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후는 석진의 빨개진 코끝과 금세라도 떨어질 듯한 눈물방울을 보자, 채원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고 바로 침대 옆으로 다가갔다.그러고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왜 울어? 죽이 맛없어? 아니면, 어디 아파?”채원은 당황했다.‘뭐야, 지금? 예전 같았으면 내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신경 썼을 텐데...’정후가 자신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 게, 뼈아프게 느껴졌다.석진은 고개를 저으며, 손등으로 눈을 쓱 문질렀다.그제야 고개를 들어 엄마를 바라봤지만, 은하는 아예 침대에서 떨어진 창가 쪽에 서 있었다.‘엄마는... 왜 저기 있지? 아프다는데 더 가까이 있어 줘야 하는 거 아니야...?’석진은 입술이 살짝 일그러졌지만, 애써 목소리를 참으며 말했다.“아빠, 그냥... 엄마가 해준 죽이 너무 맛있어서 그래요.”은하는 창가 쪽에 선 채, 석진이 혹시 또 울고불고 떼쓸까 봐 일부러 거리를 두고 있었다.그런데 그 말, ‘맛있어서 그래요’... 그 말이 들리는 순간, 은하의 눈썹이 아주 미세하게 올라갔다.‘오? 쟤가 갑자기 왜 저렇게 순하게 나오지? 작전을 바꿨나?’정후는 그런 은하를 보고, 못마땅한 얼굴로 물었다.“왜 그렇게 멀리 서 있어? 우리가 무슨 홍수도, 맹수도 아니잖아.”은하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대답했다.“그쪽보다 더 무서워.”단 한 줄.단단하고, 무심하게 내뱉어진 그 말에 정후의 이마에 실핏줄이 불끈했다.‘남은하, 당신 진짜...’주대산과 채원은 숨을 삼켰다.‘사모님이 어떻게 대표님한테 저런 말을...’하지만 더 놀라운 건... 정후가 분노를 터뜨리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단지 입술만 꾹 다물고, 싸늘하게 눈빛만 내리깔았다....석진은 어느새 죽을 다 먹었다. 빈 그릇을 조심스레 들고, 까만 눈동자에 기대를 담아 은하를 올려다봤다.“엄마... 다 먹었어.”예전 같았으면, 이 말을 들은 은하는 웃으며 ‘잘했어’라 말해주고, 이마에 뽀뽀까지 해줬을 터였다. ‘이번에도... 엄마... 혹시 해주지 않을까?’은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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