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현준의 말을 들은 노세란은 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가는 듯한 표정으로 천천히 눈을 감았다.정승주는 끝내 그 무엇으로도 감춰지지 않는 그녀의 치명적인 약점이었다.노세란은 잘 알고 있었다. 방현준과의 기 싸움에서 자신은 정승주 때문에 완전히 밀리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네가 그 아이만 돌려보내 준다면.”노세란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최대한 침착하게 들리도록 목소리를 가다듬었다.“나는 다 눈감아줄 수 있다. 앞으로 너와 이연우 사이의 일에도 더는 관여하지 않겠다.”그녀는 천천히 눈을 뜨며 말했다. 그 눈빛에서는 체념에 가까운 감정이 느껴졌다.노세란은 늘 자신의 사랑을 모두 딸과 사위에게 쏟았었다. 하지만 그 두 사람이 불행하게 세상을 떠난 뒤, 남은 건 정승주라는 단 하나의 핏줄뿐이었다.그래서 그 아이는 그녀에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가 되어버렸다.또한 이제 방현준은 더 이상 자신이 길들여서 좌지우지할 수 있는 손자가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방현준은 어느새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책임감 있는 남자로 성장해 있었다.노세란은 자신이 공들여 키워낸 손자가 결국 자신을 겨누는 가장 날카로운 칼이 되리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었다.그 사실이 그녀의 마음을 복잡하게 만들었다.“할머니,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 알아요.”방현준은 눈빛이 조금 부드러워졌지만, 말투는 여전히 차가웠다.“할머니가 누리고 있는 권력은 계속 할머니 손에 있을 거예요. 제가 빼앗을 일은 절대 없어요.”그는 잠시 멈췄다가 다시 천천히 말을 이었다.“하지만 이연우는 제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중요한 사람이에요. 누구든 연우를 위협한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제 마음을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지금껏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방현준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어야만 모든 것들이 의미가 있다 사실을 마음 깊이 깨닫고 있었다. 권력도, 지위도, 이연우가 없다면 아무 의무도 없었다.“두 사람 일은 더 이상 관여하지 않을게.”노세란은 미세하게 눈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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