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이혼 후의 꽃길 / Chapter 441 - Chapter 450

All Chapters of 이혼 후의 꽃길: Chapter 441 - Chapter 450

482 Chapters

제441화

“요즘 해외에서 잘 지내지 못한 거예요? 왜 이렇게 살이 많이 빠졌어요?”서지훈은 미간을 세게 찌푸렸고 걱정과 안쓰러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 그는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이연우의 얼굴을 쓰다듬으려 했지만 닿지 못하고 허공에 멈췄다가 천천히 손을 내렸다.“해외에서 많은 일이 있었어요.”이연우는 작게 미소를 지었지만, 그 미소는 피곤해 보였다.“그래서 제대로 밥을 못 챙겨 먹었나 봐요.”그녀는 시선을 아래로 떨구며 지나치게 따뜻한 서지훈의 시선을 일부러 피했다.해외에서 겪었던 모든 일들이 영화처럼 스쳐 지나갔고 그 하나하나가 그녀에게 큰 부담이었다.그러니 제대로 먹고 자는 일은 자연스레 뒷전이 될 수밖에 없었다.“해외에서 있었던 일들 저도 들었어요.”서지훈은 고개를 숙였고 눈빛이 어두워졌다.“하지만 제가 도울 방법이 없더라고요.”그의 목소리는 낮고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서지훈은 그 소식들을 들으며 속이 타들어 가는 듯했지만 여러 이유로 해외로 갈 수 없었다.그 깊은 무력감이 그를 괴롭혔다.“괜찮아요.”이연우는 고개를 들고 이해한다는 듯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해외에서 있었던 일들은 원래 쉽지 않은 일이었어요. 그리고 해외로 오시는 게 서 대표님한테 좋은 일이었을 것 같진 않아요.”그녀는 가볍게 손을 흔들며 해외에서의 고된 기억을 털어내려는 듯했다.“이런 얘기 더 이상 하지 말아요. 저 아직 서 대표님 결혼 축하도 못 했잖아요.”이연우는 일부러 환한 웃음을 띠며 분위기를 띄우려 노력했다.“축하할 것 없어요.”서지훈은 허탈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고 쓸쓸해 보이는 눈빛이었다.“그냥 나이도 찼고 집에서도 계속 재촉하니까 적당한 사람 골라서 결혼하는 거죠.”그는 커피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쓴맛이 입안에 퍼졌지만 지금 그가 느끼는 감정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이번 생에 이연우와는 인연을 맺을 수 없다는 것을 서지훈은 잘 알고 있었다.마음에 둔 사람을 가질 수 없다면 누구와 결혼하든 결국 똑같으리라 체념했다.
Read more

제442화

방현준과 함께 그리는 미래를 떠올리자 이연우의 입가에는 저절로 미소가 번졌다.“전에 형빈이랑은 결혼식을 못 올렸잖아요.”서지훈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아련한 눈빛으로 말했다.“방현준은 연우 씨가 가졌던 그 아쉬움을 채워주는 사람이겠죠.”그는 결혼식이 여자들에게는 꿈처럼 아름다운 의식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결혼식이란 많은 기대와 행복이 담긴 중요한 순간이었다.이연우와 심형빈은 끝까지 함께하지 못했지만, 곁에 있을 때 결혼식을 하지 않았다는 건 분명 큰 아쉬움이었다.서지훈은 방현준이 꼭 약속을 지키고 이연우를 행복하게 해주길 진심으로 바랐다. 앞으로 이연우의 나날이 사랑으로 가득 채워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이연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얼굴에 떠오른 따뜻한 햇볕 같은 미소가 이미 모든 답을 말해주고 있었다.지금의 그녀는 곧 다가올 결혼식에 대한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고 그 행복이 넘쳐흘렀다.서지훈은 그런 이연우를 바라보며 가슴이 쓰렸지만, 그보다 더 큰 건 축복의 마음이었다.그는 가방에서 작은 정교한 상자를 꺼내 이연우 앞으로 내밀었다.그의 눈빛에는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이건 선물이에요.”“저한테요?”이연우는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지금 이 시점에 서지훈이 자신에게 선물을 건넬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네.”서지훈은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을 담은 눈빛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안 돼요. 저는 안 받을 거예요.”이연우는 손을 저으며 난처한 얼굴을 지었다.“결혼 선물도 아직 준비 못 했는데 어떻게 제가 먼저 선물을 받을 수 있어요?”그녀는 몹시 불편했다. 결혼을 앞둔 사람이 자신에게 선물을 주는 것 자체가 난감했다. 곧 다른 여자와 결혼할 사람에게 선물을 받는다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이건 원래 연우 씨한테 주고 싶었던 선물이에요.”서지훈은 조심스럽게 이연우의 손을 잡아 상자를 그녀의 손바닥에 놓았다.“연우 씨가 해외에 나가 있어서 못 줬을 뿐이에요. 연우 씨가 돌아왔고 아직 나
Read more

제443화

“연우 씨 마음이 불편할 수 있다는 거 알아요.”서지훈은 고개를 조금 숙인 채 진심 어린 눈빛으로 이연우를 바라보았다.“하지만 이 반지는 원래 연우 씨한테 주려고 준비했던 거니까 그냥 편하게 받아요.”그는 체념한 듯한 눈으로 한숨을 내쉬었다.“특별한 의미가 있는 반지도 아니에요. 그냥 연우 씨랑 현준이의 결혼 선물이라고 생각해요.”그는 긴 손가락으로 반지 상자를 쓰다듬었다. 마치 이 반지를 고르기 위해 들였던 시간과 마음이 떠오르는 듯한 표정이었다.서지훈도 자신이 결혼하고 나면 가문의 일들과 정략결혼으로 생기는 책임이 밀물처럼 몰려올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렇게 되면 더 이상 예전처럼 모든 시간을 이연우에게 쏟을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는 이게 이연우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동시에 갈무리하지 못했던 자신의 마음에 마침표를 찍는 일이기도 했다.그러나 이연우의 대답은 단호했고 망설임이 없었다. 그녀는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말했다.“서 대표님에게는 이 반지가 특별하지 않을 수 있어요. 하지만 저한테 반지는 정말 특별한 의미를 가진 물건이에요.”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며 부드러우면서도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반지는 소중한 기대와 약속이 담기는 거예요. 그래서 아무한테나, 아무렇게나 줄 수도 받을 수도 없어요.”이연우는 그 정교한 반지 상자를 다시 서지훈에게 내밀었다. 손길은 부드럽지만 더는 거부할 수 없이 확고했다.그리고 그녀는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봄날에 피어나는 꽃처럼 따스하고 아름다운 미소였다.“대표님의 마음은 정말 감사히 받을게요. 다른 선물이라면 무엇이든 기쁜 마음으로 받을 수 있어요. 하지만 반지는 정말 안 돼요.”그녀는 살짝 입술을 깨물며 간절한 눈빛으로 말했다.“이해해 주세요. 부탁드려요.”서지훈은 돌려받은 반지 상자를 바라보며 마음속이 복잡했지만 결국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연우 씨.”잠겨있는 그의 목소리에는 미세한 떨림마저 느껴졌다.“만
Read more

제444화

회사에서 보여주는 뛰어난 능력이든, 일상에서 드러나는 세심한 배려든, 서지훈에게서 흠을 잡기 어려웠다.하지만 감정이라는 게 참 신기해서 상대가 아무리 훌륭해도 마음을 동하게 하는 무언가가 없다면 결국은 이어지기 어려운 법이다.“그래요. 우리 둘은 늘 이렇게 엇갈리기만 했죠.”서지훈은 아쉬운 듯 이렇게 말하며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면 우리는 스쳐 지나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겠죠.”그의 시선은 허공에 머물러 있었다. 마치 닿을 수 없는 과거를 바라보는 듯했다. 이연우와 함께한 기억들이 밀물처럼 빠르게 몰려왔다가 다시 조용히 빠져나갔다.서지훈은 조용히 그 반지 상자를 다시 손에 쥐고는 손끝으로 상자의 표면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마치 차가운 촉감 속에서 한때 따뜻했던 기억을 찾으려는 것 같았다.그리고 억지로라도 미소를 지었지만, 무척 쓸쓸해 보였다.“3일 뒤면 결혼식이에요. 방현준이랑 같이 와서 저의 행복한 순간들을 함께 지켜봐 줬으면 해요.”그는 이로써 마지막 남은 감정의 조각을 날려 보내려는 듯했다.“좋아요. 제가 정말 큰 선물 준비해 드릴게요.”이연우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웃음은 따뜻했고 담담하면서도 진심이 담겨 있었다.그는 그녀의 이런 진심 어린 축복이 고마웠다.잠시 후, 두 사람이 식사를 마치자 마침 직원이 계산서를 가져왔고 이연우는 순식간에 그것을 낚아챘다.“서 대표님, 제가 예전에 늘 대표님께 식사를 한 번 대접하겠다고 말했잖아요. 근데 매번 대표님이 먼저 계산하셨죠?”그녀는 장난스럽게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미소 지었다.“오늘은 제 차례예요.”그 말과 함께 그녀는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직원에게 건넸다.서지훈은 그 자리에 멈췄다. 계산하려고 내밀려던 손은 허공에서 굳었고 그녀를 바라보는 마음이 마치 큰 돌덩이가 내려앉은 듯 무거웠다.그동안 식사 때마다 굳이 계산하려 했던 이유는 사실 단 하나였다. 이연우가 자신에게 밥을 사야 한다는 핑계로 계속 만나고 싶었다.그 작은 핑계로라도 그녀가 자신을 다시 만나주길 바
Read more

제445화

말을 마친 이연우는 환하게 웃으며 방현준 쪽으로 달려갔다.방현준은 이연우를 보자마자 눈빛이 금세 다정해졌고 자연스럽게 그녀의 허리를 살며시 감싸 안았다.두 사람의 친밀한 모습은 서지훈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그렇게 둘은 차에 올랐고 자동차는 천천히 출발해 점점 멀어지더니 마침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서지훈은 미소가 사라졌고 남은 건 깊은 상실감뿐이었다.그는 고개를 살짝 들어 하늘을 바라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적어도 연우 씨는 나보다 행복하니까 됐어요.”쓸쓸하지만 축복 어린 그 목소리는 공기 속에 흩어졌다.“저 여자가 바로 당신이 그토록 잊지 못하던 여자인가 봐요.”복잡한 감정이 느껴지는 목소리가 서지훈의 뒤에서 들려왔다. 조용한 공기에 유난히 맑고 아름답게 울려 퍼지는 음성이었다. 서지훈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그곳에 서 있던 사람은 바로 그의 약혼녀, 최나린이었다.연한 하늘색 원피스를 입은 그녀는 치맛자락이 바람에 살짝 흩날리며 우아한 백조 같았다. 고운 이목구비, 눈처럼 맑은 피부, 부드러운 분위기까지 갖추었지만, 그 눈동자는 속을 알수 없는 복잡한 감정을 띠고 있었다.“여긴 왜 왔어요?”서지훈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조금 전 이연우와 이야기할 때의 온기와 부드러움은 온데간데없었다.그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더 알고 싶지는 않은 듯 다시금 마음이 벽을 세웠다.“오늘 누굴 만나러 온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최나린은 고개를 살짝 들고 서지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녀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게다가 이렇게 말끔하게 차려입고 선물까지 챙겨왔잖아요. 조금만 생각해본다면 당신이 만나러 온 사람이 누군지 금방 알 수 있죠.”부드러운 그 목소리가 내뱉는 말은 한자, 한자 다듬어진 듯했고 감정을 쉽게 읽을 수가 없었다.최나린은 가만히 서지훈을 바라보았다. 호기심을 띤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다 마침내 그녀는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어떤 여자인지, 왜 당신이 그렇게 오래도록 지우지 못했는지 직접 보고 싶었어요.”
Read more

제446화

“미안해요.”서지훈이 미간을 살짝 좁히며 조심스레 사과했다.그는 자신의 마음이 최나린에게 상처가 되었음을 알고 있었다.이 감정이 비록 이연우를 만난 순간부터 싹튼 것이긴 했지만 곧 결혼을 올릴 여자 앞에서 그는 미안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저한테 사과할 필요 없어요.”최나린은 담담하고 이성적인 눈빛으로 가볍게 손을 저었다.“어차피 이건 지훈 씨 잘못이 아니잖아요. 우리도 정략결혼이니까요.”그녀는 복잡하게 뒤엉킨 감정을 가라앉히려는 듯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하지만 결혼하고 나서는 가정에 좀 더 신경 써줬으면 해요. 괜한 오해 살 만한 모습이 언론에 찍히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이 결혼에서 최나린은 최대한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자기 남편이 다른 여자를 마음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이렇게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그 말을 들은 서지훈은 순간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 웃음에는 씁쓸함과 어딘가 체념 섞인 안도감이 뒤섞여 있었다.“그런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그는 이연우가 이미 다른 사람을 마음에 두고 있어 자신을 선택할 일은 절대로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두 사람 사이의 감정은 결코 맺어질 수 없는 것이었다.최나린은 잔잔하게 미소를 지었다.마치 봄날에 피어나는 꽃처럼 아름답지만 그 안에 왠지 모를 쓸쓸함이 배어 있었다.“그 말 꼭 지켜줬으면 좋겠네요.”나지막이 말하는 최나린의 목소리는 마치 호숫가를 스치는 산들바람처럼 부드럽게 퍼져 나가며 미세한 파문을 일으켰다.최나린은 옆에 놓인 가방을 자연스레 집어 들었다. 그 움직임은 우아하면서도 익숙해 마치 수없이 반복해 온 동작처럼 매끄러웠다.최나린은 고개를 들어 서지훈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미행한 건 아니지만 우연히 만난 김에 같이 돌아가요.”부드럽지만 단호한 최나린의 말투는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들려고 애쓰는 듯했다.두 사람은 약혼 관계였으니 함께 돌아가는 것이 어색할 이유는 없었다.그런데도 서지훈은 몸 어딘가가 굳
Read more

제447화

앞좌석에 앉아 있던 강문수가 이연우의 말을 듣고는 슬쩍 기침을 한 번 하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이 비서님께서 다른 남자분이랑 웃고 떠들며 식사하시는 동안 대표님께서는 밖에서 한참 동안 지켜보고 계셨어요.”강문수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차 안에 울려 퍼지는 울림은 묘하게 묵직했다.설마 방현준이 그렇게 오래 보고 있을 줄은 생각조차 못 했던 이연우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미안한 마음이 스치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방현준이 너무 소심한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이연우는 이내 얌전한 고양이처럼 살며시 방현준의 어깨에 기대어 그의 팔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서지훈 씨랑 약속 있다고 미리 얘기했잖아요. 곧 결혼할 사람인데 뭐가 그렇게 걱정이에요?”그녀의 눈빛엔 온기와 애틋함이 가득했고 그의 불안이 괜한 걱정이라는 듯 달래려는 뉘앙스가 담겨 있었다.“그 자식 전부터 너 좋아했잖아.”방현준은 여전히 시큰둥한 표정으로 냉담하게 말했다.“난 지금도 걔가 결혼식 당일에 도망쳐서 널 데려가 버릴까 봐 걱정돼.”방현준의 시선은 이연우에게서 단 한 순간도 떨어지지 않았다.노골적인 소유욕이 서려 있는 그의 눈빛에는 그녀를 절대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지가 그대로 드러났다.그 말을 들은 이연우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맑고 청량한 그 웃음은 마치 은방울처럼 차 안의 긴장된 공기를 단숨에 녹여냈다.“현준 씨, 저한테 뭐 그렇게 치명적인 매력이 있다고 결혼까지 포기하겠어요?”그녀는 장난스럽게 그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현준 씨는 진짜 상상력이 너무 풍부하다니까요.”하지만 방현준 입장에서는 결코 근거 없는 걱정이 아니었다.그는 서지훈이 얼마나 오래, 얼마나 깊게 이연우를 마음에 품어왔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예전부터 서지훈은 여러 번 이연우에게 마음을 고백했고 그 뜨거운 눈빛과 진심 어린 말들 하나하나가 방현준의 뇌리를 스쳤다.‘만약 내가 먼저 고백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서지훈 옆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있는 여자는 연
Read more

제448화

“강문수, 지금 바로 구청으로 가.”방현준은 몸을 돌려 단호하게 말했다.그의 목소리에는 단 한 치의 의심도 용납하지 않는 절박함이 묻어 있었다.“알겠습니다, 대표님.”강문수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짧게 답한 뒤 능숙하게 핸들을 돌려 구청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가는 내내 방현준은 마치 그녀가 갑자기 마음을 바꿔 도망칠까 봐 두려운 듯 이연우의 손을 꼭 붙잡았다.마침내 두 사람이 구청 직원으로부터 혼인관계증명서를 받아 든 순간 늘 긴장으로 굳어 있던 방현준의 얼굴이 비로소 환하게 풀렸다.그의 미소는 봄날 활짝 핀 꽃처럼 밝고 눈부셨으며 눈동자에는 행복과 만족이 가득했다.두 사람은 나란히 서서 혼인관계증명서를 들고 인증샷을 찍었다.방현준은 재빨리 그 사진을 인스타에 올렸다.[드디어 법적 부부. 앞으로도 잘 부탁해.]짧은 문장과 함께 올린 그 피드는 단숨에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가장 먼저 댓글을 단 건 나정윤이었다.[언제 혼인신고를 한 거야? 왜 나한테 한마디 말도 없었어!]뒤이어 놀란 이모티콘이 줄줄이 달렸다.곧바로 방현준의 아버지도 등장했다.[이놈! 감히 우리 몰래 혼인신고를 해? 연우 생각은 한 거야?]조금 나무라는 듯한 말투였지만 그 속에는 오히려 이연우를 걱정하는 마음이 더 크게 담겨 있었다.그리고 방현준의 할아버지까지 참전했다.[예단도 주기 전에 신고부터 하다니 이게 무슨 철부지 같은 짓이냐!]잔소리투성이였지만 그 역시 손자의 결혼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 진심이 서려 있었다.반면 둘째 삼촌의 댓글은 한껏 들떠 있었다.[짜식! 역시 우리 방씨 가문 자손답네. 통 크게 결혼 선물 준비해 둘 테니까 기대해!]칭찬과 축하가 담긴 댓글들이 이어졌다.이연우는 댓글을 내려보다가 침을 꿀꺽 삼켰다.‘어쩐지 내가 방씨 가문의 딸이고 현준 씨야말로 데릴사위 같네.’그녀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미소 지었다.가슴속에서 따뜻한 기운이 흘러나오는 듯했고 자신이 정말로 방씨 가문이라는 대가족의 일원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그 시각,
Read more

제449화

한쪽에서 내내 지켜보고 있던 진수혁은 심형빈의 모습을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바라보고 있었다.그의 이마에는 깊은 주름이 잡혀 있었고 눈빛에는 걱정이 가득했다.잠시 망설이던 그는 결국 참지 못하고 조심스레 말했다.“대표님, 병원에 가셔야 합니다. 지금 몸 상태로는 정말 버티기 힘듭니다.”진수혁의 목소리에는 다급함과 진심 어린 염려가 묻어 있었다.그는 요즘 심형빈이 회사 일로 지칠 대로 지쳤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게다가 감정적인 문제까지 겹치며 마음고생이 심해져 그의 몸은 점점 망가져 가고 있었다.“괜찮아.”심형빈은 힘없이 손을 내저었다.목소리는 쉬어 있었지만 말투만큼은 단호했다.“남은 서류 가져와. 그거 다 끝내고 약 먹을게.”지금 그의 머릿속에 가득한 건 단 하나, 이연우가 결혼하기 전에 꼭 선물 준비를 마쳐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비록 함께할 수는 없지만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에 진심을 담은 축복만큼은 남기고 싶었다.혹시라도 바빠서 제때 준비하지 못한다면 그건 평생의 후회로 남을 것 같았다.“콜록콜록...”막 핸드폰을 내려놓은 순간 격한 기침과 함께 심형빈의 몸이 휘청였다.이어 붉은 피가 입에서 확 하고 쏟아져 나와 반듯한 책상 위에 흩뿌려졌다.잔인할 만큼 선명한 붉은색이 순식간에 시야를 얼어붙게 했다.“대표님!”진수혁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그는 거의 반사적으로 핸드폰을 꺼내 들고 떨리는 손으로 운전기사의 번호를 눌렀다.“지금 당장 차를 건물 앞으로 대세요! 대표님이 피를 토하셨어요. 빨리 병원으로 가야 합니다!”전화를 끊자마자 그는 곧장 심형빈에게 달려가 조심스레 부축했다.진수혁은 한시라도 지체할까 봐 두려운 듯 급하게 그를 이끌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소식을 들은 임금영은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그녀는 겉옷을 챙길 새도 없이 병원으로 달려갔다.창백해진 얼굴로 병실에 누워 숨을 고르고 있는 아들을 보는 순간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터져 나왔다.“형빈아... 우리 형빈이가 어쩌다
Read more

제450화

임금영의 마음은 후회로 가득 차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가는 듯했다.그때 이연우가 얼마나 좋은 며느리였는지 떠올리면 더욱 참을 수 없었다.이연우는 늘 효심 깊고 세심했으며 사소한 순간에도 배려를 잊지 않았다.그녀는 심형빈도 부족함 없이 보살피며 생활에서는 따뜻한 동반자가 되어주었고 사업에서는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그를 지탱해 주었다.집안도 정리정돈이 완벽했고 구석구석에는 가족의 온기가 묻어 있었다.게다가 회사에서도 이연우는 뛰어난 성과를 내는 여장부였다.이연우는 자신의 지혜와 노력으로 회사 발전에 크게 기여하며 열정을 아끼지 않았다.하지만 과거 임금영은 어쩐 일인지 판단력을 잃고 고수영을 억지로 심형빈의 회사에 끌어들이면서 모든 불행의 씨앗을 뿌렸다.결과적으로 그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일련의 비극이 시작되었다.이연우는 이미 방현준과 함께하고 있었고 심형빈은 병마에 시달리며 겨우 숨을 이어가고 있었다.임금영은 마치 끝없는 고통의 나락에 빠진 듯 헤어 나올 수 없었다.“엄마, 다음 생에는 연우에게 진 마음의 빚을 조금이라도 갚고 싶어요.”심형빈의 목소리는 점점 힘을 잃었지만 눈빛만은 간절함으로 가득했다.“하늘이 저한테 그럴 기회를 줄까요?”심형빈은 자신조차도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아마도 이미 병이 깊어 손쓸 수 없는 상황임을 직감하고 지난날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작은 기대가 뒤섞여 다음 생을 상상하며 마음을 달래고 있었던 것일 터였다.임금영은 그런 아들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었다.그녀의 가슴은 찢어질 듯 아팠다.임금영은 조심스레 심형빈의 손을 내려놓고 천천히 일어나 눈물을 닦고 한참 숨을 고르더니 병실을 나섰다.복도 끝까지 걸어간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쉰 후 이연우에게 전화를 걸었다.방현준과 함께 신혼의 달콤한 순간에 잠겨있을 때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다.화면에 임금영의 이름이 뜨자 순간 의아함이 스쳤지만 이연우는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연우야.”전화기 너머 울먹이는 임금영의 목소리는 절박하면서도
Read more
PREV
1
...
4344454647
...
49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