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는 미세하게 몸을 굽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최대한 온화한 어조로 말했다.“비록 저희 도련님께서 태연 씨를 꼭 초대하고 싶어 하시지만 몸이 편찮으시다니 당연히 집에서 휴식을 취하셔야겠지요.”그의 말투는 공손했지만, 그 웃음 속에는 불만을 억누르고 있었다.이연우는 그 미묘한 감정을 단번에 읽어냈으나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약간 들고 단호한 눈빛으로 집사를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내가 가기 싫다는데 아무도 나를 강제로 데려갈 순 없어.’지금처럼 상황이 복잡하고 미묘할수록 그녀는 더욱 신중해야 했다. 모르는 함정에는 절대 함부로 발을 들여서는 안 된다.집사는 속으로 불쾌했지만, 감히 그 감정을 드러낼 수는 없었다.대신 그는 시선을 박명주에게로 돌렸다. 그리고 여전히 억지 미소를 지은 채 부드럽지만, 은근히 날 선 목소리로 말했다.“사모님, 아드님이 집을 비운 지도 오래되지요. 따님을 이렇게 키워 내신 것도 결국은 가문의 일이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대놓고 배씨 가문과 대립하신다면 성씨 가문에 이롭지 않을 겁니다.”겉으로는 예의 바른 말투였지만 분명하게 성씨 가문을 압박하고 있었다. 가문의 이익을 들먹이며 태도를 바꾸게 하려는 의도였다.“집사님, 그 일은 집사님이 신경 쓸 문제가 아닙니다.”박명주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우리 집에는 우리 나름의 사정이 있습니다. 배씨 가문에는 조만간 인사드릴 기회가 있을 테니 오늘은 그냥 돌아가 주세요.”그녀의 말투는 부드러웠으나 단호했고 표정 하나 흔들리지 않은 채 결연하게 선을 그었다.박명주는 배씨 가문이 어떤 세력인지, 그들의 영향력이 얼마나 막강한지 알고 있었지만, 이연우를 그곳에 보내는 건 너무 위험했다.배씨 가문 내부의 권력 구도는 복잡하고 그 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절대 이연우를 위험에 노출할 수 없었다.집사는 그 말을 들은 뒤, 더는 상황을 뒤집을 수 없다는 걸 깨달아 얼굴에 살짝 그늘이 드리워졌다. 불쾌함이 눈빛에 스쳤지만 오랜 세월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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