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의 꽃길: Chapter 391 - Chapter 400

방현준은 그동안 노세란이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는 걸 이제야 완전히 깨달았다.노세란은 결코 그가 존경하거나 신뢰할 만한 사람이 아니었다.방현준은 더 이상 그 자리에 머물지 않았다.지금 이 순간 이연우가 처한 상황이 얼마나 위급한지 방현준은 잘 알고 있었다.그녀에게 필요한 건 그의 존재와 보호였기에 방현준은 주저 없이 몸을 돌려 빠른 걸음으로 걸어 나갔다.그 뒷모습에는 결연함이 서려 있었고 마치 모든 과거의 인연과 정을 뒤로 하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듯했다.노세란은 그가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고 떠나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 분노로 몸을 떨었다.눈을 동그랗게 뜨고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 근육은 경련하듯 떨렸다.“감히... 지금 나한테 반기를 들겠다는 거야!”그 날카로운 외침은 거대한 저택을 요동치게 했다.“할머니도 형 성격 아시잖아요. 이번엔 정말 한계까지 몰린 것 같아요.”한쪽에 앉아 있던 정승주가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그의 표정은 무심한 듯했지만 가늘게 뜬 눈동자 속에는 알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스쳤다.정승주는 평소의 방현준은 늘 차분하지만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 폭발하는 화산과도 같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이토록 분노한 방현준의 얼굴을 보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할머니는 결국 형을 포기하기로 했나 보네. 가문 내부에서도 폭풍이 휘몰아치겠어.’“지금부터 배휘경 명의의 모든 사업은 네가 관리해. 그놈 손에 쥐어진 모든 권한을 다 막아버려. 내 도움 없이 무슨 수로 이연우를 지킬 지 두고 보자고!”이를 악물고 말하는 노세란의 목소리에는 독기와 결단이 서려 있었다.말을 마치자마자 노세란은 소매를 홱 털어 젖히고 성큼성큼 방으로 걸어 들어가 버렸고 정승주만이 홀로 소파에 남겨졌다.그는 노세란이 사라진 쪽을 향해 쓸쓸하게 웃으며 조용히 중얼거렸다.“결국 할머니는 저를 방현준과 싸울 때 쓸 수 있는 도구 정도로 생각하셨네요.”정승주는 힘없이 몸을 뒤로 젖히며 눈을 감았다.한순간 깊은 피로가 온몸을 덮쳤다.고

“좋아. 절대 그 누구도 연우에게 상처를 줄 수 없도록 나도 최선을 다해 지킬 거야.”방현준의 눈빛이 굳건하게 빛났다. 그는 마치 온 세상에 선언이라도 하듯 이연우를 향한 자신의 보호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방현준은 복잡한 가문 싸움 속에서 이연우의 처지가 얼마나 위태로운지 잘 알고 있었다.그는 이연우를 지키기 위해서 정말로 최선을 다해야 했다.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 없다고 판단한 방현준은 한세현이나 지한겸과 허송세월하지 않고 조태혁과 함께 성씨 가문 안으로 단호하게 걸음을 옮겼다.힘차고 굳건한 그의 걸음은 걸을 때마다 결연한 기운이 느껴져 이연우를 반드시 지키겠다는 의지를 그대로 드러냈다.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한세현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그는 이내 고개를 홱 돌리며 옆에 있던 지한겸에게 날카롭게 쏘아붙였다.“내가 처음부터 분명히 말했잖아. 일 끝나면 처리하라고. 그런데 넌 내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들었지. 지한겸, 네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잊은 모양이야.”한세현의 목소리는 지하 깊은 곳에서 울려 나오는 듯 듣는 이의 등줄기를 오싹하게 할 만큼 싸늘했다.“죄... 죄송합니다. 전부 제 잘못입니다.”지한겸은 그 기세에 놀라 몸을 움찔했고 얼굴은 공포로 하얗게 질렸다.고개를 푹 숙인 그는 한세현의 날카로운 눈을 똑바로 바라볼 용기조차 내지 못했고 마음속은 후회와 두려움으로 가득 찼다.“흥. 이연우한테 마음을 빼앗겨서 안 죽인 거겠지.”콧방귀를 뀌며 비웃는 한세현의 눈에는 불신과 경멸이 섞여 있었다.모든 계획을 치밀하게 짜놓은 한세현은 가장 믿었던 놈에게서 틀어지리라곤 상상도 못 했다.하지만 지금 당장 무턱대고 움직여 사람을 없애기에는 너무 노골적이었고 자칫하면 한씨 가문 내에서의 지위가 흔들릴 수도 있었다.한씨 가문 내부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조금만 실수해도 큰 소용돌이가 일어날 수 있었다.지금 할 수 있는 건 상황을 자세히 관찰하며 방현준 일행이 정말로 이연우를 한씨 가문에 들이려 하는지 지켜보는 것뿐이었다.한편 성씨 가문

조태혁은 그날의 상황을 떠올렸다.이연우가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말 속에 사실은 깊은 의미가 숨겨져 있었다.조태혁은 솔직히 이렇게 우연이 겹칠 줄은 몰랐다.그는 배휘경이 바로 방현준이었고 두 사람이 H국에서 이미 깊은 사이로 발전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이 일련의 사건들을 보며 그는 운명의 신비로움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지금 나가서 기자들을 마주할 거예요. 내 것이었던 건 지금이라도 다시 가져올 거고 제 신분도 다시 찾을 거예요.”고개를 살짝 든 이연우의 눈빛은 불길처럼 타올랐고 더 이상 생명의 위협에 대한 두려움은 찾아볼 수 없었다.이제 이연우에게는 모든 걸 용감히 직면하고 자신의 것을 되찾겠다는 신념만이 남아있었다.그러나 이 자리의 모든 사람은 이연우가 자신이 한세아임을 인정하는 순간 그 뒤로 위험이 밀물처럼 몰려올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한씨 가문의 내부 갈등과 한세아의 음흉함은 그녀를 절망적인 상황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었다.성태훈은 휠체어에 앉아 미간을 깊게 찌푸린 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시 한번 조심스레 물었다.“지금 뭘 하려고 하는 건지 알고는 있어요?”그는 이연우가 충동적으로 잘못된 결정을 내릴까 봐 걱정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제 선택이 뭘 뜻하는지 알고 있어요.”이연우가 천천히 몸을 숙이며 성태훈의 눈을 바라보았다.그녀의 눈동자에는 흔들림 없이 단단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처음에는 제가 당신의 동생으로서 이곳에서 안정적인 신분으로 지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이연우는 성태훈의 손을 살짝 잡으며 감사의 마음을 담아 말했다.“하지만 지금 밖에서는 저에게 한세아라고 인정하라고 강요하고 있어요. 그런 상황에서 계속 숨어서 태훈 씨에게 부담을 안길 수는 없어요.”이연우는 자신의 정체는 단순한 비밀이 아니라,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시한폭탄과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숨기기만 한다면 성씨 가문은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이연우가 길을 잃고 방황하던 그때 누구보다 먼저 손을

그 미소는 봄날의 산들바람처럼 부드럽고 따스해 주변에 감돌던 긴장감마저 조금씩 녹아내렸다.이연우는 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 침착하게 기자들의 질문에 하나씩 답하기 시작했다.“당시 큰 화재로 인해 모두가 제가 죽은 줄로만 알았죠.”이연우의 눈빛에 잠시 과거를 회상하는 흔적이 스쳤다.그녀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안엔 누구도 쉽게 헤아릴 수 없는 깊은 감정이 깃들어 있었다.“저는 다만 운 좋게 다른 사람 손에 의해 H국으로 보내졌을 뿐이에요. 그 낯선 나라에서 모든 것이 낯설고 막막했죠.”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힘들었던 시절을 떠올렸다.주변의 기자들 역시 자연스럽게 숨을 죽이고 이연우의 이야기에 집중했다.“그 후 크게 앓고 난 뒤 저는 기억을 잃었어요.”이연우가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당시 저는 끝없는 어둠 속에 빠진 것 같았고 과거의 모든 것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요. 그래서 지금까지도 돌아올 수 없었죠.”나지막이 말하는 이연우의 목소리에는 아픔과 슬픔이 담겨 있었다.“그러다 우연히 기억을 되찾게 되었어요.”그 말과 함께 이연우의 눈동자가 반짝였다.“그 순간 오래 묻혀 있던 기억들이 밀려왔고 돌아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가족이 이곳에 있는지, 나를 아껴주던 사람들은 괜찮은지 확인하고 싶었거든요.”그녀는 저 멀리 어딘가를 응시하며 마치 기억 너머의 얼굴들을 떠올리는 듯했다.“왜 성씨 가문의 딸이 되었냐고 물으셨죠?”이연우는 고개를 살짝 들고 단호한 눈빛으로 말했다.“그때 저는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었어요. 당시 너무 급해서 무작정 도망치다가 오게 된 곳이 성씨 가문이었어요.”이연우는 마치 급박했던 그 순간으로 돌아간 듯 긴장감을 담아 말했다.“사모님은 마음씨가 착하신 분이세요. 제 처참한 모습을 보고 연민을 느껴 저를 입양하신 거죠. 성씨 가문에 있는 동안 가족들은 저를 따뜻하게 보살펴 주었고 저는 오랜만에 집이라는 게 뭔지 다시 느낄 수 있었어요.”벅차오르는 듯한 감정에 현장에 있던 기자들조차 마음이 움직였다.

“네가 순순히 내 말에 따르면 네 동생은 살려줄게.”한세현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번졌다.동생이라는 말에 지한겸의 얼굴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스쳤다.동생의 안위에 대한 걱정, 이연우에 대한 미련과 고통이 뒤섞인 얼굴이었다.지한겸이 한세현을 위해 움직인 이유는 다름 아닌 동생의 목숨이 한세현의 손에 쥐여 있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지금,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의지하며 살아온 동생 사이에서 지한겸은 마치 지옥의 심연에 선 듯했다.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알 수 없던 지한겸에게 고통이 파도처럼 밀려와 그를 집어삼켰다.“보아하니 사랑하는 여자가 혈육보다 더 중요한 모양이군.”한세현의 싸늘한 목소리에서는 서리가 스미는 듯한 냉기가 흘러나와 뼛속 깊이 파고들었다.“그렇다면 동생 시체 치울 준비나 해.”말을 마친 한세현의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차 문을 열었다.차에서 내린 그는 기자들이 아직도 이연우를 에워싸고 있는 모습을 보며 미묘한 냉소를 지었다.그리고 느릿느릿 그러나 힘 있는 발걸음으로 사람들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그 발걸음 하나하나에 위엄이 서려 있었지만 눈빛 한 켠에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음흉함이 배어 있었다.기자들은 한세현이 나타나자 마치 피 냄새를 맡은 상어처럼 순식간에 이연우를 버리고 그를 에워싸기 시작했다.각종 질문이 연이어 날아들었다.“한세현 씨, 이 여자분이 진짜 동생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셨습니까?”“한세현 씨, 어느 쪽이 진짜라고 생각하십니까?”“지금 상황은 성씨 가문 소행이라고 보시나요? 아니면 진짜 동생을 찾으신 건가요?”기자들의 눈에는 흥분과 호기심이 번뜩였다.모두 한세현의 입에서 단독 보도를 끌어내고 싶어 안달이 난 상태였다.한세현은 태연하게 먼저 주변 기자들을 둘러본 뒤 이연우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적절한 미소를 지었다.“죄송하지만 이 일에 대해서는 몰랐습니다. 만약 성태연이 정말 제 동생이라면 한씨 가문은 반드시 진지하게 대응할 것입니다.”그는 잠깐 말을 고르더니 덧붙였다.“하지만 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