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은 H국에 머무를 거예요. 저 사람들도 쉽게 움직이지는 못할 거예요. 싸움을 걸어왔으니 우리도 끝까지 맞서야죠.”방현준은 눈을 가늘게 뜨며 단호하게 말했다.그의 눈빛에는 결의와 투지가 담겨 있었고 그 말은 마치 어둠 속의 적들을 향해 던지는 경고 같았다.그의 얼굴에는 약간의 피로가 남아 있었다. 최근 연속해서 너무 많은 일이 벌어졌고 그 모든 일이 마치 커다란 돌처럼 그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었지만 지금 그의 말투는 오히려 어느 때보다 단단했다.이번에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적들에게 그들의 잘못된 선택이 얼마나 참혹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알려줄 생각이었다.“한씨 가문 사람들이 이렇게 제멋대로일 줄은 몰랐어. 자기 친딸조차 데려갈 엄두를 못 내다니.”나정윤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녀의 눈에는 안타까움과 연민이 서려 있었다.나정윤은 이연우와 방현준이 그간 어떤 험난한 시간을 버텨왔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그 길은 틀림없이 가시밭길이었을 테지.’밤이 내려앉자 검은 비단 같은 어둠이 부드럽게 도심을 감쌌다.이연우와 방현준은 손을 맞잡은 채 조용히 베이랜드로 돌아왔다.2202호 앞에 다다랐을 때 그곳에는 익숙한 그림자가 서 있었다.이연우는 지한겸을 보고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왜 여기 있어요?”놀람이 가득한 목소리에는 의문이 뒤섞여 있었다.이연우는 지한겸이 왜 이곳에 나타났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지한겸은 잠시 복잡한 눈빛으로 방현준을 바라보다 시선을 이연우에게 옮기며 죄책감이 서린 얼굴로 말했다.“연우야, 내가 용서받지 못할 행동을 했다는 거 잘 알아.”지한겸은 마치 그녀의 눈을 마주 볼 자격조차 없는 듯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이번에 돌아온 건 한세현이랑 한세아가 너한테 해를 끼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야. 지금 뭔가 꾸미고 있어. 정말 조심해야 해.”지한겸은 정말로 걱정되어 찾아온 듯 목소리는 다급했고 태도는 간절했다.“지한겸 씨,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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