 파티 날이 밝았다.은하는 여성스러운 분위기의 자카드 레이스 롱 드레스를 입고 파티에 참석했다. 왼쪽 어깨에 리본이 달려 있었고, 긴 머리는 자연스럽게 흘러내렸다. 전체적으로 상큼하고 단아한 느낌이었다.함께 온 윤설은 딥블루 컬러의 바디라인을 살린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눈에 띄게 화려하면서도 당당한 분위기를 풍겼다.두 사람이 등장하자마자 시선이 쏠렸다.은하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아직 강미라가 도착하지 않은 걸 확인하고, 윤설과 함께 VIP 손님들과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기 시작했다.그렇게 대화를 나누던 중, 은하는 누군가의 시선을 느꼈다.‘누가 보고 있어.’무심한 척 시선을 돌린 그 순간, 눈에 들어온 건... 정후였다.정후의 눈매는 싸늘했고, 그의 시선엔 분명 불쾌감이 담겨 있었다. 마치 ‘네가 여기에 있을 자격이 있냐’는 듯한 표정이었다.‘전생에 정후는 이 파티에 오지 않았는데... 이번엔 왜 와 있는 거지?’잠깐 눈썹을 찌푸렸지만, 은하는 이내 아무렇지 않게 시선을 거두고 다시 대화에 집중했다.파티장을 반쯤 돌아다니니 목이 타들어 갈 지경이었다.은하는 윤설을 끌고 음료 테이블로 가서 물 한 잔을 들이켰다.“언니, 진짜 언니였군요!”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남채원이 다가오고 있었다.“오늘 파티에 온 사람들 전부 경울시에서 알아주는 사람들인데, 언니는...”말하다 말고, 채원은 은하와 윤설을 한번 훑어보더니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굳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됐잖아요. 말만 해줬으면 내가 초대할 수도 있었는데...”‘역시... 유정후가 여기 있다는 건, 남채원도 있다는 뜻이겠지.’은하는 예상했던 일이란 듯 아무런 놀람 없이 채원을 바라봤다.‘남채원이 왔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는데?’‘내가 정한 사람, 누구도 뺏을 수 없어.’“너한테 말하라고? 디자인 공모전에서 20위 안에도 못 든 애한테?”은하는 시크하게 웃으며 쏘아붙였다.윤설도 눈치를 채고 바로 은하를 거들었다.“맞아요. 우리 은하 언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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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집안에서도 인정 못 받고, 유씨 가문에서 심장 하나 못 얻은 쓸모없는 인간이 뭐 잘났다고 이런 자리에 나와?”“그러게 말이야. 유 대표님이 채원이랑 같이 온 거 알고, 일부러 판 깔려고 온 거 아니야?”그 말이 끝나자마자, 은하의 입꼬리가 차갑게 올라갔다.‘이 정도면 됐어. 얌전히 듣고만 있을 내가 아니지.’그 순간, 은하는 옆 테이블에 놓여 있던 와인 잔을 그대로 집어 들었다.잠시 후, 가득 찬 와인 잔의 붉은 액체가 그대로 그녀들 무리 위로 쏟아졌다.“꺄악!!!”순간, 술 냄새와 함께 아수라장이 펼쳐졌다.채원이 맨 앞줄에 서 있었고, 정면으로 와인을 맞아버렸다. 물기를 머금은 드레스는 점점 아래로 무겁게 젖어 들었고, 화장은 엉망이 되었다.“남은하, 미쳤어?!”“너, 우리한테 와인을 뿌리다니! 가만 안 둘 거야!”“경비 어딨어?! 저런 미친 여자 당장 끌어내!”“...”순식간에 현장은 난장판.하이힐을 신은 그 여자들이 이리저리 피하며 소리를 질러대는 모습은, 말 그대로 날뛰는 메뚜기 떼 같았다.은하는 손에 남은 빈 잔을 천천히 내려놓으며 놀란 척 말했다.“어머, 어쩌죠? 손이 미끄러졌나 봐요. 그쪽들, 전부 다 맞았네요?”그러고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을 이었다.“근데 뭐, 다들 마음 넓고 착하시니까, 제가 사과하면 흔쾌히 받아주실 거잖아요? 설마 드라이클리닝 비용 같은 거로 찌질하게 굴진 않으시겠죠? 그런 건... 하이에나나 하는 짓 아닐까요?”채원은 속으로 분했지만, 겉으로는 아무 말도 못 했다.‘저 미친X... 무슨 배짱으로 저런 말을 해?!’그때, 낮고도 묵직한 남자의 목소리가 파티장에 울렸다.“너무 지나친 거 아니야?”단 한 마디였지만, 분위기가 단숨에 싸늘해졌다.채원은 익숙한 그 목소리를 듣자, 조금 전까지의 분노를 꿀꺽 삼키고 곧바로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오빠... 언니가...”정후는 굳은 표정으로 채원 곁에 다가서더니, 웨이터가 건넨 흰 수건을 받아서 들었다.그리고 무심하게 채원에게 내밀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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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진짜... 유정후, 제정신 아니야.’은하는 정후의 뒷모습을 보며 눈을 굴렸다. 싸늘하게 식은 시선을 잠깐 내리깔더니, 금세 무표정으로 돌아왔다.정후가 완전히 자리를 떠나자, 윤설이 잰걸음으로 달려와 은하의 팔을 붙잡았다.“은하 언니, 괜찮아요? 어디 다친 데는 없고요?”윤설은 그냥 평범한 가정 출신이었지만, 남씨 가문이 진짜 딸을 찾았다는 뉴스는 들은 적이 있었다.그 딸이 유씨 가문의 실질적인 대표와 결혼했다는 소문까지 퍼지며,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진짜 금수저도 이런 금수저가 없지.”“하룻밤 사이에 인생 역전한 여자, 대박이더라.”“...”윤설도 그 얘기를 들으며 은근히 부러워했었다.그런데 그 ‘진짜 금수저’가 은하일 줄은 꿈에도 몰랐고, 조금 전 은하가 정후와 마주하는 장면을 보니,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은하는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말했다.“괜찮아요.”하지만 윤설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얼굴이었다.“그래도 오늘은 우리 먼저 갈까요? 강미라 배우님 쪽은 제가 따로 먼저 컨택해 볼게요.”은하는 윤설의 진심 어린 걱정을 느꼈다.그래서 조용히 윤설의 손을 잡아 가볍게 쥐며 말했다. “정말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요.”‘남씨 가문이든, 유정후든...’‘이들과 선을 그은 그날부터 난 그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기로 했어.’하지만 윤설은 오히려 더 마음이 아팠다.‘지금 저렇게 말하는 거 보니... 관계에 있던 시절엔 정말 많이 상처받았던 거겠지.’은하는 윤설의 걱정 어린 눈빛을 더는 견딜 수 없었고, 말없이 고개를 돌려 술 한 잔 마시러 걸음을 옮겼다.그러다 문득, 바로 앞 복도 모퉁이 쪽에서 드레스 자락 한편이 보였다.은하의 눈빛이 순간 번뜩였다.‘저건... 강미라가 전생 파티에서 입었던 드레스...’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은하는 윤설에게 자연스럽게 말했다.“잠깐만요, 저쪽에 인사할 분이 보여서요.”윤설을 자리에 남기고, 은하는 조용히 그 모퉁이로 다가갔다.그리고 부드럽게 말했다.“불편하셨다면 죄송해요.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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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다행히도, 강미라의 아들은 미라의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해 줬다.그 믿음이 있었기에, 강미라는 지금껏 버텨올 수 있었던 것이다.그 이야기를 떠올리며, 은하는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나랑 비슷하면서도, 많이 다르네.’은하와 정후 사이에는 처음부터 감정이 없었다.그리고 은하의 아들은, 단 한 번도 은하를 눈에 담은 적이 없었다.‘그래도 상관없어. 지금의 나는... 혼자서도 충분히 잘 살 수 있어.’강미라의 눈빛이 살짝 흔들리는 걸 느낀 은하는, 더 이상 말로 설득하진 않았다.대신 조용히 준비해 온 디자인 스케치를 꺼냈다.“선생님, 오늘 이 자리에 오신 목적이 디자이너 미팅이라면... 감히 제가 먼저 제안드려 봅니다. 혹시 제 디자인이 마음에 드신다면, 언제든 연락해 주세요.”강미라는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있었지만, 손에 쥐어진 디자인 시안을 보고 순간적으로 눈을 크게 떴다.스케치 위에는 분명 섬세하게 그려진 한 벌의 드레스가 있었다.연하고 투명감 있는 파스텔 블루 컬러.유려한 실루엣과, 꽃잎처럼 겹겹이 퍼지는 스커트 라인이 시선을 사로잡았다.특히 눈에 띄는 건 상체 부분의 자수였다.꽃 한 송이가 봉오리에서부터 활짝 피어나는 과정이 한 벌의 드레스 안에 정교하게 담겨 있었다.‘마치... 나 자신을 보는 것 같네.’‘상처받고 접혀 있던 내가, 이제 다시 피어나는 그 순간.’강미라는 스케치를 잠시 더 바라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디자인은 정말 마음에 들어요. 하지만... 시상식에 참석할지는 아직 고민 중이라, 당장은 확답을 드리기 어려워요.”은하는 전혀 실망한 기색 없이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괜찮아요. 저는 선생님의 답을 기다릴게요.”원하던 말을 모두 전한 은하는 더 이상 파티에 머무를 이유가 없었다.성예그룹 쪽 사람들에게 간단히 인사만 건네고, 윤설과 함께 조용히 자리를 나왔다.돌아가는 차 안, 윤설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은하 언니, 제가 아까 행사장을 한 바퀴 돌았는데... 강미라 선생님은 안 계시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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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여러분의 관심과 응원 감사합니다. 영화제 시상식에는 예정대로 참석할 예정이며, 제가 마음에 쏙 든 드레스도 이미 정했습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그 게시물의 마지막에는, 반쯤 공개된 드레스 스케치 한 장이 첨부되어 있었다.꽃잎처럼 겹겹이 퍼지는 스커트 라인.한눈에 보기에도 몽환적이고 고급스러웠다.“은하 언니, 이거... 언니 디자인 맞죠?”윤설과 지안이 숨도 안 쉬고 은하의 사무실로 뛰어왔다.두 사람 모두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은하는 핸드폰 화면을 힐끗 본 뒤, 윤설이 든 사진이 자신의 스케치임을 단번에 알아챘다.그리고 고개를 조용히 끄덕이며 말했다.“네, 내가 그린 거 맞아요.”“헐... 언니 진짜 미쳤어요! 완전 대박이에요!!”“그러게요! 전 강미라 선생님이 예민하기로 유명하다고 들어서, 한참 밀고 당기기 해야 할 줄 알았는데, 언니가 한 방에 끝내버렸네요?”윤설과 지안은 마치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두 사람은 아예 제자리에서 뛰어오를 듯 들떠 있었다.‘이런 반응, 오랜만이네... 누군가가 진심으로 내 일에 기뻐해 주는 순간...’은하는 속으로 조용히 미소 지었다.“오늘 저녁 내가 쏠게요. 고기 어때요?”은하가 입을 열자마자, 사무실 안이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하지만 바로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발신자는... 강미라였다.은하는 두 사람에게 살짝 눈짓했다.“잠깐만요. 나 통화 좀 할게요.”윤설과 지안이 조용히 자리를 비우자, 은하는 전화를 받았다.[은하 씨.]강미라의 목소리는 차분하지만 어딘가 간절함이 섞여 있었다.[은하 씨 디자인, 정말 마음에 들어요. 그래서 부탁 하나만 더 드리고 싶어요. 혹시... 가능하실까요?]은하는 무슨 부탁인지 조용히 물었다.“어떤 내용인지 여쭤봐도 될까요?”[시상식 드레스의 완성 제작까지, 은하 씨한테 직접 맡기고 싶어요. 은하 씨가 디자인한 만큼, 그 의미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사람도 은하 씨라고 생각해요. 물론, 제작비는 시세보다 훨씬 높게 드릴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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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네, 대표님. 지금 바로 조사 지시하겠습니다.”하지만 하루 종일 조사에 매달렸음에도 불구하고, 현준은 아무런 실마리도 찾지 못했다.게다가 강미라 쪽도 끝내 입을 열지 않아, 결국 그는 그대로 정후에게 보고할 수밖에 없었다.“별다른 정보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습니다.”정후는 살짝 눈썹을 들었지만, 표정은 여전히 무표정했다.속내를 전혀 읽을 수 없는 얼굴.‘흥미롭군... 이 정도 반응을 끌어낼 디자이너는 누굴까?’...영화제 시상식은 경울시 대극장에서 성대하게 열렸다.국내외 스타들이 총출동한 이번 행사에서 그날 밤의 조명을 가장 많이 받은 이는 다름 아닌... 강미라였다.파스텔 블루와 핑크가 오묘하게 섞인 드레스는 강미라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았다.부드럽게 말아 올린 머리와, 스커트 끝에 겹겹이 피어난 꽃잎 디테일.그녀는 마치, 꽃이 만발한 정원에서 막 걸어 나온 요정 같았다.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은 입을 모았고, 지금까지 봐왔던 강미라 중에서 오늘이 최고라는 칭찬이 계속 나왔다.그 여운은 곧바로 실시간 검색어로 이어졌다.[강미라 드레스][강미라 시상식][강미라 디자이너]좌석에 앉은 강미라에게 여러 사람이 다가와 조심스럽게 디자인을 맡은 사람을 물었다.하지만 강미라는 웃으며 고개만 저을 뿐... 끝까지 대답하지 않았다.그리고 마침내 강미라는 여우주연상을 받았다.기립 박수 속, 강미라는 수상 소감을 천천히 이어갔다.함께 고생한 배우들, 스태프, 가족들... 그리고 마지막에는 정면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그리고 저의 드레스를 디자인해 주신 분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먼저 다가온 그분이 아니었다면... 오늘 이 무대에서 이렇게 눈부시게 빛나는 저는 없었을 겁니다.”그 순간, 현장은 물론 온라인까지 일순간 조용해졌다.[강미라가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한다고?][도대체 누구길래, 이 모든 걸 예견할 수 있었던 거야?][...]온라인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그 디자이너... 보통 사람 아니야. 난 강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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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은하는 고민할 틈도 없이 단호하게 말했다.“죄송하지만, 저희는 NW그룹과는 협업하지 않습니다.”전화기 너머에서 짧은 정적이 흘렀다.현준은 당황했다.‘지금 방금 거절당한 거 맞지?’이 정도로 쿨하게 끊어버릴 줄은 상상도 못 했다.뚝.이유라도 물어볼 틈을 주나 싶었는데, 상대는 더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현준은 한동안 멍하니 수화기를 바라봤다.‘경울시에서 손꼽히는 그룹이 직접 연락했는데, 이걸 그냥 거절한다고?’‘이거... 대표님한테 뭐라고 보고하지...’‘...’그리고 정말이지, 무서운 건 타이밍이었다.그가 어떻게 말을 꺼낼지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리기도 전에 정후가 회의실로 들어오며 바로 물었다.“‘루시아르’ 쪽이랑 연결됐나?”현준은 순간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그래, 대표님은 거짓말은 통하지 않을 사람이야.’“연락은 됐습니다만...”“거절당했나?”정후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눈빛만큼은 평소보다 훨씬 날카로워져 있었다.“네, 맞습니다.”그 말을 꺼내는 순간, 현준은 괜히 목덜미가 당길 정도로 긴장했다.“제가 다시 연락해 보겠습니다. 설득해 보겠습니다.”허겁지겁 말이 튀어나왔다.정후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미간을 살짝 좁히더니 곧바로 물었다.“‘루시아르’ 주소는 확보됐지?”“네, 파악했습니다.”“차 준비해. 직접 가보지.”그 말에 현준은 숨이 멎는 줄 알았다.‘대표님이 직접? 그것도... 방문?’NW그룹은 수많은 회사가 협업 요청서를 들고 기다리는 곳이었고, 정후는 웬만하면 먼저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진짜 뭐지, 이 디자이너한테 뭔가 특별한 게 있는 건가...’물어보고 싶었지만, 감히 입도 뗄 수 없었다.그는 곧장 차를 준비하러 움직였다....한편, 루시아르 측은 하루 종일 쉴 틈이 없었다. 언론과 업계 관계자, 브랜드 협업 요청까지 줄줄이 들어오고 있었다.은하는 정체가 아직 외부에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었다.그래서 기자 응대는 윤설에게 맡기며, 지안에게도 함께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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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은하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은 채,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이 뭔데 날 판단해? 내 인생에 끼어들 자격이라도 있어?”‘감히 지금 나한테 훈계질이야?’정후는 은하의 강한 태도에 완전히 이성을 잃었다. 목소리는 낮고 싸늘했지만, 말끝마다 분노가 배어 있었다.“후회하는 사람, 당신만 있는 거 아니야. 하지만 석진이는 아무 잘못 없어. 우리가 이혼했다고 해도, 당신이 석진이의 엄마로서 최소한의 책임은 져야지.”그 말을 들은 은하는 고개를 홱 돌리며 정후를 노려봤다. 눈동자엔 차디찬 얼음이 박혀 있었다.“정말 비겁하네. 그렇게 후회했으면 당신이 먼저 이혼하자고 말했어야지. 다 떠넘기고, 나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놓고, 이제 와서 무슨 도덕 타령이야? 역겹다, 유정후.” 정후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졌다.차가운 분노가 그의 얼굴을 짓눌렀고, 주변의 공기까지 싸늘해지는 듯했다.쉰 듯한 저음으로 정후가 말했다.“더는 건드리지 마. 내 인내심 시험하지 말라고.”하지만 은하는 물러서지 않았다. 비웃는 듯한 눈빛으로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내가 오라고 했어? 가고 싶으면 그냥 가. 누가 잡기라도 했나?”“진짜... 당신이랑 말이 안 통해.”정후는 더는 참지 못하고 그대로 돌아섰다.그리고 문을 ‘탁’하고 열고 나가 버렸다.은하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손에 쥐고 있던 물병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곧장 문을 잠갔다.그리고 단톡방에 메시지를 보냈다.[정문 비밀번호 입력하고 들어와요. 문 잠갔어요.]‘진짜 오랜만이네, 이렇게까지 화가 난 건.’정후가 조금이라도 더 머물렀다면 은하는 연달아 물 두 컵을 들이켰을 터였다.‘신발 벗을 새도 없이 걷어차 줬을 텐데.’그녀는 화끈거리는 감정을 겨우겨우 누르며 심호흡했다.그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고객님 벌써 오신 건가...?’은하는 서둘러 얼굴에 미소를 띠며 문 쪽으로 향했지만,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보자마자 얼굴이 다시 싸늘하게 굳었다.“실례합니다.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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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역시 명소답게, 음식 맛은 기대 이상이었다.은하, 윤설, 지안 세 사람은 마음껏 웃고 떠들며 식사를 즐겼다.‘아까 그 인간 때문에 속이 뒤집혔는데... 그래도 맛있는 음식이 다 풀어주네.’은하는 식사를 마친 뒤 모바일로 결제를 마쳤다.“나 잠깐 화장실 다녀올게요. 두 사람은 여기서 좀 쉬고 있어요.”은하는 가볍게 자리에서 일어나 홀 뒤편 화장실 쪽으로 향했다.그리고 그곳에서 예상치 못한 사람과 마주쳤다.“내 눈이 잘못된 게 아니었네. 남은하, 요즘 좀 잘 나간다더니, 진짜 ‘루시아르’ 디자이너랑 같이 밥까지 먹고 다니는 거야?” 화장실 입구에 선 사람은 다름 아닌 남채원이었다.그녀의 입꼬리는 올려가 있었지만, 말투는 날이 서 있었다.“그 정성, 정후 오빠랑 석진이한테 조금이라도 썼으면, 네가 그 집에서 쫓겨나진 않았겠지?”더 이상 가식적인 친절함 따윈 없었다.정후 부자 없는 자리에서 채원은 본색을 그대로 드러냈다.은하는 이미 오래전에 남채원의 진짜 모습을 꿰뚫고 있었다.그래서 그런 말쯤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그래, 난 원래 뭐든 너보다 한발 빨라. 넌 죽어라 하고 노력해도 결국 내가 먹다 남긴 걸 주워 먹는 수준이잖아?”‘한심하지도 않아? 입으로는 이겼다면서...’‘왜 그렇게 초조하게 나를 따라다니는 건데.’채원의 얼굴이 일순간 굳어졌다.그러고는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서며 말했다.“남은하, 네가 뭘 그렇게 잘났다고 지금 웃고 있어? 내가 뭐라 그랬어? 너한텐 아무것도 남지 않을 거라고 했지? 그리고 지금 그 말, 사실이 됐잖아.”“정후 오빠도 널 버렸고, 엄마 아빠도 이제 널 찾지 않아. 너한테 남은 거, 지금 하나도 없잖아. 그 꼴로 뭘 자랑하겠다는 건데?”은하는 코웃음을 치며 되물었다.“내가 아무것도 없다고 누가 그래? 유정후랑 이혼하면서 받은 위자료 100억, 그동안 선물 받은 보석, 그리고 내 명의의 아파트까지. 솔직히 내 자산만 계산해도 손가락으로 못 셀 정도인데?”은하는 한 발짝 다가서며 또렷하게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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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채원은 어머니의 말에 마음이 무거워졌다.‘그래... 아빠는 엄마처럼 쉽게 넘어가지 않지.’남광성은 딸을 아끼긴 해도, 늘 대가를 바라는 방식으로 대했다.채원이 뭔가 얻으려면, 반드시 그에 걸맞은 결과를 가져와야 했다.‘하... 이래선 안 되겠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해.’‘그리고... 남은하... 그 X한테 당한 수모, 절대 그냥 넘길 수 없어.’생각이 여기까지 미칠 무렵, 핸드폰에 알림이 떴다. 석진에서 온 메시지였다.[이모! 오늘 아빠 회사에서 야근해서 집에 없어. 나 아이스크림 먹고 싶은데, 대산 아저씨가 안 사줘... 이모가 나 데리러 와서 몰래 같이 먹으러 가면 안 돼?]채원은 바로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잠시 후, 또 메시지가 도착했다.[이모... 제발 한 번만! 나 진짜 딱 하나만 먹을게! 아무한테도 말 안 할게! 이모 진짜 최고야! 응???]‘아직도 날 이렇게 찾는 애가 있다는 건... 내가 완전히 지진 않았다는 거지.’채원은 입꼬리를 비뚤게 올리며, 천천히 답장을 쳤다.[그래, 이모가 지금 데리러 갈게.]...새벽 1시.정후는 마침내 회사 업무를 마치고 귀가 중이었다.도심의 불빛이 잦아들고, 거리는 조용했다.정후는 차창 밖으로 눈을 돌렸다.평소엔 눈길 한번 안 주던 노점상들이 오늘따라 길게 눈에 밟혔다.‘다들 저렇게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구나...’‘나도 저렇게 살았다면... 아니, 그런 삶을 택할 수 있었을까?’운전석에 앉은 현준은 백미러로 그런 정후를 눈치챘다.“대표님, 출출하신가요? 집사님께 연락드려서 야식 준비해 드릴까요?”정후는 눈길을 창밖에서 거두며 짧게 답했다.“괜찮아.”잠시 침묵이 흘렀다.그리고 정후는 뜻밖의 질문을 꺼냈다.“양 비서 부모님은 어떤 분들이시지?”현준은 조금 놀랐지만, 숨기지 않고 답했다.“아버지는 공장 기계를 수리하셨고, 어머니는 초등학교 선생님이셨어요. 형편은 넉넉하진 않았지만... 두 분 사이가 좋아서 전 늘 행복했어요.”말을 마친 뒤, 현준은 문득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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