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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hat ng Kabanata ng 이혼 후의 꽃길: Kabanata 91 - Kabanata 100

100 Kabanata

제91화

차 안의 고급 시트에서는 은은한 향이 풍겼지만 그 분위기는 숨 막힐 듯 무거웠다.이연우는 뒷좌석에 앉아 있었고 부드럽지만 질긴 밧줄에 손이 묶여 있었다. 그리고 옆에는 건장한 체구의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순순히 협조만 하시면 절대로 다치는 일이 없을 겁니다. 우리도 돈을 위해 하는 일이니까요.”그 남자가 고개를 살짝 돌려 이연우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부드러운 어조였지만 말속에는 위협이 묻어났다.“수영이가 보낸 거죠?”이연우는 표정 하나 흐트리지 않은 채 남자를 똑바로 응시했다.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이연우의 머릿속에서 여러 단서가 연결되며 답이 떠올랐다.건장한 남자의 차가운 표정 사이로 잠깐 당황한 기색이 스쳤다. 그의 동공은 살짝 수축하더니 순간 몸이 굳어 버린 듯했다.이연우가 고수영을 지목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한 모양이었다.남자는 금세 정신을 차리고 헛기침을 내뱉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모르는 척하는 게 좋을 겁니다.”“이미 잡혀 온 몸인데 좋은 꼴은 못 봐도 누가 저를 묶어온 건지는 알아야 할 거 아니에요.”이연우는 경고를 무시한 채 눈을 가늘게 뜨고 차 안의 이들을 유심히 관찰했다.조수석의 남자는 자세가 똑바르고 운전대를 잡은 손이 안정적이었으며 숙련된 운전 실력이 느껴졌다.옆자리의 남자 역시 손끝 하나, 시선 하나에서 오랜 시간 동안 다져온 프로의 기품이 스며 나왔다.지난번에 만났던 날라리들과는 차원이 달랐다.이들이 탄 것은 고급 차였고 실내는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했다.남지혜를 대하는 그들의 태도에서 만으로도 철저한 프로페셔널리즘이 스며들어 있음이 확연히 느껴졌다.이연우는 문득 옆자리에 앉은 남자의 귀에 낀 이어폰을 발견했다. 특이하게 정교한 디자인의 그 이어폰은...이연우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이 이어폰... 심씨 가문의 경호팀 전용 이어폰 아니야?'이연우의 얼굴은 순간적으로 굳어지며 머릿속에서 생각이 폭풍처럼 휘몰아쳤다.‘고수영이 심씨 가문의 경호원들까지 동원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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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화

고수영은 살며시 무릎을 꿇고 임금영의 손을 잡으며 부드럽게 속삭였다.“걱정하지 마세요. 이번 일은 절대 문제없을 거예요. 연우는 지금 심씨 가문과 형빈의 체면을 걸고 도박을 하고 있거든요. 계속 지켜보고 있기만 하면 안 돼요.”고수영은 임금영의 손등을 가볍게 어루만지며 마음을 진정시키려 했다.임금영의 약점은 딱 하나, 바로 심씨 가문의 명예였다.고수영은 이 점을 이용해 임금영을 단단히 이용하려 했다.임금영은 고개를 들며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물었다.“그래도 지금 연우는 우리 며느리잖아. 이런 식으로 대하는 건 좀 아니잖아?”그녀는 양심의 가책과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눈치였다.한편으로 고수영이 자신의 며느리가 되기를 바랐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렇게 이연우를 대하는 것이 다소 잔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고수영은 눈살을 찌푸리며 자신의 배를 어루만졌다.“이모는 너무 착하셔서 그래요. 그런데 연우는 이모를 시어머니로 여긴 적이라도 있나요?”그리고는 살짝 위협을 담은 말을 덧붙였다.“제 뱃속 아이는 벌써 석 달이 다 되어가는데, 더 지체하면 배가 불러오겠어요. 그때 가서는 사생아로 태어날 텐데...”배 속의 아이라는 말에 임금영의 눈동자는 흔들리기 시작했고 입술을 깨물며 잠시 침묵하다가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네 말대로 하자.”고수영은 임금영의 표정을 살피더니 입가에 승리의 미소가 흘렀다.한편, 교외의 한 별장에서.울창한 숲에 둘러싸인 고급 별장은 유난히 조용해 보였다.이연우는 경호원들에게 끌려 실내의 어두운 방 안으로 끌려갔다. 그 방은 정교하게 꾸며져 있었고 부드럽고 큰 침대와 간단한 가구들이 놓여 있었다.경호원들은 이연우를 방 안으로 밀어 넣은 뒤 문을 닫고 사라졌다.이는 납치당한 후의 유일한 좋은 일이었다.이연우는 침대에 앉아 팔짱을 낀 채로 주변을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창문은 두꺼운 커튼으로 가려져 있어 희미한 빛만 새어 들어왔다.그녀는 일어나 창가로 다가가 커튼을 젖히고 밖을 내다보았지만 눈에 띄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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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화

이연우는 입꼬리를 위로 올리며 조롱이 섞인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 웃음소리는 마치 칼날처럼 고수영의 심장을 찔렀다.“고수영, 넌 이미 졌어. 지금까지도 형빈 씨는 여전히 나와 이혼하지 않았어. 넌 평생 내 발밑에 깔릴 운명이었던 거야.”이연우는 고개를 들어 마치 하찮은 벌레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고수영을 쳐다보았다.조금 전까지도 아름다웠던 고수영의 얼굴은 순간 분노로 가득 차 흉악한 표정으로 변했고 눈에서는 갑자기 살인 광기가 번뜩였다.주먹만큼이나 단단해진 고수영의 손가락은 이연우의 턱을 집어삼키려는 듯 조여들었고 날카로운 손톱은 마치 칼날처럼 이연우의 살을 파고들어 그 틈 사이로 피가 흘러나왔다.“이연우! 네가 죽어버리면 형빈이가 너를 그리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고수영은 이를 악물며 말을 내뱉었다.“날 잡아 온 사람이 바로 우리 어머님이지? 내가 죽으면 어머님께 어떻게 설명하려고 그래?”이연우는 밀려오는 아픔에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했다.‘어머님이 아무리 잔인해도 살인을 저지를 만큼 대담하지는 않을 거야...'고수영의 입가에서는 음산한 웃음이 흘러나왔다.“여긴 사방이 산이야. 도망치다 절벽에서 추락했다면... 누구도 의심하지 않겠지?”고수영의 말은 천둥처럼 이연우의 가슴을 후려쳤다.순간 이연우는 등골이 오싹해졌다.‘이 미친년! 정말 죽일 셈이야. 형빈 씨를 위해 살인까지 마다하지 않다니...'그녀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고수영! 네 뱃속 아이에게까지 죗값이 미칠 거란 생각은 안 해봤어?”“아기? 그건 단지 형빈이를 속이기 위한 거짓말이야. 게다가...”고수영은 비열하게 웃으며 말을 계속했다.“게다가 내가 형빈을 속였다 한들 문제 될 게 뭐 있겠어? 우리 아버지는 형빈네 집안의 생명의 은인이셔. 이건 형빈이가 내게 진 빚이란 말이야!”고수영은 뒤에서 밧줄을 꺼내며 잔인한 표정으로 이연우를 향해 한 걸음씩 걸어갔다.이연우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그녀는 주저하지 않고 침대 시트를 잡아 힘껏 휘둘렀다.하얀 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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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화

경호원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눈빛에 망설임이 어렸다.그들은 이연우를 납치하기 전, 임금영이 목숨은 절대로 해치지 말라고 당부한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난처한 상황에서 그들은 어떻게 결정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렸다.이연우는 그들의 망설임을 보며 말을 이었다.“도망치지 않을 테니 대신 고수영을 잘 감시해 줘요.”팀장으로 보이는 한 경호원이 눈살을 찌푸리며 속으로 재빨리 이익과 손해를 따져보고 있었다.이연우의 말이 일리가 있었다. 만약 그녀가 정말로 죽는다면 경호원들 역시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울 터였다.그들이 망설이는 사이, 이연우는 순간적으로 빈틈을 포착해 옆 창문을 열어 망설임 없이 2층에서 뛰어내렸다.경호원들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며 눈이 휘둥그레졌다.2층에서 뛰어내린 이연우가 만일 큰일이라도 난다면 심형빈이 그들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들은 당황한 채 서둘러 계단을 내려가 그녀를 다시 잡으려 했다.한편, 이연우는 땅에 닿는 순간 발목에 찌릿한 통증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으윽!”그녀는 아픔을 겨우 참으며 재빨리 뒷산으로 달려갔다.발목이 상한 이연우는 걸음마다 칼을 밟는 듯한 고통에 시달렸다.이 상황대로라면 경호원들이 달려와 잡을 것이 뻔했다.이연우는 아직 그들이 완전히 따라오지 않은 틈을 타 신발을 반대 방향으로 던져 흔적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이렇게라도 도망칠 시간을 벌어야 했다.그리고는 뒷산 깊숙한 곳으로 계속 달려갔고 곧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사라졌다.이연우는 입술에 피가 맺히도록 깨물었고 식은땀이 그녀의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더니 결국 바닥에 검은 얼룩을 만들어냈다.그녀는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내디딜 때마다 상한 발목이 칼로 찌르는 듯 아팠고 그 고통에 몸까지 떨렸다. 그런데 방금까지 멀어지던 경호원들의 발걸음 소리가 어느새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뒤를 돌아보자 손전등 빛이 요동치며 경호원들의 목소리가 점점 가깝게 들려왔다.김연우는 심장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르는 듯했고 눈에는 공포와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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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화

이연우는 본능적으로 소리를 지르려 했으나 목구멍이 누군가에 조여지는 듯했다.목소리가 막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에 닿았다.“이 비서님, 저예요!”어둠을 가르며 들려온 그 목소리는 다급함과 친숙함이 섞여 있었고 이연우의 팽팽했던 신경을 순간적으로 풀어주었다.‘방 대표님? 방 대표님이야!’이연우의 눈은 휘둥그레지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녀는 마지막 희망이라도 잡은 듯 그동안 참았던 눈물이 단숨에 쏟아졌다. “방 대표님...”한없이 떨리는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오랜 겨울을 견딘 새싹처럼 상처로 가득했다.그러나 방현준이 대답하기도 전에 경호원들의 긴장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저쪽으로 가봐!”아마도 두 사람이 풀숲에 쓰러지며 낸 소음이 그들의 주의를 끈 모양이다.손전등 빛이 어둠 속에서 유령처럼 흔들리며 점점 가까워졌다.발소리도 선명해지며 분위기는 다시 한번 팽팽해졌다.방현준은 이연우를 바라보며 단호하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방금 바다에 뛰어들려고 했어요?”“잡혀 돌아가서 고수영 그 미친년에게 고문당하느니 차라리 바다에 뛰어드는 게 낫다고 판단했어요...”이연우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고수영의 사나운 얼굴과 잔인한 수단을 떠올리더니 소름이 돋는 구토감이 밀려왔다.“두 사람이 뛰어드는 게 혼자 뛰어드는 것보다 재밌을걸요. 저를 잘 잡으세요.”방현준은 말을 마치자마자 이연우가 반응할 틈도 없이 팔로 그녀를 단단히 감싸 안았다.이연우는 화들짝 놀란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희망으로 가득 찼던 눈빛이 다시 의혹과 걱정으로 바뀌기 시작했다.그는 방현준이 자신을 구하러 온 줄 알았는데 지금 상황은 두 사람이 함께 바다에 뛰어드는 것처럼 느껴졌다.게다가 이 일은 방현준과 무관한 일이었기에 그를 죽음으로 끌고 갈 수는 없었다.“방 대표님까지 말려들게 할 수는 없어요. 얼른 도망치세요...”이연우는 끓어오르는 자책감에 방현준을 뿌리치듯 자신의 몸을 떼어냈다.“찾았습니다!”이연우의 말이 끝나기 전에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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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화

두 사람은 서로를 꼭 안은 채로 절벽 아래로 몸을 던졌다.귓가를 스치는 바람 소리는 마치 악마의 울부짖는 소리와도 같았고 이연우는 눈을 꼭 감은 채 내장이 뒤틀리는 듯한 추락감에 휩싸였다.“안돼!”경호원은 절망과 후회가 담긴 목소리로 외쳤다.그는 망설임 없이 앞으로 달려나가 손을 뻗었지만 허공만 움켜쥐었을 뿐 아무것도 잡지 못했다.경호원은 두 사람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뒤따라온 다른 경호원들도 그 광경을 목격하더니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들의 얼굴에는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무력감이 가득했다.그리고 경호원 팀장이 바로 핸드폰을 꺼내 들고 임금영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상황을 어렵사리 보고한 후 다른 경호원들을 데리고 마치 무언가에게 쫓기듯 절벽에서 허둥지둥 도망쳤다.하지만 그들이 떠난 직후 아무도 모르게 한 대의 헬리콥터가 바다 건너편에서 날아오기 시작했다. 마치 신비로운 별처럼 절벽 아래를 향해 천천히 다가가고 있었다.임금영은 이연우가 절벽에서 뛰어내렸다는 소식을 듣자 당장 벼락에 맞기라도 한 듯 휘청거렸다. 그리고 소파에 털썩 주저앉으며 몸을 가누지 못했다.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고수영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는 계속해서 연결되지 않았다.경호원들에게서 고수영이 이연우를 죽이려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임금영은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소름이 돋았다.이제야 그녀는 고수영이 얼마나 무서운 여자인지 뼈저리게 느꼈던 것이다.평소 고수영애 했던 말과 행동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그 순진해 보이는 미소 뒤에 그토록 깊은 악의가 숨어있을 줄이야!‘연우가 절벽에서 뛰어내렸는데 어떻게 형빈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어휴...’임금영의 얼굴에는 절망과 무력감이 가득했고 가슴 깊은 후회가 밀려왔다.일이 이 지경이 될 줄 알았다면 차라리 고수영의 말을 듣지 말았어야 했다!한편 고수영은 이연우의 소식을 듣더니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다.그녀는 잠시 멍해졌다가 괴이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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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화

심형빈은 초조한 마음에 차가 심씨 가문의 저택에 차를 멈추자마자 문을 내리쳤다.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별장 대문을 향해 돌진했을 때 소파에 앉아 있는 임금영을 단번에 발견했다.임금영은 평소의 위엄은 온데간데없이 불안에 떨고 있는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그리고 손가락을 꼬아 만지작거리며 시선을 피하는 모습이 뭔가를 감추려는 듯했다.그 곁에는 몇 명의 경호원들이 고개를 숙인 채 긴장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엄마, 연우가 죽었다고 수영이가 그러던데... 대체 무슨 일이에요?”심형빈이 초조하고 격분된 목소리로 달려가자 임금영은 자기도 모르게 한발 뒤로 물러나며 대답했다.“그... 그게...”이연우에 관한 질문을 들은 그녀의 목구멍은 무언가에 막힌 듯했고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말해보세요. 대체 무슨 일이냐고요!”심형빈이 다시 소리쳤다. 그 한마디에는 그의 온 힘이 실려 있었다.“난 그냥 연우를 우성 별장에 데려가 이혼서류에 서명하게 하려고 했을 뿐이야. 수영이가 연우를 죽이려 한 건 전혀 몰랐어. 정말이야... 연우가 2층 창문에서 뛰어내려 도망쳐서 우리 경호원들이 쫓아갔더니... 잡히는 게 싫어서 절벽에서 뛰어내렸대.”임금영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고 고개는 점점 숙였다.감히 아들의 눈을 마주 보지 못했다.‘바보 같으니라고... 그냥 돌아왔으면 목숨은 건질 수 있었을 텐데... 그냥 이혼하면 될 일을 왜 절벽에서 뛰어내리려?'임금영은 마음속으로 생각했을 뿐 이 말을 감히 입 밖에 내지 못했다.심형빈의 얼굴은 순식간에 핏기없이 하얗게 질렸다. 그는 자신의 어머니가 몰래 이런 일을 벌이고 있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심형빈은 멍하니 얼어붙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억눌렸던 분노가 화산처럼 폭발했다!화가 머리 끝까지 난 그는 주변에 있던 꽃병을 움켜쥐더니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이어서 커피 테이블을 엎어버리자 위에 놓인 장식품들이 쿵쿵 굴러 떨어지며 박살이 났다.마치 이성의 끈을 놓은 야수처럼 그는 집안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어버렸다.임금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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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화

경호원 팀장이 고개를 들어 애원했다.“어르신, 구해주십시오! 저희는 어르신과 고수영 씨의 지시대로만 했을 뿐입니다.”“네, 어르신. 이건 전부 고수영 씨의 잘못입니다. 그녀가 사모님을 죽이려 하지 않았다면 사모님도 도망가지 않았을 겁니다.”또 다른 경호원이 머리를 숙이며 용서를 빌었다.경호원들의 비참한 모습을 본 임금영도 불안에 떨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지금 그녀 자신도 위태로운 상황인데 어떻게 경호원들을 보호할 수 있겠는가!그때 한 경호원이 무언가 생각났는지 눈을 반짝이며 말을 꺼냈다.“어르신, 차라리 모든 죄를 고수영 씨에게 뒤집어씌우는 게 어떻습니까? 고수영 씨가 심 대표님의 아기를 품고 있어 죽이지는 않을 겁니다.”이 말을 들은 임금영의 눈에 희망의 빛이 번쩍였다. 그리고 고개를 홱 들어 희망 섞인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그래. 맞아! 형빈이가 수영에게 목숨 빚을 졌잖아. 수영이를 해치지는 않을 거야!”한편 절벽 아래에서는 거센 바람과 파도가 바위를 내리치며 굉음을 내고 있었다.심형빈은 수색대를 이끌고 절벽 아래를 몇 번이고 샅샅이 뒤졌다.그의 눈은 바다 위를 집중적으로 살피며 어느 한구석도 놓치지 않으려 했다.초조하고 피로에 젖은 얼굴이 그의 간절함을 고스란히 드러냈다.파도가 그의 옷을 아무리 적셔도 심형빈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수색대원이 심형빈 앞에 와서 주저하며 말을 꺼냈다.“대표님, 이곳 파도가 너무 거세서 아마도 이미 멀리 떠내려갔을 겁니다. 게다가 이 근처에는 상어도 출몰하는데... 사모님의 시신이...”짝악!심형빈은 그 남자의 뺨을 힘껏 후려치고는 차가운 표정으로 소리쳤다.“내가 멈추라고 하기 전까지 절대 멈추면 안 돼! 살아서든 죽어서든 반드시 찾아내!”심형빈은 바르르 떨고 있었다.사실 그는 알고 있었다. 찾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도 있다는 것을.실종이 반드시 죽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으니까.그때 고수영은 심형빈이 아직도 수색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황급히 달려왔다.그녀는 심형빈의 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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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화

한편 바다 한가운데 작은 섬의 병실에서 이연우와 방현준이 조용히 누워 있었다.두 사람은 모두 의식이 없었다.이연우의 얼굴은 피 한 방울도 없는 듯 창백했고 다리와 발에는 빽빽이 찔린 상처들이 가득했다.일부 상처에는 고름이 차 있었고 주변 피부가 붉게 부어올랐는데 산의 가시와 바닷물에 의한 손상이 분명했다.강문수는 병실 복도를 왔다 갔다 하며 발걸음을 멈추지 못했다.의자에 앉아 있던 중년 남자 진태호는 그런 모습에 점차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진태호는 이마를 찌푸리며 불평했다.“그만 왔다 갔다 해. 바다에 던져넣어 상어 밥이 되고 싶냐?”강문수는 떨리는 마음으로 초조함을 감추지 못한 채 말을 이었다.“우리 대표님과 이 비서님은 왜 아직도 안 깨시는 거예요? 정말 괜찮은 거 맞아요?”“그러게 왜 우리가 오기도 전에 바다에 뛰어내려서...”진태호의 얼굴은 차가웠고 방현준과 이연우의 행동에 화가 난 표정이었다.“어떻게든 빨리 깨우는 방법을 생각해주세요. 어떡해요!”강문수가 다시 사정하자 진태호는 돌아서며 그를 노려보았다.“내가 신이야? 깨우라고 하면 깨우게?”‘어휴! 여자 하나 때문에 나에게까지 찾아오다니... 대업을 꿈꾸는 자가 어찌 남녀의 정에 마음을 빼앗길 수 있단 말인가. 그것도 이미 결혼한 여자에게... 이 사실을 어르신께서 알게 된다면 가문의 가법을 피할 수 없을 텐데.’진태호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졌다.이때, 방현준의 병실 안에서 미약하지만 분명한 기척이 감지되었다.방현준이 천천히 눈을 떴다.바다에 뛰어들 때의 충격이 컸는지 그의 머리는 몽둥이로 맞은 듯 어지러웠고 짠 바닷물을 너무 많이 마신 터라 목이 타들어 가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강문수가 황급히 달려갔다.“대표님! 깨어나셨어요? 정말 깜짝 놀랐잖아요!”“이 비서님은?”방현준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걱정이 가득했다.“옆 병실에 계세요. 아직 의식은 없지만 의사님 말씀으로는 생명에 지장은 없대요.”강문수는 이연우의 외상이 매우 심각하다는 사실은 알리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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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화

강문수는 문을 살며시 닫고는 귀를 대고 병실 안의 대화를 엿들었다.“이렇게 빨리 연락한 걸 보니 이미 우리와 함께 갈 준비가 된 건가?”진태호는 침대 옆으로 다가가 의자를 끌어 앉으며 물었다. 그리고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그의 눈을 응시했다.방현준은 뒤로 기대어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며 망설이고 있었다. 아직 준비하지 못하는 눈치였다.이연우를 구하기 위함이 아니었다면 아마 진태호에게 연락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진태호는 그 망설임을 간파하더니 미소를 지었다.“내가 전부터 말했지... 감정에 얽매이지 말라고. 게다가 어르신께서는 이미 네 신부 후보를 정해두셨어.”“시간이 얼마나 남았죠?”방현준이 고개를 들자 진태호가 바로 대답했다.“1년.”“충분해요!”방현준의 입가에 흘러나온 미소는 자신감과 미래에 대한 기대로 가득했다.그러나 진태호는 그가 왜 그렇게 대답하는지 의아했고 결국 참다못해 주의하라고 경고했다.“그 여자도 좋은 사람 같던데... 너무 마음을 주지는 마. 결국 상처받을 사람은 그쪽이 될 테니까”“그냥 떠나기 전에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려는 거예요. 게다가 왜 그녀가 안 된다고 단정하시죠?”“설마 반항할 생각이냐?”진태호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되물었다.“한두 번도 아닌데... 한 번 더 반항한다고 나쁠 건 없죠.”방현준은 이불을 젖히고 일어나려다 상처를 건드렸는지 이내 얼굴을 찡그렸다.이를 본 진태호가 그를 붙잡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어르신을 닮았다더니 정말인가 보네.”진태호는 한숨을 내쉬며 이연우를 동정하고 있었다.“좋아, 1년 동안 잘 준비해 봐. 이연우 씨가 깨면 너희를 데려다주마.”진태호가 몸을 돌려 문을 열자 강문수가 귀를 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강문수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진태호의 칼날 같은 눈빛이 강문수를 향해 날아가자 강문수는 순간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았다.“바다에 던져버려야 했었는데...”진태호는 담담하게 말을 내뱉고는 자리를 떠났다.강문수는 그의 뒷모습을 보더니 천천히 일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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