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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이혼 후의 꽃길: Chapter 231 - Chapter 240

288 Chapters

제231화

“이번에 해외로 간 게, 정말로 업무를 처리하러 간 거였어요?”이연우는 걱정스럽지만, 한편으로는 의심이 들어 진지하게 물었다.방현준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엔 말할 수 없는 비밀이 감춰져 있는 듯했다. 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이연우의 가슴속에는 불안감이 스며들었다. 이 남자가 자신에게 숨기는 게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게다가 그 정승주라는 사람은 본래부터 방현준과 닮은 구석이 있었기에 두 사람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떨치기 어려웠다.두 사람이 만났을 때를 떠올리면서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가 의도적으로 감춰진 단서처럼 느껴져 그녀를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방으로 들어가서 쉬어요.”이연우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그가 말하지 않는 이유가 있을 거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말할 때가 아니거나 그가 자신만의 계획이 있을 거라고 여겼다.방현준은 이연우를 따라 안방으로 들어왔다. 그의 눈빛에는 피로가 느껴졌지만, 고집스레 따라왔다.“왜 따라온 거예요?”이연우는 조금 난감했지만, 그가 다친 상태라 굳이 막지는 않았다.방현준의 얼굴빛이 창백했다. 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참 못됐네요. 내가 이 몸으로 급히 돌아왔는데 아직도 날 막는 거예요?”이연우는 이마를 찌푸리며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다. 그녀는 방현준을 부축해 침대에 눕혔다.그러자 그의 가슴팍에선 다시금 피가 새어 나왔다. 선명한 붉은 자국은 이연우의 눈을 아프게 찌르는 것만 같았다.그녀는 서둘러 구급상자를 가져왔다. 조심스럽게 그의 가슴에 감긴 붕대를 풀어내자 눈앞에는 흉측한 칼자국이 드러났다.이연우는 깜짝 놀랐다. 이렇게 긴 상처를 꿰매고 어떻게 곧장 달려올 수 있었단 말인가.이 바보 같은 사람은 왜 이렇게 자기 몸을 함부로 대하는 건지, 분노와 안쓰러움이 동시에 치밀었다. “현준 씨, 바보예요? 이렇게 크게 다쳤으면 병원부터 가야죠. 대체 뭐 하러 여기로 온 거예요?”이연우는 화가 나서 목소리를 떨었다.“연우 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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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화

이연우는 사용하던 붕대를 정리한 뒤, 조심스럽게 방현준에게 이불을 덮어 주었다.그녀는 피곤함에 지친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마음이 아팠다.“자요, 내가 옆에서 지켜줄게요.”그녀의 목소리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고 따뜻했다.“같이 자요.”방현준의 말에 이연우는 고개를 저었다.“안 돼요. 옆에 누우면 상처를 건드릴까 봐 무서워요.”방현준은 더는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한참을 버티느라 이미 졸음이 몰려왔던 그는 곧 눈을 감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이연우는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그의 숨결을 들으며 다시 눈물이 차올랐다.조용히 침대 곁에 앉아 있는 그녀의 마음은 갈등에 휩싸였다.‘현준 씨, 제발 더 이상 나한테 잘해주지 마요. 나 정말 참지 못하고 당신한테 달려갈까 봐 두려워요.’이연우는 심형빈과 이혼한 뒤 다시는 재벌가와 얽히고 싶지 않았다.원래는 강문수가 돌아오면 이 모든 인연을 정리하고 새 삶을 살아갈 계획이었다.하지만 방현준은 계속해서 그녀의 마음속 단단한 벽을 두드렸다.그의 강압적인 면, 따뜻함, 집요한 태도, 그 모든 것이 도저히 버티기 힘들 정도로 그녀의 마음에 스며들고 있었다.다시 사랑이라는 소용돌이에 휘말려 벗어나지 못하게 될까 봐 두려웠다.아침이 되자 햇살이 커튼 사이로 스며들어 방 안을 환하게 밝혔다.이연우는 이미 한참 전부터 부엌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며 정성껏 담백하고 영양가 있는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방현준이 크게 다쳤기에 특별히 소화가 잘되고 영양가 높은 음식들 위주였다.식탁 위에는 뜨끈한 흰죽, 푹 찐 만두, 그리고 산뜻한 반찬들이 차려졌다.방현준은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터라 이연우는 그의 몫을 따로 따뜻하게 덥혀 두었다.그때 남지혜가 음식을 보고는 못마땅하다는 듯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연우야, 방현준 씨가 다친 건 알겠는데 우리까지 이렇게 밋밋하게 먹어야 해?”이연우가 웃으며 대꾸했다.“남지혜, 지금은 너희가 신세 지는 처지인 거 같은데?”강문수는 전혀 개의치 않고 웃으며 흰죽을 한 그릇 뜨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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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화

강문수는 갑자기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하고 마치 벼락을 맞은 듯 충격받은 모습이었다.그러나 그는 여전히 굳게 입술을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그 미묘한 표정 변화는 예리한 이연우의 눈을 피하지 못했다.강문수가 자신이 놀랐다는 걸 억지로 감추려는 것을 눈치챈 이연우는 이미 마음속에 어느 정도 확신이 들었다.“알겠어요.”이연우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단호했다.강문수는 순간 얼굴빛이 변하며 속으로 매우 놀랐다. 자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그녀가 어떻게 알아챘단 말인가?“뭘 알겠다는 거예요?”그는 의혹과 경계심을 잔뜩 띤 눈빛을 하고 다급히 물었다.“이번에 방 대표님이 다친 게 정승주 씨와 관련이 있는 거 맞죠?”이연우는 계속 직설적으로 물었고 시선은 강문수의 얼굴에 단단히 고정하고 있었다.강문수는 표정이 다시 굳었다. 순간적으로 드러난 그 찰나는 감출 수 없는 진실한 반응이었다.비록 그는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이연우는 그의 태도에서 답을 얻을 수 있었다.그녀는 옅은 미소를 지은 채 반짝이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네, 역시 알겠네요.”강문수는 벌떡 일어나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이 비서님, 제발 함부로 추측하지 마세요! 완전히 틀린 거예요!”그는 다급히 부정했지만, 말투 속에서 흘러나오는 불안이 감춰지지 않았다.“그럼 왜 그렇게 당황하세요?”이연우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다. 강문수와 비교하면 그녀는 무척 차분하고 냉정했다.“나 안 당황했어요. 내가 왜 당황해요? 전혀 안 했어요.”강문수는 횡설수설하며 옆에 앉은 남지혜를 흘깃 보았다. 그녀의 동의를 구하려는 듯했다.하지만 남지혜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입을 열지 않았다. 강문수의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이미 봤기 때문이다.“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묻죠.”이연우는 잠시 멈췄다가 조용히 말을 이었다.“방 대표님, 혹시 다른 신분이 있는 건가요?”이 질문은 마치 폭탄처럼 떨어져 강문수는 몸을 똑바로 세운 채 굳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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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화

이연우는 고개를 저었다.“10년이나 비서 일했더니 이제는 좀 지쳤어요. 그만두는 게 나을 것 같아요.”그녀의 목소리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지난 10년간의 비서 생활 속에서 모든 열정과 에너지를 소진해 버린 듯했다.“그럼 방 대표님은 어떡해요?”강문수가 물었다. 그는 방현준이 이 일로 기분이 상하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진양 그룹처럼 큰 회사에서 비서를 못 구할까 봐 걱정하는 거예요?”이연우는 담담하게 대답했지만 씁쓸함이 느껴졌다.“연우 씨, 회사 비서 자리는 연우 씨 자리입니다. 누구도 뺏을 수 없어요.”그때, 방현준이 방 안에서 나왔다.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하룻밤을 쉬었는데도 그의 얼굴은 여전히 핏기가 없었다.이연우의 마음속에는 복잡한 감정이 일렁였다.“왜 일어났어요?”이연우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다가가 그를 부축해 앉혔다. 그리고 정성스레 끓여 둔 죽을 조심스레 내밀며 다정하게 말했다.“어때요? 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요?”방현준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눈앞의 죽을 바라보았다. 그는 곧장 대답하지 않고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들어 물었다.“사직한다고요?”그의 목소리에서 미묘한 긴장감과 우려를 느낄 수 있었다.“네, 오래 하다 보니 지쳤어요.”이연우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녀는 방현준을 힐끔 바라보다가 곧 고개를 숙이고 밥을 먹으며 피곤한 듯 덧붙였다.“잠깐 밖에 나가서 바람 좀 쐬고 싶어요. 환경을 바꿀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방현준은 잠시 말없이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나가서 좀 쉬는 것도 좋겠네요.”그는 복잡한 눈빛을 하고 무언가 깊이 고민하는 듯 보였다.거실의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남지혜는 이런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대충 식사를 마치더니 급히 밖으로 나갔다.강문수도 눈치를 보고 자리를 피했다.이윽고 거실에는 이연우와 방현준 두 사람만 남았다.식탁 앞에서 이연우는 묵묵히 식사를 이어갔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녀는 고개를 들어 방현준을 바라보며 머뭇거리다가 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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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화

“더 조사해!”한두 번의 우연으로 끝이 났다면 방현준도 믿었을 것이다.하지만 이렇게 많은 우연이 겹친다는 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여겼다.며칠 동안 이연우는 자신을 집 안에 가둔 채 밖을 나가지 않았다.세상과 단절된 그녀의 삶은 멈춰 버린 듯했다.거의 점심이 될 무렵, 고요한 방 안에 갑작스러운 전화벨 소리가 들렸다.소파에 나른하게 누워 있던 이연우는 벨 소리에 흠칫 놀라더니 천천히 일어나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화면에 뜬 이름은 강문수였다.“여보세요?”이연우는 전화를 귀에 댔다. 조금 전까지의 나른함이 채 가시지 않아 목소리는 조금 잠겨 있었다.“이 비서님, 방 대표님 서재에서 파일 하나만 좀 가져다줄 수 있어요? 지금 제가 도저히 시간을 못 내서 그래요.”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강문수의 목소리는 쫓기는 듯 급박했다.긴장한 듯한 말투로 빠르게 말을 쏟아냈다.이연우는 그 말투 속의 초조함을 놓치지 않고 눈살을 찌푸렸다.“무슨 일이에요? 왜 그렇게 급해요?”“여기 갑자기 긴급회의가 잡혔는데 그 자료가 꼭 필요해요. 그런데 길이 막혀서 꼼짝을 못 해요.”강문수의 목소리 뒤로 자동차 소음이 섞여 들려왔다. 그가 실제로 도로에 갇혀 있는 상황임이 분명했다.“알겠어요! 파일 이름 보내줘요. 제가 회사로 가져다줄게요.”이연우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전화를 끊자마자 그녀는 곧장 위층으로 향했다.방현준의 서재 문 앞에 도착한 이연우는 조심스럽게 손잡이를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서재의 인테리어 따위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그녀의 시선은 책상 위를 바쁘게 훑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강문수가 찾는 파일을 발견했다. 커다란 검은 글씨로 제목이 적힌 서류 뭉치였다.그녀는 급히 그것을 집어 들고 곧장 서재를 나서려 했다.그러나 문을 나서기 직전, 시야에 한쪽 끝에 반쯤 열려있는 서류 봉투가 들어왔다.책상 모서리에 걸쳐 있어 유독 눈길을 끌었다.평소라면 이연우는 절대 원칙을 어기지 않고 자료에는 손을 대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봉투 입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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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6화

‘방현준이 나를 조사하고 있어?’이연우의 손톱이 손바닥을 깊게 파고들자 손마디도 하얗게 질려버렸다.사진과 자료를 허겁지겁 봉투에 밀어 넣는 순간 종이 모서리에 손이 베어버린 이연우에게 화끈거리는 통증이 분노와 뒤섞여 관자놀이로 치밀어 올랐다.고요한 방 안에 그녀의 거친 숨소리만 메아리쳤다.가슴은 마치 뜨겁게 달궈진 납덩이로 채워진 듯 오르내릴 때마다 타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매일 밤낮을 곁에서 함께하고 귓가에 속삭이던 다정한 말들이 아직도 맴도는데 현준 씨는 나를 경계하며 과거를 파헤치고 있었구나.’그때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려 퍼졌다.화면에 강문수의 이름이 뜨자 이연우는 그 이름을 한참 응시하고 나서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전화를 받았다.수화기 너머로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이 비서님, 아직 안 가셨죠? 저 지금 아래층에 있는데 금방 올라가서 서류 가져가겠습니다.”“저 방 대표님 서재에 있어요. 여기로 오세요.”이연우는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답한 후 강문수의 말은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그녀의 시선이 무심히 책상 위에 놓인 방현준의 사진으로 향했다.그의 입가에 맺힌 단정한 미소가 지금 이 순간엔 비웃음처럼 느껴졌다.십분 즘 지났을까, 강문수가 문을 밀치고 들어왔다.샹들리에 불빛이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반짝이게 했고 넥타이는 흐트러진 채 매달려 있었다. 서둘러 달려온 게 분명했다.책상 위에 펼쳐진 자료를 본 순간 강문수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고 목울대가 크게 요동쳤다.“이 비서님, 사실...”“왜 저를 조사한 거예요?”이연우가 의자에서 일어서며 의문스러운 시선으로 강문수를 바라봤다.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탁자 위에 힘껏 내던졌다.쾅 하는 소리에 강문수가 몸을 움찔 떨었다.서류 가방을 움켜쥔 강문수는 난감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이 비서님, 오해하지 마세요. 이건 제 의지로 진행한 거지 방 대표님이랑은 상관없는 일입니다.”강문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손이 하얗게 되도록 주먹을 움켜쥔 이연우는 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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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7화

“이 일에 대해서는 입단속 잘해야 해. 아무 데나 함부로 말하지 마.”아직 진상이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지금, 이연우에게 함부로 사실을 알릴 수는 없었다.“하지만 이 비서님께서 이미 오해하셨는데... 만약 그 일로 화라도 낸다면...”“강문수, 너도 한씨 가문 수단에 대해 잘 알잖아. 일이 끝까지 정리되기 전까지는 단 한마디도 새어나가면 안 돼.”방현준의 목소리에는 단호한 경고가 담겨 있었다.강문수는 못내 불만스러웠지만 결국 그대로 전화를 끊을 수밖에 없었다.방현준은 곧바로 회의를 미루고 전속력으로 베이랜드로 향했다.혹여 이연우가 확인되지도 않은 소식을 듣고 충동적인 행동을 할까 봐 마음은 불안하기 그지없었다.이연우의 집 앞에 도착한 방현준은 문을 두드리려다 멈칫했다.그녀에게 부끄러운 일을 했다는 죄책감 때문인지 정면으로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방현준은 한참이나 망설인 끝에야 벨을 눌렀지만 안에서 아무런 인기척도 들려오지 않았다.어쩔 수 없이 방현준은 비밀번호를 눌러 문을 열었다.문이 열리자 홀로 소파에 웅크린 채 차가운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하는 이연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이연우는 방현준이 들어왔음에도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연우 씨...”방현준이 조심스레 부르며 침묵을 깨려 했지만 돌아온 건 싸늘한 목소리뿐이었다.“방 대표님, 참 여유도 넘치시네요. 회의 도중에도 굳이 제 집에까지 찾아오실 줄은 몰랐어요. 제 집에 뭐가 그리 끌릴만한 게 있다고요.”이연우는 여전히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비아냥 섞인 말투로 응수했다.방현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급히 해명했다.“연우 씨를 조사한 건 다른 뜻이 있어서가 아니에요. 그저 당신의 과거를 더 깊이 알고 싶었을 뿐이에요.”그 말에 이연우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싸늘한 시선과 함께 씁쓸한 웃음이 스쳤다.“방 대표님, 그 말을 하고 나서 본인은 믿기나요?”그녀의 목소리에는 깊은 실망과 의심이 묻어 있었다.“과거를 알고 싶다고 제가 어떻게 보육원에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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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8화

“방현준 씨, 저도 당신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아요. 당신이 지금 보여주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비밀을 감추고 있다는 것도요. 현준 씨가 저한테 잘해주는 거 인정해요. 하지만 왜 저 몰래 뒷조사를 한 거예요? 제가 직접 말해준 것만으로는 부족했어요?”이연우의 얼굴은 놀라울 만큼 평온했다.겉으로는 아무 감정도 없는 듯 보였지만 그녀의 마음속은 이미 거센 파도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숨겨진 진실에 대한 불안, 몰래 뒷조사한 분노 그리고 오해받은 억울함이 뒤섞여 있었다.“연우 씨, 저한테 시간이 많지 않아요. 그래서 제 방식대로 연우 씨를 지킬 수밖에 없었어요.”방현준은 초조한 눈빛으로 이연우를 바라보며 절박함과 단호함을 담아 말했다.그도 자신의 행동이 이연우에게 상처 입힐 수 있다는 걸 알았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F국의 사태는 이미 심각했고 방현준은 자신이 H국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었다.방현준은 빨리 이연우와 함께하며 잃어버린 순간들을 만회하고 싶었다.이연우가 알게 되면 마음이 상할 거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지만 방현준은 다른 위협들이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을까 봐 걱정되었다.“방현준 씨, 다시 물을게요. 정말 더 이상 나한테 숨기는 거 없어요?”이연우는 방현준의 눈빛에서 대답을 찾으려는 듯 그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최근 벌어진 일들로 인해 이연우의 마음속에서 방현준에 대한 인식은 계속 바뀌고 있었다.이연우도 자신이 방현준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의 미소, 그의 눈빛 하나하나가 가슴을 뛰게 했다.하지만 이제 방현준에 대해 알면 알수록 점점 더 알 수 없는 안개 속에 갇히는 기분이었다.이연우는 방현준이 어떤 사람인지, 얼마나 많은 비밀을 숨기고 있는지 종잡을 수 없었다.그녀는 천천히 방현준의 곁에 다가가 주름진 이마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현준 씨, 당신을 좋아한다는 거 인정해요. 하지만 그것도 이제 오늘까지만이에요. 심형빈과의 결혼 생활에서 위기에 빠졌을 때 덕분에 벗어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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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화

방현준은 어두운 얼굴로 무겁게 발걸음을 옮겨 화려하지만 어딘가 쓸쓸한 집 안으로 들어섰다.평소 깊고 날카롭던 눈빛은 먹구름에 뒤덮인 듯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고 굳게 다문 입술은 그가 얼마나 불쾌한지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주위의 공기마저 얼어붙는 듯한 서늘한 기운이 퍼졌다.거실에서 기다리던 강문수는 그 얼굴을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단번에 무언가 잘못됐음을 직감한 그는 조심스럽게 눈치를 보며 말을 꺼냈다.“대표님, 혹시 이 비서님한테 제대로 설명을 못 하신 건가요?”강문수 역시 누군가가 자신을 샅샅이 조사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화가 치밀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하물며 이연우는 고아로, 본래부터 자신의 출신에 예민했다. 그런 그녀에게 이런 사실은 더욱 깊은 상처가 될 수밖에 없었다.“강문수, 당장 이연우가 요즘 누구를 만났는지 조사해!”방현준의 낮고 싸늘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그는 단기간에 이연우의 태도가 이렇게까지 돌변했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방현준은 이연우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이연우의 성격상 그렇게 매몰차게 말할 리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누군가가 중간에서 흔들어 놓은 것이 틀림없었다.순간 그의 머릿속에 정승주가 떠올랐다.최근 H국에 머무르고 있는 정승주가 이 일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알겠습니다.”강문수는 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곧장 움직였다.지금 상황에서 한 치의 실수라도 했다간 평소에도 위압적인 상사에게 돌이킬 수 없는 화를 입을 수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다.강문수가 자리를 뜨자 방현준은 천천히 핸드폰을 꺼내 한참을 망설인 끝에 진태호의 번호를 눌렀다.연결음이 끝나자 그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최대한 담담한 목소리를 내려고 애쓰며 말했다.“아저씨, 여쭤볼 말씀이 있습니다.”“말해 봐.”수화기 너머, 진태호는 단 몇 마디만으로도 그의 심상치 않은 기류를 단번에 감지했다.진태호는 방현준에게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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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화

방현준이 전혀 눈치채지 못한 사이 그의 할머니는 이미 직접 이연우를 찾아갔다.그 사실은 마치 거대한 망치처럼 그의 가슴을 세차게 내려쳤다.그의 머릿속에 늘 자신을 못마땅해하고 방해만 일삼던 정승주가 떠올랐다.‘이 모든 일을 할머니한테 알려 분란을 일으킨 건 결국 그놈이겠지.’“아저씨, 하나만 좀 도와주세요.”...카페 안에는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은은한 커피 향이 공기 속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이연우는 진태호 맞은편에 앉아 복잡하고 체념과 자조가 섞인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정말 집요하네요. 번번이 찾아와 괴롭히다니.”그녀의 목소리엔 피로가 묻어 있었고 끝없는 얽힘에 대한 염증이 짙게 배어 있었다.“이해해 주십시오, 이번엔 오해를 풀고 싶어 찾아온 겁니다.”진태호는 최대한 부드럽게 말하며 상처받은 그녀의 마음을 달래려 애썼다. 눈빛에도 진심이 어려 있었다.“오해라고 할 게 있나요? 저도 저만의 생활이 있으니 이제 그만 찾아와 주세요.”이연우의 목소리는 단호했고 그녀의 태도에는 지독한 피로와 냉기가 담겨 있었다.말을 끝낸 이연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의자가 바닥을 긁으며 내는 날카로운 마찰음이 마치 그녀의 거부감을 대신 말해 주는 듯 울려 퍼졌다.이연우는 단 한마디조차 더 하고 싶지 않은 듯 진태호를 더 이상 쳐다보지도 않고 무심하고 단호하게 걸음을 옮겼다.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진태호는 미간을 찌푸리며 조심스레 목소리를 높였다.“그날 연우 씨를 찾아간 사람은 방 대표님의 할머님이십니다.”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고요한 카페 안에서는 천둥처럼 울려 퍼졌다.이연우의 발걸음이 그대로 굳어 버렸다.“할머니가 손자의 목숨을 걸고 협박했다고요? 분명히 말해둘게요. 제가 이렇게 하는 건 당신들 때문이 아니라 오직 방현준 때문이에요.”그녀는 천천히 몸을 돌려 진태호를 마주했다.붉어진 눈가와 꽉 움켜쥔 두 손이 그녀의 분노와 억눌린 감정을 드러내고 있었다.오랫동안 삼켜온 울분이 결국 터져 나온 순간이었다.“그럼 방 대표님한테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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