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정후가 조용히 입을 떼는 순간, 울고 있던 석진이 놀라서 딸꾹질했다. 눈물로 젖은 두 눈이 복도 끝을 향해 돌아갔다.그리고 그곳에 정말 은하가 서 있었다.석진의 몸이 순간 굳어버렸다.‘진짜... 엄마다...’채원도 은하를 봤지만, 별다른 당혹감은 없어 보였다.오히려 고개를 갸웃하고는, 은하를 향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왔네? 좋아, 제대로 듣고 가. 네 아들이 뭐라 그러는지.’은하는 말없이 뒤돌아섰고, 손에 든 과일바구니조차 내려놓지 않았다.그녀가 병원에 온 건 단순한 책임감 때문이었다. 엄마로서 최소한 해야 할 도리라고 생각했으니까.‘사이 좋아질 거라 기대한 적 없어. 그냥... 얼굴이나 보고 가려고 했을 뿐인데.’하지만 막상 들은 말은,“엄마는 나쁜 사람이야. 다시는 안 볼 거야.”‘그래, 이젠 진짜 끝이구나.’‘악플보다 내 마음을 더 아프게 하는 건, 네가 방금 뱉은 그 말이야, 석진아.’ ‘됐어. 너도, 유정후도... 다 안 보면 그만이야.’그 순간, 뒤에서 정후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남은하!”은하는 숨이 막히는 듯한 표정으로 달리기 시작했다.‘안 돼, 또 붙잡히면 무너질 것 같아.’정후가 병원 입구까지 따라 나왔을 때, 이미 그녀의 모습은 사라진 뒤였다.그 자리에서 한참을 멍하니 서 있던 정후는,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답답함을 억누르듯 크게 숨을 내쉬었다.‘루시아르에서 느꼈던 불쾌함보다... 지금 이게 더 숨 막힌다.’잠시 후, 그는 병실로 돌아갔다....석진은 병실 침대 위에 잔뜩 웅크린 채 앉아 있었다.채원이 아무리 달래도, 억지웃음을 지어 보여도, 석진은 시무룩한 얼굴을 풀지 않았다.그때 병실 문 너머로 정후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석진, 옷 갈아입자.”“아빠...”석진은 어찌할 바를 몰라 작게 웅크린 채 정후를 바라봤다.채원은 놀라 당황해하며 말했다.“오빠, 석진이 아직 회복 안 됐어요. 지금 데려가는 건 좀 무리 아니에요?”하지만 정후의 표정엔 아무런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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