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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이혼 후의 꽃길: Chapter 241 - Chapter 250

288 Chapters

제241화

이연우의 머릿속은 순식간에 지난번의 그 끔찍한 납치 사건으로 뒤덮였다.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던 절벽, 발밑은 끝이 보이지 않는 낭떠러지였고 온몸을 휘감는 공포에 절망하던 순간 그녀의 시야에 방현준이 나타났었다.그때 그의 존재는 한 줄기 빛처럼 무너져 가던 그녀를 붙잡아 주는 유일한 구원이었고 그 높고 든든한 어깨는 세상의 모든 어둠을 몰아낼 듯 믿음직스러웠다.진태호의 말을 들은 이연우는 순간 멍해졌고 마음속에 파문이 일었다.‘그때부터 진태호를 찾아가 나를 지키려 했던 건가?’“지난번 섬에 갔을 때부터 어르신께서는 도련님의 동향을 전부 알고 계셨습니다.”진태호의 목소리는 마치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낮고 깊게 울려 퍼졌다.가늘게 뜬 그의 눈에 어쩔 수 없는 체념과 아쉬움이 스쳤다.“현준 씨는 한 번도 저한테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없어요.”이연우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중얼거렸다.그녀는 심란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한편으론 자신을 위해 그렇게까지 애써왔던 방현준의 마음에 놀랐고 또 한편으론 자신만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어쩐지 씁쓸했다.‘평범해 보이던 나날들 뒤에서 현준 씨는 많은 걸 혼자 감당해 왔었구나.’“도련님께서는 1년이면 이연우 씨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지난번 F국으로 간 것도 어르신과 직접 얘기해 이연우 씨를 데려가기 위함이었습니다.”진태호의 표정에는 진심 어린 존경이 묻어났다.그때 그가 본 방현준의 눈빛에는 사랑 하나만을 붙잡은 채 모든 것을 걸겠다는 결연함이 담겨 있었다.“하지만 어르신께서 강력히 반대했고 정승주까지 부추겨 도련님을 해치게 했습니다. 크게 다쳤음에도...”진태호는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안타까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제대로 치료조차 받지 못했어요. 이연우 씨가 열로 앓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다음 날 곧장 H국으로 돌아왔으니까요.”그 말을 듣는 순간 이연우의 눈가가 단번에 붉어져 금세 눈물이 고여 터져 나올 듯했다.“저한테는 한 번도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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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2화

진태호는 천천히 한숨을 내쉬었다.그의 눈빛에는 여러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그 안에는 방현준의 앞날에 대한 걱정과 눈앞의 이연우를 객관적으로 살피는 시선이 함께 담겨 있었다.“지금까지 지켜본 바로 이연우 씨는 참 괜찮은 사람이에요.”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마치 자신의 판단을 확신이라도 하듯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도련님께 단 한 순간이라도 마음이 흔들린 적 있습니까?”진태호의 시선은 이연우를 깊이 파고들었다. 마치 그녀의 눈동자 속에서 가장 솔직한 진실을 끄집어내려는 듯 집요했다.사실 이연우가 굳이 입 밖으로 말하지 않아도 진태호는 이미 이연우의 눈빛, 말투, 행동 곳곳에서 방현준에 대한 감정을 알 수 있었다.다만 지나치게 고집스러운 성격 탓에 스스로 인정하지 않을 뿐이었다.“현준 씨는 지금 어디 있어요?”이연우의 눈빛이 순간 급해졌다. 저도 모르게 꽉 움켜쥔 두 손은 마치 마지막 희망을 붙잡으려는 듯했다.“이미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겠네요.”진태호는 또다시 짧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떨궜다.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안쓰러움과 연민이 서려 있었다.이연우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고 대신 결연한 눈빛으로 곧바로 몸을 일으키더니 밖으로 내달렸다.허둥대는 발걸음으로 인해 곁의 탁자와 의자에 부딪칠 뻔했지만 그녀는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이연우는 숨 가쁘게 공항에 도착했다.공항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들려온 건 한 항공편이 곧 이륙한다는 안내 방송이었다.그 소리는 이연우에게 마치 심장을 찍어 내리는 초조한 카운트다운처럼 들려왔다.이연우는 사람들로 붐비는 공항을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익숙한 얼굴을 찾아 두리번거렸다.인파 속에서 방현준을 찾는 일은 막막하고 절망스러웠다.그녀는 마치 거대한 바다 위에 홀로 떠 있는 작은 조각배처럼 막막하고 무력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무엇보다 방현준이 정확히 어느 항공편에 오르는지조차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 그녀를 더욱 불안하게 했다.순식간에 후회가 밀물처럼 몰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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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3화

“현준 씨, 왜... 왜 저한테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어요?”이연우는 눈물이 가득 맺힌 얼굴을 들어 올렸다. 붉게 부은 두 눈에서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렸다.그녀의 목소리는 울음에 젖어 갈라지고 억울함과 자책이 한데 섞여 있었다.이연우는 자신이 까탈스러운 성격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마치 온몸에 가시가 돋은 고슴도치처럼 자신도 모르게 타인을 상처 입히고 결국 자신도 상처를 입는 성격이었다.한때 실패했던 결혼은 마음속 깊은 곳에 지워지지 않는 흉터로 남아 늘 두려움에 물러서게 했고 사랑을 믿지 못하게 만들었다.이연우는 그 악몽 같은 생활을 또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방현준 역시 심형빈처럼 결혼 후엔 바람피우고 밖에서 환락을 찾는 그런 부류일 거로 여겼다.그 때문에 마음속에 특별한 감정이 피어올라도 늘 조심스럽게 눌러 담고 애써 외면하며 방현준과 거리를 두었다.그러나 진태호를 통해 모든 사정을 알게 된 순간 마치 안개가 걷히듯 마음속이 환히 밝아졌다.방현준은 그녀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묵묵히 수없이 많은 일을 해왔다.그 따뜻한 진심이 얼어붙어 있던 그녀의 마음을 조금씩 녹여냈다.“그렇게 많은 걸 한 것도 연우 씨가 저한테 뭘 해주기를 바라서가 아니에요.”방현준은 울음을 멈추지 못하는 이연우를 애틋하게 바라보며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 위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살살 닦아주었다.방현준은 이연우를 쉽게 깨지는 보물처럼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었다.그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는 봄바람처럼 이연우의 마음을 어루만졌다.그는 지금껏 이렇게 무너져 울고 있는 이연우를 본 적이 없었다.홍수처럼 터져 나온 눈물에 방현준의 마음까지 함께 저렸다.이연우는 방현준의 옷깃을 움켜쥔 손을 천천히 풀고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간신히 감정을 추스른 이연우는 결연한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어디로 가려고 했어요? 같이 갈게요.”이연우는 더 이상 도망치지 않겠다고 어떤 일이든 방현준과 함께 맞서겠다고 결심했다.“제가 어디를 가요? 누가 그런 말을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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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4화

“다쳤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어요. 얼른 병원 가요.”이연우는 초조하고 불안한 기색이 가득한 얼굴로 방현준을 바라보았다.두 눈에 담긴 근심은 금방이라도 눈물이 맺힐 듯 애틋했고 그녀는 다급히 손을 뻗어 방현준을 부축하려 했다.그러나 방현준이 그녀를 단번에 끌어안았다.단단한 그의 품은 마치 이연우를 온전히 자기 몸속에 품어 넣으려는 듯했다.귓가에 닿은 목소리는 장난기 어린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연우 씨 품이 병원보다 더 효과 있어요.”그 말과 함께 방현준의 가슴은 설명할 수 없는 충만한 감정으로 차올랐다. 그동안 짓눌렸던 아픔과 괴로움, 풀리지 않았던 긴장감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듯, 오직 따스한 행복만이 남아 있었다.이연우는 방현준과 함께 베이랜드 펜트하우스로 향했다.강문수는 소파에 앉아 두 사람의 어긋난 관계를 떠올리며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그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손을 꼭 잡은 방현준과 이연우가 웃으며 나란히 들어섰다.눈이 휘둥그레진 강문수의 턱은 땅에 닿을 듯이 벌어지고 말았다.그는 한참 입을 뻐금거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대표님, 이 비서님... 두 분...”믿기 힘들고 상상조차 못 했다는 놀라움이 그의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다.“앞으로는 사모님이라 불러.”방현준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태연하게 답하고는 이연우를 소파에 앉혔다.그의 친밀한 행동은 마치 온 세상에 두 사람의 관계를 선언하는 듯 다정했다.강문수는 침을 꿀꺽 삼키며 믿기 힘든 광경 앞에서 더듬거리며 물었다.“대표님, 제가 잘못 들은 거 아니죠? 이 비서님이 더 이상 대표님 원망하시지 않는 거 맞아요?”그는 도저히 믿기 힘들었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날 선 기류가 가득했던 두 사람이 이렇게 다정해질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그래, 원망하지 않아.”방현준은 짧게 답하고는 이연우를 향해 다정한 눈빛을 보냈다.순간 이연우의 볼이 붉게 물들었다. 고개를 숙이며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 모습은 겁먹은 토끼처럼 사랑스러웠다.“대표님, 역시 그때 집을 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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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5화

강문수가 조심스레 문을 닫고 발걸음 소리가 점점 멀어지자 방현준은 더 이상 마음속에서 치솟는 열기를 억누르지 못했다.방현준의 눈빛은 서서히 가라앉으면서 욕망의 불꽃으로 번뜩였고 순식간에 이연우를 부드러운 소파 위로 눕혔다.갑작스러운 기습에 이연우는 놀라 심장이 요동쳤다. 본능적으로 그를 밀어내려 했지만 손끝에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가 스치자 그녀의 동작은 얼어붙고 말았다.“뭐 하는 거예요!”이연우의 목소리에는 놀람과 당황이 뒤섞여 떨리고 있었다.“한밤에 남녀가 단둘이 있는데 내가 뭘 하겠어요?”방현준의 저음 목소리는 한층 거칠고 동시에 묘하게 매혹적이었다.마치 설명할 수 없는 힘이 담긴 듯한 그 말 한마디에 이연우의 가슴은 더욱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방현준의 깊고 어두운 눈빛은 마치 세상에 혼자 남은 이연우를 통째로 삼켜 버릴 듯한 압도적인 힘을 품고 있었다.그 뜻을 모를 리 없는 이연우의 얼굴은 금세 붉게 물들었다.이연우는 사과처럼 빨갛게 익은 볼을 한 채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안 돼요.”작고 나지막한 그 목소리에는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거부 의지가 담겨 있었다.“설마 결혼식 날까지 기다리자는 거예요?”방현준은 천천히 고개를 숙여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뜨겁고 거친 숨결이 피부에 스며들자 이연우는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방현준의 머릿속에는 문득 지난번 이연우가 약에 취했던 순간이 스쳤다.그때 방현준은 강렬한 욕망이 치솟았지만 예민하고 방어적인 이연우를 잘 알고 있어 차라리 차가운 물줄기 속으로 몸을 던져 불타는 갈망을 진정시키면서도 그녀가 원치 않을 일은 끝내 하지 않았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이제 이연우가 온전히 자기 사람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더 이상 감정을 숨길 이유도 감출 필요도 없었다.“그게 아니라...”간지러운 감각에 이연우는 목덜미를 움츠리며 몸을 살짝 뒤로 빼려 했지만 방현준의 뜨거운 숨결은 여전히 그녀를 부드럽게 휘감았다.심장이 두근거리고 피부가 닿는 순간마다 전류처럼 퍼지는 느낌에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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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6화

이연우는 천천히 눈을 떴다. 온몸이 뻐근하고 힘이 빠져 마치 근육 하나하나가 피로를 토로하는 듯했다.무심결에 옆자리를 더듬었지만 이불 속은 이미 비어 있었다.곧바로 머리맡의 핸드폰을 집어 들자 화면이 켜지는 순간 연이은 알림이 쏟아졌다.손가락을 멈추고 자세히 보니 화면에는 이미 백여 개가 넘는 메시지가 쌓여 있었다.발신자는 나정윤, 연희정 심지어 심형빈까지 다양했다.알 수 없는 불안감이 밀려온 이연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가장 먼저 심형빈의 대화창을 눌렀다.[이연우, 너 정말 방현준이랑 사귀는 거야?][왜... 조금만 더 기다려 주지...][연우야, 헤어지고 나랑 다시 만나자. 내가 잘할게. 넌 내 사람이잖아. 다른 사람이랑 같이 있으면 어떡해.] [이연우, 방현준은 좋은 사람이 아니야. 너 잊었어?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심형빈의 말투는 처음의 분노에서 점차 상실감과 슬픔으로 바뀌더니 마치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마지막에는 깊은 후회가 담겨 있었다.심형빈이 이 사실을 어떻게 안 건지 의문스러웠던 이연우는 찌푸린 미간을 풀지 못했다.이연우는 나정윤과의 대화창을 열었다.[연우야, 우리 준이가 또 너 괴롭힌 건 아니지? 내일은 꼭 본가에 와서 밥 먹어.]나정윤의 문자를 본 순간 무언가 자신이 모르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강한 예감에 이연우는 방현준의 인스타를 확인했다.화면 속엔 두 사람이 손을 꼭 맞잡고 있는 사진이 있었다. 그 사진은 마치 온 세상에 두 사람의 애정을 과시하는 것 같았다.게다가 그녀가 잠든 사이 방현준이 부드럽게 입 맞추는 사진도 있었는데 그의 눈빛에는 짙은 애정과 온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두 눈이 휘둥그레진 이연우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다.‘언제 이런 사진을 찍은 거지?’“아야!”몸을 너무 급히 일으킨 탓에 아직 풀리지 않은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왔다.다리에 힘이 빠져 다시 주저앉을 뻔한 순간 이연우는 침대 모서리를 부여잡고 겨우 버텼다.그때 부엌에서 분주히 움직이던 방현준이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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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7화

이연우는 문득 연희정이 보내온 문자를 떠올리며 손을 뻗었다.“잠깐만, 저 문자 하나만 확인할게요. 연희정 변호사가 연락을...”심형빈과 이혼한 이후 연희정과 한마디도 나눈 적이 없었던 이연우는 그녀가 왜 갑자기 연락을 한 건지 궁금했다.그러나 손끝이 화면을 스치기도 전에 핸드폰은 이미 방현준의 손아귀에 들어가 있었다.“그 여자 문자는 신경 쓰지 마.”방현준의 단호한 말투에 이연우는 눈을 크게 떴다.“네?”이연우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방현준이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의아해했다.“그 사람... 사실은 내 사촌 누나야.”방현준은 담담하게 말하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뭐라고요?”그 말에 이연우는 충격을 금치 못했다.멍하니 방현준을 바라보는 이연우의 머릿속에 연희정과의 만남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순간 모든 게 우연이 아니라 방현준의 계획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현준 씨, 그때부터 모든 걸 계획하고 있었던 거예요?”그녀는 헛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저었다.‘마치 거대한 덫에 걸려든 작은 사냥감 같네. 언제인지도 모르게 현준 씨가 정교하게 엮은 그물 속에 빠졌네.’이연우는 체념한 표정으로 침대 머리맡에 기대앉으며 반쯤 농담, 반쯤 진심으로 내뱉었다.“현준 씨, 지금이라도 헤어지면 늦지 않은 거겠죠?”장난기 섞인 그녀의 눈빛에는 방현준의 반응을 기대하는 기색도 살짝 엿보였다.“늦었어. 이제 후회해도 소용없어.”말을 마친 그는 옆에 두었던 옷가지를 집어 들어 직접 이연우에게 하나하나 입혀주었다.부드럽고 능숙한 움직임은 마치 어린아이를 돌보는 아버지 같았다.옷을 다 입은 뒤 방현준은 이연우의 손을 잡고 밖에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발걸음을 옮기자마자 코끝을 스치는 고소하고 진한 음식 냄새가 그녀의 감각을 사로잡았다.그 향기에 이연우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고 눈을 반짝이며 식탁 위를 살폈다.식탁 위에는 여러 가지 정성스러운 요리가 놓여 있었고 각 요리는 마치 예술 작품처럼 색감이 화려하고 먹음직스러웠다.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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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8화

방현준은 부엌으로 들어가 정성스레 국을 덜어 이연우 앞에 내왔다.이연우는 반쯤 드러난 그의 몸은 애써 외면하고 바쁘게 움직이는 뒷모습을 보며 방현준이 멋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단정한 어깨선과 여유로운 몸짓에서 성숙한 남자의 매력이 고스란히 풍겨 나와 그녀의 마음 한구석을 따뜻하게 물들였다.그 순간 적막한 공간을 깨뜨리는 맑은 초인종 소리가 울려 퍼졌다.평온하던 분위기가 단숨에 흔들리며 이연우는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이연우는 부스스한 머리카락을 대충 정리한 뒤 문 앞으로 다가가 인터폰을 확인했다.문밖에 서 있는 사람이 다름 아닌 연희정이라는 것을 발견한 이연우는 그대로 굳어버렸다.연희정은 여전히 개성 넘치는 모습이었다.거칠게 땋아 올린 드레드 헤어, 시크한 가죽 재킷, 불안한 듯 문 앞을 서성이는 발걸음까지 그 표정엔 심상치 않은 긴장감이 묻어 있었다.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이연우는 얼른 고개를 돌려 방현준에게 방으로 돌아가 옷을 입으라고 재촉했다.방현준이 재빠르게 방문을 닫는 걸 확인한 뒤 이연우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천천히 문을 열었다.문이 열리자마자 연희정은 바람처럼 안으로 들이닥쳤다.무슨 단서라도 찾는 것처럼 연희정의 시선은 예리한 칼날처럼 곧장 이연우에게 꽂혔다.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날카롭게 훑던 눈빛은 곧 이연우의 목덜미에 고정됐다.하얀 살결 위에 선명하게 찍힌 붉은 자국은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내며 단번에 연희정의 눈길을 사로잡았다.“연우 씨, 그렇게 쉽게 무너지면 어떡해요? 방현준 그 자식이 혹시라도 연우 씨 괴롭힌 건 아니죠?”연희정의 목소리는 놀람과 질책 그리고 걱정이 한꺼번에 섞여 터져 나왔다.연희정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이연우 얼굴은 금세 붉게 달아올랐고 머릿속은 하얗게 비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조차 잡지 못했다.“그게...”범접할 수 없는 기세에 이연우는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하는 걱정이 들었다.“언니, 일단 들어와서 앉으세요.”이연우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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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9화

“그 자식은?”연희정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거실 구석구석 훑으며 방현준의 그림자를 찾았다.그러나 정작 방현준은 보이지 않았다.“안에서 옷 갈아입고 있어요.”이연우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살짝 숙이며 답했다.그러고는 무의식적으로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목덜미의 붉은 자국을 가리려 했다.연희정은 그런 그녀를 잠시 주시하더니 얼굴을 굳히고 가까이 다가왔다.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엔 경계심이 묻어 있었다.“연우야, 요즘 심형빈 조심해. 정말 예측 못 할 짓을 저지를 수도 있어.”연희정의 목소리에는 은근한 긴장감이 묻어 있었다.마치 심형빈을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폭탄처럼 여기는 듯했다.사실 지난번 사건 이후 연희정은 사람을 붙여 심형빈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었다.그리고 오늘 오후 방현준이 올린 인스타를 본 심형빈이 불같이 화를 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연희정은 심형빈의 성격상 오래 참지 못하고 머지않아 방현준과 이연우 앞에 나타나 분란을 일으킬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알겠습니다.”겉으로는 담담하게 답했지만 속으론 복잡한 생각이 얽혔다.‘이혼 후에 왜 이제 와서 후회하는 걸까? 애초에 그렇게 매정하게 배신하고 다른 여자들과 어울릴 땐 오늘 같은 날이 올 거란 생각조차 하지 못한 걸까?’그때 방문이 열리며 방현준이 걸어 나왔다.연희정을 본 그는 불쾌한 듯한 눈빛을 한 채 싸늘하게 내뱉었다.“여긴 왜 왔어.”“좋은 말로 할 때 충고 하나 해줄게. 한 번 저지른 일은 책임져야 해. 너희 부모님이 이미 협의서를 준비해 뒀어.”연희정은 전혀 기죽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용건을 말했다.그녀는 두 팔을 가슴 앞에 꼰 채 경계 어린 눈빛으로 방현준을 경고하듯 바라보았다.“혼전 협의서 말씀이죠?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돈 있어요. 절대 방씨 가문 재산에 눈독 들일 일은 없을 거예요.”웃으며 말하는 이연우의 말투에는 당당함과 담백한 진심이 담겨 있었다.이연우는 방씨 가문과 같은 재벌가는 당연히 재산 문제에 신중할 테니 혼전 계약은 필수일 거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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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0화

이연우의 등장으로 방씨 가문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그들 눈엔 그녀가 마치 집안을 구원한 은인처럼 비쳤다.그래서 이번 서류는 단순한 협의서가 아니라 감사와 인정의 증표였다.이연우는 손에 쥔 서류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벅찬 감정이 마치 파도처럼 몰려와 그녀를 휘몰아치는 듯했다.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눈동자에는 흥분이 반짝였다.그 문서가 의미하는 것은 단순히 막대한 재산이 아니라 방씨 가문에서 방현준과의 관계를 인정하고 지지한다는 증거였다.그녀는 크게 심호흡하며 마음을 가라앉히려 애쓴 뒤 주저하지 않고 펜을 들어 사인했다.사인을 마치고 고개를 든 이연우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졌다.눈은 초승달처럼 휘어지고 입꼬리가 활짝 올라가며 온몸에서 행복한 기운이 흘러나왔다.“현준 씨, 앞으로 조심해요. 바람이라도 피우면 그 순간 빈털터리가 되는 거예요.”이연우는 반쯤 장난 섞인 목소리로 말하며 짐짓 귀엽게 으스댔다.“알았어.”방현준은 다정하게 웃으며 애정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그는 이연우에게 다짐이라도 하듯 손을 꼭 잡았다.이연우가 전부였던 방현준은 바람 같은 건 애초에 생각한 적도 없었기에 협의서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좋아. 내 임무는 이제 끝. 두 사람도 얼른 쉬어.”연희정은 행복해 보이는 두 사람을 보며 안도한 미소를 지었다.문 쪽으로 걸어가던 그녀는 문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방현준을 바라보며 일부러 헛기침하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절제 좀 해.”말을 마친 연희정은 의미심장하게 이연우를 흘깃 보고는 나갔다.이연우의 얼굴은 단숨에 달아올라 잘 익은 사과처럼 붉어졌다.부끄럽고 민망한 마음에 이연우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두 사람을 바라보지도 못하며 어쩔 줄 몰라 했다.방현준은 체념한 표정으로 웃음을 흘리고 멀어져가는 연희정의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살짝 저었다.다음 날 아침 창문으로 부드럽게 스며든 햇살이 이연우의 얼굴을 비췄다.천천히 눈을 뜬 이연우는 활기찬 기분을 느꼈다.어제 있었던 일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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