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남은하 얘기, 내 귀에 들어오게 하지 마.”“예, 대표님. 다시는 그런 일 없을 겁니다.”현준은 온몸이 굳은 채, 곧바로 고개를 숙였다.병원.석진은 검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복도로 들어서자, 경호원이 집사 주대산에게 채원이 또 왔다고 말하는 게 들렸다.‘정말이야? 채원 이모가 왔다고?’그 말에 석진의 얼굴이 활짝 밝아졌다. 금방이라도 달려 나갈 듯한 표정으로 주대산에게 물으려고 했다.“그분, 들어오지 못하게 했습니다.” 주대산의 말에, 석진은 얼굴이 굳어졌다.“대산 아저씨, 누가 이모 못 들어오게 하래? 당장 채원 이모 데리고 와! 나 이모 보고 싶단 말이야! 이모랑 같이 있고 싶어!”주대산은 당황해서 손사래를 쳤다.“석진 도련님, 아니에요. 그런 말이 아니었어요. 그냥 잠깐, 잠깐 상황 좀...”“아니야! 나 다 들었어! 거짓말하지 마! 나, 이모한테 갈 거야!”석진은 그대로 뛰쳐나가려 했고, 주대산은 온몸으로 막아섰다. 그리고 경호원에게는 눈짓을 주며 얼른 채원을 돌려보내라고 지시했다.“석진 도련님, 곧 차가 오면 집으로 돌아갑시다...”또다시 주대산의 입에서 말이 나오자, 석진은 더 격해졌다.“싫어! 집에 안 가! 이모도 못 봤는데 어디도 안 갈 거야!”‘여기 있어야 이모를 볼 수 있는데...’‘집엔 가 봤자, 아무도 없잖아. 차가운 사람들뿐이야.’‘난 안 가. 절대 안 가.’주대산은 조심스럽게 다가가 타이르려 했지만, 석진은 아예 등을 돌리고 소리쳤다.“나가! 나가라고! 이모 아니면 아무도 필요 없어!”한껏 억눌린 감정이 터져 나와, 석진은 주대산까지 내쫓았다.혼자 남겨진 병실, 눈가가 뜨거워진 순간, 석진의 핸드폰이 울렸다.‘채원 이모’라는 이름이 화면에 떴다.“이모... 대산 아저씨가 아빠 말 듣고, 나보고 집에 가래. 근데 나 진짜 가기 싫어. 집은 재미도 없고... 이모, 나 계속 병원에 있을 수 있는 방법 좀 알려줘. 부탁해.”전화기 너머, 채원은 이미 상황을 눈치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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