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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hat ng Kabanata ng 이혼 후의 꽃길: Kabanata 71 - Kabanata 80

100 Kabanata

제71화

“연우야, 수영이가 지금 임신한 거 알지? 이쯤에서 네가 눈치껏 물러나서 심씨 가문 안주인 자리 내주는 게 좋을 거야. 괜히 나중에 헛수고만 하고 끝날지도 모르잖아.”임금영은 턱을 빳빳이 세운 채, 이연우를 아래로 깔보듯 노려봤다.그 얼굴에는 노골적인 우월감과 비웃음이 어렸고 말투 하나하나에도 상대를 얕잡아보는 냉기가 묻어났다.이연우는 그런 말을 듣자 입꼬리를 비틀며 조용히 웃었다.“여사님, 제가 몇 번이나 말씀드려야 알아들으실까요? 이혼은 제가 안 하는 게 아니라 여사님 아들이 안 하는 거예요. 저한테 와서 호통치실 시간에 아드님 설득 좀 해보시죠.”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몸을 의자 등받이에 살짝 기대었다. 눈빛은 단단했고 일말의 회피도 없었다.‘이 아줌마는 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었길래 이 난리야. 몇 번을 설명해도 못 알아듣고! 자기가 무슨 막장 드라마 주인공이라도 되는 줄 아나 봐... 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니고? 남 인생을 맘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착각하지 마시죠? 여긴 현실이거든요, 현실!’“내 아들이 너한테 홀린 게 아니고 뭐겠니? 그러니까 지금까지도 이혼을 질질 끌고 있지!”임금영은 이연우의 말을 끊고 소리치듯 외쳤다.분노로 찌푸린 이마에는 주름이 깊게 패였고 목소리에는 감정이 실려 점점 더 높아졌다. 그녀는 이연우를 고수영과 심형빈의 관계를 망친 원흉으로 보는 듯했다.“세상에, 여사님. 요즘에는 이런 ‘악덕 시어머니’ 연기 안 먹혀요. 이런 대사는 한물간 지 오래예요. 시대에 맞게 좀 바꾸셔야죠.”이연우는 피식 웃으며 눈을 굴렸다. 그러고 나서 책상 위의 수표를 집어 들었다.이백억은 보통 사람이라면 평생 손에 쥐기도 힘든 거액이었다.하지만 그 돈으로 자신을 납치한 여자를 감싸고 일을 무마하려는 임금영의 속내를 떠올리자, 이연우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어갔다.핏속 깊은 곳에서 차가운 분노가 끓어올랐다.이연우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차분하고 단단한 걸음으로 임금영 앞에 다가서더니, 그 수표를 다시 내밀었다.입가에는 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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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사람 속은 알 수 없잖아요. 제가 여사님 배를 갈라보고 확인할 수도 없고요.”이연우는 전혀 기죽지 않은 채 임금영의 눈을 정면으로 바라봤다. 그 말투에는 얕은 비웃음과 짙은 냉소가 섞여 있었다.“너!”임금영은 그 한마디에 숨이 턱 막힌 듯 말문이 막혔다.이 순간, 마치 폐부까지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그녀는 태어나서 이런 말을 들어본 적도 없었고 누군가에게 이렇게까지 기세에서 밀린 적도 없었다.더구나 상대가 눈엣가시 같은 며느리 이연우라니 더는 참을 수 없었다.“아, 여사님, 너무 흥분하지 마세요. 그러다 주름 더 늘면 어쩌시려고요? 밖에 숨겨두신 어린 애인이... 아직도 예전처럼 여사님을 좋아해 줄진 모르겠네요?”이연우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장난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녀가 쥔 날카로운 칼끝은 누구보다 예리했다.“이연우! 어디서 감히!”임금영은 분노에 찬 얼굴로 벌떡 일어나 손을 번쩍 들어 이연우의 뺨을 올릴 듯 치켜들었다.그러나 손이 채 내려가기도 전에 ‘불청객’이 등장했다.“실례합니다.”사무실 문이 갑자기 열리며 부드러운 목소리가 공간을 가르며 들어왔다.서지훈은 말끔한 슈트를 차려입고 여유로운 표정을 지은 채 일부러 늦춘 듯한 걸음으로 다가오고 있었다.“타이밍이 좀 안 좋았나 보네요?”그의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공간의 팽팽한 긴장감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순간 사무실 안의 공기가 얼어붙었다.임금영은 문 쪽을 돌아보며 얼어붙은 표정을 지었다. 얼굴빛은 순식간에 붉어졌다가 창백해졌고 들고 있던 손은 황급히 가라앉았다.“지훈아... 네가 여기까지 웬일이니?”그녀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여사님도 계셨군요. 형빈이 형이 오늘 회사에 안 나와서요. 협력 건 때문에 이 비서님께 확인할 게 있어서 잠깐 들렀습니다.”서지훈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예의 바른 미소로 차분하게 상황을 정리했다.임금영도 서지훈이 대외 협력 건으로 이 회사에 자주 들른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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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이연우의 눈빛이 반짝이며 빛났다.몸을 살짝 앞으로 숙이고 두 손을 모은 채, 들뜬 감정을 숨기지 못하며 말했다.“서 대표님, 제가 딱 그런 생각 했었거든요. ‘이분은 진짜 사람 보는 눈이 있으시다’ 싶었는데... 역시 그랬네요!”서지훈이 웃으며 물었다.“그래요? 어떤 게 그렇게 마음에 들었었는데요?”서지훈은 처음에는 별 뜻 없이 물었지만, 이연우의 반응이 예상보다 진지해지자 저절로 흥미가 생겼다.수많은 칭찬을 들어봤지만, ‘보는 눈 있다’는 말은 거의 처음이었다.“다들 심형빈 씨가 저한테 과분하대요. 그러면서 남편이 바람피워도 참고 살라네요. ‘취집’한 주제에 뭘 더 바라냐고 하면서요. 심지어 심형빈이 바람 난 게 제 잘못인 것처럼 몰아가요. 근데 대표님은 오히려 심형빈이 보는 눈이 없는 거라고, 심형빈이 바람피운 게 제 잘못이 아니라 보는 눈 없는 그 사람 탓이라고 했잖아요. 그 얘기 듣는데... 진짜 처음으로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말을 잇는 동안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고, 얼굴에는 말할 수 없는 해방감이 번져갔다. 마치 처음으로 제대로 이해받은 사람처럼 들뜬 모습이었다.이연우는 조급해하지 않고 또박또박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지금껏 누구도 해주지 않던 말 한마디가 그녀에게는 너무도 큰 위로가 되었다.그녀의 들뜬 표정을 바라보던 서지훈은 결국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그의 웃음은 맑고 부드러웠다. 숨 막히던 공기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처럼, 무거웠던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가볍게 풀어주었다.“이 비서님, 정말 재미있는 분이시네요.”서지훈은 부드럽게 고개를 돌려 벽에 걸린 시계를 힐끗 바라보았다. 시곗바늘은 어느새 정오를 가리키고 있었다.그는 미소를 머금은 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전번에 제가 식사 한번 대접하겠다고 했던 거 기억나시죠? 마침 점심시간인데... 혹시 괜찮으시면 함께 하실래요?”서지훈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지만 묘하게 설득력 있는 톤이었다.이연우의 눈빛이 반짝였고 입가에도 금세 웃음이 피어올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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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서지훈은 한참 동안 이연우를 바라보았다.그녀의 표정에서 무언가를 읽어내려는 듯 눈길을 거두지 않다가 이내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반려동물 밥 챙기러 가야 한다면 어쩔 수 없죠. 다음에 기회 되면 식사 한 끼 대접받겠습니다.”그는 더 이상 묻지 않았고 몸을 돌려 묵직하면서도 단정한 걸음으로 이연우의 사무실을 나섰다.이연우는 그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황급히 시계를 확인했다.‘큰일이다... 이러다 늦으면 방 대표님 또 난리 나겠네.’그녀는 재빨리 가방과 봉투를 챙겨 들고 거의 뛰듯 사무실을 나섰다. 심장이 쿵쾅거릴 만큼 조급한 걸음이었다.차에서 내리자마자, 이연우는 정육점 로고가 선명한 봉투를 꽉 쥐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서둘렀다.공동현관을 돌아 복도에 접어들자 눈에 익은 실루엣이 시야에 들어왔다.방현준이었다.현관 앞에 꼿꼿이 서 있는 그의 모습은,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석상 같았다.멀리서 보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히는 듯한, 날이 선 분위기였다.그는 그녀의 발소리를 듣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표정은 말할 것도 없이 싸늘했고 눈빛에서 레이저를 쏘는 것 같았다.“이 비서님, 오 분 늦었네요.”낮게 깔린 목소리에는 단단히 언짢은 기색이 묻어 있었다.이연우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급히 해명했다.“회사에서 바로 온 거예요. 방 대표님 식사 준비하러요. 이 정도면 진짜 빠르게 온 거예요.”그녀는 겉으론 침착한 척 숨을 골랐지만, 속으로는 방현준이 화를 낼까 봐 조마조마했다.사실 돌아오는 길 내내 그가 화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몇 번이나 신호등을 무시할 뻔했다.지금 생각해도 아찔했고 심장은 여전히 쿵쾅거렸다.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방현준이 다시 입을 열었다.“그래서... 이 비서님, 불만이라도 있으신 겁니까?”방현준은 말과 함께 깁스한 팔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그 동작은 마치 ‘이 팔,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건데요?’라고 무언으로 압박하는 듯했다.그 순간, 이연우의 얼굴에 활짝 웃음꽃이 피었다. 마치 봄날 햇살 아래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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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이연우는 망설임 하나 없이 곧장 주방으로 향했다.창밖에선 점심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그 따사로운 빛줄기는 마치 누군가가 정성스레 드리운 금빛 커튼처럼 그녀의 어깨 위로 부드럽게 내려앉았다.그녀는 그 빛 속에서 고요히 움직이며 마치 한 폭의 유화처럼 빛났다.방현준은 거실에 기대선 채, 말없이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그러더니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지었다.어느새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조용히 카메라를 켰다.화면을 조정해 그녀의 뒷모습에 초점을 맞춘 뒤 '찰칵!' 사진을 남겼다.사진이 저장되자,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 사진을 가족 단톡방에 올렸다.고요하던 단톡방이 단 1초 만에 폭발했다.[헐, 쭈니가 여자를 데려다 살고 있다고?][등만 봐도 여신이다... 드디어 쭈니 성적 지향 확정! 감사합니다!][얼굴! 제발 얼굴 보여줘!]폭풍 같은 이모티콘과 채팅이 쏟아졌고 대체 누구 하나 먼저 시작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채팅창은 난리가 났다.그 순간, 조용히 지켜보던 나정윤이 손가락을 바쁘게 움직였다.[조용히 해. 우리 아들 아직은 세컨드야. 그 여자 남편이 이혼을 안 해준대.]그 말 뒤에는 흐느끼는 이모티콘이 세 개 연달아 붙었다.그녀의 메시지는 단톡방 전체를 잠시 얼어붙게 했다.3초간 정적이 흘렀고 아무도 답하지 않았다.그러나 평화는 늘 오래가지 않는다.[괜찮아, 세컨드도 얼마든지 정실이 될 수 있는 세상이야!][맞아! 저 미모면 자식은 화보 찍고도 남지!][우린 쭈니를 응원해!][정윤 언니, 기죽지 마요. 요즘 다 그렇게 산다잖아요.][쭈니가 세컨드라니... 마음 아프지만, 사랑을 찾은 거면 된 거지 뭐!]이모, 삼촌, 사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한목소리로 쏟아내는 감탄과 응원이었다....가족 단톡방은 여전히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알림음은 쉴 새 없이 울렸고 채팅창은 한 줄도 읽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업데이트됐다.하지만 그 누구도 방현준의 속마음을 궁금해하지 않았다.모두가 그저 신났고 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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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여긴... 현준이 집 아니었나?’순간 단톡방에서 돌던 동거설이 떠올랐다.‘설마 했는데, 진짜였구나?’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그녀의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이런 속도면 조만간 조카 하나 안겨주겠는데?’속으로는 이미 신이 났지만,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척 침착하게 이연우에게 답장을 보냈다.[연우 씨, 아마 두 시간 뒤쯤 도착할 것 같아요.]사실 지금쯤이면 둘이 함께 점심을 먹고 있을 테니, 이 타이밍에 들이닥치면 괜히 분위기만 깨겠지.‘두 시간이면 충분하겠지. 알콩달콩 좀 하라고... 역시 난 센스 만점인 착한 사촌 누나야.’...거의 한 시간을 넘게 분투한 끝에 주방 가득 고소한 갈비 냄새가 퍼졌다.이연우는 양손으로 뜨끈한 갈비 국수를 조심스럽게 들어 거실로 나왔다.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그릇에는 정성이 가득 담겨 있었다.소파에 앉아 있던 방현준은 냄새만 맡고도 입안에 침이 돌았다.비주얼도 냄새도 흠잡을 데 없었지만 방현준은 이상하게도 젓가락을 들지 않았다.대신 소파에 등을 기대고는 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이연우를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왜요? 마음에 안 드세요?”눈앞에 국수를 놔뒀는데도 먹지 않자, 이연우는 불안한 눈빛으로 먼저 물었다.“이 비서님... 저 지금 다쳤잖아요. 이 면을 혼자 먹기 좀 어렵거든요.”방현준은 한껏 안쓰러운 척, 깁스를 한 왼팔을 흔들어 보였다.이연우는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근데 다치신 건 왼팔 아닌가요?”그 말에도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답했다.“맞죠. 제가 왼손잡이라서요. 그 생각은 못 하셨나 봐요?”이연우는 억지로 숨을 한 번 들이쉬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그럼... 포크 드릴까요?”진심으로 도와주려는 말투였지만 방현준 눈에는 어딘가 순진해 보이면서도 답답한 사람이었다.‘이렇게까지 눈치 없는 사람 처음 본다...’결국 돌려 말하지 않고 직진했다.“제가 누구 때문에 다쳤게요? 그 정도면... 떠먹여 줄 수도 있잖아요?”방현준의 말이 떨어지는 순간 이연우의 얼굴이 벌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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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찬물을 한 모금 들이켜고 나서야 방현준의 일그러졌던 얼굴이 조금씩 펴졌다.뜨겁게 데였던 입안도 한결 진정되는 듯했고 꽉 다물려 있던 눈썹도 서서히 풀어졌다.그는 길게 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었다.시선은 이연우를 향해 있었지만, 눈동자에는 여전히 살짝 망신당한 듯한 잔여 수치심이 남아 있었다.그때, 이연우가 팔짱을 살짝 풀며 고개를 옆으로 살짝 기울인 채 물었다.“계속 떠먹여 드릴까요?”방현준은 소파에 느긋하게 몸을 기대더니 대답했다.“면 좀 식힌 다음에 다시 먹여줘요.”이연우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면은 식으면 맛없어질 텐데요?”“그럼 불어서. 한 입 한 입 먹여줘 봐요.”그 말과 동시에 방현준의 입꼬리가 살짝 말려 올라갔다. 분명히 노리고 있었던 승자의 미소였다.이연우는 표정 관리에 실패할 뻔했지만 여전히 ‘생명의 은인’이라고 생각하며 꾹 참았다.결국 그녀는 국수를 한 젓가락씩 불어 식힌 뒤 마치 유치원 아이를 먹이는 듯한 어조로 방현준 입에 넣었다.그렇게 갈비 국수 한 그릇을 다 먹고 나서야 방현준은 비로소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소파에 깊이 몸을 묻었다.“배부르게 잘 먹었네요.”이연우는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들어갔다.말도 없이 그릇을 들어 조용히 면을 한 그릇 퍼 담았다.그러고는 남아 있던 갈비를 숟가락으로 쓸어 담듯 몽땅 퍼 담아 그 위에 올렸다.그렇게 그녀의 그릇 위에 높이 쌓인 ‘갈비 탑’은 마치 산처럼 웅장했다.그 순간 언제 일어났는지도 모를 방현준이 조용히 주방 문턱에 서 있었다.그의 시선은 이연우의 그릇에만 꽂혀 있었다. 표정은 순식간에 굳었고 이마에는 주름이 잔뜩 잡혔다.“이연우 씨!”목소리는 평소보다 한 톤 낮고 서늘했다.“왜 나는 갈비 세 개만 주고 남은 갈비는 다 연우 씨가 드시는 거죠?”이연우는 돌아서서 능청스럽게 웃으며 말했다.“대표님, 갈비는 그냥 부재료잖아요. 진짜 영양은 국물에 다 우러나 있어요. 대표님께는 귀한 육수를 다 드린 거고 전 그냥 건더기만 먹는 거예요.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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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방현준은 주눅이 잔뜩 든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서 있는 이연우를 보다가 웃음이 터졌다.낮고 부드러운 웃음소리가 거실에 또렷하게 번졌다.“이제 와서 겁내는 거예요?”“방 대표님...”이연우의 목소리가 떨렸다. 고개를 들면 금세라도 그의 가슴에 닿을 듯했다.“대표님 말고... 앞으로는 현준 씨라고 불러요.”그의 눈빛이 가늘게 좁아졌다.“아, 아닙니다. 제가 어떻게 무례하게 대표님 이름을... 그렇게 부를 수는 없어요.”심장이 미친 듯 뛰었다. 왜 이름을 부르라 하는지 알 수 없어서 더 당황스러웠다.방현준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보면 볼 수록 여우 같다니까? 연우 씨가 나한테 예의를 지킨 적 있었나요?”그러고는 그녀를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따뜻한 숨결이 목덜미를 스치자, 이연우의 몸이 반사적으로 움찔했다.“이혼은 언제쯤 하실 건가요?”허스키하고 다정한 음색이 그녀의 귀를 짜릿하게 파고들었다.“그건 제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에요. 지난번에 소개해 주신 변호사님을 곧 만나기로 했습니다. 우선 의견부터 들어보려고요.”몸을 살짝 비틀어 보려 했지만 그는 팔에 힘을 주었다.‘다친 팔만 아니었으면 진작 뿌리쳤을 텐데...’“이연우 씨...”“네?”무심코 고개를 들자마자 그의 눈과 마주쳤다. 장난기도 여유도 없었고 진심만 담겨 있었다.“이혼하고 나면... 제가 이 마음을 표현해도 되겠습니까?”단도직입적인 한마디가 가슴을 파고들었다. 이연우는 눈을 크게 뜨고 말문이 막혔다.하지만 방현준의 시선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미쳤어. 이 남자 진짜 제정신이 아니야...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이렇게 갑자기 나한테 고백한다고?’이연우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겨우 이혼 지옥에서 빠져나왔는데, 또다시 연애라는 늪에 발을 담그고 싶지 않았다.그런데도 얼굴은 불이 난 듯 뜨거웠다. 그녀는 서둘러 고개를 숙이고 내려온 머리카락으로 달아오른 뺨을 가렸다.“방 대표님, 그런 농담하지 마세요. 저는 평범한 사람이에요.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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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설거지를 마친 이연우는 그대로 두 손을 싱크대에 짚은 채 멍하니 흐르는 물줄기를 바라보고 있었다.아랫입술을 살짝 깨문 그녀는 잔뜩 찌푸린 미간과 갈피를 잡지 못한 눈빛으로 쉽게 움직이지 못한 채 가만히 서 있었다.지금 주방에서 나가는 순간 방현준과 마주쳐야 하기 때문이었다.이연우는 그의 낯 뜨거운 고백과 도무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를 어색한 분위기를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그런 그녀의 귀에 거실에서 들려온 묵직한 남자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꽂혔다.“이연우 씨, 주방에서 살 작정이세요?”그 말을 듣는 순간 이연우의 어깨가 반사적으로 움찔했고 손끝은 본능적으로 옷자락을 꽉 움켜쥐었다.속에서는 억누르고 있던 짜증이 비죽 고개를 들었다.‘방 대표님 일부러 이러는 거야. 밥도 다 먹었으면 얼른 나가야지, 아예 눌러앉을 기세잖아... 대체 왜 안 가는 건데.’그러던 찰나,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똑똑 들려왔다.팽팽하게 당겨졌던 신경이 그 순간 스르르 풀렸다.이연우의 눈빛은 마치 어둠 속에서 구원의 빛을 찾은 사람처럼 환하게 달라졌다.손도 제대로 닦지 못한 채, 그녀는 그대로 현관으로 뛰어갔다.문을 열자 문 앞에 한 여자가 서 있었다.짧게 묶은 개성 있는 드레드 헤어에 날렵한 핏의 가죽 재킷을 걸치고 있었고 콜라병 몸매를 드러나는 실루엣은 마치 런웨이를 걷는 모델 같았다.발끝에는 10cm는 족히 넘어 보이는 하이힐이 신겨 있었고, 바닥을 또각또각 울리는 그 구두 소리는 그녀의 당당한 기세를 그대로 드러냈다.연희정은 문을 연 이연우를 보자 가볍게 눈을 반짝이며 위아래로 살펴보았다.입가에는 은근한 미소가 번졌고 속으론 감탄을 감추지 않았다.‘우리 현준이 보는 눈 있었네? 화장 진하게 한 사람들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예쁘다. 요즘 저런 인상 흔하지 않지...’“안녕하세요, 연희정이라고 해요. 만나서 반가워요.”그녀는 당당하게 손을 내밀며 인사를 건넸고 목소리 또한 시원시원했다.“아, 네! 안녕하세요!”이연우는 얼떨결에 손을 내밀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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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게다가... 이연우 씨는 아직 현준이를 받아들인 것도 같지 않은데.’연희정은 황당하다는 듯 속으로 중얼거렸다.‘얘가 별 허풍을 다 치네!’“저 변호사님이랑 잘 아는 사이니까 괜찮습니다. 이 비서님도 괜히 불편해하실 필요 없어요!”방현준은 느긋하게 소파에 기대며 이연우를 지그시 바라봤다.그 눈빛에는 장난기가 가득했다. 일부러 그녀를 놀리려는 듯한 표정이었다.이연우는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고 속에서 뭔가 훅 치밀어 올랐다.‘불편한 건 나라고요, 나! 도대체 뭐가 그렇게 재밌으신 거죠?’“방 대표님, 팔은 괜찮으세요?”그제야 연희정이 이연우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방현준의 팔을 걱정어린 눈빛으로 바라봤다.“여우 한 마리 구하려다 다친 거예요.”방현준이 대답하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깊고 차가웠던 눈빛은 어느새 부드럽고 따뜻해졌고 그 시선은 곧장 이연우에게 가 닿았다.그 순간 그의 눈에는 오직 이연우만이 존재하는 듯했다.세상의 소음이 잠시 사라지고 온통 그녀 하나로 가득 찬 느낌이었다.그 시선을 받은 이연우는 순식간에 얼굴이 뜨거워졌다.몸이 뒤틀릴 정도로 어색했던 그녀는 얼른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했다.무슨 잘못이라도 한 사람처럼 그의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지 못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연희정의 입꼬리가 살짝 올렸고 속으로는 이미 모든 걸 눈치챘다.‘그 여우... 아무래도 이연우 씨겠지?’“방 대표님, 그 여우를 꽤 많이 아끼시나 봐요?”연희정이 의미심장하게 말하며 슬쩍 이연우를 바라봤다.“네... 아주 많이요. 문제는 그 여우는 제게 마음이 없다는 거죠.”방현준은 일부러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젓고는 어딘지 모르게 얄밉지만 다정한 표정을 지었다. 애정과 짙은 아쉬움이 섞인 얼굴이었다.이연우는 그 말을 듣고 할 말을 잃었다.‘지금 그 여우가 나라는 거잖아? 아니, 대놓고 돌려 말한다고 다 용서되는 건 아니거든요!’만약에 지금 초능력이 있었다면 여우로 변신해서 땅굴이라도 파고 그 안에 숨어버리고 싶었다.이 상황은 아무리 생각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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