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회귀녀의 복수는 우아하게: Chapter 41 - Chapter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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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화

새벽 3시.은하는 급히 석진이 입원한 병원에 도착했다.비록 석진은 자신을 엄마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몇 년 동안 정성껏 키워온 아이였다.수술이라니... 아무리 은하랑 멀어진 사이라도 안 올 수는 없었다.은하가 수술실 앞에 도착하자, 이미 의사와 정후가 심각한 얼굴로 대화 중이었다.“아이가 원래 장이 약합니다. 이미 여러 차례 말씀드렸지만, 절대로 익히지 않거나 차가운 음식, 자극적인 음식은 피하셔야 했습니다.”“하지만 이번엔 장염을 넘어서 염증이 충수까지 번졌습니다. 충수염으로 악화된 상태라 지금 바로 수술하지 않으면 장천공 위험까지 있습니다.”‘충수염...’은하의 심장이 순간 ‘쿵’ 하고 내려앉았지만,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정후는 긴장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아이가 최대한 고통 없게 해 주세요.”그렇게 말한 뒤에야, 수술실 근처에 앉아 있는 은하를 발견했다.잠옷 위에 카디건 하나만 걸친 채, 얇고 초췌한 모습의 은하.그 모습에 정후가 먼저 입을 열었다.“이 시간에... 그런 차림으로 나왔어?”은하는 그 말에 울컥했다.“새벽 3시에 전화해서 깨운 것도 모자라 내 복장까지 평가하겠다는 거야? 당신 진짜 웃긴다.”정후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지만, 은하는 이미 시선조차 주지 않고 옆 의자에 조용히 앉았다.수술실 앞 복도는 숨소리조차 크게 느껴질 만큼 고요했다.은하는 점점 차가워지는 복도 공기에 카디건을 한 번 더 여며 잡았다.‘이 정도는 참을 수 있어. 수술 끝나면 바로 갈 거니까.’정후는 그 작은 행동을 놓치지 않았다. 관계가 끝났어도, 예의 차원에서라도 무시할 수 없었다.그는 조용히 자기 재킷을 벗어 은하에게 내밀었다.“덮어. 감기 걸리지 말고.”은하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고급스러운 원단의 외투, 그리고 무표정한 얼굴의 정후.그 모습을 보며 은하는 비웃듯 웃었다.“됐어, 더러워.”‘이런 신사적인 행동, 남채원 앞에서 수도 없이 했겠지.’‘이제 와서 내 앞에서 해 봤자 소용없어.’은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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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루시아르’에서 받는 급여보다 훨씬 높은 대우가 될 거야.”정후의 말에 은하는 황당하다는 듯이 눈을 가늘게 떴다.‘대체 언제쯤 현실을 받아들일 생각이지?’“사람 말 안 들려? 다시 한번 정확히 말할게. 얼마를 주든, 나는 절대 ‘루시아르’를 떠나지 않아.”은하는 단호하게 말했다.“지금도, 앞으로도 그럴 일 없어. 그러니까 이제 포기해.”“당신...!”정후의 시선이 매섭게 은하를 꿰뚫었다.그 눈빛은 마치 은하의 마음속까지 들여다보려는 듯 깊었다.하지만 은하도 물러서지 않았다. 턱을 들고 당당하게 정후의 시선을 받아냈다.‘나는 더 이상 예전의 남은하가 아냐. 그 눈빛에 무너질 내가 아니라고.’두 사람의 눈빛이 허공에서 격렬하게 부딪쳤다.말은 없었지만, 분위기는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숨소리조차 들릴 듯했고, 공기마저 얼어붙는 듯했다.그 순간, 수술복을 입은 의사가 문을 열고 나왔다.“보호자님.”정후는 그제야 시선을 거두고, 재빨리 의사에게 다가갔다.“제 아들... 상태는 어떤가요?”은하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걸음을 옮겼다. 조금 전의 싸늘한 표정은 거두고,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의사는 마스크를 벗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다행히 수술은 아주 성공적이었습니다. 크게 염려하실 건 없고, 내일쯤이면 깨어날 겁니다. 아이 나이가 어려서 회복 중에 다소 칭얼거릴 수 있으니, 부모님의 세심한 보살핌이 필요할 겁니다.”정후는 순간적으로 은하의 표정을 스캔하듯 살폈다.마치 그녀가 ‘내가 왜 봐줘야 하냐’는 말을 뱉을까 걱정이라도 되는 듯.그래서 먼저 나섰다.“네, 잘 알겠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잠시 후, 석진이 침대에 실려 나왔다.작은 몸이 이불에 완전히 덮여 있었고, 창백한 얼굴만이 희미하게 드러나 있었다.작고 연약해 보이는 얼굴.은하의 가슴이 먹먹해졌다.‘안 돼... 이 감정, 또 시작되면 안 돼.’은하는 자신도 모르게 아들의 상태에 마음이 흔들린다는 걸 느꼈다.그러자 곧 마음을 다잡았다.‘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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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채원은 정후의 말투에서 감도는 불쾌감을 느끼고, 순간 온몸이 굳어졌다.‘큰일 났다... 오빠가 진심으로 화났어.’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사이.정후가 거짓말을 가장 싫어한다는 걸 채원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어젯밤에... 석진이가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고 해서, 처음엔 안 된다고 했어요. 근데 계속 애교 부리니까...”“그만 마음이 약해져서... 허락했어요. 그땐 이렇게 심각해질 줄 몰랐어요, 정말이에요...”이리정은 이 일이 채원과 관련 있다는 걸 전혀 몰랐다. 잠시 민망해졌지만, 급히 분위기를 수습하려 들었다.“아이고, 채원이도 석진이 기분 풀어주려고 그랬던 거지. 그게 이렇게까지 될 줄 누가 알았겠니...”정후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냉정한 시선은 여전히 차갑게 허공을 가르고 있었다.채원은 그 기류를 느끼고 더욱 조급해졌다.‘오빠가 나한테 화났어... 안 돼, 여기서 밀리면 안 돼.’“엄마, 아니에요. 내가 잘못했어요. 석진이 장이 약한 거 알면서도 그냥... 오빠가 화내는 건 당연해요.”채원은 일부러 자책하는 듯한 말투를 썼다. 항상 이러면 정후는 화를 가라앉히곤 했으니까.하지만 이번엔 달랐다.정후는 채원을 단 한 번도 쳐다보지 않고, 그 시선을 그대로 이리정에게 옮겼다.“사모님, 제가 채원이를 부른 건... 아까 석진이가 잠시 깼을 때, 채원 이모 찾으면서 울었기 때문입니다.”“전 지금 회사에 급히 다녀와야 해서요. 조금 있다가 집사님이 사람을 데리고 오시면, 그땐 돌아가셔도 됩니다.”이리정은 정후가 자신을 ‘사모님’이라 부르자 순간 멍해졌다.‘그래... 은하랑 이미 이혼한 거지... 우리한텐 말도 없이.’그 생각에 이르자 이리정의 속은 벌써 들끓기 시작했다.‘그 망할 X, 집안 사람 체면 다 깎아 먹고선 혼자 어디서 뭘 하는 거야!’한편, 채원은 침대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석진이 어느새 눈을 뜬 채, 조용히 정후를 바라보고 있었다.그 모습을 확인한 채원은 얄밉게 입꼬리를 올리며, 일부러 묻는 말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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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강미라 선생님 옆에 있는 여자가 드레스를 디자인한 사람이었다고? 그게 말이 돼?”채원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전화기 너머 친구는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진짜야. 내가 강미라 선생님 쪽 사람한테 직접 확인까지 받았어.][근데 너 그 사람이랑 친척이라며? 그럼 시간 좀 잡아줘. 아무리 디자이너로 바쁘다 해도, 네 말까지 무시하진 않겠지?]친구의 말에 채원은 거절할 틈조차 없었다.‘이런 식으로 몰아붙이다니...’억지로라도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주소를 받자마자, 핸드폰을 꽉 쥔 채원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진짜든 아니든, 확인은 내가 직접 해야겠어.’...루시아르.은하는 윤설, 지안과 회의를 마친 후, 회사에 절실히 필요한 인재가 ‘위기관리형 홍보팀장’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곧바로 채용 플랫폼에 공고를 올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원자가 도착했다.“은하 언니, 이분이 홍보팀장 지원자세요.”윤설이 문을 열며 남자를 안내했다.은하는 고개를 들고 남자를 바라보았다.또렷한 이목구비, 단정한 정장 핏, 한눈에 보기에도 홍보 감각이 탁월해 보였다.“앉으세요.”하지만 남자, 조시우는 은하를 보자마자 눈빛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이 얼굴... 맞다, 그때 그 여자...’하지만 시우는 표정 하나 흐트러뜨리지 않았다.자기소개를 마치고, 은하는 시우의 이력서를 훑었다.“경력이 꽤 화려하시네요.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건, 이렇게 큰 기업에서 일하시던 분이 왜 저희 같은 작은 브랜드에 관심을 가지셨는지예요.”은하의 직설적인 질문에 조시우는 흔들림 없이 대답했다.“저는 기업의 규모보다 브랜드의 방향성과 가치관을 더 중시합니다. ‘루시아르’는 제가 지켜본 바로도 충분한 가능성이 있는 회사고, 앞으로가 기대되는 브랜드라고 생각했습니다.”‘말을 참 조리 있게 하네. 단순히 외모만 좋은 게 아니었군.’은하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이번엔 좀 더 구체적이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대부분은 은하가 전생에 기사에서 읽었던 위기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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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지안은 상대의 싸늘한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손님이라는 이유로 꾹 참고 은하의 사무실로 안내했다.채원은 안으로 들어오며 주변을 둘러보더니, 코웃음을 치며 비아냥거렸다.“인터넷에서 ‘루시아르’를 그렇게 치켜세우길래 얼마나 대단한가 했는데, 막상 와보니 꽤 초라하네?”‘이런 말 하러 온 거야?’지안은 순간 걸음을 멈췄다.“말씀 들어보니 의뢰하러 오신 게 아니라 시비 걸러 오신 것 같네요. 죄송하지만 저희는 그런 손님은 받지 않습니다.”“네가 뭔데 날 쫓아내?”채원은 지안을 위아래로 훑으며, 비웃는 눈빛으로 말했다.‘별 게 다 나서네.’그때, 사무실 입구 쪽에서 웅성거림이 들려오자, 은하가 고개를 들었다.시선을 옮기자마자 문 앞에 서 있는 채원이 눈에 들어왔다.은하는 눈빛이 싸늘해졌고, 앞으로 다가갔다.윤설도 뒤따라왔다.“무슨 일이야? 여긴 왜 왔어?”채원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은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예전처럼 주눅 들어 있지 않은 은하의 눈빛을 마주하자, 잠깐 당황한 기색이 스쳤다.‘예전 같았으면 고개도 못 들었을 텐데... 뭐야, 저 눈빛은?’“너 보러 왔지. 누가 그러더라, 네가 ‘루시아르’의 디자이너라고.”“난 안 믿었거든? 근데 진짜였네? 그렇게 기세등등하던 네가 고작 의상 디자이너? 그게 네가 말하던 자립이니 뭐니 하는 거야? 웃기지도 않아.”은하는 그런 비아냥쯤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차분히 대답했다.“나는 내 일이 부끄럽지 않아. 근데 너는? 그렇게 ‘하찮은 디자이너’ 찾아온 이유가 뭔데? 설마 강미라 선생님 드레스 디자인한 거 보고, 나한테 뭔가 좀 얻어보려는 거야?”“너...!”채원의 표정이 굳었다. 말문이 막힌 듯 이를 꽉 깨물었다.‘남은하, 언제부터 이렇게 말이 날카로워졌지?’은하는 그런 채원을 더 이상 상대할 마음이 없다는 듯 윤설과 지안에게 눈짓했다.“둘 다 일 봐요.”지안과 윤설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은하를 한 번 더 보고서야 조용히 자리를 떴다.이제 사무실 안에는 은하와 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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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다 왔다고 하지 않았어? 그런데 누가 더 오는 거지?’그때, 문이 다시 열리고 가녀린 실루엣 하나가 조용히 안으로 들어섰다.심플한 원피스 차림, 자연스럽게 흐르는 긴 흑발, 또렷한 이목구비에 분위기마저 달라 보였다.“저... 저 여자, 혹시...”“남은하 맞지? 와, 나 잘못 본 거 아니지? 예전엔 완전 시골 느낌이었는데, 지금 왜 이렇게 달라졌어?”“남은하가 여기엔 왜 온 거야? 오늘 모임에 초대받은 사람 아니잖아!”“...”순간, 룸 안의 시선이 모두 그녀에게 집중됐다.채원과 정후 역시 예상치 못한 등장에 순간적으로 시선을 빼앗겼다.은하는 그 모든 시선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가볍게 미소 지으며 안으로 들어섰다.“방해해서 미안해요. 남채원한테 할 말이 있어서요.”그녀는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그 속에 깔린 서늘한 기운은 방 안 모두가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순식간에 시선이 채원에게 쏠렸다.채원은 당혹감을 감췄고, 곁에 앉아 있는 정후를 잠시 바라본 뒤, 억지웃음을 띄우며 자리에서 일어섰다.“언니, 나한테 할 말 있으면 전화하지 그랬어요? 아무튼 우선 여기 앉아봐요. 오늘 내 친구 환영회인데, 마침 언니도 잘 왔네요. 사람들 소개시켜 줄게요.”“그럴 필요 없어.”은하는 단 한 번도 정후를 쳐다보지 않았다. 말투는 단호했고, 거절은 너무나도 확고했다.“너한테 할 말 있어. 밖에서 얘기하자.”채원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지금은 좀... 분위기도 그렇고, 나중에 얘기하면 안 될까요? 내 친구들도 다 있고, 지금은 좀...”그러자 은하는, 여유로우면서도 단단한 눈빛으로 채원을 바라보며 말했다.“네가 안 나가겠다면, 여기서 말할게. 내가 무슨 일 때문에 왔는지... 너도 알잖아? 내가 여기서 그 얘기 꺼내도 괜찮겠어?”순간, 채원의 표정이 굳어졌다.그 눈빛 속에서 은하는, 순간적으로 번뜩인 채원의 ‘얄미운 확신’을 정확히 포착했다.‘역시... 이 일, 너랑 관련 있구나.’“또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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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은하는 겉으론 친절한 척하면서도 눈빛에 교묘한 비웃음을 감춘 채원을 바라봤다. 눈가에 어린 조소가 점점 짙어졌다.“유정후 씨, 다시 한번 말하지만, 성예그룹 디자인 공모전 자격은 내가 실력으로 딴 거예요. 당신들이랑은 전혀 상관없다고요.”은하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그리고, 난 오늘 남채원을 보러 온 거예요. 당신들, 남채원의 개도 아니면서 왜 짖고 있는 건데요?”“남은하...!”“남은하! 유 대표님 있다고 해서 우리 무시하는 거야? 한번 해보자는 거지?”“...”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채원이 급히 나섰다.“다들 진정해요. 은하 언니가 말이 좀 심했어요. 언니 대신 제가 사과드릴게요.”‘또 저 수법이야. 사람들 앞에선 항상 착한 척. 역겨워.’은하는 속으로 말했다.정후는 결국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그만해. 여기까지 와서 망신 주고 싶어? 그게 그렇게 좋아? ‘루시아르’ 일은 그쪽은 알아서 할 거고, 당신이 참견할 일이 아니야.”“그리고 내일 아침에 당장 병원 가. 석진이 회복될 때까지 계속 간병해.”은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싫어.”“뭐라고? 감히 내 말을 거역해?”정후의 표정이 경악으로 얼어붙었다. 그에겐 은하가 그냥 청소 아줌마 일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뜻으로 들렸다.“당신, 혹시 잊은 거 아니야? 우리 지금...”“닥쳐!”정후는 날 선 소리로 은하의 말을 끊고 성큼 다가가 그녀의 손목을 움켜잡았다.“밖에서 좀 놀다 오더니, 자기가 애 엄마란 것도 잊었나 보지?”“정후 오빠!”채원이 놀라 뛰어들었다. 정후가 은하를 끌고 나가려 하자, 채원은 서둘러 뒤따랐다.그러다 몇 걸음도 못 가 은하가 남자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더니, 반사적으로 정후의 뺨을 내리쳤다.‘이대로 질 수는 없어! 더 이상 물러서면 끝이야.’주변 사람들은 숨을 삼키며 놀랐고, 정적이 흘렀다.정후는 재빨리 그녀의 양손을 붙들었다.은하가 이를 악물고 무릎으로 남자를 가격하려던 순간, 정후의 싸늘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순간,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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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은하는 아무렇지 않은 듯 길게 늘어진 머리카락을 살짝 넘기며, 가볍게 웃고는 진아린을 바라봤다.“말씀하신 대로예요. 강미라 선생님의 드레스는 제가 디자인했어요. 근데... 실례지만, 누구시죠?”정후는 은하의 대답을 들은 순간, 가슴 깊숙한 곳에 전기 충격을 맞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뭐야... 진짜였다고? 그럼 내가 루시아르에서 만나려 했던 디자이너가... 은하였던 거야?’정후의 머릿속이 순간 새하얘졌다. 은하의 말과 행동, 그리고 자신이 그녀를 오해했던 모든 순간이 스쳐 지나갔다.‘그럼 왜... 날 속였어? 내가 오해하는 거 알았으면서...’‘왜 한마디 해명도 안 했던 거지?’‘설마... 일부러? 나를 비웃으려고? 처참한 내 꼴을 보고 싶었던 거야?’충격이 분노로 바뀌는 데는 단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그러나 정후가 입을 열기도 전에, 진아린이 먼저 발끈하며 은하를 향해 날을 세웠다.“내가 누군지 모를 수도 있겠네. 나는 ‘루시아르’한테 피해를 본 당사자야. 10억이나 들여서 직접 디자인을 요청했는데, 결과물이 그딴 식이었어.”“당신이 거절만 안 했어도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려 했지. 그런데 계속 피하니까, 결국 난 온라인에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어!”은하는 아린의 감정적인 폭주에도 흔들리지 않고 조용히 대답했다.“진아린 씨... 맞으시죠?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어요. 전 당신의 오더를 받은 적이 없거든요.”“그러니 드레스를 디자인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고요. 혹시 착오가 있는 건 아닐까요?”‘내가 맡은 모든 주문은 시스템에 기록돼 있어.’‘일자별로 정확히 정리했고, 한 건도 누락된 적 없어.’‘그 안에 ‘진아린’이라는 이름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어.’하지만 아린은 은하가 자신을 부정하는 듯한 말투에 눈이 돌아간 듯 격노했다.“웃기지 마! 내가 ‘루시아르’랑 계약했단 증거, 그 조잡한 원본 디자인 시안 아직도 가지고 있어!”“내가 안 맡겼다면 그 시안이 왜 내 손에 있겠어? 지금 당장 나한테 사과하고, ‘루시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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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아린은 정후의 깊고도 읽을 수 없는 눈빛과 마주한 순간, 조금 전까지의 기세가 눈에 띄게 꺾였다.‘하긴... 아무리 우리가 남은하를 무시해도, 그래도 명색이 유정후의 아내인데...’‘그 앞에서 막말했다간 내가 곤란해지겠지.’상류층 자제들 사이에서 남은하는 ‘없는 사람’ 취급받는 경우가 많았다.하지만 다들 한 가지는 알고 있었다.정후가 은하의 남편이라는 사실, 그리고 정후 앞에서는 함부로 굴어선 안 된다는 것.은하 역시 오늘 이 자리에 해명하러 온 게 아니었다.‘진짜 내가 알고 싶은 건, 이 사건의 중심에 누가 있는가... 그뿐이야.’지금까지 흐름을 봐선, 전부 채원이 뒤에서 조종하고 있는 일임이 분명했다. 확신이 선 은하는 더 이상 이들과 감정싸움을 할 필요조차 없다고 느꼈다.“진아린 씨, 믿거나 말거나지만, 당신이 온라인에 올린 ‘루시아르’ 디자인 시안은, 며칠 전 분실된 폐기 시안입니다. 거기엔 우리 회사 로고뿐만 아니라, 폐기 시안 번호인 09853도 명시돼 있어요.”그 순간, 채원이 고개를 홱 돌려 은하를 바라봤다. 그 눈엔 당혹감과 점점 끓어오르는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폐기 시안에... 번호가 있었다고? 말도 안 돼.’‘내가 넘기기 전에 얼마나 꼼꼼히 봤는데...’ ‘그런 게 있었으면 모를 리가 없잖아.’아린 역시 순간적으로 말을 잃었다.은하가 시안 번호까지 정확히 말하자, 거짓인지 진심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근데... 시안을 준 건 채원이었는데...’‘채원이가 날 속일 이유가... 있긴 한 건가? 아니, 없잖아? 그렇지?’두 사람의 표정이 달라졌다.혼란과 의심이 서로 교차하는 그 분위기 속에서, 은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도리어 마지막 한 마디로 여운을 남겼다.“전 할 말 다 했어요. 이 일, 어떻게 정리할지는... 두 분의 선택에 달렸죠.”그리고 마지막으로, 단호하게 덧붙였다.“내일까지 ‘루시아르’ 관련 보도가 정정되지 않는다면, 두 분 모두를 상대로 정식 고소를 진행하겠습니다.”“두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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