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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이혼 후의 꽃길: Chapter 411 - Chapter 420

482 Chapters

제411화

곧 친자 확인 결과가 새로 나왔다. 몇 장 되지 않는 얇은 종이지만 그 무게는 천근처럼 무겁게 느껴졌다.직원이 조심스럽게 보고서를 사람들 손에 건넸고 예상대로 이연우가 바로 한씨 가문의 진짜 친딸이었다.한세영은 그 결과를 보고 평소 차분하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개졌고 눈빛은 마치 별처럼 반짝이며 빛났다.그녀는 흥분으로 인해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이걸 바로 부모님께 보여드려야겠어요.”한세영의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생각만이 맴돌았다. 이 확실한 증거를 들이밀어 한세현에게 누가 한씨 가문의 진짜 피붙이인지 똑똑히 보여주겠다는 것이었다.그러나 한세영이 채 몇 걸음을 나아가지 못한 찰나에 방현준의 침착하고 묵직한 목소리가 그녀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부모님은 이미 연우가 당신 여동생이라는 걸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분들께서는 아직 연우를 친딸로 인정할 생각이 없으세요.”그는 나지막하게 말했지만, 한세영에게는 마치 내리치는 천둥 같았다.“뭐라고요?”한세영은 충격받은 표정으로 눈을 부릅떴다. 그 얼굴에는 믿을 수 없다는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그녀는 입을 벌린 채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하다가 겨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럴 리가 없어요. 우리 부모님은 늘 잃어버린 동생을 찾기 위해 애쓰셨어요. 어떻게 이제 와서 인정하지 않을 수가 있죠?”그녀의 눈빛에는 혼란과 불신이 가득했다.한세영은 혹시 방현준이 장난을 치는 건 아닌지 확인하려는 듯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방현준은 안타깝다는 듯이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성씨 가문에서 있었던 일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히 들려주었다.한씨 가문 내외가 망설이고 걱정하던 눈빛, 그리고 이연우를 대하는 복잡한 태도까지 모든 걸 빠짐없이 이야기했다.이야기가 이어질수록 한세영의 얼굴빛은 점점 더 창백해졌고 조금 전까지만 해도 마음을 가득 채우던 설렘은 점점 절망으로 바뀌었다.모든 이야기를 들은 그녀는 마치 몸에서 힘이 모두 빠져나간 듯 주저앉았다.“그럴 리 없어.”한세영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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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2화

“세영 씨 도움이 필요한 게 있긴 합니다.” 방현준이 살짝 미간을 찌푸리더니 무거운 기색을 띤 눈빛으로 말했다.“다만 세영 씨 남편이 허락할지 모르겠네요.”그는 한세영이 지난 세월을 잘 보내지 못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한세영은 시댁에서 늘 온갖 냉대와 조롱을 받았고 그 날카로운 말들은 마치 칼날처럼 그녀의 마음을 찔러댔다.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시급했다. 이연우를 곤경에서 벗어나게 하고 모든 것을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어떤 시도라도 해봐야 했다.“얘기하세요. 제 남편은 제 일에 관여하지 못합니다.”한세영은 가볍게 고개를 들고는 결의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비록 사랑해서 결혼한 건 아니지만 한세영과 남편은 서로에 대한 예의를 지켰고 그간 심하게 다투는 일도 없었다.다만 시부모가 자주 문제를 일으켜 그녀의 생활을 피곤하게 만들었다.“나는 세영 씨가 한세현이 무기 거래를 한 증거를 손에 넣어주길 원해요.”방현준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으며 그 내용이 무거웠다.그는 이 나라에서 이런 종류의 사건에 대한 통제가 비교적 느슨하긴 해도 무기 거래는 금액이 큰 범죄라 확정되면 사형받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결정적 증거만 확보할 수 있다면 한세현은 더 이상 일어설 수 없게 된다는 것도 명백했다.한세영은 그 말을 듣고 충격에 표정이 굳었고 눈이 휘둥그레졌다.“한세현이 그런 일을 할 리가 있나요?”그녀가 생각하는 한세현은 교활하긴 해도 자신의 목숨을 걸 만큼 어리석지는 않은 사람이었다.지금 그는 한씨 가문의 지분을 쥐고 상당히 높은 위치에 있는데 굳이 불법 거래에 손을 댈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돈이 되는 장사를 누가 싫어하겠어요?” 방현준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한세영을 바라보며 천천히 설명했다.“어떤 사람들에게는 욕망이란 끝이 없는 겁니다. 가지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자기 손에 쥐어야만 비로소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고 느끼는 거죠. 그러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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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3화

이연우는 지금 성태훈의 다리 부상을 치료하는 데 온전히 집중하고 있었다.창문 틈 사이로 부드럽게 스며든 햇살이 치료실 안을 따스하게 감싸며 공간 전체에 은은한 막을 드리웠다.그녀의 손놀림은 능숙했고 표정은 진지했다.가느다란 손가락이 은침을 섬세하게 다루며 한 땀 한 땀 정확하게 내려꽂혔다.몇 차례의 치료를 거친 뒤, 성태훈은 놀랍게도 자기 다리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 것을 느꼈다.그의 얼굴에는 감출 수 없는 흥분의 빛이 맴돌았고 눈빛이 반짝였다. 성태훈은 앞에 앉은 이연우를 바라보며 감격하여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태연아, 지금 내가 얼마나 기쁜지 너는 모를 거야. 그동안 나는 마치 끝없는 어둠의 늪 속에 갇혀 있는 것만 같았어. 그렇게 절망 속에서 지내다가 지금 처음으로 진짜 살아 있다는 걸 느껴.”그는 살짝 고개를 들어 올리며 이 기이한 운명을 감탄하는 듯했다.성태훈은 수많은 밤을 지새우며 끝없는 절망 속에서 몸부림쳤고 그 어둠의 파도에 휩쓸려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여러 번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지만, 그때마다 부모님의 사랑과 걱정이 가득한 얼굴이 머릿속에 떠올라 결국 그만두고는 했다.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수없이 망설이며 버텨온 세월이었다.이연우는 손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그 미소는 마치 봄바람처럼 따뜻했고 보는 이의 마음을 포근하게 했다.“사실 하느님은 오빠에게 꽤 공평한 편이에요. 비록 다리를 다쳤지만, 오빠를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부모님이 계시잖아요. 그분들의 사랑이 어둠 속 등불처럼 늘 오빠의 앞길을 밝혀주고 있었죠.”그녀의 목소리는 잔잔하고 따스했으며 듣는 이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힘이 있었다.이연우의 세심한 치료 덕분에 성태훈의 다리는 점점 회복되고 있었고 머지않아 다시 두 발로 설 수 있을 것이다.그 사실을 생각하자 이연우의 마음에도 뿌듯함이 차올랐다. 이제 성씨 가문 사람들은 더 이상 성태훈의 다리 문제로 고통받지 않을 것이며 그들에게 곧 새로운 삶이 찾아올 것임을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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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4화

며칠이 더 지나고 나른한 햇살이 정원에 부드럽게 내려앉았다.이연우는 마땅히 할 일이 없어 정원 한편에서 호스를 만지작거리며 물을 뿌리고 있었다.햇빛 아래서 물방울들이 반짝이며 투명한 빛을 내뿜었고 또르르 떨어지는 청량한 물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그녀는 한가로운 표정으로 물을 뿌리다가 문 앞에 멈춰 선 차 한 대를 보자마자 눈빛이 반짝였다.차에서 내리는 사람을 본 순간, 이연우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놀라움과 반가움이 한꺼번에 밀려왔다.손에 쥔 호스를 내려놓을 겨를도 없이 그녀는 차 쪽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발걸음은 가볍고 마음은 설렘으로 벅찼다.“지혜야!”그녀는 흥분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그 한마디에는 오랜만의 재회에서 느껴지는 기쁨이 가득 담겨 있었다.남지혜는 이연우를 보자마자 눈가가 붉어졌고 곧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그녀는 두 팔을 활짝 벌려 이연우를 향해 달려가며 울먹였다.“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나 진짜 너 보고 싶어서 미치는 줄 알았어.”호텔에서 헤어진 이후, 어느새 한 달 가까운 시간이 흘러 있었다.그 한 달 동안 남지혜의 마음은 늘 불안했다. 고집이 센 이연우가 한 번도 연락이 없어 남지혜는 애가 탔다.매일 걱정만 하던 차에 다행히 방현준에게서 이연우가 무사하다는 소식을 듣고 그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지혜야, 너는 요즘 잘 지냈어? 현준 씨가 잘 챙겨줬지? 다른 사람한테는 괴롭힘 안 당했지?”이연우는 남지혜 앞에 다가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살펴보았다. 그녀가 멀쩡한 모습을 보자 그동안 이연우의 가슴 한편을 짓누르던 걱정도 비로소 사라졌다.요즘 이연우는 너무 많은 일에 시달리고 있었다.자신의 출생 비밀을 추적하는 일도 있었고 한편으로는 자신을 해치려는 사람들의 위협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야 했다.정신없이 바쁜 탓에 남지혜에게 연락할 여유조차 없었고 그 사실이 늘 마음 한구석에 죄책감으로 남아 있었다.“우리는 잘 지냈어. 그동안 계속 방 대표님 옆에 있었거든. 무슨 큰일이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늘 바쁘게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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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5화

“요즘 말이야, 부모님께 H국 쪽 소식을 좀 알아봤는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 심형빈이 진짜 고수영이랑 결혼했대.”남지혜가 비밀이라도 말하는 듯 얼굴을 들이밀며 말했다. 눈빛에는 어딘가 들뜬 기색이 역력했다.“그래?”마치 그 소식에 전혀 흔들리지 않은 듯, 이연우는 담담하게 대답할 뿐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이연우는 고수영은 원래 심형빈의 첫사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두 사람 사이는 오래전부터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함께할 운명은 어쩌면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그게 맞는다면 두 사람 사이에 자신이 끼어든 것이 오히려 잘못된 일이었다. 그러니 이렇게 돌고 돌아 결국 두 사람이 함께하게 된 건 당연하게 흘러가는 운명이었을 것이다.“아니, 그게 다가 아니야.”남지혜는 이연우의 심드렁한 반응에 급히 손을 내저었고 눈을 더 크게 뜨며 말했다.“내가 하려던 말은 그게 아니야. 글쎄 두 사람이 결혼식 하루 전날에 사이가 완전히 틀어졌다는 거야!”남지혜는 일부러 말을 길게 늘이며 이연우의 호기심을 자극하려 했다.“사이가 틀어졌다고?”이연우는 그 말을 듣고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결혼을 하루 앞둔 신랑, 신부가 갑자기 사이가 틀어졌다니, 이연우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결혼 전날이라면 제일 설레고 행복해야 할 때가 아닌가?’“사실은 말이야, 고수영이 외로움을 못 참고 바람을 피웠대.”남지혜는 목소리를 낮추고 비밀스레 이야기를 이어갔다.“결혼식 전날 밤에 다른 남자랑 그런 짓을 했다는 거야. 근데 하필이면 또 심형빈한테 들켰대. 그 장면이 상상이 가기나 해? 심형빈은 거의 미칠 지경이었겠지.”남지혜는 손짓을 섞어가며 마치 그 현장에 있었던 사람처럼 생동하게 설명했다.“자기 며느리 될 사람이 다른 남자랑 있었다는 걸 심형빈의 엄마가 알고 가만히 있었겠어? 당연히 못 참지. 심형빈 엄마랑 고수영이랑 몸싸움까지 하면서 현장이 완전히 아수라장이었다고 하더라.”남지혜는 점점 더 몰입하며 말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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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6화

“다 자업자득이지. 결국 이 전의 업보가 그대로 돌아온 거야.”더 이상 두 사람의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던 이연우는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냉소적인 눈빛을 흘렸다.엉켜버린 관계와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은 생각만 해도 피곤하고 불쾌했다.“그런데 말이야.”남지혜가 갑자기 얼굴을 바짝 들이밀며 눈을 반짝였다.“너 어떻게 성태연이 된 거야?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지난번 호텔에서 도망친 이후 남지혜는 하루하루를 가슴 졸이며 살았다.방현준에게서 무사하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야 한숨 돌릴 수 있었지만 의문은 더더욱 깊어졌다.“말하자면 길어.”이연우는 쓰게 웃으며 남지혜의 걱정 어린 눈을 바라봤다.“나중에 제대로 얘기해줄게. 일단 들어가자.”그렇게 말하며 이연우는 남지혜의 손을 살며시 잡고 성씨 가문의 저택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저택 안으로 들어서자 따스한 공기가 온몸을 감쌌다.거실 소파에 앉아 책을 읽고 있던 박명주는 낯선 얼굴과 함께 들어온 이연우를 보고 살짝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태연아, 이분은 누구시니?”“엄마.”이연우는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박명주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쪽은 H국에서 제일 친한 친구, 남지혜예요. 사실 이번에도 저랑 같이 왔는데 중간에 일이 좀 있어서 따로 움직이게 됐어요.”이연우는 차분히 설명했다.그 눈빛 속에는 박명주에 대한 깊은 애정과 신뢰가 서려 있었다.박명주는 그 말을 듣고 곧장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마치 봄날에 꽃이 피어나듯 얼굴에 온기가 퍼졌다.그녀는 다정하게 남지혜의 손을 꼭 잡으며 따뜻하게 말했다.“태연이 친구구나. 여기까지 왔으니 네 집이라고 생각하면서 편히 지내거라. 우리 태연이랑 많이 놀아 줘.”박명주의 눈빛에는 진심 어린 사랑과 배려가 가득했다.“네, 감사합니다.”남지혜는 웃으며 대답했지만 마음속은 복잡한 감정으로 일렁였다.솔직히 이연우가 한씨 가문의 딸이라는 걸 몰랐다면 남지혜는 박명주가 친어머니라고 믿었을지도 몰랐다.그녀가 이연우를 대하는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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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7화

이연우는 성태훈의 방문 앞에 멈춰 서서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오빠, 괜찮아요? 무슨 일이에요?”이연우의 목소리에는 진심 어린 걱정이 묻어 있었다.“괜찮아!”방 안에서 성태훈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애써 태연한 척하는 그 말투 속에는 어딘가 불안한 떨림이 섞여 있었다.그 말만으로는 도저히 안심되지 않았던 이연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단호하게 말했다.“이렇게 큰 소리가 났는데 괜찮을 리가 없잖아요. 들어갈게요.”그 말을 끝으로 이연우는 망설임 없이 문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었다.그 순간 성태훈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보자 이연우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오빠! 괜찮아요?”이연우는 놀라서 외마디 비명을 내지르며 잽싸게 달려가 조심스럽고도 단단한 손길로 성태훈을 일으켜 세웠다.그가 다친 건 아닌지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예상과 달리 성태훈은 갑자기 크게 웃기 시작했다.그의 웃음소리는 기쁨과 벅참으로 가득 차 있었고 마치 오랜 세월 억눌러온 감정이 한순간에 터져 나온 듯했다.“태연아, 나 일어섰어. 나 이제 일어설 수 있어.”성태훈의 얼굴에는 믿기지 않을 만큼 환한 빛이 번졌고 두 눈은 별처럼 반짝이고 있었다.비록 단 몇 초에 불과했지만 그 순간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길고도 감격스러운 시간이었다.성태훈은 마치 이연우가 자신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버팀목인 듯 두 손으로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오빠, 제발 그렇게 무리하지 마세요.”이연우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부드럽게 타일렀다.“아직 다 나은 것도 아닌데 그렇게 무리하면 그동안 해온 재활 다 물거품 되는 거 몰라요?”걱정 섞인 이연우의 눈빛은 마치 잔소리하는 보호자 같았지만 그 속에는 진심 어린 따뜻함이 담겨 있었다.물론 그녀도 성태훈의 벅찬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오랜 시간 휠체어에 갇혀 지내며 단 한 번이라도 자신의 발로 일어서는 상상을 얼마나 수없이 했을까.하지만 이연우는 서두르면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이건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일이 아니라 오랜 인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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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8화

방으로 돌아온 남지혜는 조심스레 문을 닫고 이연우 곁으로 다가가 속삭이듯 물었다.“성태훈 다리는 어쩌다 저렇게 된 거야?”조금 전 성태훈이 넘어졌다가도 기뻐서 웃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라 그녀는 도무지 궁금함을 참을 수 없었다.“한세아가 저지른 일이야.”이연우의 눈빛이 순간 싸늘하게 식으며 목소리에는 분노와 체념이 뒤섞여 있었다.그 이름을 입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얼굴에는 참기 어려운 고통이 스쳤다.이연우는 입술을 세게 깨물며 얼굴을 돌렸다.“그 여자가 벌인 짓을 왜 네가 대신 감당해야 해?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어?”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한 남지혜는 금세 눈을 부릅뜨며 허리를 손으로 짚었다. 한씨 가문 사람들에 대한 남지혜의 혐오가 한층 더 깊어졌다.그녀 눈에는 한씨 가문 사람들은 언제나 이연우에게 끝없는 괴로움과 상처만을 가져다주는 존재처럼 보였다.다음 날 아침 햇살이 창문 틈새로 부드럽게 스며들어 성씨 가문의 저택 거실을 은은하게 비췄다.방현준과 강문수는 평소처럼 시간에 맞춰 성씨 가문을 찾아왔다.거실 소파에 앉아 있던 박명주는 그들을 보며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정말 부지런하네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이렇게 와주다니. 태연이는 여기서 잘 지내고 있어요.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따뜻했으며 듣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힘이 있었다.“여사님께서 계시는데 걱정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방현준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그냥 보고 싶어서요.”방현준은 문득 이제는 예전처럼 아무 말도 없이 사라져 그녀를 불안하게 만들지 않겠다고 이연우에게 했던 약속을 떠올렸다.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방현준은 참지 못하고 이렇게 찾아오곤 했다.박명주는 그 말에 조용히 미소 지으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두 사람이 알아서 잘하겠지. 젊은 사람들 사이의 감정에 내가 끼어들어서 뭐 하겠어.’“오늘은 꼭 해야 할 말이 있어요.”박명주는 눈앞의 방현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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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9화

방현준은 그 소식을 듣자마자 얼굴이 굳어졌다.그의 눈빛에는 걱정과 초조함이 뒤섞여 있었다.방현준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배씨 가문으로 질주했다.두 손으로 운전대를 꽉 움켜쥔 그의 손마디는 하얗게 질렸고 머릿속에는 이연우가 처할지도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들이 계속 스쳐 지나갔다.초조함에 발걸음은 더 빨라지고 발 아래 액셀은 점점 더 세게 밟혔다.한편 노세란은 배씨 가문의 넓고 화려한 거실에 앉아 우아하게 차를 음미하고 있었다.그녀는 손주가 돌풍처럼 거실로 뛰어드는 모습을 보고 잠시 멈칫했지만 곧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노세란은 손에 쥐고 있던 찻잔을 살짝 내려놓고 옆에 있던 도우미에게 살짝 고개를 끄덕여 차를 따르게 했다.그러곤 눈을 가늘게 뜬 채 속을 알 수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이렇게 급하게 달려오는 걸 보니 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야?”“할머니, 꼭 그렇게까지 연우를 절벽 끝으로 내몰아야겠어요?”방현준은 거실 한가운데 멈춰서서 한 치도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노세란을 직시했다.그의 목소리에는 억누르기 힘든 분노가 그대로 묻어났다.방현준은 나이가 들수록 사람이 더 온화해질 거로 생각했지만 지금 눈앞의 노세란은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낯선 환경에 있는 이연우는 본래 의지할 곳도 없고 힘도 없는 처지였다.힘겹게 성씨 가문이라는 버팀목을 찾았는데 노세란이 또다시 위험 속으로 밀어 넣으려 하니 방현준의 분노는 한층 더 타올랐다.“얘야, 성태훈도 이제 저 모양이잖니.”노세란은 고개를 살짝 저으며 경멸 섞인 표정을 지었다. 마치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말하듯 그녀의 태도는 담담했다.“아직도 성태훈이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박명주가 이연우 편을 들어 준다고 해서 다 해결되는 줄 아는 건 너무 순진한 생각 아니겠니?”노세란은 도우미가 따른 차를 방현준 앞으로 밀어주며 흔들림 없는 눈빛을 한 채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네가 그 아이를 아낀다는 건 알겠지만 그 애가 네 앞에 설 만한 실력이 없다면 내가 어떻게 두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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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0화

“고모 때문에 정승주를 각별히 아끼는 건 알고 있어요.”방현준은 눈빛을 서릿발처럼 날카롭게 세우며 노세란을 똑바로 응시했다.그리고 한 마디 한 마디를 또렷하게 내뱉었다.“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저랑 연우 사이를 막으시겠다면 저도 더 이상 승주한테 관대하지 않을 겁니다.”낮고 단호한 방현준의 목소리에는 결코 의심할 수 없는 결연함이 담겨 있었고 한 마디 한 마디가 마치 이를 악물고 힘주어 내뱉는 듯했다.방현준은 노세란이 평소 많은 일들을 그에게 맡겼다고 해도 가장 아끼는 건 언제나 정승주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그간 노세란은 방현준이 아끼는 사람을 협박 카드로 삼아 방현준이 자기 뜻대로 움직이도록 압박해 왔다.이제 방현준은 그 방식 그대로 되돌려주기로 결심했다.이연우를 위해서라면 방현준은 절대 쉽게 물러서지 않을 생각이었다.“방현준, 너 정말 미쳤구나!”노세란은 분노에 몸을 떨며 손가락으로 방현준을 가리켰다.날카로운 목소리는 공기를 가를 듯했다.“고작 여자 하나 때문에 나를 몇 번이나 거슬러? 후과는 생각 안 해봤어? 한씨 가문 사람들은 절대 이연우를 그냥 두지 않을 거야! 한세아는 한씨 가문에서 단 하나뿐이야!”노세란은 눈을 크게 뜨고 분노와 무력감이 뒤섞인 시선으로 방현준을 바라봤다.그녀는 평소 순종적이던 손주가 어떻게 한 여자 때문에 이렇게까지 반항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사실 노세란은 이미 이전부터 여러 경로를 통해 한씨 가문 사람들의 생각을 파악해 두었다.한명훈은 이제 한세현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었다.한세아는 한세현이 한씨 가문에 들여보낸 인물이었다.한명훈 부부가 한세현과 대립하기라도 한다면 그 결과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고 절대 어떤 이익도 얻을 수 없었다.그래서 이연우가 과연 무사히 한씨 가문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했고 많은 변수가 뒤엉켜 있었다.“연우가 한씨 가문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없을지는 할머님이 결정할 문제도, 제가 결정할 문제도 아니에요!”방현준이 차갑게 응수했다.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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