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말이야, 부모님께 H국 쪽 소식을 좀 알아봤는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 심형빈이 진짜 고수영이랑 결혼했대.”남지혜가 비밀이라도 말하는 듯 얼굴을 들이밀며 말했다. 눈빛에는 어딘가 들뜬 기색이 역력했다.“그래?”마치 그 소식에 전혀 흔들리지 않은 듯, 이연우는 담담하게 대답할 뿐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이연우는 고수영은 원래 심형빈의 첫사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두 사람 사이는 오래전부터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함께할 운명은 어쩌면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그게 맞는다면 두 사람 사이에 자신이 끼어든 것이 오히려 잘못된 일이었다. 그러니 이렇게 돌고 돌아 결국 두 사람이 함께하게 된 건 당연하게 흘러가는 운명이었을 것이다.“아니, 그게 다가 아니야.”남지혜는 이연우의 심드렁한 반응에 급히 손을 내저었고 눈을 더 크게 뜨며 말했다.“내가 하려던 말은 그게 아니야. 글쎄 두 사람이 결혼식 하루 전날에 사이가 완전히 틀어졌다는 거야!”남지혜는 일부러 말을 길게 늘이며 이연우의 호기심을 자극하려 했다.“사이가 틀어졌다고?”이연우는 그 말을 듣고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결혼을 하루 앞둔 신랑, 신부가 갑자기 사이가 틀어졌다니, 이연우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결혼 전날이라면 제일 설레고 행복해야 할 때가 아닌가?’“사실은 말이야, 고수영이 외로움을 못 참고 바람을 피웠대.”남지혜는 목소리를 낮추고 비밀스레 이야기를 이어갔다.“결혼식 전날 밤에 다른 남자랑 그런 짓을 했다는 거야. 근데 하필이면 또 심형빈한테 들켰대. 그 장면이 상상이 가기나 해? 심형빈은 거의 미칠 지경이었겠지.”남지혜는 손짓을 섞어가며 마치 그 현장에 있었던 사람처럼 생동하게 설명했다.“자기 며느리 될 사람이 다른 남자랑 있었다는 걸 심형빈의 엄마가 알고 가만히 있었겠어? 당연히 못 참지. 심형빈 엄마랑 고수영이랑 몸싸움까지 하면서 현장이 완전히 아수라장이었다고 하더라.”남지혜는 점점 더 몰입하며 말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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