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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이혼 후의 꽃길: Chapter 211 - Chapter 220

288 Chapters

제211화

“손 대표님, 너무 과찬이세요. 다 회사 생각해서 한 일인데 주미애 씨를 누가 데려왔는지는 중요하지 않죠.”뒤쪽에 앉아 있던 소예린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담담한 말투였지만 어딘가 의미심장한 뉘앙스를 담고 있었다.겉으로는 회사를 위하는 말 같았지만 사실은 이연우가 주미애를 섭외한 게 아니라는 점을 은근히 짚으며 이연우의 능력을 깎아내리려는 말이었다.방현준은 그 말을 듣자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미소 지었다.“소 부장님 말도 일리가 있어요. 우리 이 비서는 주미애 정도로 만족하지 못하거든요.”자신만만한 그의 말투에는 이연우가 남들과 다르다는 확신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옆에 앉아 있던 심형빈은 대화 내용을 듣고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그의 눈빛에는 불만과 걱정이 가득했다.‘방현준 회사에서 고생을 많이 했나 보네. 방현준은 뭐 하는 놈이길래 연우가 그런 대접을 받는데 가만히 있는 거야?’심형빈의 가슴속에서는 이유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늘 이연우를 소중한 존재로 여겨왔던 심형빈은 그녀가 어떤 모멸이나 억울함을 당하는 걸 결코 용납하지 못했다.“방 대표님, 만약 연우가 계속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면 제가 언제 스카우트해 가버릴지 모릅니다.”그 한마디는 마치 날 선 칼처럼 방현준을 겨누었다.이연우가 남 밑에서 억눌리는 꼴은 더 이상 눈 뜨고 볼 수 없다는 그의 단호한 태도가 여실히 느껴졌다.곁에 있던 손윤재는 난감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그는 말 한마디가 분위기를 한순간에 얼어붙게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지금 다들 무슨 관계지? 저 소예린이라는 여자는 또 뭘까? 이 비서랑 원한이라도 있나?’눈앞의 판국을 어찌 수습해야 할지 답이 보이지 않았던 손윤재는 머리가 지끈거렸다.무대 위에서는 런웨이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모델들이 화려한 의상을 입고 등장하며 디자이너들의 개성과 정교한 손길을 뽐냈다.드디어 마지막 작품 차례가 다가왔다.그 시각 주미애는 소예린 옆자리에 앉아 무대를 주시하고 있었다.그녀의 눈빛에는 호기심과 질투가 섞여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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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2화

염다은의 우아한 기품과 독보적인 매력은 의심할 여지 없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될 만했다.가장 젊은 영화제의 여왕으로 불리는 염다은은 늘 겸손했고 대중 앞에 쉽게 모습을 드러내는 법이 없었다.수많은 브랜드 행사에서 그녀를 초청하려 애썼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았고 오히려 그녀의 신비롭고 절제된 태도가 매력을 더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곤 했다.‘도대체 진양그룹에서 얼마를 쏟아부었길래 염다은을 무대 위로 불러낼 수 있었을까?’주미애는 염다은을 본 순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그녀는 이연우가 염다은을 초청할 수 있으리라곤 꿈에도 생각 못 했다.자신이야말로 이 자리에 모인 모델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이라 여겼고 이미 진양그룹과의 계약은 따 놓은 당상이라 자부하고 있었기에 그 충격은 더 컸다.하지만 느닷없는 강적의 등장으로 순식간에 자신감이 흔들리고 마음속에는 상실감과 불안이 번졌다.소예린의 얼굴은 한층 더 어두워졌다.‘이연우는 무슨 수단을 썼길래 저 정도 급의 스타를 불러낼 수 있었던 거지?’염다은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인데 이연우가 초대했다고 무대에 섰다는 게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납득할 수 없는 상황에 소예린의 마음은 곧 좌절과 분노로 뒤엉켰다.무대 옆에서 지켜보던 주최 측 손윤재는 염다은이 등장하는 순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그는 감탄을 감추지 못한 채 방현준에게 말했다.“방 대표님, 어쩐지 아까 이 비서님 눈이 높다고 하시더니 이런 대단한 분이 오실 줄이야. 진양그룹의 저력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방현준은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그건 우리 진양그룹 덕분이 아니라, 이 비서의 공이죠.”그 말은 사실이었다.이번 일에 방현준은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모든 것은 오로지 이연우의 노력으로 얻어진 결과였다.“대표님께선 참 훌륭한 비서를 두셨네요.”손윤재의 감탄은 진심 어린 것이었다.앞쪽에 서 있던 소예린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속이 더 뒤틀렸다.질투는 독사처럼 그녀의 얼굴에 스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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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화

그 말이 떨어지자 회장 안의 공기가 단번에 얼어붙은 듯 긴장감이 감돌았다.사람들은 웅성거리며 서로 속삭였고 조금 전까지 환호로 가득했던 공간은 순식간에 의혹과 불안의 기운으로 뒤덮였다.갑작스러운 이의 제기는 마치 구름이 태양을 가려버린 듯 무겁고 음울한 기운을 몰고 왔다.손윤재의 얼굴에도 당혹스러움이 스쳤다.손에 쥔 수상자의 명단을 확인하고 이의를 제기한 자를 본 손윤재는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사실 염다은이 입은 드레스를 자세히 보면 윌리엄 마스터의 스타일과 비슷하기는 했다.특유의 날렵한 재단, 섬세한 공정, 독창적인 디자인 철학은 윌리엄 마스터의 작품을 떠올리기 충분했다.심지어 완성된 옷의 세부 디테일까지도 그의 스타일과 흡사해 보였기에 사람들의 의심은 더욱 짙어졌다.“세상에... 염다은도 속은 거 아니야? 이 디자인 누가 제출한 거야?”누군가 놀라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에는 놀라움과 의문이 가득했고 그 말은 곧 더 큰 웅성거림을 불러왔다.“그러니까! 이런 자리에서 표절이라니... 자기 명성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거잖아!”분노와 실망이 뒤섞인 목소리가 이어지자 웅성거림은 점점 거세졌다.바야흐로 폭풍의 전조가 피어나는 듯했다.그때 이연우가 마치 염다은을 위로해 주려는 듯 그녀의 손을 잡고 걸어 나왔다.염다은의 얼굴에는 당황이나 두려움은 전혀 없었고 흔들림 없이 서 있었다.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그녀에게 이런 일은 대수롭지 않았다.진실은 반드시 드러나리라는 확신이 그녀를 굳건하게 지탱하고 있었다.“이 비서님, 설명 좀 해야 하지 않습니까? 어째서 이 작품이 윌리엄 마스터의 스타일과 똑같은 겁니까? 혹시 원고를 도용한 건 아닌가요?”남자의 목소리는 노골적인 도발과 불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진양그룹 대표의 비서가 이런 기본조차 챙기지 못한다면 이는 곧 방현준에게 치욕을 안기는 것이나 다름없었다.이 장면을 지켜보던 소예린은 입가의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앞으로 나서더니 조용히 속삭였다.“방 대표님, 나서서 이 비서님을 좀 도와드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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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화

소예린의 말은 방현준과 심형빈 사이에 불을 지펴 더 큰 갈등을 유발해 이연우를 곤경에 몰아넣으려는 수작이었다.무대 위에 선 이연우는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사회자의 마이크를 받아 들고 자신을 향해 의혹을 제기한 남자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제가 윌리엄 마스터의 작품을 도용했다고 말씀하셨죠? 증거 있나요?”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힘 있었고 눈앞의 질책에도 전혀 동요하는 기색이 없었다.“무슨 증거가 필요합니까. 윌리엄 마스터의 스타일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옷의 디자인이며 도안이 너무도 흡사하니 누가 봐도 표절이라 의심할 만하죠.”남자는 속에 불만을 품고 이연우를 곤경에 몰아넣을 생각으로 말했다.그의 목소리에는 비난과 의혹이 가득 실려 있었고 이미 이연우의 잘못을 단정 짓는 듯했다.“그러니까, 단지 비슷해 보인다는 이유로 의혹을 제기하신 거군요. 실질적인 증거는 없다는 말씀이죠?”이연우는 다시금 질문을 던졌다. 여전히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모습은 오히려 듣는 이들을 압도했다.이연우는 고개를 들어 주최 측을 바라보며 담담히 입을 열었다.“의혹이 맞습니다. 이 작품은 실제로 윌리엄 마스터의 작품입니다.”그 말이 떨어지자 회장은 폭발하듯 술렁였다.곳곳에서 놀람과 불신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분위기는 순간 혼돈에 빠졌다.“세상에... 저 여자가 직접 인정할 줄은 몰랐네. 진양그룹을 곤경에 빠뜨리려는 건가?”누군가 충격에 찬 외침을 터뜨렸다.“방 대표님께서 왜 저런 비서를 고용했는지 모르겠네요. 이건 회사 명성을 무너뜨리는 짓이잖아요.”또 다른 사람은 방현준의 선택을 비난하며 이연우의 행동이 회사를 큰 위기에 빠뜨릴 거라고 단정했다.“저 여자는 원래 심성그룹에서 일하던 사람이에요. 무슨 이유인지 진양그룹으로 옮겨온 거죠.”누군가는 이연우의 과거를 들춰내며 더 많은 화제를 끌어내려 했다.“그럼 결국 심성그룹에서 버림받고 진양그룹으로 온 거네. 방 대표님도 참 재수 없으시다!”마지막으로 터져 나온 말에는 노골적인 조롱과 빈정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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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5화

“다른 사람이 못한다고 해서 제가 못한다는 법은 없죠. 다른 사람들의 어리석음은 오히려 우리 진양그룹의 영민함을 더 돋보이게 할 뿐입니다.”이연우가 마이크를 든 채 무대를 바라보며 나직하게 불렀다.“윌리엄 마스터, 무대로 올라와 주시겠어요?”그 순간, 지한겸이 천천히 무대 뒤에서 걸어 나왔다.심사위원석은 물론 관객석까지 순식간에 술렁였다.“진짜 윌리엄 마스터잖아? 어떻게 돌아온 거지? 분명 심사위원으로는 불참한다고 했는데!”“그럼 이연우 씨 말이 사실이었던 거야? 이 작품은 정말 윌리엄 마스터의 손에서 나온 거네.”“두 사람 무슨 사이지? 이렇게 쉽게 불러낼 수 있다고?”“이 비서랑은 상관없이 방 대표님이 거액을 들여 모셔 온 게 아닐까?”만약 진양그룹이 윌리엄과 협력한다면 얼마를 써도 남는 장사일 것이다.‘방현준이 이런 큰 판을 벌일 줄이야...’무대 위에 선 남자를 바라보던 소예린의 얼굴에 순간 놀라움이 스쳤다.이연우가 정말로 윌리엄 마스터를 모셔 올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소예린은 이번 표절 소동을 기회 삼아 이연우를 무너뜨릴 심산이었지만 결과는 되려 자신이 덫에 걸려든 꼴이었다.뒤에서 이연우가 무심하게 굴던 모습이 떠올랐다.그 모든 게 연막이었다는 걸 깨달은 소예린은 두 주먹을 세게 움켜쥐었다.손톱이 살을 파고들었지만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소 부장님, 이제 뭐라 하실 겁니까?”심형빈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며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소예린은 말문이 막힌 채 얼굴이 붉어졌다.“방 대표님, 사내 갈등이 꽤 심각하군요. 대표로서 그것도 몰랐나 봅니다?”심형빈은 의미심장한 말투로 방현준을 향해 말했다.방현준은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았지만 뒤편의 소예린은 불안에 휩싸였다.그 모습을 바라본 이연우는 속으로 은근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처음부터 소예린이 표절 문제를 이용할 거라 짐작했기에 대기실에서 일부러 무심한 척 연기를 한 것이었다.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한 장치였는데 결국 소예린 스스로 그 덫에 걸려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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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6화

지한겸은 방금 작품을 의심했던 남자를 바라보며 환히 웃었다.“제 작품을 그만큼 잘 알고 있어 줘서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노력해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고 상을 받길 바랍니다.”남자의 얼굴에 감출 수 없는 감격이 번졌다.“인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하겠습니다.”이곳의 디자이너들 대부분은 윌리엄을 우상으로 삼고 있었고 평소엔 얼굴 한번 보기도 힘든데 이번엔 그의 칭찬까지 얻었으니 감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원래는 소예린의 계략에 빠져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뜻밖의 행운을 얻은 셈이었다. 그는 끝나고 나면 반드시 소예린에게 감사 인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제 여동생은 워낙 착해서 남이 머리 위에 올라타도 반격하지 않는 성격이에요. 앞으로는 오빠인 제가 잘 지켜줘야겠네요.”지한겸은 그렇게 말하며 방현준에게 시선을 던졌다. 그 말투는 어딘가 의미심장했다.곧이어 그는 긴 팔을 뻗어 이연우를 품에 안았다.그 행동에 사람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윌리엄이 돌아온 이유가 거액 때문이 아니라 이연우가 억울하게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이연우는 미소를 띠며 마이크를 받아서 들었다.그 눈빛엔 지혜와 굳은 의지가 반짝였다.“저는 디자인이란 물건에 영혼을 불어넣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디자이너들의 피와 땀이죠. 그런데 누군가는 지름길을 택해 남의 작품을 훔쳐 대회에 내놓으려 합니다.”그 말에는 분명한 경멸과 분노가 담겨 있었고 이연우의 시선은 소예린 쪽으로 향했다.소예린은 순간 얼굴이 굳어졌고 눈빛에는 불안함과 두려움이 가득했다.이연우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오늘 진양그룹을 대표해 이 자리에 설 수 있어 큰 영광입니다. 저는 모든 디자이너가 초심을 잃지 않고 각자 최고의 작품을 내놓기를 바랍니다.”당당하고 힘찬 목소리는 마치 모든 디자이너에게 용기를 불어넣는 듯했다.그 순간 이연우는 무대 위에서 빛을 발하며 자신감과 매력으로 모두를 압도했다.방현준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무대 위 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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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화

디자인 대회가 끝나자 현장은 곧바로 열기로 가득 찼다.관객들은 일제히 무대 중앙으로 몰려들었고 기자들의 플래시가 쉴 새 없이 터지며 이 감격스러운 순간을 기록했다.방현준과 지한겸은 대회의 핵심 인물이어서 자연스럽게 모든 시선이 그들에게 쏠렸다.인터뷰가 끝난 뒤 방현준은 기자들에게 간단히 인사를 하고는 서둘러 회사로 향했다.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그의 얼굴은 싸늘히 굳어졌다.그는 바로 소예린을 불러들였다.소예린은 연락을 받고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서자 방현준은 창가에 서서 그녀를 등진 채 무표정으로 서 있었다.“대표님, 부르셨습니까?”소예린이 조심스레 물었다.천천히 몸을 돌린 방현준이 그녀를 꿰뚫듯 직시했다.“소 부장님, 진양그룹에 온 지 얼마나 됐죠?”소예린은 잠시 멈칫하다가 답했다.“6년 됐습니다.”대학을 갓 졸업하고 스물몇 살에 이곳에 들어와 벌써 6년이 흘렀다. 그 시간 동안 소예린은 묵묵히 방현준만을 바라보며 달려왔다.“그동안 회사에 있으며 어땠나요?”방현준의 질문이 이어졌다.소예린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대표님께서 늘 잘 대해 주셔서 너무 만족하며 지냈습니다.”‘오늘 웬일로 이런 질문을 하는 거지?’“그래요?”방현준은 짧게 웃었지만 곧 냉기가 스며든 목소리가 이어졌다.“그런데 왜 배은망덕한 짓을 한 겁니까?”그 말에 소예린은 놀라 고개를 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서둘러 해명했다.“그런 적 없습니다. 제가 어떻게...”방현준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는 소예린의 마음속에 두려움이 일었다.“변명할 필요 없습니다.”탁.방현준은 소예린을 한번 힐긋 보고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그녀 앞에 내던졌다.떨리는 손으로 서류를 집어 드니 안에 들어있는 건 소송장이었다.가슴속에 절망이 밀려든 소예린은 자신이 도대체 뭘 잘못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윌리엄이 말하길 우리 회사 디자이너들이 여러 번 윌리엄의 작품을 도용해 대회에 출전했다고 하더군요. 그 직원들은 모두 소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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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화

방현준의 표정이 순식간에 싸늘하게 굳었다. 겨울의 빙하처럼 차가운 눈빛은 보는 이로 하여금 등골이 오싹하게 했다.“절 좋아한다고요? 절 좋아하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런 짓을 저질렀나요? 이 비서가 제 옆에 있으니까 오석훈이랑 짜고 약을 먹인 건가요?”소예린의 행동이 워낙 눈에 띄어 방현준은 이미 연회 때 소예린을 의심한 적이 있었다.하지만 그는 지금까지 참아왔었다.성실하게 일해 온 소예린이 그런 치사한 짓을 했을 리 없다고 믿고 싶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자신이 사람을 잘못 판단했다는 생각이 들며 그는 크게 실망했다.소예린의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고 그녀의 가슴은 의문과 공포로 가득 찼다.‘도대체 이 일을 어떻게 알게 된 거지? 오석훈이 전부 떠안아서 깨끗이 빠져나왔는데 어떻게 조사한 거지?’“소예린 씨, 남이 모르게 하고 싶거든 애초에 하지 말라는 말 들어봤나요?”차가운 방현준의 목소리는 날카로운 칼날처럼 소예린의 심장을 찔렀다.“다 대표님을 위해서였어요! 이연우는 이혼한 적 있는 여자인데 왜 그런 여자를 좋아하는 거예요? 뒤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입방아를 찧는지 알고 있나요? 제가 대표님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왜 저는 안 되는 건데요?”소예린은 억울함과 분노가 뒤섞인 목소리로 외쳤다.‘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바쳤는데... 돌아온 건 뭐지? 왜 이 남자는 이렇게 무정한거지?’“소예린 씨,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나 보네요. 제 마음속에서 당신은 이연우의 발끝에도 못 따라가요.”방현준은 차갑게 말했다.그의 시선에는 혐오와 경멸이 가득했다.“짐 싸서 나가세요. 제가 직접 여자한테까지 손대게 하지 마시고요.”말을 마친 방현준은 소예린을 한번 경멸스럽게 바라본 뒤 자리를 떴다.사람을 좋아하는 건 잘못이 아니지만 사랑 때문에 무슨 짓이든 해서는 안 된다.그가 이연우의 실종을 먼저 알아차리지 못했다면 결과는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끔찍했을 것이다.소예린의 행동은 이미 범죄에 해당했다.그녀가 수년간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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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9화

사무실에 들어선 이연우는 의아한 표정으로 방현준을 바라보며 물었다.“방 대표님, 소예린을 혼내신 거예요?”방현준은 차갑게 답했다.“해고했어요.”이연우는 잠시 멈칫하더니 금세 말을 이었다.“굳이 그럴 필요까지야 있나요? 회사에서 저한테 좀 불편하게 굴긴 했지만 그래도 실력 있는 사람이잖아요. 게다가 저렇게 예쁘고 능력까지 있는 사람 흔치 않잖아요. 너무 가혹하신 것 같아요.”하지만 이어진 방현준의 말에 이연우는 눈이 휘둥그레졌다.“지난번 구씨 가문 연회에서 소예린이 오석훈과 짜고 이 비서에게 약을 탄 거예요.”그 말에 분노가 치밀어오른 이연우는 상의를 걷어 올리며 욕설을 내뱉었다.“젠장. 감히 나를 건드려? 가만두지 않을 거야!”‘소예린은 같은 여자로서 남의 명예를 짓밟는 짓을 하면서 대체 무슨 쾌감을 느낀 걸까?’“됐어. 이미 해고했으니까 손대면 네 손만 더럽혀지는 거야.”옆에 있던 지한겸이 급히 말리며 이연우의 화를 가라앉히려 했다.방현준 역시 그녀의 손을 꽉 잡아 충동적으로 나서지 않도록 막았다.이연우는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지만 마음속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문밖에서 만날 때까지만 해도 불쌍하다 여겼는데 곰곰이 생각하니까 불쌍한 건 나잖아요! 젠장... 겉으로는 그럴듯한 척하면서 뒤로는 그렇게 더럽게 구네. 해고돼도 싸지. 퉤!”평소 소예린의 위선적인 얼굴을 떠올리자 이연우는 역겹다는 생각까지 들었다.온화하고 친절해 보이던 소예린이 이렇게 치사하고 비열한 짓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이연우는 회사에서 당했던 수많은 부당한 상황과 겉으로는 우연처럼 보였던 방해와 트집들이 사실은 모두 소예린의 계획이었음을 깨달았다.생각할수록 울분이 치밀었고 소예린에 대한 혐오와 분노는 더욱 깊어졌다.해고된 건 소예린 혼자만이 아니었다. 그동안 그녀의 아부꾼으로 따라다니던 몇몇 직원들도 함께 잘려 나갔다.그동안 남의 아이디어와 작품을 훔쳐 성과를 올린 그들의 비윤리적 행위는 업계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었다.결국 업계 전체의 철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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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0화

이연우는 방현준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귀찮게 굴던 남지혜를 피해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발코니로 향했다.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물었다.“방 대표님, 아까 뭐라고 하셨어요?”방현준이 다시 입을 열었다.“연우 씨, 저 F국에 좀 다녀와야겠어요.”“출장이세요? 짐 챙겨드릴까요?”이연우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라 호기심이 일었다.“괜찮아요. 사흘 동안만 자리를 비울 테니까 회사 좀 부탁해요.”방현준의 목소리에서는 감정을 전혀 읽을 수 없었다.고개를 끄덕인 이연우의 마음속에 알 수 없는 불안이 스며들었다.이번 출장이 단순한 일만은 아닌 것 같은 예감이 자꾸만 들었다.“방 대표님!”이연우의 목소리에는 긴장과 기대가 섞여 있었다.“네?”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이번 출국은 업무 때문인가요?”혹시 방현준에게서 좋지 않은 소식을 들을까 봐 걱정스러웠던 이연우가 조심스레 물었다.“그렇다고 할 수 있죠. 금방 돌아올 테니 잘 지내고 있어요.”방현준의 목소리에는 부드러움이 묻어 있었지만 이연우는 어딘가 모르게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그 말을 끝으로 방현준은 전화를 끊어버렸고 이연우는 홀로 서서 불안한 마음을 달래려 애썼다.이연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손가락으로 생각 없이 화면을 넘겼다.결국 게임 화면으로 돌아갔지만 이미 캐릭터는 죽어 조용히 누워 있었다.마치 그녀를 비웃고 있는 것만 같았다.“멍하니 뭐 해, 얼른 다음 판 하자고!”남지혜의 목소리가 이연우의 잡념을 끊어냈다.“지혜야, 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이연우가 고개를 들고 남지혜를 바라보며 물었다.“뭔데?”남지혜가 핸드폰을 내려놓고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강문수 씨, 해외에 왜 간 건지 알아?”이연우는 회사에 들어온 지 한 달이 넘었지만 해외 프로젝트 얘기는 들은 적이 없었다.강문수의 갑작스러운 출국은 그녀를 당황하게 했고 방현준의 출국 소식은 더욱 의구심을 키웠다.‘혹시 나한테 뭔가 숨기는 거라도 있나?’“진양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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