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대표님, 사모님... 정말 대단하시네요. 이강정 대표를 저렇게 말문 막히게 만들 줄 몰랐습니다.”현준은 웃으며 툭 던졌지만, 곧바로 목덜미가 서늘해지는 걸 느꼈다.“근데, 사모님은 왜 대표님이랑 같이 안 들어오셨어요? 낯선 남자랑 나란히 앉아 계시던데요?”말하자마자 등골이 싸해졌다.현준은 조심스레 고개를 돌렸는데, 바로 정후의 싸늘한 눈빛과 정면으로 마주쳤다.“그렇게 남 얘기가 궁금하면, 기자로 전직하지 그래?”“죄, 죄송합니다.”현준은 숨도 못 쉬고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미쳤다, 내가 왜 그딴 말을 했지...’이강정 대표와의 충돌 이후, 은하가 물러서지 않는 사람이라는 게 확인되자 현장의 분위기는 조금 달라졌다.누구도 더 이상 가볍게 말 걸지 않았고, 조롱하는 시선도 조용히 사라졌다.곧, 입찰 설명회가 시작되었다.사회자가 무대에 올라와 이번 설명회 진행 방식을 안내했다.“참가 기업 대표 여러분은 무대에 올라 본인의 디자인을 직접 설명해 주시면 됩니다. 모든 발표가 끝난 뒤, 주최 측과 귀빈분들의 투표를 통해 최종 선정작을 결정합니다.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기업이 최종 낙찰을 받게 됩니다.”첫 번째 발표자가 무대로 올라가자, 은하는 곧바로 자세를 바르게 하고 발표를 경청했다.‘이번 입찰은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해.’‘배울 수 있을 만큼 최대한 보고, 듣고, 적자.’정후는 행사 전면의 좌석에 앉아 있었고, 원래라면 은하의 존재에 크게 신경 쓸 위치는 아니었다.하지만, 자꾸만 시야의 가장자리에서 은하의 움직임이 포착되었다.진지하게 메모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발표를 듣는 은하의 모습.차분하지만 날카로운 은하의 시선.‘뭐지? 진짜로 공부하러 온 건가?’‘대충 흉내만 내는 게 아니라... 진심인데?’정후의 눈빛엔 알 수 없는 호기심이 스며들었다.바로 그때, 마침 괜찮은 디자인을 보고 정후에게 의견을 물으려던 현준은, 정후가 시선을 은하에게 두고 있는 걸 보고 말았다. ‘어라?’현준은 당황해서 고개를 급히 돌렸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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