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요. 이미 결혼했어요. 단지 아직 결혼식만 안 올렸을 뿐이에요.”이연우는 심형빈을 바라보며 자신과 방현준의 일을 솔직하게 인정했다. 그녀의 눈빛에는 단단한 확신과 행복이 스며 있었고 마치 심형빈에게 이제 자신은 새로운 삶 속에서 자기 자리를 찾았음을 선언하는 듯했다.“내가 널 놓치지만 않았어도 넌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지 않았을 텐데.”심형빈의 나지막한 목소리는 쉰 듯했고 단어 하나하나가 가슴 깊은 곳에서 억누른 듯한 고통을 품고 있었다.“웃기지? 이제 와서 후회할 자격도 없는 주제에...”말을 이어갈수록 그의 눈가가 붉게 물들었다.참으려 했던 눈물이 결국 무너져 내리듯 흐르며 여윈 볼을 타고 천천히 떨어져 하얀 침대 시트를 어둑하게 적셨다.“형빈 씨, 지금 이런 말 해봤자 아무 의미 없어요.”이연우는 그를 바라보며 마음 한편이 저릿해졌지만 더 크게 자리 잡은 건 안타까움과 조급함이었다.“우리는 이미 이혼했어요. 과거는 과거로 남겨둬요.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제발 더 이상 고집부리지 말고 여사님 말씀대로 수술부터 받아요.”이연우는 잠시 말을 멈추고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또박또박 덧붙였다.“다른 건 수술 끝내고 나서 그때 다시 해요.”지금 이연우에게는 어떤 감정, 어떤 과거보다도 심형빈의 수술이 우선이었다.지금처럼 버티기만 한다면 이연우가 아무리 여러 번 찾아와도 상황은 변하지 않고 오히려 그의 몸만 더 망가질 게 뻔했다.심형빈은 이연우의 말을 받아들인 듯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잠시 침묵하던 심형빈은 마치 오래전부터 준비한 듯 침대 옆 서랍에서 한 장의 서류를 꺼냈다.움직임 하나하나가 버겁고 느렸다.그는 미련, 죄책감 그리고 결심 어린 눈빛을 한 채 이연우에게 천천히 서류를 내밀었다.“연우야, 이건 우리 회사 지분이야.”심형빈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내 이름으로 돼 있는 지분 전부 공증까지 다 마쳤어. 내가 죽고 나면 모두 네 앞으로 넘어가게 되어 있어.”마치 이연우의 반응을 확인하고 싶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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