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이혼 후의 꽃길 / Chapter 451 - Chapter 460

All Chapters of 이혼 후의 꽃길: Chapter 451 - Chapter 460

482 Chapters

제451화

이연우는 전화를 끊은 뒤 입술을 살짝 깨물며 잠시 망설이더니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다.그녀는 천천히 방현준을 바라보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심형빈이 수술해야 한대요. 상황이 위급해서 수술대에서 무사히 살아 내려올 수 있을지 모르겠대요. 임 여사님이 제가 병원으로 와줄 수 있냐고 물었어요.”그녀의 목소리에는 어쩔 수 없는 체념이 묻어 있었다.방현준이 내키지 않아 할 수도 있다는 걸 이연우도 알고 있었다.방현준은 잠시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다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솔직히 그는 이연우가 다시 심형빈과 엮이는 걸 원하지 않았다.심형빈이 이연우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는 너무 잘 알고 있었으니까 말이다.하지만 사람의 생명이 걸린 상황에서 방현준은 나서서 막을 수도 없었다.잠시 침묵한 뒤 방현준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이연우를 바라보았다.“그래. 가서 보고 와. 당연히 그래야지. 데려다줄게.”방현준은 이연우가 혼자 그런 상황을 마주하는 게 마음에 걸렸다.병원은 분위기 자체가 암울한 데다 심형빈의 모습을 본다면 이연우의 마음이 좋지 않을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방현준은 그녀 곁에서 지켜주고 싶었다.차는 병원 정문 앞에 천천히 멈췄고 방현준은 이연우와 함께 급히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소독약 냄새가 코를 찌르고 사람들은 분주히 오가지만 그 안에는 알 수 없는 정적과 침묵이 깔려 있었다.두 사람은 긴 복도를 따라 심형빈이 있는 병실로 발걸음을 재촉했다.병실에 도착하자 이연우의 시선은 곧장 병상에 누워 있는 심형빈에게로 향했다.그의 얼굴은 종잇장처럼 창백했고 입술에는 핏기가 없었으며 눈은 꼭 감은 채 깊은 잠에 빠져 있는 듯했다.한때 당당하고 활기 넘치던 남자가 지금은 바람 한 줄기에도 쓰러질 것처럼 연약해 보였다.임금영은 붉게 부은 눈가와 눈물 자국이 가득한 얼굴로 병상 곁에 앉아 있었다.그러다 이연우를 발견한 순간 놀람과 기쁨이 뒤섞인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곧바로 또다시 눈물이 터져 나왔다.임금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이
Read more

제452화

방현준은 이번에는 눈치 있게 물러섰다.지금 이 순간 이연우가 심형빈과 단둘이 몇 마디 나누고 싶어 한다는 걸 너무도 잘 알았기 때문이다. 그는 더 다가가지 않고 조용히 한쪽으로 비켜서서 두 사람만의 시간을 내어주었다.심형빈은 조금 전까지도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다 지쳐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잠들어 있으면서도 심형빈의 미간은 계속 세게 찡그려져 있었다. 마치 누군가에게 쫓기듯 끝없는 악몽에 갇혀 있는 사람처럼 말이다.그러다 무엇인가 무서운 장면이라도 본 듯 심형빈은 몸을 움찔 떨더니 갑자기 숨을 몰아쉬며 깨어났다.천천히 눈을 뜬 심형빈의 시선은 여전히 흐릿했고 주변을 인식하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그러다 침대 곁에 앉아 있는 이연우를 발견한 순간 그는 잠시 멍하니 굳어지더니곧이어 힘겹게 입꼬리를 올려 자조 섞인 웃음을 지으며 쉰 목소리로 낮게 말했다.“연우야, 또 네 꿈을 꿨어.”그의 눈빛에는 꿈과 현실이 뒤섞인 듯한 아득함이 서려 있었다.심형빈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이연우의 손을 잡았다.이번에는 꿈속처럼 허무하고 차가운 감각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의 따뜻한 체온이 손끝에 확실히 전해졌다.하지만 정작 심형빈은 그 사실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채 마치 자기 안에 잠겨 혼잣말하듯 조용히 이어 말했다.“연우야, 우리 이혼하고 나서부터 계속 네 꿈을 꿔. 우리가 예전으로 돌아가는 꿈. 우리가 함께였던 그 시절이 자꾸 떠올라. 그때는 늘 햇빛이 밝았고 너도나도 참 잘 웃었지.”그는 한순간 말을 멈추더니 깊은 체념과 아픔이 섞인 눈빛으로 고개를 떨궜다.“그런데 이제는 알아. 우린 다시는 그때로 못 돌아간다는 거. 지난 아름다운 날들은 결국 추억으로만 남았다는 거.”“형빈 씨, 지금 꿈 아니에요. 병문안 왔어요.”그의 수척한 얼굴을 바라보는 이연우의 마음이 복잡하게 뒤엉켰다.이연우는 천천히 손을 빼내며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단호하면서도 걱정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왜 치료를 안 받아요? 몸이 이렇게까지 안 좋아졌는데도 왜 계속 일을 해
Read more

제453화

“맞아요. 이미 결혼했어요. 단지 아직 결혼식만 안 올렸을 뿐이에요.”이연우는 심형빈을 바라보며 자신과 방현준의 일을 솔직하게 인정했다. 그녀의 눈빛에는 단단한 확신과 행복이 스며 있었고 마치 심형빈에게 이제 자신은 새로운 삶 속에서 자기 자리를 찾았음을 선언하는 듯했다.“내가 널 놓치지만 않았어도 넌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지 않았을 텐데.”심형빈의 나지막한 목소리는 쉰 듯했고 단어 하나하나가 가슴 깊은 곳에서 억누른 듯한 고통을 품고 있었다.“웃기지? 이제 와서 후회할 자격도 없는 주제에...”말을 이어갈수록 그의 눈가가 붉게 물들었다.참으려 했던 눈물이 결국 무너져 내리듯 흐르며 여윈 볼을 타고 천천히 떨어져 하얀 침대 시트를 어둑하게 적셨다.“형빈 씨, 지금 이런 말 해봤자 아무 의미 없어요.”이연우는 그를 바라보며 마음 한편이 저릿해졌지만 더 크게 자리 잡은 건 안타까움과 조급함이었다.“우리는 이미 이혼했어요. 과거는 과거로 남겨둬요.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제발 더 이상 고집부리지 말고 여사님 말씀대로 수술부터 받아요.”이연우는 잠시 말을 멈추고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또박또박 덧붙였다.“다른 건 수술 끝내고 나서 그때 다시 해요.”지금 이연우에게는 어떤 감정, 어떤 과거보다도 심형빈의 수술이 우선이었다.지금처럼 버티기만 한다면 이연우가 아무리 여러 번 찾아와도 상황은 변하지 않고 오히려 그의 몸만 더 망가질 게 뻔했다.심형빈은 이연우의 말을 받아들인 듯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잠시 침묵하던 심형빈은 마치 오래전부터 준비한 듯 침대 옆 서랍에서 한 장의 서류를 꺼냈다.움직임 하나하나가 버겁고 느렸다.그는 미련, 죄책감 그리고 결심 어린 눈빛을 한 채 이연우에게 천천히 서류를 내밀었다.“연우야, 이건 우리 회사 지분이야.”심형빈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내 이름으로 돼 있는 지분 전부 공증까지 다 마쳤어. 내가 죽고 나면 모두 네 앞으로 넘어가게 되어 있어.”마치 이연우의 반응을 확인하고 싶다는 듯
Read more

제454화

심형빈의 목소리는 아주 작았지만 온몸의 힘을 다 쏟아낸 듯한 기운이 담겨 있었고 한마디 한마디에 깊은 죄책감이 배어 있었다.눈을 감은 심형빈의 마음속은 쓰디쓴 회한으로 가득했고 결국 모든 잘못이 자신에게 있다는 걸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한다고 달라지는 것도 없고 돌이킬 수도 없다는 사실이 그를 더 무너뜨렸다.허무하게 안간힘을 쓰느니 차라리 이연우가 새로운 삶 속에서 행복하기만을 바라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이었다.이연우가 거절의 말을 내뱉자 심형빈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그 한숨은 마치 마음속 깊은 곳에서 흘러나온 듯 끝없는 상실감이 담겨 있었다.그는 입술을 살짝 움직여 겨우 말을 이었다.“이건 네가 받아주길 바라. 내가 널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거니까. 네가 돈에 욕심 없는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나한테는 이게 나름의 보상 같은 거야. 이렇게 깊은 죄책감을 안고 떠나고 싶지 않아.”마치 자신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전해지기만을 바라는 듯이 심형빈의 눈빛에는 간절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받을 수 없어요. 저는 당신한테 공짜로 무언가를 받을 생각도 없고 무엇보다 이런 건 필요하지도 않아요.”이연우의 말투는 단호하고 결연했다.그녀는 이혼할 때 이미 자신이 받아야 할 몫을 챙겼다.이연우는 본래 욕심이 많지 않은 사람이었고 게다가 이제 그녀는 방현준의 아내로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야 했다.불필요한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심형빈과 더 이상 얽히지 않는 것이 최선이었다.심형빈이 또 무언가 말하려 하자 이연우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며 단호한 눈빛으로 침대 위 남자를 바라보았다.“주치의 선생님이 이미 수술 일정을 잡으셨어요. 고집부리지 말고 수술받아요. 저는 밖에서 기다릴게요.”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심형빈이 수술받도록 하는 것이었다.그래야만 그의 상태가 나아질 가능성이 있었다.문득 조금 전 눈물범벅이 된 임금영의 얼굴이 떠올라 이연우의 마음 한켠에는 연민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곧
Read more

제455화

수술실 앞의 불은 내내 꺼지지 않고 환하게 켜져 있었다.부드럽지만 묘하게 눈에 밟히는 그 조명 아래, 이연우와 방현준은 복도 벤치에 나란히 앉아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공기 속에는 긴장감이 묵직하게 맴돌았다.시간이 흐를수록 두 사람의 마음은 점점 더 무거워졌다.수술은 거의 여섯 시간 가까이 이어졌고 그 시간은 두 사람에게 6년처럼 느껴졌다.그리고 마침내 수술실 문이 천천히 열리며 피곤해 보이지만 안도 섞인 표정을 한 의사가 걸어 나왔다.“선생님, 환자 상태는요?”이연우는 벌떡 일어나 서둘러 의사에게 다가갔다.그 눈에는 초조함과 기대가 동시에 담겨 있었다.“수술은 잘 끝났습니다. 아직 의식은 없지만 바이탈도 안정적이고 경과도 좋아요. 큰 고비는 넘겼습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이연우는 긴장이 스르륵 풀린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와 동시에 힘이 빠져 몸이 뒤로 흔들리자 방현준이 재빠르게 그녀를 붙잡았다.이연우는 잠시 숨을 고른 뒤 얼굴에 피곤함이 잔뜩 묻은 임금영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심형빈 씨 수술 잘 끝났으니까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잘 돌봐주세요.”“연우야, 잠깐만.”임금영이 다급하게 그녀를 불러세웠다.이연우는 지친 몸으로 과거 자신을 무던히도 괴롭혔던 임금영을 돌아보며 복잡한 감정을 담아 물었다.“무슨 일이신데요?”“이번 일 네 덕분이라는 거 알아. 정말 고맙다.”임금영이 붉어진 눈시울을 한 채 이연우에게 다가왔다.“네가 아니었으면 형빈이는 절대 수술 안 받았을 거야. 계속 버티고만 있었는데 네가 오니까 그제야...”임금영의 목소리는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떨렸다.“고마워하실 필요 없어요.”이연우는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담담히 말했다.“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이었을 뿐이에요. 병든 사람을 외면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 이상은 아니에요.”그녀는 심형빈이 아닌 누구라도 이렇게 위중한 상태 속에서 자신을 필요로 한다면 똑같이 발걸음을 옮겼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그건 단지 그녀의 본성이 선하기 때문이었다
Read more

제456화

이연우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손을 꼭 잡은 채 주차장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마치 이제까지의 모든 과거를 그 뒤에 남겨두기라도 하듯이.그리고 사흘 뒤 아침.햇살이 커튼 틈새로 부드럽게 스며들어 침실 바닥 위에 내려앉았다.방현준과 이연우는 오랜만의 평온한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었다.갑자기 울린 방현준의 핸드폰 벨 소리가 이 평화를 깨트렸다.발신자가 진태호임을 확인한 방현준의 눈이 반짝 빛났다.“이제 곧 마무리해도 될 것 같아. 돌아와도 돼.”전화기 너무 진태호의 목소리는 흥분과 긴장감이 섞여 있었다.이 소식을 듣자 방현준의 얼굴에는 억누를 수 없는 미소가 번졌다. 그 미소는 마치 봄날 만개한 꽃처럼 기쁨과 성취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그는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는 듯 이연우를 꽉 끌어안고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말했다.“이제 마무리할 수 있어.”잠시 멍하니 있던 이연우는 곧바로 상황을 이해하고 방현준과 마찬가지로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한세현의 군수품 밀수 사건이 이제야 결말을 맞이하고 있었다.이 기간 그들은 이 일로 분주하게 움직였고 이제야 비로소 승리의 기운이 보이기 시작했다.한세현의 군수품 밀수 사건은 조용한 호수 위에 거대한 돌을 던진 것처럼 거대한 파문을 일으켰고 주변 가문들은 재빨리 한씨 가문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군수품을 밀수했다는 혐의는 이 세계 어디에서든 중범죄로 간주한다. 만에 하나 연루라도 되면 그것은 곧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일이었고 자신의 목숨을 걸려는 사람은 없었다.그제야 이연우는 방현준이 왜 굳이 자신과 함께 H국으로 돌아오려 했는지를 깨달았다.‘이래서였구나.’이연우는 방현준의 치밀함에 다시 한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방현준은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판을 짜고 있었다.그는 이곳에서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며 한세현을 한 걸음씩 궁지로 몰아넣고 있었다. 아마 지금쯤 한세현은 버티기조차 힘든 상태일 터였다.F국은 총기나 폭발물을 특별히 금지하진 않지만 군수품 밀수는 어떤 나라에
Read more

제457화

이연우와 방현준이 탄 고급 승용차가 천천히 F국에 위치한 배씨 가문의 웅장한 고성으로 들어섰다.노을빛이 비치는 창밖, 고성의 뾰족한 첨탑은 황금빛 석양 아래에서 묘한 기품을 뿜어내며 신비롭고도 위엄 있는 자태를 드러냈다.차에서 내려 묵직한 고성의 대문을 밀고 들어선 순간 두 사람은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익숙한 두 사람을 보고 걸음을 멈췄다.한씨 가문 부부였다.이연우는 순간적으로 미간을 찌푸리며 옆에 선 방현준을 의문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저 사람들이 왜 여기 있어요?”왠지 모를 불안감에 이연우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한씨 가문 부부의 갑작스러운 등장은 도무지 그들의 의도를 짐작할 수 없게 했다.“나도 몰라.”방현준은 고개를 저으며 한씨 가문 부부를 향해 경계 어린 시선을 보냈다.“어쨌든 여기까지 온 이유가 있을 거야. 가보자.”방현준 역시 그들이 여기에 나타난 이유를 짐작할 수 없었지만 피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었기에 직접 마주하기로 했다.한명훈은 이연우를 발견한 순간 눈동자에 본능적인 회피의 기색이 스쳤다.마치 강한 빛에 찔린 나방처럼 순간적으로 피하고 싶은 심리였다.그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동요한 표정을 감추려 했다.“여기까지 무슨 일이시죠?”이연우는 몇 걸음 앞으로 나아가 멈춘 뒤 미간을 찌푸리며 단호하게 물었다.‘전에는 나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해놓고 왜 갑자기 여기까지 온 거지?’굳게 찌푸린 미간과 날카로운 어조에서 불쾌함이 묻어났다.“한세현 일, 너희가 한 거냐?”한명훈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이연우를 똑바로 바라봤다.그 눈빛에는 초조함과 의심 그리고 어느 정도의 절박함까지 섞여 있었다.“맞아요. 왜요? 따지러 온 거예요?”이연우는 두려움 없이 한명훈의 시선을 맞받아쳤다.등을 곧게 펴고 단호한 어조로 말하는 이연우는 마치 한명훈의 어떤 질책에도 굴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듯했다.“따지러 온 건 아니야.”한명훈은 깊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젓더니 담담하게 말했다.“그저 어떻게 군수품 밀수 증거를 잡은 건
Read more

제458화

“얼마 전 한씨 가문 고성에 갑자기 경찰들이 들이닥쳤어. 그것도 대낮에.”한명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낮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그 순간 무언가 크게 터졌다는 걸 직감했지. 사실 세현이가 한 짓은 변명할 여지 없이 자초한 일이야. 하지만 지금 회사는 아직도 세현이 손에 달려 있고 그 애가 무너지면 우리 가문 전체가...”한명훈이 말끝을 흐렸다.그는 자신이 여기 온 목적이 단순히 손에 쥔 권력을 지키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솔직히 드러내기조차 망설이는 듯했다.그 말을 들은 순간 이연우는 허탈함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이연우의 웃음 속에는 조롱과 쓸쓸함이 섞여 있었다.“정말 재미있네요.” 이연우가 싸늘하게 말했다.“처음에는 권력을 위해 저를 외면하더니 이제는 권력을 위해 한세현을 지키려 하네요. 결국 당신들에게는 권력이 혈연보다 더 중요했군요.”그 말을 하는 이연우의 얼굴에 짙은 슬픔이 스쳤다. 권력에 의해 왜곡된 가족애를 떠올리자 마음속 깊은 곳이 아릿해졌다.“이제야 둘째 오빠가 왜 도망쳤는지 알겠네요. 당신들 같은 사람들 곁에서 살아가는 건 정말 숨 막히는 일이었겠어요.”“둘째 오빠? 무슨 둘째?”한명훈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갑작스러운 단어에 머릿속이 순간 새하얘진 듯했다.한명훈은 이연우가 갑자기 다른 사람을 언급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게다가 그녀가 말한 사람은 한씨 가문과 깊게 얽혀 있는 듯했다.“만약 둘째 오빠가 아직 살아있다면 당신들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이연우는 눈을 가늘게 뜨며 한씨 가문 부부를 날카롭게 응시했다.그녀는 이 소식을 들었을 때 두 사람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시험해 보고 싶었다.“그럴 리가 없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라은혜가 즉시 반박하며 믿지 못하겠다는 기색을 보였다.“그 애 시신은 우리가 직접 옮겼어. 그런데 어떻게 살아있다는 거야?”마치 이연우가 황당무계한 이야기라도 꺼낸 듯 라은혜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둘째 오빠가 여기서 도망친 이유는 단 하나예요. 당신들 곁에서
Read more

제459화

“세진이는 지금 어디 있어? 알려주면 안 될까? 우리도 한 번만 만나보면 안 되겠니?”라은혜의 눈에는 간절함이 반짝였고 두 손은 본능적으로 꽉 움켜쥐었다.그녀는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이며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그 순간 라은혜의 마음속은 당장이라도 아들을 보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설령 멀리서 한 번 보는 것뿐이라도 좋았다.“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세진 오빠는 저랑 같이 돌아왔다는 거예요.”이연우는 담담하게 흔들림 없는 시선으로 라은혜를 바라보며 말했다.“하지만 오빠가 당신들을 만나고 싶어 할지는 저도 모르겠네요.”그녀의 말투는 끝까지 흔들림 없이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선을 긋는 듯한 냉정함이 스며 있었다.말을 마친 이연우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돌려 곁에 있던 집사에게 눈짓하며 차갑게 말했다.“두 분 배웅하세요.”집사는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답한 뒤 소파 앞으로 걸어 나와 손으로 공손하게 퇴장을 권했다.라은혜와 한명훈은 그 모습을 보고 잠시 당황하며 억울한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집사의 단호함 앞에서 결국 어쩔 수 없이 몸을 돌려 나가야 했다.이연우와 두 사람 사이에는 어떤 깊은 정도 없었다. 지금 이 순간 그들을 낯선 사람으로 여기는 것조차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노세란은 이연우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녀는 결국 이를 악물고 오래 숨겨왔던 진실을 이연우에게 털어놓기로 결심했다.“어릴 때 큰 화재에서 죽을 뻔했던 거 기억나니? 왜 불이 난 건지는 알아?”노세란의 눈빛에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주저함, 미안함 그리고 오래 숨겨온 비밀의 무게까지.“사고였다고 들었어요.”이연우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어린 시절 악몽 같았던 화재를 떠올리며 말했다.“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이상한 점이 많긴 했죠.”이연우의 마음속에 불길한 예감이 스치며 속았다는 느낌이 서서히 번지기 시작했다.“그 화재로 인해 네 이모와 이모부가 죽었지만 그 불은 한세현이 낸 게 아니었어.”노세란은 낮고 무거운 목소리로
Read more

제460화

눈물이 멈출 줄 모르고 흘러내렸다.어느 순간부터 흐르기 시작했는지도 모른 채 뜨겁고도 차가운 그 눈물은 창백해진 그녀의 볼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려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그 모습을 본 방현준은 눈동자가 단숨에 흔들렸다.그는 걱정과 안쓰러움이 뒤섞인 표정으로 단숨에 달려와 이연우를 붙들어 일으켜 그녀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안고 품 안으로 조심스럽게 끌어안았다.그리고 낮고 따뜻한 목소리로 다정하게 말했다.“연우야, 이미 이렇게까지 돼버린 일을 어떻게 하겠어. 네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 부모라고 다 부모가 아니야. 그런 사람들은 굳이 용서하려 하지 마.”부드럽고 단단한 방현준의 목소리는 어둠 속 한 줄기 빛처럼 이연우에게 작은 위안을 건네주는 듯했다.“윽...”이연우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혐오감을 도저히 억누를 수 없었다.자신의 친부모가 이토록 잔인하고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사실이 머릿속에서 맴돌자 혐오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입을 틀어막은 채 끊임없이 헛구역질을 쏟아내던 그녀는 토해낼 게 아무것도 없어 고통스러운 신음만이 허공에 울려 퍼졌다.“현준 씨! 그 사람들 전부 벌받게 해줘요. 한 명도 빠짐없이. 대가를 치르게 해줘요.”이연우는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들어 방현준을 바라보며 목이 터지라 울부짖었다.눈빛에는 분노와 원한이 가득했다. 그것은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배신당한 뒤 느끼는 절망과 결의였다.비록 최면에 걸린 기억일지라도 악몽 속에서 그 불타는 장면은 여전히 그림자처럼 따라왔다.타오르는 화염은 마치 그녀를 집어삼키려는 듯했고 뜨거운 열기, 코를 찌르는 연기, 주변 사람들의 절망적인 외침은 마치 악귀처럼 그녀의 발목을 붙잡아 지금 이 순간에도 몸이 떨릴 만큼 생생하게 되살아났다.그런데 그 불을 지른 사람이 자신이 아버지라고 불러야 했던 사람이라는 사실은 이미 상처투성이인 그녀의 마음에 다시 깊숙이 칼을 비틀어 넣는 것과 같았다.이연우는 속이 뒤집힐 만큼 역겨웠다.“걱정하지 마. 내가 다 알아서 할게.”방현준은 그
Read more
PREV
1
...
444546474849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