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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이혼 후의 꽃길: Chapter 431 - Chapter 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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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1화

“전 남편이 아픈 거 보니까 마음이 좀 안 좋아?”방현준은 입가에 장난스러운 미소를 띠고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가와 이연우 옆에 서서 농담하듯 말했다.그는 고개를 약간 기울인 채 흥미로운 눈빛으로 이연우를 바라보며 그녀의 미묘한 감정 변화를 찾아보려 했다.“지금 상황에 그런 농담은 좀 하지 마요.”이연우는 무기력함이 느껴지는 눈빛으로 방현준을 바라보며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심형빈이 아프다는 소식이 아직 마음에 걸리는 듯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근데 멀쩡하던 형빈 씨가 왜 갑자기 아프게 된 거죠?” 농담으로 할 말이 아니었다. 그리고 심형빈의 창백한 얼굴, 절망이 가득한 눈빛, 그 초췌한 모습을 떠올리면 아프다는 게 거짓말 같지 않았다.“요즘 마음고생할 일이 많아 계속 신경 써야 하는데 안 아픈 게 이상하지.”방현준은 웃음기를 조금 거두고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심형빈의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직접 수소문한 적이 있었다.심형빈은 이연우와 이혼한 뒤, 삶의 중심을 잃은 사람처럼 변했다고 했다. 그는 미친 사람처럼 밤낮없이 일에 매달렸고 그것으로 자신을 마비시키려 했다. 그러다 보니 정작 자신의 건강은 조금도 챙기지 못했다.지금 이런 모습으로 된 건 결국 심형빈 본인의 자업자득이었다. 자신도 자기 몸을 소중히 아끼지 않는데 누가 대신 아껴주겠는가.“그건 그 사람들이 스스로 선택한 결과에요.”이연우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한 생명이 눈앞에서 무너지고 있는 건 안타까운 일이니, 연민의 감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건 나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에요. 형빈 씨가 스스로 버텨주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어요.”이연우는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말 그대로 이 문제는 그녀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우리는 오늘 뭐 하러 가요?”이연우는 고개를 들어 방현준을 바라보며 화제를 돌렸다. 원래 그들은 F국에 남아서 노세란과 맞설 계획이었지만 방현준은 이유도 말하지 않고 갑자기 그들을 H국으로 돌아오게 했다.이유는 몰랐어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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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2화

이 갑작스러운 소식은 마치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듯 이연우의 마음속에 파문을 일으켰다.의문이 가득한 이연우는 일단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방현준을 따라나섰다. 가는 내내 그녀의 머릿속에서 생각이 실타래처럼 끝없이 뒤엉켰다.곧 만나게 될 자신과 혈연관계가 있는 사람이 과연 누구일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진한 커피 향이 퍼지는 한 카페에 도착했다.카페는 심플하면서도 아늑하게 꾸며져 있었고 부드러운 조명이 공간 곳곳을 따뜻하게 감싸고 있었다.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며 편안한 분위기를 더했다.이연우는 그들에게 손을 흔들며 밝게 인사하는 한 남자를 보고는 순간 저도 모르게 그 자리에 멈추어 섰다.“저 사람은 전에 서 대표님 할아버지의 생일 연회에서 군복을 입고 있던 그 남자 아니에요?”이연우는 놀란 목소리로 의아한 듯 중얼거렸다.그때 군복을 입고 등장한 비범한 분위기를 풍기던 남자가 기억에 남았었다.“기억력이 그렇게 좋은 줄 몰랐네?”방현준은 미소를 지으며 대견하다는 듯 이연우를 바라보았다.그는 이연우의 손을 잡고 그 남자, 바로 여도진이 있는 자리로 다가갔다.여도진은 이연우를 보자 설렘과 기쁨으로 눈동자가 반짝였다. 그는 곧바로 일어서더니 다소 성급한 행동으로 의자 옆에 두었던 정성스럽게 포장된 선물을 집어 들고 그녀에게 내밀며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안녕하세요.”그 순간 여도진의 마음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들로 꽉 차 있었다. 오랫동안 못 본 동생을 다시 마주하니 하고 싶은 말은 수없이 많았지만 결국 입 밖에 나온 것은 간단한 인사뿐이었다.“여도진 씨, 여기서 뵙게 될 줄은 몰랐네요.”이연우는 예의 바른 말투로 대답했다. 마음속에는 여전히 의문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늘 그렇듯 품위 있게 행동했다.“날 그렇게 부르면 안 되죠. 연우 씨는 나를 오빠라고 불러야죠.”여도진은 다정한 오빠처럼 애정 어린 눈빛으로 부드럽게 웃었다. 그리고 그는 살짝 어깨를 펴며 큰 용기를 낸 듯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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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3화

“그 말이 맞아. 내가 그곳을 떠난 이유는...”여도진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체념한 듯한 표정을 하고 말했다.“그곳의 끝없는 싸움에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야. 그 가문에서는 정말 사람 사는 온기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으니까.”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고 마치 숨 막히게 만드는 그 저택으로 다시 돌아간 듯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가문의 모든 권력은 한세현이 쥐고 있었다. 한세현은 마치 권력이라는 쇠사슬에 묶인 사람처럼 권력이 가져다주는 달콤한 열매에 취해 모든 힘을 쏟아붓고 있었다.가문의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할 때도 그는 오직 권력만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했다.부모님의 태도 역시 늘 권력을 중심으로 움직였다. 그들은 권력에 영혼을 판 사람들처럼 권력을 위해 살고 있었다.그런 분위기 속에서 살아가며 여도진은 하루하루가 가시방석 같아 단 1분도 그곳에서 더 머물고 싶지 않았다.“아까 현준 씨가 말하길 한세아를 이미 찾았다고 하던데.”여도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그게 대체 무슨 말이야?”그는 오래도록 가문의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지금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그리고 함께 자랐던 여동생 한세영, 그 아이가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도 몰라 마음 한구석이 쓰렸다.“한세아는 한세현이 데려온 가짜 딸이에요.”방현준은 심각한 표정으로 천천히 상황을 설명했다.“목적은 단 하나, 바로 도진 씨 부모님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죠.”그는 커피를 들어 한 모금 마시며 이 복잡한 사태를 어떻게 얘기하면 좋을지 잠시 생각하는 듯했다.“하지만 지금 동생이 자신의 정체를 밝혔는데...”여도진은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부모님은 아무 반응도 없다는 거죠. 그걸 보면 결국 부모님에게는 혈연관계보다 권력이 더 중요한 거예요.”그는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마음속에 남아 있던 마지막 기대조차 산산이 부서지는 순간이었다.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때 단호하게 집을 떠난 자신의 결정이 너무나도 옳은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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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4화

지금 부모님에게는 그들이 원하는 권력과 지위를 가져다줄 수 있을 것 같은 한세현이 있는데도 아직도 만족하지 못한단 말인가?“당신 부모님은 권력을 누리고 싶어 하는 게 맞습니다.”방현준이 눈을 가늘게 떴고 모든 걸 통찰한 듯 날카로운 눈빛으로 말했다.“하지만 한세현은 어디까지나 친아들이 아니죠.”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커피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마치 이 복잡한 상황을 어떻게 더 명확하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는 듯한 모습이었다.“만약 미래의 어느 날에 한세현이 다른 마음을 먹고 등 돌리려 하게 된다면 당신 부모님이 가진 모든 것, 그들이 그토록 소중히 여기는 권력과 지위, 그리고 재산까지 전부 물거품이 될 겁니다.”방현준은 커피잔을 내려놓고 다시 팔짱을 낀 채 진지한 표정으로 여도진을 바라보았다.이연우는 방현준의 말을 듣고 순식간에 뭔가를 깨달은 듯했다. 방현준이 왜 여도진을 찾아온 것인지, 그 이유를 알게 된 것이다.방현준 역시 이연우 부모님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한 권력에 대한 커다란 욕망과 가문 후계자에 대한 불안한 감정을 눈치챘기 때문에 오랫동안 동안 죽은 척하고 도망쳐 살았던 한세진을 찾아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결국 친아들이 돌아와야만 부모님은 지금의 상황을 다시 바라보게 될 것이고 한세현이 만들어낼 위협에 맞서 싸울 충분한 동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여도진은 지금처럼 새로운 신분을 가지고 이곳에서 평온하게 산다면 예전에 겪었던 복잡하고 소란스러운 싸움들로부터 완벽하게 멀어질 수 있으리라 여겼다.하지만 방현준이 분석한 것을 들은 후, 그의 마음속에서는 거대한 물결이 일기 시작했다.여도진은 자기 가족을 떠올렸다. 한때 함께 살았던 그 가족들이 어쩌면 현재 위기에 처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만약 자신이 이렇게 계속 신분을 숨기고 숨어 지낸다면 앞으로 가족들과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영영 없을지도 모른다.그리고 가문 역시도 한세현의 그늘에서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게 될 수 있었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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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5화

그 말을 들은 여도진은 차가운 미소를 띠었다. 그 웃음은 마치 한겨울의 서리처럼 차갑고 싸늘했다.그는 고개를 저었고 자신이 과거에 겪어온 일들을 떠올리며 말했다.“그곳은 정말 우리 같은 사람들이 있을 곳이 아니지. 서로 속고 속이며 모든 행동이 계산적이었고 주위의 모든 것들을 조심해야 했어. 언제 다른 사람이 파놓은 함정에 빠질지 모르니까.”그는 돌이켜 생각하고 싶지 않은 과거가 눈앞에서 아른거리는 듯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그런데도 현준 씨의 제안을 받아들인 거예요?”이연우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여도진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겨우 빠져나왔는데 다시 돌아간다면 이제 더는 도망칠 기회가 없어질지도 모르잖아요.”그녀는 그곳이 얼마나 복잡하고 위험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오빠가 다시 그 수렁으로 들어간다는 것이 두려웠다.“부모님은 책임감 없는 사람들이야.”여도진은 단호하게 말했고 이미 체념한 듯했지만 결연한 표정이었다.“하지만 오빠인 내가 책임감을 버릴 순 없지. 이 일이 끝나면 난 다시 도망칠 거야. 그 사람들이 어떤 얘기를 해도 소용없어. 부모님이 평생 외롭게 살게 된다고 해도 그건 전부 자초한 일이니까.”그는 주먹을 살짝 쥐며 다짐하듯 말했다.여도진은 이미 이곳의 삶에 익숙해져 있었다. 자유롭고 편안하며 서로 속고 속이는 일도 없는 생활이었다.가문에서 치열하게 싸우며 살아야 했던 그 시절 속으로 그는 단 한 순간도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이 말을 들은 이연우는 기쁜 마음에 은은한 미소를 지었고 두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그럼 나도 꼭 돌아올래요. 함께 H국에 있으면서 오빠가 내 편 좀 들어줘요.”그녀의 목소리는 조금 장난스러우면서도 기대감에 가득 차 있었다. 오빠가 곁에 있는 미래의 모습을 생각하며 무척 들떠있는 듯한 모습이었다.“연우야, 그렇게 말하면 내가 널 못살게 구는 것 같잖아.”방현준은 이연우의 손을 감싸 쥐며 말했다. 애정 가득한 그 눈빛에는 누가 뭐랄까 걱정하는 빛이 스쳤다.“이런 말은 함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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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6화

이연우는 방현준의 말대로 조용히 방 쪽으로 걸어갔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조심스러웠고 등 뒤에서 날카로운 시선이 자신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그녀는 노세란이 자신을 바라보는, 따가운 경멸의 눈빛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지만, 마음속의 불안감을 억누른 채 서둘러 방 안으로 들어갔다.그리고 문을 조심스럽게 닫았다.노세란은 이연우가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작게 비웃음을 흘렸다. 그녀는 콧방귀를 뀌며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방현준, 저 아이가 바로 네가 그렇게 고집스레 선택한 여자란 말이야?”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노골적인 혐오를 드러냈다.“이 정도 배짱도 없어서야 어떻게 큰 사람이 되겠어?”노세란의 차가운 목소리가 텅 빈 거실 안에서 더욱 날카롭게 울렸다.“제 여자는 큰 사람이 될 필요 없어요.”방현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불쾌하다는 듯 자기 할머니를 똑바로 바라보았다.“곁에 있는 동안은 제가 반드시 지킬 겁니다.”그의 목소리는 단호했고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이연우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고 있었다.이어 그는 한층 차가워진 목소리로 말했다.“이 먼 곳까지 직접 오시다니요. 무슨 일입니까?”“정승주는 어디 있어?”노세란은 날이 선 눈빛으로 방현준을 바라보며 노골적으로 추궁했다.그녀는 화나고 어이가 없었다. 자신이 극구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결국 그 아이를 H국으로 데려왔다.그건 자신을 대놓고 무시한 것이나 다름없었기에 그 사실이 그녀를 더욱 분노하게 했다.“F국 쪽 일들은 다 처리된 겁니까?”방현준은 할머니의 기세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고 오히려 비웃음이 섞인 말투로 받아쳤다.“이렇게 저희를 귀찮게 하러 오실 만큼 시간이 남아도나 봐요.”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경계심을 드러냈다.“내가 몇 번이나 말했잖아!”노세란은 방현준에게 손가락질하며 분노하여 몸을 떨었다.“정승주는 네 고모가 남긴 유일한 자식이야. 네가 반드시 잘 지켜줘야 한다고! 그런데 너는 어떻게 고작 여자 하나를 위해 자기 동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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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7화

방현준의 말을 들은 노세란은 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가는 듯한 표정으로 천천히 눈을 감았다.정승주는 끝내 그 무엇으로도 감춰지지 않는 그녀의 치명적인 약점이었다.노세란은 잘 알고 있었다. 방현준과의 기 싸움에서 자신은 정승주 때문에 완전히 밀리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네가 그 아이만 돌려보내 준다면.”노세란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최대한 침착하게 들리도록 목소리를 가다듬었다.“나는 다 눈감아줄 수 있다. 앞으로 너와 이연우 사이의 일에도 더는 관여하지 않겠다.”그녀는 천천히 눈을 뜨며 말했다. 그 눈빛에서는 체념에 가까운 감정이 느껴졌다.노세란은 늘 자신의 사랑을 모두 딸과 사위에게 쏟았었다. 하지만 그 두 사람이 불행하게 세상을 떠난 뒤, 남은 건 정승주라는 단 하나의 핏줄뿐이었다.그래서 그 아이는 그녀에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가 되어버렸다.또한 이제 방현준은 더 이상 자신이 길들여서 좌지우지할 수 있는 손자가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방현준은 어느새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책임감 있는 남자로 성장해 있었다.노세란은 자신이 공들여 키워낸 손자가 결국 자신을 겨누는 가장 날카로운 칼이 되리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었다.그 사실이 그녀의 마음을 복잡하게 만들었다.“할머니,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 알아요.”방현준은 눈빛이 조금 부드러워졌지만, 말투는 여전히 차가웠다.“할머니가 누리고 있는 권력은 계속 할머니 손에 있을 거예요. 제가 빼앗을 일은 절대 없어요.”그는 잠시 멈췄다가 다시 천천히 말을 이었다.“하지만 이연우는 제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중요한 사람이에요. 누구든 연우를 위협한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제 마음을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지금껏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방현준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어야만 모든 것들이 의미가 있다 사실을 마음 깊이 깨닫고 있었다. 권력도, 지위도, 이연우가 없다면 아무 의무도 없었다.“두 사람 일은 더 이상 관여하지 않을게.”노세란은 미세하게 눈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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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8화

지금 방현준의 모습, 말투와 표정을 보며 노세란은 과감하고 패기가 넘쳤던 남자를 떠올렸다.‘정말로 청출어람이라는 말이 맞았구나.’노세란은 그렇게 감탄하며 빠르게 흐르는 세월에 아쉬움을 느꼈다. 자신도 이제 나이가 들었고 사고방식이나 생각이 이제는 젊은 세대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한때 노세란은 가문의 모든 일을 쥐락펴락했고 말 한마디로 가문을 움직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손자 방현준의 모습을 보며 그녀는 자신의 전성기도 끝났음을 실감했다.“승주만 나에게 돌려보내 준다면...”노세란은 천천히 입을 열었고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나는 승주와 함께 해외에서 살 거다. 다시는 너희를 방해하지 않을게.”노세란은 눈을 질끈 감았다. 마치 다사다난했던 지난날에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듯한 모습이었다.나이가 들었다. 이제 더 이상 치고받고 싸우며 속고 속이는 일들에는 지쳤다.한씨 가문의 일도 이제는 그들이 스스로 해결하게 내버려 두자고 노세란은 마음먹었다.“할머니는 걱정하지 마세요.”방현준은 할머니의 그런 마음을 눈치채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할머니의 노년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겁니다. 저도, 정승주도 할머니의 손자예요. 저희 둘 다 할머니를 모실 겁니다.”노세란은 이미 많은 것을 양보한 것이다. 방현준은 그런 할머니의 마음을 이해했고 더 이상 밀어붙여 관계를 망칠 생각은 없었다.“이연우를 나오라고 해.”노세란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방 쪽을 바라보았다.“그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방 안에서 몰래 듣고 있던 이연우는 자신의 이름이 들리자 살짝 움찔했다.그녀는 크게 숨을 들이쉬고는 마음을 진정시킨 뒤 천천히 방 밖으로 걸어 나왔고 한 걸음 한 걸음이 신중했다.노세란은 이연우가 나오는 모습을 천천히 바라보았다.잠시 후 그녀는 손목에 차고 있던 따뜻하고 윤기가 흐르는 옥팔찌를 조심스럽게 풀었다.그 옥팔찌는 선명한 푸른 빛을 띠고 있었고 결이 부드러워 빛을 받으며 은은한 광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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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9화

노세란은 복잡한 마음으로 베이랜드를 떠났다. 걸음걸이는 여전히 흔들림이 없었지만, 그 뒷모습에는 어쩐지 외롭고 쓸쓸했다.이연우는 노세란이 떠난 방향을 바라보다 길게 숨을 내쉬었다.솔직히 노세란의 기세가 정말 강하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떠났는데도 그 압박감이 아직 공기 속에 남아 있는 듯했다.방현준은 이연우가 안도하는 듯한 표정을 짓자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왜 그래? 세상에 무서운 게 없는 것처럼 굴던 우리 이 비서님이 할머니는 무서운가 봐?”그는 장난스럽게 그녀의 코를 살짝 톡 건드렸다.“무서운 건 아니고...”이연우는 방현준을 흘겨보며 코끝을 살짝 찡그렸다.“그래도 어쨌든 당신 할머니잖아요. 어찌 됐든 가족인데 너무 관계가 틀어지면 서로 곤란하죠.”그녀는 부드럽게 말했다. 결국 그들은 피를 나눈 혈육이고 서로 가는 길이 다를 뿐이지 누구 하나 틀린 사람은 없었다.한 사람은 사랑을 원하고 한 사람은 권력을 원하며 각자의 길을 가고 있을 뿐이었다.“우리 비서님이 이렇게 속이 깊을 줄이야.”방현준은 애정이 듬뿍 담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그는 부드럽게 이연우의 손목을 감쌌고 거부할 틈도 주지 않은 채 그녀를 방 안으로 끌어당겼다.방 안에는 따뜻한 기운이 감돌았고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는 한층 더 달콤해졌다...할머니와의 문제는 잠시 봉합되었지만, 그 밖의 문제들은 여전히 안개 속을 걷는 것처럼 한 치 앞을 알 수 없었다.적절한 기회를 기다렸다가 F국으로 돌아가 아직 끝맺지 못한 일들을 마주해야 했다.그러던 때,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이연우가 한창 거실 소파에 앉아 잡지를 넘기고 있었을 때 택배 기사가 우편물 하나를 건넸다.천천히 봉투를 열어본 그녀는 깜짝 놀랐다. 그 안에는 서지훈의 결혼식 청첩장이 들어 있었다.“서 대표님이 결혼한다고?”이연우는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고 손에 들고 있던 청첩장을 떨어뜨릴 뻔했다.바로 그때, 서재에서 나오던 방현준은 이연우의 놀란 목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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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0화

“네?”이연우는 의아한 눈빛으로 방현준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맑고 투명한 눈동자에는 의문이 가득했다.“왜 그래요?”그녀는 방현준이 왜 갑자기 이렇게 반대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왜긴 왜야?”방현준은 눈살을 잔뜩 찌푸렸고 말투에는 노골적인 질투가 느껴졌다.“그 남자가 아직도 너한테 마음이 있을지 누가 알아?”그는 누구든 이연우에게 조금이라도 마음을 품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이연우는 오직 자기 사람이어야 했다.이 말을 들은 이연우는 얼굴이 살짝 굳었다. 방현준이 이런 말을 한다는 건 정말 예상 밖이었다.그녀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현준 씨, 올해 몇 살이에요? 서 대표님은 곧 결혼한다는 데 아직도 나를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예요?”이연우는 예전에 서지훈이 자신에게 마음을 품게 된 건 그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일 뿐이었다.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넌 네 매력이 얼마나 큰지 전혀 모르는 것 같아.”방현준은 그렇게 말하며 장난기 넘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몸을 돌려 민첩하고 힘 있는 행동으로 이연우를 아래에 가두었다.그의 눈동자에는 사랑과 소유욕이 가득했고 마치 ‘이 사람은 내 사람이다’라고 선언하는 듯했다.“현준 씨, 제발 좀 자제하면 안 돼요?”이연우는 볼을 붉히며 화난 듯 말했다.“계속 이러면 방에서 쫓아낼 거예요.”이 남자는 도대체 에너지가 얼마나 넘치는 건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이번 일이 끝나고 나면 우리도 빨리 결혼식 하자.”방현준은 그녀를 바라보며 부드럽고도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모든 사람에게 네가 내 사람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어.”그는 마치 소중한 보물을 다루듯 이연우의 뺨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결혼이라는 말에 이연우의 마음속에는 복잡한 감정이 일렁였다.그녀에게 그 단어는 조금 낯설었다. 과거 심형빈과 결혼했을 때 결혼식을 올린 적이 없었다.그때 그녀는 누구와 살든 결국 다 똑같은 인생이라 생각했었다.하지만 방현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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