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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이혼 후의 꽃길: Chapter 421 - Chapter 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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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1화

방현준은 정승주를 잡아들인 직후 겉으로는 태연히 행동하면서도 외부에는 성씨 가문의 양녀 성태연과 결혼할 계획이라는 소식을 대대적으로 퍼뜨리기 시작했다.그는 부하들을 통해 다양한 경로로 이 소식을 흩뿌렸고 이 소식은 마치 민들레 씨앗처럼 업계 곳곳으로 퍼져 나가며 순식간에 업계는 들썩였다.마치 고요한 호수에 돌을 던진 듯 커다란 파장이 일었다.한편 한성 그룹 사무실에서 그 소식을 접한 한세현은 미간을 찌푸렸다.두 개의 산맥이 맞부딪힌 듯한 날 선 인상이었다.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의심 어린 시선을 드러냈다.방현준의 행보는 너무도 노골적이었다.이는 방씨 가문과 성씨 가문이 손을 잡았다고 그에게 보내는 메시지였다.여기에 조씨 가문의 조태혁까지 끼어든다면 지금 상황에서 맞서는 건 승산이 없었다.한세현은 각자 움직이던 이 판세가 어째서 갑자기 이처럼 급변한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그 뒤에 또 어떤 음모가 숨겨져 있는 걸까?’질문이 마치 보이지 않는 손처럼 그의 마음을 꽉 움켜쥐며 깊은 생각 속으로 몰아넣었다.한세현이 복잡한 생각에 잠겨 있던 그때 사무실 문이 쾅 하고 거칠게 열렸다.이어 한세영이 다급하면서도 단호한 발걸음으로 성큼 들어왔다.그 모습을 본 한세현의 얼굴에는 즉시 불쾌한 기색이 스쳤다.눈빛은 순식간에 차갑게 가라앉으며 마치 두 줄기 서늘한 빛이 한세영을 향해 쏘아지는 듯했다.이내 매서운 말이 그의 입에서 튀어나왔다.“들어오기 전에 노크해야 한다는 거 몰라? 도대체 어디서 배운 버르장머리야!”“어차피 이 회사도 우리 한씨 가문 거잖아?”하지만 한세영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오히려 턱을 살짝 치켜올리며 그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쳤다.“여기 들어오는데 왜 오빠 허락을 받아야 해?”그녀는 말을 끝내기도 전에 들고 있던 서류를 탁하고 한세현의 책상에 내려놓으며 냉소적인 미소를 지었다.“전에 내게 맡겼던 일들 전부 다 끝냈어. 오늘 여기 직접 온 건 그만두겠다고 말하기 위해서야.”“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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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2화

한세현은 한세영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그의 눈빛에는 혼란스러움이 가득했다.한세현은 한세영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통 알 수 없었지만 본능적으로 어딘가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스며들었다.마치 폭풍우가 몰려오기 전의 답답하고 무거운 공기처럼 불길한 예감이 그의 마음속에서 은밀히 퍼져 나갔다.잠시 후 한세현은 책상 위 호출 버튼을 살짝 눌러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한세아 좀 불러와.”얼마 지나지 않아 사무실 문이 다시 열리며 한세아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들어왔다. 그녀의 얼굴에는 평소처럼 공손함과 온순함이 배어 있었다.“이연우의 행방 좀 조사해 봐.”한세현의 목소리는 낮고 엄숙했으며 눈빛 속에는 다급함이 스쳤다.한세아는 고개를 살짝 끄덕인 뒤 재빠르게 자리를 떠났다.몇 시간 뒤 그녀는 놀란 표정을 띠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다.“대표님, 이연우와 방현준이 H국으로 돌아갔습니다.”“H국으로 돌아갔다고?”한세현은 눈을 약간 크게 뜨며 의아함과 당혹감이 뒤섞인 표정을 지었다.그는 이연우가 왜 갑자기 H국으로 돌아간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해외에 있는 편이 훨씬 안전하지 않나? 이곳에는 내가 깔아놓은 함정들이 가득하고...’“H국으로 돌아간 게 오히려 좋지 않나요?”한세아의 얼굴에 순간 흥분이 스며들며 눈빛에는 기대와 긴장감이 섞여 있었다.“두려워서 도망간 게 분명해요. 아니면 저쪽으로 도망치지도 않았겠죠!”그녀는 손을 꼭 쥐며 성공의 여명을 본 듯한 표정을 지었다.한세아에게 있어 이연우가 H국으로 돌아갔다는 것은 오히려 공격하기 더 수월해졌음을 의미했다.“바로 사람을 보내 이연우를 제거해요.”그녀의 목소리에는 날카로운 결의가 담겼다.“그렇게만 하면 앞으로 우리의 계획을 막을 자는 아무도 없을 거예요.”한세현은 한세아의 흥분한 얼굴을 보고도 별말 하지 않았다.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 비록 한세아의 말이 그럴듯하게 들렸지만 뭔가 불길한 느낌이 지워지지 않았다.직감적으로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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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3화

“당분간은 H국에 머무를 거예요. 저 사람들도 쉽게 움직이지는 못할 거예요. 싸움을 걸어왔으니 우리도 끝까지 맞서야죠.”방현준은 눈을 가늘게 뜨며 단호하게 말했다.그의 눈빛에는 결의와 투지가 담겨 있었고 그 말은 마치 어둠 속의 적들을 향해 던지는 경고 같았다.그의 얼굴에는 약간의 피로가 남아 있었다. 최근 연속해서 너무 많은 일이 벌어졌고 그 모든 일이 마치 커다란 돌처럼 그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었지만 지금 그의 말투는 오히려 어느 때보다 단단했다.이번에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적들에게 그들의 잘못된 선택이 얼마나 참혹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알려줄 생각이었다.“한씨 가문 사람들이 이렇게 제멋대로일 줄은 몰랐어. 자기 친딸조차 데려갈 엄두를 못 내다니.”나정윤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녀의 눈에는 안타까움과 연민이 서려 있었다.나정윤은 이연우와 방현준이 그간 어떤 험난한 시간을 버텨왔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그 길은 틀림없이 가시밭길이었을 테지.’밤이 내려앉자 검은 비단 같은 어둠이 부드럽게 도심을 감쌌다.이연우와 방현준은 손을 맞잡은 채 조용히 베이랜드로 돌아왔다.2202호 앞에 다다랐을 때 그곳에는 익숙한 그림자가 서 있었다.이연우는 지한겸을 보고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왜 여기 있어요?”놀람이 가득한 목소리에는 의문이 뒤섞여 있었다.이연우는 지한겸이 왜 이곳에 나타났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지한겸은 잠시 복잡한 눈빛으로 방현준을 바라보다 시선을 이연우에게 옮기며 죄책감이 서린 얼굴로 말했다.“연우야, 내가 용서받지 못할 행동을 했다는 거 잘 알아.”지한겸은 마치 그녀의 눈을 마주 볼 자격조차 없는 듯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이번에 돌아온 건 한세현이랑 한세아가 너한테 해를 끼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야. 지금 뭔가 꾸미고 있어. 정말 조심해야 해.”지한겸은 정말로 걱정되어 찾아온 듯 목소리는 다급했고 태도는 간절했다.“지한겸 씨,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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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4화

고개를 살짝 든 지한겸의 얼굴에 깊은 죄책감이 드리워져 있었다.그의 눈빛에는 깊은 무력감과 고통이 묻어 있었고 마치 억눌린 감정을 가까스로 견디고 있는 사람처럼 두 손은 본능적으로 꽉 쥐어져 있었다.수년간 함께한 시간 속에서 이연우를 향한 그의 감정은 어느새 뿌리를 내리고 자라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관심과 배려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깊은 애정으로 변해 있었고 이연우를 향한 그의 마음은 진심이었다.그러나 운명은 잔인했다.지한겸은 지금 누군가의 손아귀에 붙들려 있어 마치 새장에 갇힌 새처럼 아무것도 못하고 그저 사랑하는 사람이 상처 입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봐야만 했다.“오빠가 했던 일들 다 이해해요.”조용히 한숨을 내쉬는 이연우의 눈동자에 지난 기억들이 어른거렸다.“동생이 한세현의 손에 있으니 그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겠죠.”이연우는 보육원에서 힘들게 보낸 그 시절, 지한겸이 보여준 세심한 배려를 평생 잊지 못했다.그때 지한겸은 어두웠던 이연우의 어린 시절을 밝혀준 한 줄기 따스한 빛과도 같았다.그 사소한 배려 하나하나가 그녀의 마음에 깊이 새겨졌고 그때만큼은 그 마음이 거짓처럼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모든 관계는 때로는 얼마든지 연기로 위장할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어떤 사람의 행동은 그 사람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있을지 몰라도 감정적으로는 쉽게 용서할 수 없었다.“사실 이렇게까지 설명할 필요는 없어요.”이연우가 고개를 살짝 돌리며 최대한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그저 오빠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면 돼요.”그녀는 더 이상 과거에 얽매이고 싶지 않았다.상처는 서서히 희미해졌지만 떠올릴 때마다 마음 한편이 여전히 아렸다.“미안해. 나는...”지한겸이 뭐라 변명하려 했지만 이연우가 고개를 저으며 말을 끊었다.“말했다시피 사과하지 않아도 돼요. 오빠는 아무런 잘못도 없어요. 앞으로는 찾아오지 않았으면 해요.”이연우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그 속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단호함이 서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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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5화

방현준은 조용히 이연우를 바라보았다.걱정 어린 눈빛을 한 방현준이 이연우의 곁으로 천천히 다가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부드럽게 물었다.“미련이 남은 거야?”마치 이연우의 복잡한 감정을 건드릴까 봐 두려운 듯 방현준의 목소리는 매우 조심스러웠다.“미련은 아니에요.”이연우는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그 눈빛에는 체념과 단호함이 동시에 어렸다.“지한겸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는 이해할 수 있어요. 자기만의 사정이 있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쉽게 용서할 수는 없네요.”입술을 살짝 깨문 이연우의 마음은 저도 모르게 과거로 돌아가 있었다.지한겸은 처음부터 그녀의 진짜 신분을 알고 있었음에도 끝까지 숨겼다.이연우는 그 생각만 해도 가슴이 먹먹해졌다.게다가 보육원 원장마저 그의 손에 죽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속이 뒤틀리고 위가 쓰라린 듯했다.비록 보육원 원장이 늘 아이들을 공평하게 대하지 못했을지라도 그가 집 없는 아이들에게 두 번째 삶을 주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었다.아무것도 가진 것 없던 아이들에게 다시 살아갈 기회를 준 사람이 결코 그런 잔인한 방식으로 자신이 한때 신뢰했던 사람의 손에 죽어서는 안 되었다.“나쁜 짓을 했으면 벌받아야지.”방현준은 조용히 이연우의 손을 잡으며 눈빛에 굳은 결의를 담았다.“지금쯤이면 지한겸도 깊은 죄책감에 시달리며 매일 밤 잠을 이루지 못하며 괴로워하고 있을 거야.”사실 방현준은 지한겸의 수척한 얼굴을 봤을 때부터 그가 최근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눈치채고 있었다.F국에 있는 사람들 말로는 지한겸은 매일 불면증에 시달리며 수면제를 다량 복용해야 겨우 잠들 수 있다고 했다.그의 축 처진 모습은 고통스러운 내면을 가장 잘 보여주는 증거였다.“지한겸은 벌받아야 해. 그리고 곧 받게 될 거야.”방현준은 그렇게 말하며 이연우의 어깨를 살짝 감싸안고 방으로 향했다.오랜 시간 밖을 떠돌아다니며 너무 많은 일들을 겪은 탓에 두 사람은 너무나 지쳐 있었다. 이제는 충분히 쉬어야 할 시간이었다.그날 밤 두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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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6화

이연우는 심형빈의 목소리를 들은 순간 남지혜가 F국에서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그 말들은 차갑고 잔혹한 파도처럼 밀려와 순식간에 그녀의 마음을 뒤흔들었다.사실 이연우는 정말로 다시는 심형빈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과거의 일들이 이미 그녀를 지치게 해서 이연우는 더 이상 심형빈과 얽히고 싶지 않았지만 이성은 그녀에게 이미 지나간 일이고 심형빈을 밖에 혼자 두면 누군가의 눈에 띌 수도 있어 결국 자신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이연우는 그 생각에 체념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알았어요.”이연우는 낮은 목소리로 말하고 전화를 끊은 뒤 이불을 걷어 올리고 문을 열기 위해 일어나려 했다.하지만 바로 그 순간 방현준이 순식간에 몸을 뒤집으며 이연우 위로 올라탔다.방현준은 집요한 시선으로 이연우를 바라보며 물었다.“어디 가려고?”“심형빈이 밖에 있어요.”이연우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방현준을 바라보며 그에게서 벗어나려 했다.“밖에 있는데 왜?”방현준은 질투하는 아이처럼 입을 삐죽였다.“지금은 다른 남자 생각하면 안 되지.”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이불을 확 휘둘러 이연우를 단단히 덮어버렸다.마치 그녀를 외부 세계로부터 완전히 차단하려는 듯한 행동이었다.“현준 씨! 어젯밤만으로는 부족했어요?”깜짝 놀란 이연우는 부끄러움에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그런 건 절대 질릴 수가 없지.”방현준은 능글맞게 웃으며 이연우에게 입을 맞췄다.한 시간 뒤, 이연우는 땀에 젖은 이마를 식히며 침대에 누워 헐떡였다.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그녀의 뺨에 젖은 머리카락 몇 가닥이 들러붙어 있었다.“현준 씨, 이럴 거면 다시 F국으로 돌아가요! 이러다가는 내가 먼저 죽겠어요!”“전남편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잖아. 빨리 나가 봐야지.”방현준은 이연우에게 옷을 챙겨 입히며 장난스럽게 말했다.그의 눈동자에는 승리감이 반짝이고 있었다.이연우는 방현준을 흘겨보며 속으로 생각했다.‘일부러 이러는 거야. 심형빈에게 골탕 먹이려고.’겨우 옷을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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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화

“이게 누구야. 심 대표님 아니신가?”부드러운 소파에 기대앉은 채 두 다리를 아무렇게나 꼬고 양팔은 여유롭게 소파에 걸쳐둔 방현준은 전혀 일어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그는 턱을 살짝 들어 올리며 입꼬리에 희미한 조소를 머금은 채 심형빈을 바라봤다.“그동안 잘 지내셨나?”미간을 잔뜩 찌푸린 심형빈의 얼굴에는 불쾌함이 가득했다.그는 성큼성큼 다가와 방현준 맞은편에 털썩 앉으며 딱딱한 어조로 말했다.“잘 지내건 못 지내건 네가 상관할 바 아니야. 오늘은 그냥 연우 보러 온 거야.”말을 마치자 심형빈은 방 안을 두리번거리며 이연우의 모습을 찾았다.“심형빈, 말조심해.”방현준은 몸을 곧게 세우고 순식간에 독수리처럼 날카로워진 눈빛으로 심형빈을 똑바로 응시했다.“이제 연우랑 아무 사이도 아니잖아. 아직도 그렇게 친근하게 부르면 안 되지.”방현준은 마치 자기 영역을 지키는 사자처럼 심형빈의 위치를 끊임없이 상기시켰다.그에게 있어 전 남편이 전처를 이렇게 친근하게 부르는 것은 어떻게 봐도 적절하지 않았다.“방현준, 조용히 있어도 널 벙어리 취급하는 사람은 없어.”방현준의 말에 화가 치밀어 오른 심형빈은 곧바로 맞받아쳤다.주먹을 꽉 움켜쥔 심형빈의 손등에 핏줄이 도드라졌다.“왜 말하면 안 돼?”방현준은 눈썹을 살짝 올리며 다시 소파에 기대더니 도발적인 눈빛을 한 채 입을 열었다.“여자 친구 집에서 나는 말할 권리조차 없다는 거야? 그럼 전 남편이라는 사람은 더 말할 권리가 없겠네.”방현준은 여자 친구라는 단어를 일부러 강조하며 심형빈에게 도발하듯 말했다.“방현준!”심형빈은 결국 분노를 억누르지 못했다.지쳐 있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지며 눈이 번쩍 뜨이고 이마에는 굵은 핏줄이 불끈 솟아올랐다.피가 거꾸로 치솟는 듯한 격한 분노가 온몸을 뒤덮었고 그의 표정은 마치 지금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사나워졌다.그 순간 심형빈을 바라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숨이 멎을 만큼 놀랄 수밖에 없었다.심형빈은 갑자기 일어나 두 손을 탁자에 짚고 몸을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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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8화

“심형빈 씨, 당신은 이제 곧 고수영이랑 결혼할 사람이잖아요.”이연우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그 눈빛에는 안타까움과 단호함이 동시에 서려 있었다.“그러니까 이제는 고수영이랑 잘 살아요. 어쨌든 심형빈 씨 아이를 품고 있는데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에 따른 책임부터 져야 하는 거 아니에요?”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한 목소리로 말하는 이연우는 전남편에게 할 만큼은 다 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앞으로 심형빈이 어떤 길을 선택하든 그건 그의 몫이었고 타인이 지나치게 개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무엇보다 두 사람은 이미 이혼했으니 과거의 감정은 끝났고 굳이 서로를 괴롭히며 얽혀 있을 필요도 없었다.그들은 각자 자신의 새로운 삶으로 용기 있게 나아가야 했다.“수영이 뱃속 아이는 양수 검사 결과 내 아이가 맞더라.”심형빈은 이연우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마치 그녀에게 무겁고 엄숙한 선언을 하는 듯천천히 입을 열었다.“하지만 난 고수영과 결혼할 생각은 없어.”그의 목소리는 낮고 거칠었으며 한 마디 한 마디에 끝없는 혼란과 고통이 담겨 있었다.“여전히 쓰레기 같네요.”이연우는 눈을 크게 뜨고 믿기 힘들다는 듯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말했다.“도대체 몇 명의 여자를 다치게 할 셈이에요?”이연우는 심형빈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종잡을 수 없었다.한때 고수영과 심형빈은 세상에 둘만 있는 것처럼 서로 죽도록 사랑했다.어렵사리 결혼을 논할 단계까지 왔는데 이렇게 큰 파란을 겪게 되자 이연우는 깊은 혼란과 실망을 느꼈다.“사실 나도 알아. 이 모든 게 내 업보라는 걸.”고개 숙인 심형빈의 얼굴에 후회와 자책이 가득했다.‘좋은 날들을 두고 왜 하필 바람을 피우는 어리석은 짓을 했을까. 그러니까 지금과 같은 상황에 처하지. 게다가 지금 몸도...’심장이 찌릿하게 아파진 심형빈은 생각을 멈췄다.그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그 소리는 마치 영혼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울림 같았다.“연우야, 걱정하지 마. 지금 난 너에게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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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9화

이연우는 조심스럽게 상자를 닫았다.느리면서도 단호한 손놀림은 마치 지난 시절의 감정에 온전히 마침표를 찍는 듯했다.그녀는 단호하지만 차분한 눈빛을 한 채 손을 내밀어 상자를 다시 심형빈에게 건넸다“이 목걸이는 다른 사람에게 주세요. 저에게 주기에는 이제 적절하지 않아요.”이연우는 더 이상 심형빈에 대한 애착이 없었고 오직 과거에 대한 해탈과 미래에 대한 기대만 남아 있었다.“이 목걸이는 원래 너를 위해 디자인한 거야.”심형빈은 목걸이를 받지 않고 조용히 이연우를 바라보았다.그의 눈빛에는 추억, 후회 그리고 조금의 안도감 등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다른 사람에게 주는 건 더 부적절하지. 그냥 내가 너희 둘에게 미리 주는 신혼선물이라고 생각해.”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심형빈은 내면 깊은 곳의 감정을 억누르려 애쓰는 듯했다.말을 마친 심형빈은 마치 진심으로 두 사람을 축복하는 듯 방현준에게로 천천히 시선을 옮기며 얼굴에 희미한 미소를 띄웠다. 평소처럼 소파에 느긋하게 기대어 있던 방현준은 심형빈의 말에 의이한 눈빛을 보였다.방현준은 심형빈이 또 무슨 미친 짓을 하고 있는 건지 전혀 감 잡을 수 없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는 외도를 목격한 남편처럼 분노에 휩싸인 얼굴로 온몸에서 질투를 내뿜고 있었다.그런데 지금은 마치 모든 걸 내려놓은 듯 차분한 얼굴로 두 사람에게 축복을 보내는 친구처럼 변해 있었다.급작스러운 변화에 방현준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방현준은 심형빈의 초췌한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며 생각에 잠겼다.‘정말 무슨 병에라도 걸린 건가?’심형빈의 창백한 얼굴에는 다크서클이 짙게 드리워 있었고 오래 쉬지 못한 탓인지 원래 맑던 눈빛도 흐려져 있었다. 전신에서 허약함과 피로가 느껴졌다.“방현준, 전에는 내가 연우에게 못할 짓을 저질렀어.”심형빈이 자책 어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래서 네게 기회가 돌아간 거지만 앞으로 두 사람이 잘 지내길 바라.”그의 눈빛은 진지하기 그지 없었다.방현준을 똑바로 바라보는 심형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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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0화

여기까지 말하자 심형빈의 목이 무언가에 걸린 듯 메어 올라왔고 떨리는 목소리에는 이연우를 향한 깊은 죄책감이 배어 있었다.한때 그는 스스로 두 사람의 행복을 짓밟았던 적이 있었기에 생의 끝자락에서 맞닥뜨린 이 죄책감은 더욱 짙어져 그를 삼켜버릴 듯했다.이연우는 충격에 얼굴이 굳어버린 채 믿기지 않는 눈빛으로 심형빈을 바라보았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멀쩡하던 사람이 왜 갑자기 병에 걸린 거냐고!”뒤죽박죽이 된 머릿속에 이 소식은 폭탄처럼 터져 그녀를 순식간에 당황과 혼란 속으로 몰아넣었다.“내게 돌아온 업보겠지.”심형빈은 씁쓸하게 웃으며 눈을 내리깔았다. 그 눈빛에는 자조 섞인 체념이 어렸다.“그동안 너무 많은 잘못을 저질러서 하늘이 날 빨리 데려가려는 모양이야.”그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마음속 고통과 체념을 달래려는 듯했다.심형빈의 위는 예전부터 좋지 않았다. 이연우와 함께 있을 때 그녀는 늘 세심하게 그의 건강을 챙겼다.매일 다양하게 위에 좋은 음식을 준비하고 식사 시간을 챙기며 생활 습관까지 신경 써 주었다.그러나 이혼 이후 심형빈의 삶은 완전히 엉망이 되어버렸다.그는 밤낮없이 회사 일에 매달렸고 거래 하나 따내기 위해 술을 퍼붓는 날이 부쩍 늘어났다.점점 약해진 위장은 더 이상 버티지 못했고 병세는 날이 갈수록 악화되었다.얼마 전 검사 결과 그는 위암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그 소식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그의 삶 전체를 송두리째 무너뜨렸다.“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야! 당장 병원 가서 수술받아야지!”이연우가 다급하게 외쳤다.그녀의 목소리에는 자책감이 서려 있었다.‘정말 미친 건가? 생사가 걸린 상황인데 왜 제대로 치료도 받지 않고 여기서 쓸데없는 말이나 늘어놓으며 귀중한 치료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거야?’“방현준이랑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걸 확인했으니 이제는 마음이 놓인다.”심형빈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조용히 미소 지었다.“두 사람이 결혼할 때 깜짝선물 준비해 줄게.”나지막한 그의 목소리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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