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비서님, 혹시 제 오후 업무를 대신 맡아주실 수 있나요? 제가 지혜 씨랑 약속이 있어서요.”강문수는 머리를 긁적이며 다소 쑥스러운 듯 말했다.그는 기대하는 눈빛으로 묻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불안해 보였다. 아무래도 동료에게 일을 떠넘기는 것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두 사람 지금 어느 정도까지 진전된 거예요? 지혜한테 본인 정체는 밝히셨어요?”이연우는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방현준의 정체가 특별하다는 걸 잘 아는 만큼, 강문수 역시 평범하지 않으리라는 걸 짐작하고 있었다.그가 남지혜에게 이 사실을 털어놨는지가 궁금했다.“아직은 몰라요.”강문수는 고개를 숙이고 잠시 머뭇거렸다.만약 자신의 신분을 밝히면 남지혜가 떠나지 않을까, 그 두려움이 그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었다.“내가 지혜 성격을 잘 아는데, 솔직하게 말하면 절대 원망하지 않을 거예요.”이연우는 강문수를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그녀는 남지혜를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괜한 두려움 때문에 진실을 감추지 말라고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그러나 강문수는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였고 여전히 갈등하는 표정이었다. 도무지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알 수 없었다.한편, 해성의 고급스러운 카페 안에서는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부드러운 조명이 은은하게 번지며 고요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소예린은 정성껏 차려입고 일찍이 도착해 서지훈의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그녀는 계산적인 눈빛으로 서지훈을 바라보며 커피잔을 서지훈 앞으로 밀어냈다.입가에 번진 미소는 겉보기에 친절했지만, 속내는 교묘히 감추고 있었다.“서 대표님, 방 대표님 인스타 보셨죠? 아무 생각 없으세요?”소예린은 은근하게 떠보듯이 말을 건넸고 서지훈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담담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봤다.그는 커피잔을 들어 올렸지만 마시지는 않았고 표정 또한 흔들림이 없었다.“연우 씨의 선택일 뿐이에요. 저는 존중합니다.”낮고 차분한 목소리는 확신에 찬 어조였다.“서 대표님, 사실 연우 씨 좋아하시잖아요? 방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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