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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2 Chapters

제481화

방을 나서자, 서지훈은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밤의 청량한 서늘함이 담긴 공기가 폐 깊숙이 가득 차올랐다가 이내 천천히 빠져나갔다.마치 마음속에 남아 있던 마지막 한 줄기 고민과 집착까지 함께 뿜어져 나온 것처럼 온몸이 한결 가벼워졌고 완전히 내려놓은 사람처럼 보였다.“당신이 아직 연우 씨를 다 잊지 못한 거 나도 알아요.”최나린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목소리는 가라앉아 있었고 애써 감추려 했지만, 말끝에는 여전히 지울 수 없는 쓸쓸함이 배어 있었다.“하지만 아마 앞으로는 더 이상 기회가 없을 거예요.”최나린은 자신이 아직 이 남자의 마음속에 제대로 들어가지 못했다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마음속으로 조용히 결심했다. 어떻게 해서든 좋은 아내의 역할을 해내겠다고, 자신의 부드러움과 선함으로 서지훈 마음속에 있는 겉보기에는 굳건해 보이는 얼음산 같은 벽을 조금씩 녹여 가겠다고 말이다.하지만 서지훈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따뜻한 눈빛으로 최나린을 바라보며 진심 어린 목소리로 담담하게 말했다.“저 이제 미련 같은 건 없어요. 정말이에요. 그냥 연우 씨가 지금 이렇게 행복한 걸 보니까 저도 정말 기뻐요. 사람마다 각자의 인생이 있는 거고 과거는 이미 지나간 거죠. 이제는 예전의 기억에만 매달려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말을 하면서 서지훈은 자연스럽게 최나린의 손을 살짝 잡아당겼다. 그 행동은 마치 굳건한 약속을 전하는 듯했다.“우리 둘은 이미 결혼까지 했잖아요.”서지훈은 최나린의 손을 꼭 쥔 채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당연히 제가 책임지고 잘해야죠. 당신이랑 같이 지내면서 당신이 정말 좋은 여자라는 걸 진심으로 느꼈어요. 착하고, 다정하고, 마음도 잘 헤아려 주잖아요. 앞으로는 더 열심히 당신을 사랑할 거예요. 저는 당신을 행복하게 해 주고 싶어요.”결혼한 뒤로 최나린이 아내로서 보이는 세심한 배려와 보살핌도,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어디 하나 흠잡을 데가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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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2화

전통적인 결혼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신부를 데리러 갈 때 길을 막으며 짓궂게 구는 절차 같은 것들이 없어 신부를 맞이하러 온 행렬은 처음부터 끝까지 막힘없이 이어졌다.시끄럽고 어수선한 결혼식 장난 같은 것도 전혀 없었고 모든 것이 조화롭고 고요했다. 모두가 가장 진심 어린 축복만을 품은 채 이 두 사람이 평생토록 행복하게 함께 걸어가기를 바랄 뿐이었다.방현준은 각종 일을 모두 깔끔하게 정리한 뒤, 더는 기다릴 수 없다는 듯 서둘러 결혼식장으로 향했다.그는 차 안에 앉아 눈빛에는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고 마음은 이미 저 멀리 곧 이연우와 함께 손을 맞잡고 혼인 예식장에 들어서게 될 그곳으로 날아가 있었다.결혼식이 시작되었을 때, 박명주는 화려한 예복을 차려입고 신부 측 상석에 단정하게 앉아 있었다.부모님께 인사를 올리는 순서가 되자 방현준은 공손하게 박명주 앞으로 다가가서 장모님이라고 불렀다. 그 호칭에는 그가 박명주에게 품고 있는 존경심과 감사한 마음이 가득 담겨 있었다.무엇보다 지금껏 박명주가 이연우에게 쏟아 온 사랑은 한없이 깊었기 때문이다.박명주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더니 이내 볼을 타고 주르르 흘러내렸다.그녀는 손을 뻗어 방현준의 손을 꼭 붙잡고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당부했다.“방 서방, 두 사람 사이가 얼마나 끈끈한지는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면서 내가 다 지켜봤어. 나는 자네가 우리 딸을 잘 돌봐 줬으면 해. 그 애는 나한테 아픈 손가락 같은 아이야. 꼭, 꼭 행복하게 해 줘야 해.”“장모님, 걱정하지 마세요.”방현준은 몸을 숙이며 진심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제가 반드시 연우를 행복하게 할 겁니다. 제 평생을 다 바쳐 지킬 거예요. 조금의 서운함도, 조금의 억울함도 느끼지 않게 할게요.”그의 목소리는 크고 또렷했으며 박명주에게만 하는 말이 아니라 이 자리에 모인 모든 하객에게도 엄숙한 서약을 전하는 것처럼 울려 퍼졌다.이어서 나정윤에게 인사를 올리는 순서가 되었다. 나정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고 눈빛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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