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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이혼 후의 꽃길: Chapter 351 - Chapter 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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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1화

“당신... 당신 지금 뭐 하는 거예요!”쏘피아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비명을 내질렀다.그녀는 허겁지겁 성태훈 곁으로 달려오더니 두 손을 뻗어 성태훈의 다리에 꽂힌 은침들을 마구 뽑아내려 했다.그 눈빛에는 공포와 분노, 그리고 걱정이 뒤섞여 있었다. 그러나 성태훈은 조용히 손을 들어 쏘피아의 손목을 붙잡았고 고개를 살짝 저으며 부드럽지만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쏘피아, 연우 씨는 나를 치료하고 있는 거야.”그의 목소리는 낮고, 침착했지만 반박을 허락하지 않는 강한 확신이 담겨 있었다.쏘피아는 외국인으로, 한의학의 침술이란 것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그래서 눈앞의 광경이 그녀에게는 끔찍하고 위험한 장면으로만 보였다.반면 성태훈은 H국 혈통을 가지고 있었기에 어릴 때부터 한국의 전통 의술과 침술에 대해 들은 적이 있어 그 원리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었다.“도련님, 제발 저 여자의 말에 속지 마세요!”쏘피아는 울먹이며 소리쳤다.“이게 무슨 치료예요? 다리에 저렇게 많은 바늘을 꽂다니, 이건 너무 끔찍해요!”그녀는 성태훈의 손을 뿌리치며 급히 호주머니를 뒤적이더니 곧 휴대폰을 꺼내 들고 경찰에 신고하려 했다.쏘피아에게 지금 이 장면은 위험천만한 폭력 행위처럼밖에 보이지 않았다. 도련님이 위험에 처하는 걸 두 눈 뜨고 볼 수 없었다.“쏘피아, 그만!”성태훈이 다급히 외쳤고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그녀를 제지하려 했다. 그는 두 팔을 허공에 뻗어 마치 신고하려는 그녀의 시도를 온몸으로 막아내듯 했다.“연우 씨는 나를 구하려는 거야! 걱정하지 마. 연우 씨가 내 다리를 고칠 수 있다고 했어!”성태훈의 목소리는 약간 떨렸지만, 확신이 있었고 간절했다. 그는 지금 순간에 자신의 인생에 다시 찾아온 희망을 절대로 놓칠 수 없었다.그의 말에 쏘피아의 손이 멈췄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은침이 가득 꽂힌 그의 다리와 이연우를 번갈아 바라봤고 눈에는 여전히 의심과 공포가 가득했다.다리에 은침을 가득 꽂고 있는 게 치료라니, 그녀는 도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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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2화

그런데도 성태훈은 이제 막 다시 피어난 희망의 불씨를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은침과 도구들의 정리를 마치자 성태훈은 자세를 살짝 고쳐 앉았다. 그리고는 이연우를 바라보며 눈가에 약한 호기심이 든 표정으로 물었다.“대체 정승주를 어떻게 건드리게 된 겁니까?”그 질문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의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정승주는 결코 쉽게 상대할 인물이 아니었다. 이연우가 정승주 같은 사람과 어떻게 얽히게 됐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그 미친놈을 어떻게 자극하게 됐는지 누가 알겠어요.”이연우는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저으며 답답한 표정을 했다.그녀는 정승주와 얽히게 된 그 일들을 떠올리며 도대체 언제, 어디서 그의 심기를 건드리게 됐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런 성격일 줄 알았다면 그때 그를 미라지 베이로 보내지 말았어야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모든 문제의 시작은 그 평범해 보였던 결정에서 비롯된 듯했다.“그 사람은 평범한 인간이 아니에요. 그런 인간을 건드렸다면 결코 쉽게 끝나지 않을 겁니다.”성태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걱정스러운 눈빛이었다.“그럼 계속 도망 다닐 생각이에요?”그는 정승주의 방식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 사람은 한 번 목표를 정하면 절대 놓지 않았고 마치 사냥감을 물어뜯은 늑대처럼 숨통이 끊길 때까지 쫓아갔다.“도망칠 순 없어요. 난 여기에 사람을 찾으러 왔으니까요.”이연우는 입술을 꼭 깨물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 눈빛에는 흔들림 없는 결의가 담겨 있었다.잠시 생각을 정리한 이연우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제가 사람들 앞에 나설 기회가 필요할지도 몰라요.”그녀는 계속 도망치면 영영 방현준을 찾을 수 없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직접 움직이고,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야만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3일 후, 조씨 가문에서 가면무도회가 열릴 거예요. 원한다면 성씨 가문의 사람으로 참석시켜줄 수 있어요.”성태훈의 눈빛이 잠시 심각해지며 말했다.성씨 가문은 F국에서도 손꼽히는 명문가였다. 매년 각계각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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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3화

박명주는 방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거칠고 빠르게 성태훈에게 다가왔다.그녀의 두 눈은 분노로 불타올랐다. 그 불길 같은 시선은 마치 눈앞의 모든 것을 불태워버릴 듯했다.박명주는 손을 번쩍 들어 손가락으로 이연우를 가리키며 절규하듯 외쳤다.“한세아, 너 또 내 아들을 해치려는 거야? 너희 한씨 가문은 정말 사람을 지독하게 괴롭히는구나!”그 목소리는 고요한 공기를 날카롭게 갈랐고 강렬한 분노가 담겨 있었다.“사모님, 사람 잘못 보셨어요!”이연우는 갑작스러운 고함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두려움이 가득한 눈으로 박명주를 바라봤다.이연우는 상대가 지금 감정적으로 폭발 직전이라는 걸 느꼈다. 혹시라도 이 여자가 흥분해서 자신에게 손찌검이라도 할까, 심장이 쿵쿵 뛰었다.한세아라는 여자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얼굴이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까지 증오를 사는 건지, 이연우는 속으로 경악했다.“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박명주의 눈빛이 더욱 매서워졌다. 그 시선은 마치 사람의 내면까지 꿰뚫을 듯했다.한세아와 똑같게 생긴 눈앞의 얼굴을 보면서 박명주는 자신이 사람을 잘못 봤다고 믿을 수 없었다.그녀의 마음속에서 한세아는 자기 아들을 망가뜨린 원수였다.“엄마, 이 여자가 진짜 한세아일 수도 있어요. 한씨 가문에 있는 그 사람은 가짜일 가능성이 커요. 하지만 아직 확실하지 않으니까 이 일은 함부로 소문내면 안 됩니다.”성태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다가가 박명주에게 속삭이듯 말했다.그의 목소리는 신중했고 혹시라도 다른 사람에게 들릴까 봐 입술을 거의 움직이지 않고 말했다.하지만 박명주의 시선은 여전히 차가웠고 경계하는 눈빛으로 이연우를 노려보았다.이윽고 그녀는 고개를 돌려 아들에게 낮지만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제발 저 여자의 말에 속지 마. 한씨 가문의 그 여자는 교활하고 잔인해. 이것도 그들이 꾸민 계략일 수도 있어!”박명주 말에는 진심 어린 걱정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그저 아들을 지키고 싶었고 더 이상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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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4화

박명주는 이연우의 말이 다소 황당무계하다고 느꼈다. 어쩌면 희망찬 얘기일 수도 있지만 이 여자의 얼굴이 한세아와 너무도 닮아 있었다.그 사실은 박명주가 의심을 지울 수 없게 했고 이 여자가 혹시 한씨 가문에서 일부러 보낸 사람은 아닌지, 음모를 품고 있지는 않은지 의문이 들게 했다.이연우는 당연히 자신이 한세아처럼 보이기 때문에 오해를 살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 낯선 땅에서 그 얼굴은 가끔 훌륭한 ‘통행증’이 되기도 했다.이것 때문에 문제도 많이 생겼지만, 뜻밖의 기회들이 주어질 때도 있었다.“태훈아, 너는 어떻게 생각해?”박명주는 마침내 시선을 이연우에게서 떼고 아들에게로 향했다. 그녀는 살짝 허리를 굽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이 수상한 여자를 붙들어두길 원하느냐는 아들의 속마음을 확인하려는 질문이었다.“엄마, 전 이미 5년째 휠체어를 타고 있어요.”성태훈은 고개를 살짝 들며 고통과 체념이 섞인 표정을 잠깐 지었지만, 곧 단호하게 말했다.“그래서 한번 시도해보고 싶습니다.”그는 휠체어의 손잡이를 꽉 잡았다. 힘줘 쥔 손마디가 하얗게 변할 정도로 결심이 굳건했다.설령 가능성이 희박하더라도 단 한 줌의 희망이라도 있다면 다시 일어서고 싶었다. 5년간 휠체어에 갇혀 지낸 삶에서 벗어나고 싶었다.“두 사람만 함께 있는 건 너무 위험해. 내가 몇 사람을 붙여서 곁을 지킬게. 혹시 이 여자가 너를 해하려 든다면...”박명주는 얼굴을 찡그리며 염려를 표했다. 아들이 수상한 여자와 단둘이 있는 걸 못마땅해했고 언제든 사고가 날까 걱정스러웠다.“엄마, 만약 연우 씨가 정말 저를 죽이려 했다면 치료하는 도중에 칼로 저를 찌르면 됩니다. 사람을 붙여도 소용없어요.”성태훈은 애석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가 고개를 저었다.그는 이연우가 자신을 해칠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의 말과 태도에서 단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찾고자 하는 진심만 느껴졌기 때문이다.박명주는 아들을 바라보며 안타까움과 난감함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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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5화

사흘 뒤, 짙은 어둠이 도시에 깔렸고 하늘엔 별들이 반짝였다.사람들의 이목을 끌던 조씨 가문의 가면무도회가 한 호화로운 저택에서 성대하게 열렸다.저택 밖에는 고급 승용차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자동차 불빛들이 은하수처럼 번쩍이며 저택 주변을 대낮처럼 환하게 밝혔다.차 안에 앉아 있는 박명주는 아무런 표정 없이 옆자리에 앉은 이연우를 바라보았다.그 시선에는 경계와 의심, 그리고 미묘한 복잡한 감정이 섞여 있었다.“오늘 너의 신분은 성태연이야. 그걸 절대 잊지 마. 네 진짜 목적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내 아들에게 침을 놓고 희망을 준 건 사실이니까 이번엔 도와줄게. 하지만 네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성씨 가문을 대표한다는 걸 명심해.”박명주의 목소리는 고요한 차 안에서 묵직하게 울렸다.“엄마, 걱정하지 마세요!”이연우는 부드럽고 상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지금 그녀의 신분은 성씨 가문의 양녀이므로 자연스럽게 박명주를 엄마라고 불렀다.걱정과 경계심으로 굳어있던 박명주의 표정은 그 말을 듣자 잠시 흔들렸다.그 눈빛 속에 따뜻한 기운이 스치며 마음속에 잔잔한 파도가 일었다.박명주는 딸을 갖고 싶었지만, 아들을 낳은 뒤 건강을 잃고 더는 아이를 가질 수 없었기에 이 생각은 영원한 아쉬움으로 남아있었다.“크흠...”박명주는 가볍게 헛기침하며 감정을 추스르고는 다시 평정을 되찾은 목소리로 말했다.“이따 나한테서 떨어지지 말고 함부로 돌아다니지도 마.”그녀는 말하면서 정교하게 세공된 가면 하나를 내밀었다.그 가면에는 잘게 쪼개진 수정 조각이 박혀 있었고 차 안의 은은한 불빛 아래서 신비로운 광채를 반짝였다.“이건 가면무도회지만 너에겐 처음으로 세상 앞에 서는 자리야. 성씨 가문의 이름에 누가 되지 않게 행동해.”박명주의 눈빛은 엄격했지만 약간 기대하는 기색이 스쳤다.“네, 엄마.”이연우는 밝게 미소 지으며 가면을 받아 들었다. 그 미소는 봄 햇볕처럼 따스했고 보는 사람의 마음마저 편안하게 했다.그녀는 천천히 가면을 썼고 가면 아래로 반짝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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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6화

많은 사람이 정성스레 만든 가면을 쓰고 있었다.그 가면들은 각기 다른 형태를 하고 있었는데 신비로운 짐승의 얼굴도 있었고 섬세한 조각 무늬가 새겨진 것도 있었다.그 모습은 마치 사람들을 한순간에 환상적인 세계로 이끌어 넣는 듯했다.이 화려한 연회장 안에는 자신의 아름다움으로 한 자리 차지해 보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조씨 가문과 인연을 맺을 수만 있다면 이 자리에 모인 대부분의 집안에 그것은 상류층으로 향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었다.그래서 모두가 온 힘을 다해 자신이 가진 가장 매혹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그때 한씨 가문 일행이 천천히 연회장 안으로 들어섰다.붉은빛의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있는 한세아의 치맛자락은 불길처럼 흔들리며 그녀의 존재감을 한껏 돋보이게 했다.회장 안에 들어서자마자 그녀의 시선은 예리하게 사방을 훑었고 곧 수영장 옆에 서 있는 방현준을 발견했다.방현준은 혼자였다. 주변의 떠들썩한 분위기와는 달리 마치 그 모든 소음이 자신과는 상관없는 사람처럼 묵묵히 그 자리에 서 있는 방현준의 모습은 하나의 조각상 같았고 타고난 품격이 온몸에서 은은하게 흘러나왔다.그 고고한 분위기는 누구도 쉽게 다가갈 수 없게 만들었다.한세아의 눈에 순간적인 놀람과 동경이 스쳤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드레스의 주름을 매만지며 옆에 있던 남자에게 다소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오빠, 저 잠깐 다녀올게요.”한세아의 목소리는 꾀꼬리처럼 부드럽고 눈빛은 기대감으로 반짝였다.“세아야, 또 배휘경한테 가려는 거야? 설마 전에 고성에서 네게 했던 말을 벌써 잊은 건 아니지?”한세현은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걱정과 불만이 뒤섞인 표정을 지었다.배휘경이 이전 한세아에게 보였던 태도는 한세현에게 있어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다.한세현은 배휘경이 한씨 가문에 최소한의 예의조차 지키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그런 사람과의 혼인은 그리 큰 의미가 없다고 여겼다.“오빠, 저 정말 휘경 오빠가 좋아요.”한세아의 눈빛이 더욱 단단해졌다. 그녀는 한세현의 팔을 꼭 붙잡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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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7화

한세아는 조심스레 시선을 한세현에게로 옮겼다.망설임 가득한 눈빛으로 입술을 깨문 한세아가 나지막이 말했다.“오빠, 언니가 저 정말 싫어하는 것 같아요.”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한세아는 마치 잘못을 저지르고 꾸중을 들을까 봐 두려워하는 아이처럼 눈가에 눈물까지 맺혔다.한세현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다.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눈빛에 엄한 기색을 띠고 단호하게 말했다.“말 가려서 해. 그리고 앞으로 자꾸 한세영 자극하지 마.”그는 한세영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한씨 가문의 내부 사정이 얼마나 복잡한지도 알고 있었기에 한세아의 경솔한 행동이 불필요한 문제를 만들까 봐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네, 알겠어요.”고개를 숙인 채 어깨를 축 늘어뜨린 한세아는 억울함을 꾹 눌러 삼키고 있는 듯했다.미세하게 떨리는 어깨는 속으로 감정을 누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줬다.그때 막 문을 열고 들어온 박명주와 그녀 뒤를 따르는 여인이 모두의 시선을 끌었다.한세아는 그 여자를 보는 순간 조금 전까지 지었던 억울한 표정은 지우고 혐오스러운눈빛을 보였다.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냉소 섞인 웃음을 흘렸다.“아직도 이런 자리에 얼굴을 들이밀다니... 그때 당한 것으로는 부족했나 보네.”마치 그 여자에게 지독한 원한이라도 품은 듯 한세아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속에 담긴 독기만큼은 감출 수 없었다.“성씨 가문 사람들은 한동안 모습을 안 드러냈었는데 오늘은 웬일이지? 그리고 저 뒤에 있는 여자는 누구지?”한세현은 박명주 뒤에 있는 여자를 보며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박명주 뒤에 선 여자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이상하게도 어딘가 낯이 익은 느낌이 들었지만 도무지 어디서 봤는지 기억나지 않았다.“누구든 상관없죠. 어차피 여기서는 우리 앞에 고개 숙이고 있어야 할 사람들이잖아요.”한세아는 박명주와 그 여자를 하찮게 여기는 듯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린 채 코웃음을 쳤다.한세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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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8화

한세아는 마치 박명주의 괴로운 표정을 즐기기라도 하듯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인 채 조롱 섞인 미소를 짓고 있었다.조용히 박명주의 뒤를 따르고 있던 이연우는 그 말에 순간 얼굴이 굳어지며 가슴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이 여자 정말 독하네. 성태훈의 불편한 두 다리가 박명주의 가장 큰 상처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사람들 앞에서 일부러 그 상처를 후벼 파고 있다니. 어쩐지 처음 나를 봤을 때 그렇게 격한 반응을 보인다 했어. 그 어떤 어머니라도 아들을 지금처럼 만든 사람을 미칠 만큼 증오했을 거야.’“한세아, 나는 지금도 네가 한씨 가문 친딸이 맞는지 의심스러워.”박명주는 한세아의 도발에도 여전히 품위를 잃지 않고 우아한 미소 뒤로 단단한 기세를 숨기고 있었다.그녀는 가면 뒤에 숨겨진 진실을 읽어내려는 듯 매서운 눈빛으로 예리하게 한세아를 꿰뚫어 보았다.한세아는 코웃음을 치며 냉소를 흘렸다.“사모님, 헛소리 좀 그만하세요. 그 꼴을 보아하니 다리 하나쯤 부러져야 정신 차릴 모양이네요.”턱을 살짝 들어 올리며 박명주를 내려다보는 한세아의 눈빛에는 노골적인 위협이 서려 있었고 마치 선을 넘지 말라고 경고하는 듯했다.“너무 무례하신 거 아닌가요?”박명주를 향한 조롱에 더는 참을 수 없었던 이연우가 곁에 서서 단호하게 한세아를 마주 봤다.이연우의 눈빛은 흔들림 없이 단단했고 한세아를 향한 시선에는 단 한 점의 두려움도 없었다.불쾌한 듯 미간을 찌푸린 한세아는 위아래로 이연우를 훑어보며 냉소를 터뜨렸다.“이건 또 누구야? 감히 나한테 덤벼? 사모님, 설마 며느리라도 되는 거예요?”입꼬리를 올리며 조롱하는 한세아는 이연우에게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눈빛을 보냈다.“저는 성씨 가문의 딸이에요. 한세아 씨가 아직 한씨 가문으로 돌아오지 않았을 때부터 이 자리에 있었죠.”이연우는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또렷하게 말했다.그녀는 이 몇 년 사이 많은 사람이 한세아의 정체를 의심해 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리고 한세아가 이렇게 대담하고 당당할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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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9화

그러나 이미 한세아의 반응을 예상했던 이연우는 가볍게 몸을 옆으로 틀어 재빠르게 그 손길을 피했다.자연스럽고 우아한 이연우의 동작은 마치 처음부터 그럴 계획이었던 것처럼 빈틈이 없었다.이연우는 곧 다시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박명주의 팔을 다정하게 끼며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엄마, 저희 가요.”다정한 이연우의 목소리에는 박명주를 달래는 듯한 온기가 서려 있었다.마치 방금의 실랑이는 그저 지나가는 바람에 불과한 듯 그녀의 걸음은 단정하고 우아했다.두 사람은 한세아의 혼란스러운 시선을 뒤로한 채 품격 있게 몸을 돌려 다른 쪽으로 걸어갔다.한세아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두 사람의 뒷모습이 점점 멀어질수록 그녀의 얼굴은 분노와 불안으로 뒤섞였다.두 손은 어느새 꽉 쥐어졌고 날카로운 손톱이 손바닥을 깊이 파고들며 하얀 자국을 남겼다.한쪽 구석으로 자리를 옮기자 박명주는 숨을 크게 들이쉬며 조금 전 한세아의 독설에 흔들렸던 감정을 다잡았다.그녀는 감동스러운 눈빛으로 이연우를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정말 고맙구나.”박명주는 점점 눈앞의 이 소녀야말로 진짜 상류층 딸다운 품격과 배려를 가진 사람이라고 확신했다.그에 비해 거만하고 무례한 한세아는 귀한 집 딸 같지 않았다.“잊으셨어요? 저 지금 성태연이잖아요. 딸이 엄마 편을 드는 게 당연한 거죠.”이연우가 환하게 웃었다.그 웃음은 봄날 햇살처럼 따뜻했고 주변의 공기마저 한결 부드럽게 만들었다.그녀는 조심스럽게 박명주를 부축해 앉히고 한쪽 테이블로 가서 물 한 잔을 따라왔다.이연우가 두 손으로 컵을 건네며 말을 이었다.“한세아가 저렇게까지 설치는 건 한씨 가문이 뒤를 봐줘서 그래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언젠가는 성태훈 씨의 복수를 할 수 있을 거예요.”단호한 이연우의 말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약속이자 다짐이었다.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연회장에 들어선 순간부터 이연우의 머릿속에 이상한 장면들이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다.그 장면들은 마치 빠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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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0화

담담하고 차가운 그의 목소리는 마치 한세아와 의도적으로 거리를 벌리려는 듯 냉정하게 느껴졌다.방현준은 더 이상 이 여자와 대화하고 싶지 않았다.이연우와 너무나 닮은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며 말을 걸 때마다 마음속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묘한 불편함이 스멀스멀 올라왔다.본래 이 얼굴은 자신이 사랑했던 첫사랑, 이연우의 것이었다.그런데 지금 한세아가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방현준의 내면은 거부감과 혐오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방현준은 몸을 살짝 비틀며 일부러 한세아의 시선을 피했다.한세아가 다시 말을 꺼내며 시선을 끌려는 순간에도 방현준은 그녀를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그는 옆에 놓인 가면을 단호하게 집어 들어 얼굴에 썼고 주저 없이 다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급하면서도 단호한 그의 걸음은 마치 뒤에서 맹렬한 폭풍이나 맹수가 쫓아오는 듯, 한세아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심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한편 이연우는 모호한 기억 속에서 새로운 단서들을 찾고 싶었다.그녀는 수영장 쪽을 바라보며 혹시 잊힌 기억이 다시 떠오를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안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기대감 어린 눈빛과 함께 이연우의 걸음은 가볍지만 어딘가 조급함이 섞여 있었다.마치 수영장 주변에 그녀의 정체와 관련된 중요한 실마리가 숨겨져 있는 듯이 말이다.방현준과 이연우, 한 사람은 왼쪽에서, 한 사람은 오른쪽에서 붐비는 연회장 속에서 서로 가까워지고 있었다.주변에는 웃음소리와 음악이 섞여 활기찬 분위기가 흐르고 화려한 조명은 사람들 사이를 유유히 스쳐 갔다.두 사람이 스치듯 지나가는 순간 이연우의 코끝으로 익숙한 향기가 느껴졌다.그 향기는 마치 실타래처럼 그녀의 마음을 감싸며 순간 심장이 덜컥 뛰게 했다.무의식적으로 뒤를 돌아본 그녀의 눈빛에는 기대와 긴장이 섞였다.그러나 그곳에는 단지 지나가는 밴드 멤버들만 있을 뿐이었다.악기를 들고 발걸음을 재촉하는 그들의 화려한 모습이 눈에 띄었지만 이연우가 찾던 그 익숙한 존재는 보이지 않았다.그 순간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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