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을 나서자, 서지훈은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밤의 청량한 서늘함이 담긴 공기가 폐 깊숙이 가득 차올랐다가 이내 천천히 빠져나갔다.마치 마음속에 남아 있던 마지막 한 줄기 고민과 집착까지 함께 뿜어져 나온 것처럼 온몸이 한결 가벼워졌고 완전히 내려놓은 사람처럼 보였다.“당신이 아직 연우 씨를 다 잊지 못한 거 나도 알아요.”최나린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목소리는 가라앉아 있었고 애써 감추려 했지만, 말끝에는 여전히 지울 수 없는 쓸쓸함이 배어 있었다.“하지만 아마 앞으로는 더 이상 기회가 없을 거예요.”최나린은 자신이 아직 이 남자의 마음속에 제대로 들어가지 못했다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마음속으로 조용히 결심했다. 어떻게 해서든 좋은 아내의 역할을 해내겠다고, 자신의 부드러움과 선함으로 서지훈 마음속에 있는 겉보기에는 굳건해 보이는 얼음산 같은 벽을 조금씩 녹여 가겠다고 말이다.하지만 서지훈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따뜻한 눈빛으로 최나린을 바라보며 진심 어린 목소리로 담담하게 말했다.“저 이제 미련 같은 건 없어요. 정말이에요. 그냥 연우 씨가 지금 이렇게 행복한 걸 보니까 저도 정말 기뻐요. 사람마다 각자의 인생이 있는 거고 과거는 이미 지나간 거죠. 이제는 예전의 기억에만 매달려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말을 하면서 서지훈은 자연스럽게 최나린의 손을 살짝 잡아당겼다. 그 행동은 마치 굳건한 약속을 전하는 듯했다.“우리 둘은 이미 결혼까지 했잖아요.”서지훈은 최나린의 손을 꼭 쥔 채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당연히 제가 책임지고 잘해야죠. 당신이랑 같이 지내면서 당신이 정말 좋은 여자라는 걸 진심으로 느꼈어요. 착하고, 다정하고, 마음도 잘 헤아려 주잖아요. 앞으로는 더 열심히 당신을 사랑할 거예요. 저는 당신을 행복하게 해 주고 싶어요.”결혼한 뒤로 최나린이 아내로서 보이는 세심한 배려와 보살핌도,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어디 하나 흠잡을 데가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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