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우는 방현준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귀찮게 굴던 남지혜를 피해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발코니로 향했다.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물었다.“방 대표님, 아까 뭐라고 하셨어요?”방현준이 다시 입을 열었다.“연우 씨, 저 F국에 좀 다녀와야겠어요.”“출장이세요? 짐 챙겨드릴까요?”이연우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라 호기심이 일었다.“괜찮아요. 사흘 동안만 자리를 비울 테니까 회사 좀 부탁해요.”방현준의 목소리에서는 감정을 전혀 읽을 수 없었다.고개를 끄덕인 이연우의 마음속에 알 수 없는 불안이 스며들었다.이번 출장이 단순한 일만은 아닌 것 같은 예감이 자꾸만 들었다.“방 대표님!”이연우의 목소리에는 긴장과 기대가 섞여 있었다.“네?”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이번 출국은 업무 때문인가요?”혹시 방현준에게서 좋지 않은 소식을 들을까 봐 걱정스러웠던 이연우가 조심스레 물었다.“그렇다고 할 수 있죠. 금방 돌아올 테니 잘 지내고 있어요.”방현준의 목소리에는 부드러움이 묻어 있었지만 이연우는 어딘가 모르게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그 말을 끝으로 방현준은 전화를 끊어버렸고 이연우는 홀로 서서 불안한 마음을 달래려 애썼다.이연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손가락으로 생각 없이 화면을 넘겼다.결국 게임 화면으로 돌아갔지만 이미 캐릭터는 죽어 조용히 누워 있었다.마치 그녀를 비웃고 있는 것만 같았다.“멍하니 뭐 해, 얼른 다음 판 하자고!”남지혜의 목소리가 이연우의 잡념을 끊어냈다.“지혜야, 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이연우가 고개를 들고 남지혜를 바라보며 물었다.“뭔데?”남지혜가 핸드폰을 내려놓고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강문수 씨, 해외에 왜 간 건지 알아?”이연우는 회사에 들어온 지 한 달이 넘었지만 해외 프로젝트 얘기는 들은 적이 없었다.강문수의 갑작스러운 출국은 그녀를 당황하게 했고 방현준의 출국 소식은 더욱 의구심을 키웠다.‘혹시 나한테 뭔가 숨기는 거라도 있나?’“진양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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