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마친 이연우는 환하게 웃으며 방현준 쪽으로 달려갔다.방현준은 이연우를 보자마자 눈빛이 금세 다정해졌고 자연스럽게 그녀의 허리를 살며시 감싸 안았다.두 사람의 친밀한 모습은 서지훈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그렇게 둘은 차에 올랐고 자동차는 천천히 출발해 점점 멀어지더니 마침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서지훈은 미소가 사라졌고 남은 건 깊은 상실감뿐이었다.그는 고개를 살짝 들어 하늘을 바라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적어도 연우 씨는 나보다 행복하니까 됐어요.”쓸쓸하지만 축복 어린 그 목소리는 공기 속에 흩어졌다.“저 여자가 바로 당신이 그토록 잊지 못하던 여자인가 봐요.”복잡한 감정이 느껴지는 목소리가 서지훈의 뒤에서 들려왔다. 조용한 공기에 유난히 맑고 아름답게 울려 퍼지는 음성이었다. 서지훈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그곳에 서 있던 사람은 바로 그의 약혼녀, 최나린이었다.연한 하늘색 원피스를 입은 그녀는 치맛자락이 바람에 살짝 흩날리며 우아한 백조 같았다. 고운 이목구비, 눈처럼 맑은 피부, 부드러운 분위기까지 갖추었지만, 그 눈동자는 속을 알수 없는 복잡한 감정을 띠고 있었다.“여긴 왜 왔어요?”서지훈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조금 전 이연우와 이야기할 때의 온기와 부드러움은 온데간데없었다.그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더 알고 싶지는 않은 듯 다시금 마음이 벽을 세웠다.“오늘 누굴 만나러 온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최나린은 고개를 살짝 들고 서지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녀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게다가 이렇게 말끔하게 차려입고 선물까지 챙겨왔잖아요. 조금만 생각해본다면 당신이 만나러 온 사람이 누군지 금방 알 수 있죠.”부드러운 그 목소리가 내뱉는 말은 한자, 한자 다듬어진 듯했고 감정을 쉽게 읽을 수가 없었다.최나린은 가만히 서지훈을 바라보았다. 호기심을 띤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다 마침내 그녀는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어떤 여자인지, 왜 당신이 그렇게 오래도록 지우지 못했는지 직접 보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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