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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이혼 후의 꽃길: Chapter 361 - Chapter 370

482 Chapters

제361화

이연우는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가득 찬 마음을 안고 천천히 수영장 가장자리로 다가갔다.그녀는 주변을 살피며 야외 구역을 따라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이연우의 눈빛에는 뭔가를 찾고자 하는 탐색의 기운이 담겨 있었다.문득 백조 모양의 수도꼭지가 이연우의 시선을 사로잡았다.생생하게 조각된 백조는 마치 언제든 날개를 펴고 날아갈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우아하게 굽은 목, 높이 든 머리로 주변을 내려다보는 자태가 압도적이었다.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이연우의 눈동자에 묘한 빛이 스쳤다.그녀는 손을 내밀어 마치 소중한 보물을 쓰다듬듯 손가락 끝을 백조의 몸 위에 살짝 올렸다.백조의 몸 선을 따라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는 그녀의 동작은 부드럽기 그지없었다.이연우의 손가락이 흐릿한 흔적에 닿으려는 순간 누군가 갑자기 나타나 그녀의 팔을 단단히 잡아버렸다.“뭐 하는 거지?”익숙한 F국 언어가 그녀의 귀에 날카롭게 파고들었다.차갑고 날카로운 목소리는 마치 한겨울의 바람처럼 살을 에는 듯한 냉기를 품고 있어 이연우는 본능적으로 몸을 떨었다.왠지 모르게 이전에 F국 언어를 배울 때는 굉장히 쉽다고 느꼈던 기억이 스쳤다.그때는 자신의 언어 감각이 남다르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예전에 이곳에서 살았던 경험이 이미 그녀의 기억 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었던 듯했다.이연우가 고개를 돌리자 한 남자가 냉혹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싸늘한 표정을 한 남자의 눈빛에는 경계와 의심이 가득했다.“누구길래 남의 물건을 함부로 만지는 거지?”그의 낮은 목소리는 묵직하게 울렸고 말 한마디 한마디에 부정할 수 없는 권위가 실려 있었다.“저는 그냥 위에 있는 흔적을 보고 싶었을 뿐이에요.”이연우의 눈빛에는 조급함과 난처함이 스쳤다.그녀는 필사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려 했다.기억 속 어딘가에서 똑같은 형태의 물체 위에 자신의 이름을 새긴 듯한 느낌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거기에 다른 사람의 이름도 새겨져 있었지만 그 이름은 아무리 애써도 떠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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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2화

밖에 내다 팔면 꽤 큰 돈이 될 만한 귀한 물건이었다.조태웅의 눈에는 이연우의 행동이 어쩌면 이 보물을 노리고 훔치려는 게 아닐까 하는의심이 들 정도로 몹시 수상해 보였다.“저는 그냥 위에 새겨진 이름이 아직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에요!”이연우가 혼란스러움과 집요함이 섞인 눈빛으로 다급히 해명했다.그녀 자신도 머릿속 어딘가에 희미하게 떠오르는 그 기억이 진짜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그저 진실을 확인하고 싶은 충동이 그녀를 이끌었고 멈출 수가 없었다.“이름?”남자는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 그 웃음에는 조롱과 경멸이 섞여 있었다.“이게 뭐 아무나 이름을 새길 수 있는 그런 싸구려 물건인 줄 알아?”그는 미간을 깊게 찌푸리며 마치 우스꽝스러운 광대를 내려다보듯 이연우를 노려봤다.“여기서 뭐 하는 거야?”박명주는 이연우가 보이지 않자 걱정스러운 마음에 이곳저곳을 찾다가 조태웅에게 붙잡혀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사모님, 이 여자가 당신 따님을 사칭해서 물건을 훔치려던 참입니다.”이미 이연우에게 죄를 선고한 사람처럼 조태웅의 눈빛에는 확신이 서려 있었다.그의 눈빛은 이번엔 끝이라고 이연우에게 말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하지만 박명주는 오히려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그 미소에는 재벌가 여인 특유의 기품과 여유가 배어 있었다.“그 아이 말이 맞아요. 제 양녀 성태연이에요.”박명주는 고개를 살짝 들며 마치 이 아이의 신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듯한 위엄을 드러냈다.“네? 정말 따님이시라고요?”조태웅의 얼굴이 굳어졌다. 조금 전까지의 냉담함은 놀라움으로 바뀌었다.그는 그제야 자신의 무례함을 깨닫고 서둘러 이연우의 팔을 놓았다.“죄송합니다. 제가 무례했습니다.”급히 허리를 숙여 사과하는 조태웅의 목소리에는 진심 어린 당혹과 후회가 배어 있었다.조태웅은 비록 성씨 가문이 지난 5년간 세상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해 괜히 건드리면 안 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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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3화

조태혁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조태웅이 멍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하지만 조태혁의 격렬한 반응으로부터 조태웅은 어렴풋이 두 사람은 단순한 인연이 아니라 무언가 깊고 복잡한 사연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한편, 연회장의 분위기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었다.화려한 샹들리에에서 쏟아지는 부드러운 빛이 홀을 가득 채우고 은은한 음악이 흘러나오며 연회의 시작을 알렸다.초조해진 조태혁은 당장이라도 그 여자의 정체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억지로 감정을 눌러 담은 그는 연회가 끝난 뒤 직접 성씨 가문의 양녀를 찾아가기로 마음먹었다.조태혁의 눈빛에는 기대와 불안이 뒤섞여 있었다.‘정말 내가 찾아 헤매던 사람이 맞는지 확인해야겠어.’박명주는 미소를 지은 채 부드럽게 이연우를 바라봤다.음악이 잔잔히 흐르자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이제 가 봐. 젊은 사람들을 위한 파티인데 난 끼어들지 않을게.”그녀는 이연우의 팔을 가볍게 토닥이며 조용히 격려의 눈빛을 보냈다.이연우는 환하게 미소 짓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볍게 몸을 돌려 연회장 중앙으로 걸음을 옮겼다.우아한 그녀의 움직임은 마치 한 마리의 나비가 빛을 따라 춤추는 듯했다.하지만 춤을 추는 내내 코끝에 스쳐 지나간 익숙한 향기로 인해 이연우의 머릿속은 복잡하기 그지 없었다.그녀는 음악의 리듬에 맞춰 몸을 움직이면서도 향기의 주인, 그 익숙한 존재를 찾기 위해 쉬지 않고 주변을 둘러보았다.회전할 때마다, 고개를 들 때마다 이연우는 그리워하던 그 얼굴을 마주 볼 수 있기를 바랐다.방현준은 노골적인 불만을 품은 얼굴로 홀 한쪽에 앉아 있었다.만약 할머니 노세란이 온갖 핑계를 대며 억지로 끌고 오지 않았다면 그는 이런 떠들썩하고 답답한 자리에 절대 발을 들이지 않았을 것이다.손에 잔을 든 방현준의 눈빛에는 어딘가 쓸쓸하고 허전한 기운이 비쳤고 그는 그저 습관적으로 잔을 가볍게 흔들며 안에서 둥글게 소용돌이치는 액체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그러던 중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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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4화

노세란은 방현준이 이연우에게 품고 있는 감정이 얼마나 깊은지 알고 있었기에 그가 감정에 휩쓸려 무모한 일을 저지르지 않도록 막으려 했다.배씨 가문의 위기가 아직 완전히 수습되지 않은 지금 노세란은 손자가 감정에 휘말려 한씨 가문을 자극하는 일은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그 후폭풍이 얼마나 거셀지 노세란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비록 예전에 방현준과 이연우 사이에 더 이상 간섭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은 가문의 이익이 훨씬 더 중요했다.노세란은 나정윤이 자기 손에 있는 이상 방현준은 절대로 경솔하게 움직이지 못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지금 할 수 있는 게 협박 말고 뭐가 더 있어요!”방현준은 두 주먹을 꽉 쥐었다. 분노 때문에 손등의 핏줄이 선명하게 튀어나왔다.그는 화산이 폭발하듯 치솟는 분노를 억누르며 이를 악물고 간신히 한마디를 내뱉었다.하지만 아무리 분노해도 어머니의 안전이 노세란의 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방현준은 함부로 행동할 수 없었다.잠시 망설인 방현준은 마음속 충동을 억누르고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차분한 척하며 연회장 중앙으로 걸어갔다.이번엔 노세란도 더 이상 막지 않았다.그녀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마치 모든 걸 장악한 듯한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노세란은 나정윤이라는 인질이 있는 한 이연우가 아무리 그리워도 지금 이 자리에서 방현준은 감히 그녀와 다시 마주하려 들지는 못할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연회장 한가운데 선 이연우를 바라보는 노세란의 눈빛에 복잡한 감정이 스쳤다.‘내가 너무 얕봤나 보네. 이렇게 F국까지 홀로 찾아올 줄이야... 만약 정말 한씨 가문의 둘째 딸이라면 다른 복잡한 상황은 뒤로하고 용기 하나만으로도 손자며느리로 나쁘지 않겠어. 이런 담력이 아무에게나 있는 건 아니니까.’방현준은 곧장 연회장 중앙을 향해 걸어갔다.주변의 모든 풍경은 시야에서 사라진 듯 그의 시선은 오직 이연우만을 향해 있었다.방현준의 손에는 부드러우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힘이 실려 있었다.그는 이연우의 손을 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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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5화

이연우의 마음속 의심은 점점 짙어졌다.그녀는 눈살을 깊게 찌푸리며 눈앞의 남자를 거세게 밀쳐냈다.이연우는 당황스러움과 경계심이 섞인 얼굴로 급히 말했다.“죄송해요, 제가 사람을 착각했어요. 먼저 가봐야겠어요.”말을 마치자마자 서둘러 자리를 벗어나는 그녀의 걸음은 다소 급했고 마음은 더없이 혼란스러웠다.“아가씨, 이름이라도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방현준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놓치기 싫다는 듯 급히 물었다.“성태연이요.”이연우는 뒤돌아보지도 않은 채 단 한 마디만 남기고 더욱 빠른 걸음으로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그녀가 사라진 방향을 가만히 바라보던 방현준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성태연... F국에서 새 신분까지 만들어 냈다라... 성씨 가문에서 많이 도와주고 있나 보네.’연회장의 인파를 가르며 빠르게 걸어가는 이연우의 눈빛은 초조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하지만 익숙한 모습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그녀의 마음은 점점 깊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눈부신 조명은 차갑고 거슬리게 느껴졌고 우아한 음악조차 소음처럼 귀를 괴롭혔다.그때 박명주가 서둘러 돌아온 이연우를 발견하고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왜 좀 더 즐기지 않고?”낙담해 있는 이연우를 본 박명주의 눈가에 걱정이 번졌다.“성태훈 씨 침 맞을 시간이 됐네요. 우리 그냥 돌아가요.”이연우의 목소리에는 피곤함과 쓸쓸함이 묻어 있었다.그녀는 이곳에 더 머무르고 싶지 않았다. 단 1초라도 더 있으면 실망만 커질 것 같았다.박명주는 그녀의 말투에서 미묘한 감정을 느꼈지만 굳이 묻지 않고 그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이연우와 함께 자리를 떴다.지금 그녀에게 필요한 건 위로가 아니라 숨 돌릴 시간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연회장을 나설 때 질투에 휩싸인 한세아의 날카롭고 의심 가득한 시선이 그들을 따라붙었다.‘휘경 오빠가 먼저 저 여자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고 춤까지 함께 췄어.’한세아에게 있어 배휘경은 낯선 사람에게 차갑고 늘 거리를 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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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6화

‘설마 저 여자가 진짜 한세아인가? 안 돼. 그럴 리 없어. 절대 그렇게 둬선 안 돼!’한세아의 눈빛에는 결연함과 광기가 섞여 있었다.‘내가 한세아고 배휘경과 결혼할 사람도 오직 나뿐이야! 절대... 절대로 저 여자가 내 모든 것을 빼앗게 둘 순 없어.’그녀는 분노로 온몸을 부르르 떨며 이를 악물었다.한세아는 눈빛을 독기와 집착으로 일그러뜨린 채 급히 몸을 돌려 연회장을 빠져나갔다.굽 높은 구두가 대리석 바닥을 차갑게 두드렸고 격하게 흔들리는 드레스 자락이 그녀의 분노를 그대로 드러냈다.하지만 한세아는 누군가가 어둠 속에서 그 모습을 고요히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기둥 뒤, 그림자 속에 몸을 숨긴 채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한세영이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오빠는 이 판이 완벽하다고 생각했겠지? 가짜는 아무리 꾸며도 티가 나서 평생 진짜가 될 수는 없지.”눈을 가늘게 뜬 한세영의 시선에 날카로운 빛이 번뜩였다.‘지금 상황을 보니 진짜 동생 옆에는 오빠가 심어놓은 사람이 붙어있겠네. 아니면 두 사람이 똑같게 생겼다는 건 말이 안 되지.’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얄팍한 술수였다.한세영은 조용히 고개를 저으며 더 이상 머무를 이유가 없다는 듯 몸을 돌려 여유로운 걸음으로 연회장을 벗어났다.한편 이연우는 박명주와 함께 조용히 저택으로 돌아왔다.익숙한 저택 안으로 들어서자 따뜻하고 포근한 공기가 그녀를 감싸안았다.방 안에서는 성태훈이 이미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휠체어에 앉은 채 문 쪽을 자꾸 힐끗거리는 모습은 성태훈이 그녀를 얼마나 기다렸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이연우는 곧장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서둘러 옷을 갈아입었다.단정한 흰색 진료복에 깔끔하게 묶은 머리까지, 전체적인 모습은 한층 더 전문적으로 보였다.이연우는 정성스럽게 준비해 둔 은침 세트를 꺼내 마치 귀중한 보물을 다루는 듯 두 손으로 조심스레 감싸 쥐고 발걸음을 옮겼다.이연우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성태훈의 방에 도착하자 성태훈은 조금 초조한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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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7화

이연우는 눈을 크게 뜨고 성태훈을 바라보았다.그녀의 눈동자에는 놀라움과 기쁨 그리고 믿기 힘든 감정이 가득했다.그녀는 자신의 침술이 정말로 효과가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이제야 그간의 노력이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성태훈의 얼굴은 감격으로 붉게 물들어 있었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이연우의 입가에도 저절로 미소가 번졌다.그 웃음은 따스하고 환한 봄 햇살처럼 방 안을 물들였다.이연우는 잃어버린 걸 되찾는 기쁨이 어떤 감정인지 실감하지 못했다.하지만 지금 성태훈의 벅찬 표정을 보며 그녀는 그 감정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절망의 끝에서 희망이 다시 피어나는 순간 그 감정은 마치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비친 빛처럼 숨이 막히도록 벅차고 아름다웠다.“저 진짜 곧 일어설 수 있는 거예요?”성태훈의 목소리는 흥분으로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그의 눈빛은 간절했고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엔 마지막 희망을 붙잡으려는 절박함마저 스쳐 갔다.“이론적으로는 맞아요.”이연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그녀의 눈빛에는 확신과 격려가 깃들어 있었고 그 따스한 미소는 봄바람처럼 성태훈의 마음을 어루만졌다.이연우는 다시 진중한 표정으로 성태훈에게 침을 놓았다.첫 침을 제외하곤 다른 부위는 약한 찌릿함만 있을 뿐 그다지 큰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하지만 성태훈에게는 그 미세한 감각조차도 놀라운 일이었다.그토록 오랜 시간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던 다리에서 전해지는 그 사소한 통증조차 희망의 신호처럼 느껴졌다.성태훈은 조용히 자기 다리에서 전해지는 감각에 집중했다.침술이 끝날 무렵 성태훈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세밀한 땀방울이 얼굴을 따라 흘러내렸지만 그의 얼굴에는 그 어떤 고통도 아닌 진심 어린 기쁨이 번지고 있었다.성태훈에게는 이 순간이 그 어떤 보상보다 값진 선물이었다.그는 시술을 마친 이연우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했다.“정말 고마워요.”낮고 담백한 성태훈의 목소리에는 진심이 깃들어 있었다.“감사 인사는 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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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8화

방현준의 눈빛이 순간 매섭게 빛났다.잠시 생각에 잠긴 그는 최대한 자연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호텔에 있다면 잘 쉬어. 지금은 네가 필요 없거든.”말을 끝내자마자 방현준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그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 앞으로 다가가더니 내선 전화를 눌러 단호하게 명령했다.“지금 당장 강문수의 전화 위치를 추적해. 가능한 한 빨리!”냉철하고 강압적인 목소리는 반박할 여지를 주지 않았다.한 시간 후 짙게 깔린 어둠 아래, 하늘에는 희미한 별빛만이 흩어져 있었다.검은색 롤스로이스 팬텀이 도로 위를 번개처럼 가르며 강문수가 있는 호텔로 달렸다.차창 밖 풍경은 잿빛 그림자처럼 스쳐 지나갔지만 방현준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차가 호텔 앞에 멈추자 그는 바로 문을 열고 호텔 로비로 들어섰다.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는 그의 모습은 마치 어둠 속 왕처럼 압도적인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그 기세에 로비의 공기마저 한순간 얼어붙었다.그 시각, 호텔 스위트룸 안.정승주는 느긋하게 소파에 앉아 와인잔을 흔들고 있었다.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던 정승주는 방현준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얼굴이 굳어졌다.계획이 틀어졌음을 직감한 것이다.방현준이 스위트룸의 문을 거칠게 밀어젖히자 매서운 찬바람이 안으로 휘몰아쳤다.폭풍 전야처럼 먹구름이 짙게 드리운 얼굴로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선 방현준은 방 안의 공기를 단숨에 얼어붙게 했다.정승주는 그런 그를 바라보며 일부러 비아냥거리는 미소를 지었다.“형, 생각보다 빨리 왔네? 연우는 찾았어?”“내 생각이 맞다면 네가 연우를 몰아세운 거겠지.”방현준은 이를 악물고 마치 한 글자 한 글자 씹어 삼키듯 말을 뱉었다.그가 천천히 손을 들자, 마치 신호라도 된 듯 그 뒤로 훈련된 경호원 수십 명이 들이닥쳤다.검은 정장을 갖춰 입고 단단히 무장한 그들은 순식간에 정승주를 둘러싸며 포위망을 형성했다.그들의 눈빛은 조금의 틈도 허용치 않겠다는 위압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형, 이게 무슨 짓이야? 외할머니께서 서로 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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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9화

그의 말투에는 답답함과 안타까움이 섞여 있었다.수년 간의 정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더 날카롭게 꾸짖었을지도 몰랐다.“대표님, 연우가 사라졌어요. 지금이라도 찾을 방법이 있을까요?”옆에서 남지혜가 초조한 얼굴로 물었다.지난번 이연우와 마지막 통화를 나눈 이후 남지혜는 또다시 핸드폰을 빼앗겨버렸다.속이 타들어 가듯 초조해진 남지혜는 지금 이연우가 어떤 상황일지 몰라 마음이 무거웠다.“걱정하지 마세요. 지금 안전해요.”방현준은 미간을 찌푸리고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며 차분한 목소리로 남지혜를 안심시키려 했다.그 말을 들은 남지혜는 굳게 찌푸렸던 이마를 조금씩 펴더니 마침내 한숨을 내쉬며 안도한 기색을 보였다.며칠째 가슴 속을 짓누르던 무거운 돌덩이가 내려간 듯한 표정이었다.“그럼 지금 연우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고 계세요?”하지만 여전히 불안한 마음은 가시지 않았다.며칠 동안 온갖 나쁜 상상만 반복하던 남지혜는 이연우가 정승주 같은 놈한테 끌려갔을까 봐 한순간도 마음을 놓지 못했다.“지금 성씨 가문에 있어요. 연우는 지혜 씨가 생각하는 것처럼 약한 사람이 아니에요.”눈을 가늘게 뜨며 말하는 방현준의 얼굴에는 감탄이 서려 있었다.사실 방현준도 이연우란 여자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놀라운 인물이라 생각했다.낯선 땅, 낯선 사람들 속에서 누구의 도움도 없이 단숨에 성씨 가문의 양녀가 되는 건 보통 사람은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었다.이연우의 용기와 지혜는 그조차도 인정할 수밖에 없을 만큼 대단했다.“성씨 가문이요? 왜 갑자기 성씨 가문으로 갔대요?”지금 상황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남지혜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다.그녀는 이연우와 성씨 가문이 도대체 어떤 관계가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그런 그녀를 향해 방현준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았기에 방현준은 더 이상 아무 설명도 하지 않았다.복잡하게 얽힌 이야기를 짧게 말해주기도 어려웠고 괜히 입을 열었다간 정보가 새어 나갈 위험도 있었기 때문이다.방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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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0화

강문수는 그 말을 듣자마자 그대로 얼어붙었다.두 눈이 휘둥그레져 한참을 깜박이지도 못하고 얼굴엔 놀람과 당혹감이 그대로 드러났다.강문수는 혹여나 방현준이 화라도 낼까 봐 다급히 앞으로 나서서 남지혜의 입을 막으려 손을 뻗었다.하지만 의외로 방현준은 그 말을 듣고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 웃음은 팽팽하게 얼어붙은 공기를 단번에 녹여내며 묘한 여유를 풍겼다.방현준은 남지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틀린 말도 아니죠.”방현준은 남지혜의 다소 무례한 질문에도 전혀 개의치 않는 듯 오히려 담담하게 받아넘겼다.사실 그도 처음부터 모든 비극의 시작은 노세란의 끝없는 권력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 욕망이 결국 할아버지와 이혼하게 했고 또다시 배씨 성을 가진 남자의 품으로 떠나게 했다.방현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자신도 모르게 과거의 기억 속으로 빠져들었다.그 시절 집안의 공기는 늘 눌려 있었고 부모님의 얼굴엔 근심이 드리워져 있었다.노세란은 자신의 야망을 위해 가문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꾸는 결정을 내렸다.하지만 그 선택은 결국 잔혹한 운명의 장난으로 돌아왔다.할머니가 그렇게 택한 남자는 결혼 2년 만에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며 복잡한 유산 문제와 막대한 재산을 남겼다.모든 것은 자연스레 노세란의 손에 들어갔다.예상치 못한 재산 덕분에 노세란은 재계에서 더 큰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지만 그와 동시에 가족 내부의 갈등과 균열도 조용히 그러나 깊숙이 번져갔다.남지혜는 조용히 방현준의 이야기를 들으며 속으로 감탄했다.‘겉보기에는 냉철하고 무심한 줄만 알았던 사람이 이토록 복잡하고 깊은 과거를 짊어지고 있었을 줄이야...’그녀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와 연민이 섞인 눈빛으로 방현준을 바라보았다.“그럼 연우는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던 남지혜가 다시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녀는 이연우가 정말로 무사한지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때가 되면 만나게 될 거예요. 지금 상황이 복잡해서 아직 아는 척할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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