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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이혼 후의 꽃길: Chapter 221 - Chapter 230

288 Chapters

제221화

남지혜는 허리를 곧게 피고는 이연우의 어깨를 잡고 드물게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연우야, 친구로서 하는 말인데. 전에도 내가 여러 번 말했잖아. 지나간 감정의 그늘에서 진짜로 벗어나려면 새로운 시작을 용기 있게 맞이해야 한다고. 잘 생각해 봐. 심형빈을 떠올리지 않은 게 얼마나 됐어?”이연우는 마음이 흔들렸다. 남지혜는 심형빈과의 과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한때 둘은 서로에게 푹 빠져 주변 사람들 모두가 천생연분이라 여겼다.그러나 결국 심형빈의 배신은 이 모든 걸 부숴버리는 망치가 되어 이연우의 꿈을 산산조각 냈다.남지혜는 이연우가 이렇게 빨리 그 상처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했다.만약 늘 묵묵히 버티며 위로와 지지를 해주는 방현준이 없었다면, 이연우는 아직 그 자리, 그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내가 굳이 왜 그 사람을 떠올려야 해?”이연우는 여전히 강한 척했지만, 마음속으로는 남지혜의 말이 틀리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그녀는 정말 오래도록 심형빈을 떠올린 적이 없었다.심지어 얼마 전 심형빈과 다시 마주했을 때조차 마음속에는 아무런 파동도 일지 않았다.두 사람의 결혼은 마치 전생에 겪었던 일처럼 느껴졌다.“이연우, 네 마음을 똑바로 봐. 방 대표님을 진심으로 좋아하게 된 거야, 아닌 거야?”남지혜의 눈빛이 뜨겁게 타올랐다. 그녀는 이연우를 너무나 잘 알았다.겉으로는 털털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이연우의 마음속은 사실 누구보다도 외로웠다.일에 몰두해 바쁘게 지내며 여린 부분을 감추는 것뿐이다.그 강한 척하는 겉면 뒤에는 얼마나 여린 모습이 있는지 남지혜는 알고 있었다.이연우는 남지혜의 물음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방현준을 좋아하게 된 걸까?’이 사실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하지만 좋아하게 된 그다음엔? 정말 그와 결혼해서 함께 살 수 있을까?’한 번 불행한 결혼을 겪은 탓에 사랑에 대한 두려움이 깊이 뿌리내리고 있었다.정말로 방현준과 사귄다고 해도 지금의 이 감정이 몇 년이나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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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2화

일해도 효율이 나지 않으니 그냥 집에 가서 쉬기로 했다.그러나 이연우가 막 차에 올라타 집으로 향하려던 때, 차 앞에 익숙한 실루엣이 나타났다.“승주 씨?”그녀는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눈에 거슬리는 하얀 머리가 또다시 자신의 차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정승주는 장미꽃 한 다발을 들고 이연우의 조수석 쪽으로 다가와 환하게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이연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문을 열려 했지만 차 문은 잠겨있었다.정승주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직도 나한테 화난 거예요?”이연우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더는 이 남자와 얽히고 싶지 않았다.“그럴 리가요. 당신들이 좋아하는 게임에 난 관심 없거든요. 나는 볼일이 있어서 이만 가볼게요. 이동 수단이 필요하다면 앞에서 좌회전하면 버스정류장이 있어요.”그녀는 이번엔 더 이상 호구처럼 굴지 않았다.지난번 일로 남의 일에 함부로 끼어들다가는 어떤 덫에 걸려들지 모른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이연우는 단호하게 창문을 닫고 시동을 걸어 이 불편한 상황에서 벗어나려 했다.그런데 갑자기 정승주가 몸을 던져 그녀의 차 앞을 막아섰다.이연우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급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면 그의 몸을 그대로 치고 말았을 것이다.그녀는 숨이 가빠졌고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분노에 찬 눈빛으로 밖을 노려보았다.“미쳤어요?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요?”정승주는 다급한 표정으로 말했다.“할 말이 있어요. 나 좀 차에 태워주면 안 돼요?”이연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거절했다.“할 말 있으면 그냥 여기서 해요. 나 바빠요.”그녀의 목소리는 차가운 겨울바람처럼 싸늘했다.“혹시 형 만나러 가는 거예요?”정승주는 분명히 떠보려고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이다.그 물음에 이연우의 눈빛은 더욱 매섭게 변했다.“그쪽이 알 바 아니거든요?”이상하게도 그녀는 이 남자가 본능적으로 싫었다.아마도 지난번의 불쾌한 기억이 너무 강렬해서 다시는 호감이라곤 생기지 않을 것 같았다.“연우 씨, 내가 형보다 잘생겼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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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3화

“정승주 씨, 헛소리 좀 작작 해요. 정말 차로 당신을 쳐버릴 수 있어요.”이연우는 눈앞의 남자를 매섭게 노려보며 눈빛에 넘쳐나는 분노와 혐오, 그리고 짜증을 드러냈다.속으로는 욕설을 삼켰다. 이 인간은 왜 매번 꼭 필요 없는 때에 나타나서, 이해할 수 없는 소리만 늘어놓는 건지 모르겠다.“연우 씨가 안 믿어도 상관없어요. 두고 보면 되겠네요.”정승주가 비죽 웃었다. 그 웃음은 너무 얄미워 정말 한 대 치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그가 손에 들고 있던 장미꽃은 바닥에 흩어졌고, 마치 불길한 징조처럼 퍼져갔다.이윽고 정승주는 갑자기 크게 웃어댔다.그 괴이한 웃음소리는 고요한 지하 주차장 안에 울려 퍼지며 오싹하게 거슬렸다.이연우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그녀는 눈앞의 남자가 완전히 미친 사람처럼 느껴졌다.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존재였다.그 틈을 놓치지 않고 이연우는 곧장 액셀을 밟아 차를 몰고 빠르게 자리를 떴다.차는 활시위에서 튀어 나간 화살처럼 질주했다.백미러 속, 정승주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입가에는 섬뜩한 미소가 걸려 있었고 모든 것이 그의 계산 안에 있다는 듯한 기묘한 기운이 감돌았다.그의 맞춤 제작된 한정판 구두는 힘껏 바닥에 흩어진 꽃잎을 짓밟고 있었다.그 미친놈 같은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소름을 돋게 했다.운전대를 잡은 이연우의 가슴은 불안으로 가득 찼다.그녀는 이 남자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불길한 예감만은 점점 짙어져 갔다.집으로 돌아온 이연우는 곧장 휴대폰을 꺼내 방현준의 번호를 눌렀다.전화기에서는 신호음만이 계속 울렸고 한 번씩 울릴 때마다 그녀의 마음은 점점 초조해졌다.혹시라도 방현준이 전화를 받지 않으면 어쩌나, 조급한 마음으로 기다리던 순간, 마침내 연결음이 끊기고 상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방현준의 목소리였다. 그러나 어딘가 피곤해 보였다.“방 대표님, 정말 방 대표님 맞으시죠?”이연우는 다급하게 물었다. 마음속의 불안이 조금 사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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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4화

“정승주가 H국으로 돌아갔어. 사람을 붙여서 지켜봐. 절대 연우 씨를 해칠 기회를 주면 안 돼.”방현준은 극심한 고통을 억누르며 단호하게 당부했다.“지금이 어느 때인데 아직도 이 비서님 걱정부터 하세요!”강문수는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쉬었지만, 방 대표님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이미 오래전부터 그는 이연우를 보호할 사람을 배치해두었다.지금 가장 중요한 건 방현준의 몸이었다.더 수술을 미루다간, 정말 다시는 이연우를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강 비서,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 하나 있어.”방현준은 이를 악물고 고통을 버티며 강문수의 옷깃을 붙잡았다.“방 대표님, 그 말씀은 수술 끝나고 하셔도 늦지 않아요!”강문수는 정말 발을 동동 구르고 싶었다.하지만 방현준은 그의 손을 힘껏 움켜쥐더니 귓가에 대고 몇 마디를 속삭였다.순간, 강문수의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방 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제 목숨은 원래 대표님께서 살려주신 겁니다.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수술부터 받으세요!”그 말을 듣자 방현준의 불안했던 마음이 비로소 조금은 놓였다.그러나 의사가 그를 수술실로 밀어 넣는 순간, 더는 버티지 못하고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강문수는 정말 깜짝 놀랐다. 그의 심장은 마치 누군가 손아귀로 거칠게 움켜쥔 듯 조여 왔다.밤이 되자 창문 틈새로 달빛이 스며들어 이연우의 얼굴 위에 은빛 그림자를 드리웠다.그녀는 침대에 누워 있다가 깊은 꿈속으로 빠져들었다.꿈속은 불길로 가득했다. 거대한 화염이 거센 짐승처럼 날뛰며 사방을 집어삼켰다.커다란 집은 불에 휩싸였고 터져 나가는 목재 소리에 하늘은 붉게 물들었다. 마치 세상이 통째로 지옥 불에 잠식된 듯한 광경이었다.“지서율, 어서 도망쳐! 누가 오기 전에 빨리 가!”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여자가 절박하게 외쳤다. 목소리에는 다급함과 두려움이 뒤섞여 있었다.불길에 휩싸인 집은 금세 무너져 내릴 듯 흔들렸다. 거대한 대들보가 “쾅” 소리를 내며 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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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5화

다음 날 아침, 눈을 뜬 이연우는 거울을 보다가 눈 밑에 다크서클이 진하게 내려온 것을 발견했다.이마를 만져보니 약간 열이 나는 듯했다.어젯밤 잠이 오지 않아 베란다에서 바람을 쐬었는데 결국 감기에 걸린 모양이었다.이연우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욕실로 걸어 들어갔다.찬물로 세수해서라도 정신을 차려야겠다고 생각했다.문을 열고 들어온 남지혜는 이연우의 초췌한 모습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방 대표님이 고작 며칠 자리를 비웠다고 불면증에 시달리는 거야?”이연우는 남지혜가 사 온 아침을 받아 들며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아냐, 그냥 잠을 제대로 못 자서 그래.”괜히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하지만 남지혜는 속지 않았다.그녀는 다가가 이연우의 이마에 손을 대보더니 깜짝 놀랐다.“이연우, 너 열나잖아!”따뜻한 손바닥에 전해지는 건 뜨겁게 달아오른 열기였다.“그래? 어쩐지 정신이 몽롱하더라.”이연우는 소파에 털썩 앉아 코를 훌쩍였다. 코도 꽉 막힌 느낌이었다.“어서 가서 쉬어, 괜히 버티지 말고.”남지혜는 단호하게 말한 뒤, 집 안에서 약상자를 꺼냈다.따뜻한 물을 따라주고 해열제를 챙겨 이연우에게 건넸다.이연우는 약을 받아 삼킨 뒤, 소파에 기대 눈을 감았다.그녀가 곤히 잠든 걸 확인한 남지혜는 조심스레 방을 나섰다.문을 살짝 닫은 뒤, 베란다로 나와 강문수의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에요?” 그녀는 혹여 이연우가 깰까 봐 목소리를 낮춰서 물었다. “우리 내일이면 돌아가요. 나 안 보고 싶어요?”강문수의 부드러운 음성이 들려왔고 은근히 기대를 품고 묻는 물음이었다.남지혜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당연히 보고 싶죠. 그런데 오늘은 영상통화를 못 할 것 같아요.”“쉬는 날인데도 일해야 해요?”강문수는 의아해했다.“아니요. 연우가 어제부터 열이 나서 돌봐야 해요.”“이 비서님이 열이 났다고요?”강문수는 놀란 듯 목소리를 높였다.이 두 사람은 정말, 한 명은 수술대에 올라가고, 다른 하나는 감기 걸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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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화

그는 다급하게 설득하면서 마음속은 온통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이 비서님이 아픈 것도 물론 신경 쓰이는 일이지만 지금은 방 대표님의 몸 상태가 무엇보다 우선이었다.그러나 방현준은 마음을 굳힌 듯했다.“강 비서, 당장 귀국하자고.”그의 눈빛은 단호했고 전혀 설득할 수가 없었다.“대표님...”강문수가 다시 말리려 했지만, 방현준이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마침 그때, 진태호가 복도 모퉁이에서 걸어 들어왔다.두 사람의 대화를 모두 들은 듯, 그의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했다.“지금 제정신이야?”그는 화를 참지 못하고 따져 물었다.한 여자를 위해 자기 몸도 돌보지 않는다니, 진태호의 눈에 방현준은 미친 것처럼 보였다.그는 속으로 초조했다. 만약 정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대체 어떻게 사모님께 설명하라는 말인가. 사모님은 늘 방현준의 건강을 가장 크게 걱정해 왔다.“아저씨, 저 반드시 돌아가야 해요.”방현준의 목소리는 여전히 단호했다.“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하는지 알기나 해? 만약 그 목숨을 잃는다면 무슨 수로 사모님을 다시 뵙겠다는 말이야?”“바로 어제 죽을 뻔하지 않았어요?”방현준이 굳은 얼굴로 되물었다.진태호의 표정도 어두워졌다. 그는 방현준의 불안을 잘 알고 있었다.“진정해. 그건 사고였어. 내가 약속할게. 앞으로 정승주가 다시는 너한테 손대지 못하게 할 거야.”그러나 방현준의 표정은 더 굳어졌다. 그는 자신의 의심을 드러내며 물었다.“정승주가 저를 해치도록 묵인한 건 바로 그 여자였어요. 제가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면, 지금쯤 저는 목숨을 잃었겠죠.”그는 그 아찔했던 순간을 떠올리자 아직도 등골이 서늘했다.“만약 제가 어제 죽었다면요? 정말 목숨을 잃었다면요? 그땐 무슨 수로 보장할 건데요?”방현준의 목소리는 싸늘했고, 분노했지만 한편으로는 무력감을 느꼈다.진태호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두 사람 모두 가문의 귀한 아들이라 자기가 편을 들어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태가 이미 자신이 예상한 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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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화

저녁, 하늘의 석양마저 서서히 자취를 감출 무렵이었다.이연우는 여전히 조용히 침대에 누워있었고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남지혜는 침대 곁에 앉아 있었고 손에 쥔 수건은 몇 번이나 짜내고 다시 적셨는지 셀 수 없었다.축축한 수건에서 흘러나온 물기가 방 안에 퍼져나가며 눅눅하고 긴장된 공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이연우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고 남지혜는 그 얼굴을 바라보며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없어 무력감을 느꼈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가고 그녀의 불안과 초조는 더욱 짙어졌다.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차라리 이연우를 병원에 데려가야 하나 고민이 깊어졌다.바로 그때, 현관의 초인종 소리가 적막을 깨뜨렸다.남지혜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밤이 깊어가는데 이 시간에 찾아올 사람이 없을 텐데 말이다.의아한 마음으로 현관으로 향하던 순간, 밖에서 열쇠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문이 열리고 방현준과 강문수의 모습이 보였다.“내일에야 돌아온다고 하지 않았어요? 어떻게 오늘 갑자기 온 거예요?”남지혜는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다 이 비서님에 대한 걱정 때문 아니겠습니까!”강문수는 못마땅하다는 듯 약간 기분 상한 목소리로 말했다.남지혜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 방현준을 바라보았다. 그는 굳은 표정을 하고 있었고 남지혜의 마음속은 더욱 불안해졌다.“연우 씨는 어때요?”다급하게 묻는 방현준의 목소리는 걱정이 가득 담겨있었다.“직접 들어가서 보세요.”말은 차갑게 했지만 그래도 남지혜는 서둘러 방문을 열어 주었다.방현준은 방으로 들어서자마자 침대에 누워있는 이연우를 발견했다.그는 발걸음을 멈추고 곁에 서서 낯익으면서도 창백한 그녀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그는 깊은 고통과 무력감에 허덕였다.남지혜는 곁에서 말없이 그 모습을 지켜보았고 거실에 남은 강문수는 그저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자기 몸도 성치 않은 방현준이 먼 길도 마다치 않고 이연우를 보러 돌아온 것이다.그 마음이 뭉클하면서도 두려웠다. 혹여 무리하다가 또 쓰러질까 걱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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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8화

“연우 씨...”방현준이 부드럽게 이름을 불렀다. 그 목소리는 무척 다정했지만, 이연우는 대답이 없었다.그는 창백한 이연우의 얼굴을 바라보다 가슴 깊은 곳을 파고드는 고통과 무력감을 느꼈다.바로 그때, 그는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꼈다.“콜록, 콜록...”그는 깊게 숨을 들이쉰 직후, 격렬한 기침이 쏟아졌다. 고요한 방 안에 울려 퍼진 그 소리는 유난히 날카롭게 들렸다.바깥에 서 있던 강문수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방으로 달려왔다.“방 대표님!”강문수는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곧바로 그의 겉옷을 벗겨냈다.그러자 남지혜가 비명을 질렀다.“세상에, 방 대표님, 피를 이렇게나 많이 흘리셨어요!”그녀는 이런 장면을 본 적이 없어 놀라움과 공포에 사로잡혔다.방현준의 얼굴은 창백했고 입술에는 핏기가 없었다.“대표님은 외국에 계실 때 이미 다치셨습니다. 이 비서님이 아프다는 소식을 듣지 않았다면 이렇게 무리해서 서둘러 돌아올 일도 없었을 겁니다!”그는 화가 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방현준은 자기 몸을 전혀 아끼지 않았고 오직 이연우를 위해 먼 길을 달려온 것이다.그 모습을 보는 강문수는 가슴이 아프면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무력감을 느꼈다.“할 말 있으면 밖에 나가서 하자.”방현준은 고통을 억누르며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뎠다.마치 몸속 모든 세포가 반발하는 듯 힘겨웠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 문 쪽으로 다가갔다.얼굴은 창백했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흘렀지만 그런데도 그는 고집스럽게 손을 뻗어 문손잡이를 잡으려 했다.바로 그때, 이연우가 갑자기 잠꼬대처럼 중얼거렸다.“휘경 오빠! 살려줘...”그 연약한 목소리는 너무도 미약했지만 고요한 방 안에서 울려 퍼지는 게, 마치 천둥 같았다.방현준은 그대로 얼어붙었고 옆에 있던 강문수도 충격에 휩싸였다.‘방금 뭐라고? 휘경 오빠?’그 익숙한 호칭이 귀에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강문수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그는 애써 기억을 더듬으며 그 무의식의 부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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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화

방현준과 강문수는 눈이 마주쳤지만, 방현준은 서둘러 대답하지 않았다.오히려 남지혜에게 질문을 던졌다.“지혜 씨는 연우 씨랑 언제부터 알고 지냈어요?”“중학교 때요. 연우가 우리 반으로 전학을 왔어요.”남지혜가 천천히 대답했다.사실 그때만 해도 남지혜와 이연우의 관계가 지금처럼 가깝진 않았다.이연우는 성격이 내성적이었고 자신은 외향적인 편이라 서로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어느 날, 자신이 실수로 바지를 더럽혔을 때, 이연우가 재빨리 외투를 벗어 허리에 묶어 주었고 그 덕분에 큰 망신을 피할 수 있었다.그 일을 계기로 두 사람의 관계는 가까워지기 시작했다.“연우 씨가 보육원 들어가기 전엔 어디서 살았는지 알고 있어요?”방현준이 또 물었다.남지혜는 고개를 저었다.“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제가 연우를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나와서 학비를 벌려고 아르바이트하고 있던 때였어요.”그러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방 대표님, 왜 두 분 표정이 그렇게 이상해요? 연우의 신분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예요?”두 사람의 표정은 너무 이상했다. 왜 갑자기 이연우의 신분에 관해서 묻는 건지도 영문을 모르겠다.방현준은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 사실 마음속에 어느 정도 짐작은 있었지만, 아직 확실하게 단정 지을 수는 없었다.그는 신중하게 말을 고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아직 확실하지 않아요. 먼저 연우 씨의 신분을 확인해야 해요. 지혜 씨, 이건 비밀로 해 줬으면 합니다.”남지혜는 잠시 말이 없었다.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이연우는 고아로 자라며 굳이 과거를 알고 싶지 않을 것이다.만약 그녀를 버린 가족이 지금도 그녀를 원하지 않는다면, 그건 또 한 번의 상처가 될 수 있을 것이다.방현준은 그런 그녀의 마음을 읽은 듯 단호하게 말했다.“뭘 걱정하는지 알아요. 만약 결과가 좋다면 내가 직접 알려 줄 겁니다. 하지만 좋지 않다면, 이 사실은 묻어두죠.”그의 목소리에는 굳은 결심이 담겨 있었다.사실 그는 이미 어렴풋이 확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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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0화

그녀는 자기 이마를 톡톡 치며 씁쓸하게 웃다가 낮게 중얼거렸다.“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그렇게 먼 곳에서 일하고 있는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돌아올 수가 있겠어.”그녀는 자신이 고열에 시달리며 환각을 본 줄 알았다. 방현준의 모습을 본 것도 착각이라고 여겼다.고열에 정신이 흐릿해져 꿈과 현실을 혼동한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그녀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일어서서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문 쪽으로 향했다.부엌에 가서 물을 한 잔 따라 마시면 목의 갈증과 몸의 피로가 조금은 가실 거로 생각했다.방문을 열자, 복도의 불빛이 그녀의 얼굴을 환히 밝혔다.그녀는 조심스럽게 복도를 걸어갔다. 혹시라도 넘어질까 한 걸음 한 걸음 유난히 신중했다.부엌에 도착한 그녀는 냉장고 문을 열어 생수를 한 병 꺼냈다. 막 뚜껑을 비틀어 열려는 순간, 등 뒤에서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돌린 그녀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방현준이 현관에 서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는 가슴이 벅차오르며 믿기지 않는 듯 눈을 비비며 자신이 잘못 본 건 아닌지 거듭 확인했다.“현준 씨, 정말 당신이에요?” 그녀는 놀란 얼굴로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는 언제 돌아온 걸까? 왜 자신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걸까?’이윽고 그녀는 아까 봤던 방현준이 꿈이 아니라 실제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방현준은 그녀의 놀란 표정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다정한 미소였다.그는 손을 들어 이연우의 이마를 짚었다.“기초체력이 괜찮은 편인가 봐요. 드디어 열이 내렸네요.” 그는 다정하게 말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언제 돌아온 거예요? 왜 미리 말도 안 했어요? 해외 일은 다 정리된 거예요?”이연우는 질문을 쏟아냈다. 의문스러운 마음과 함께 걱정이 가득했다.“한꺼번에 그렇게 많이 물으면 내가 어느 것부터 대답해야 하는 거예요?”방현준의 말투는 느리고 부드러웠고 평소와는 조금 달랐다.희미한 조명 아래에서는 그의 얼굴이 창백한지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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