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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hat ng Kabanata ng 이혼 후의 꽃길: Kabanata 81 - Kabanata 90

100 Kabanata

제81화

이연우는 소파에 앉아 자신과 심형빈 사이의 지난 일들을 하나하나 연희정에게 털어놓았다.그녀는 이야기가 끝날 무렵 입술을 앙다물며 고개를 숙였다.무엇이 옳은지 그른지도, 앞으로 이 관계를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도 더는 자신이 없었다.심형빈은 여전히 이혼을 질질 끌고 있었고 그가 손에 쥔 권력과 수많은 수단을 생각하면 이혼을 막는 일쯤은 그에게는 아주 쉬운 일이었다.“변호사님, 지금 같은 상황이면... 합의 이혼으로 진행하기는 아주 어렵겠죠?”이연우는 조심스럽게 물었고 말끝에 떨림이 묻어 있었다.“연우 씨, 지금 심형빈 씨가 명백한 유책 배우자인 건 분명해요.”연희정은 진지한 표정으로 소파 팔걸이를 손끝으로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다만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연우 씨가 더 잘 아시잖아요. 인맥도 넓고 힘도 있고... 상황을 얼마든지 덮을 수 있는 위치에 있죠. 그래도 지금 고수영 씨가 임신한 건 사실이고 그 사실이 알려졌을 때 법적으로나 여론전에서나 연우 씨에게 훨씬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요.”그녀는 담담하게 설명하면서도 이연우의 눈빛을 살피며 차분한 시선을 건넸다. 조금이나마 안심하라는 듯한 배려였다.그 말을 듣고 난 이연우의 눈동자에 서서히 빛이 돌기 시작했다.캄캄했던 안개 속에서 문득 길이 열린 듯한 기분이었다.그녀는 금세 몸을 일으켜 앉으며 밝아진 얼굴로 말했다.“변호사님께 맡길게요. 제 이혼 소송 꼭 좀 부탁드려요.”“걱정하지 마세요. 사흘 뒤에 제가 직접 심형빈 씨를 찾아뵙고 설득해 볼게요.”연희정은 자신 있게 가슴을 펴며 답했다.남은 시간 동안 증거를 모으고 모든 면에서 틈이 없도록 준비할 생각이었다.“변호사님, 수임료는 얼마든지 괜찮으니 솔직하게 말씀해 주세요. 이혼만 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어요.”이연우는 단호하게 말했다.심형빈의 배신, 그리고 그로 인해 받았던 상처들이 하나씩 떠오르자, 그녀는 이제 그와 어떤 식으로든 더 얽히고 싶지 않았다.“수임료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연우 씨는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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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이연우가 사진 촬영에 흔쾌히 응하자 연희정의 눈이 반짝였다.그녀는 잽싸게 휴대폰 각도를 조정하더니 이연우를 자기 옆으로 바짝 끌어당겼다.누가 봐도 환하게 웃고 있는 얼굴로 렌즈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찰칵.”두 사람의 모습이 화면 속에 고스란히 담겼다.사진을 확인하던 연희정의 입가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마치 마음속에 찜해뒀던 선물이 눈앞까지 다가온 듯했다.방현준이 방 안에서 깊게 잠든 틈을 타, 연희정은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괜히 머뭇거리다간 눈치 빠른 그에게 들킬 게 뻔할 테니까...’“연우 씨, 전 이만 가볼게요!”짧게 인사를 건넨 뒤, 그녀는 또각또각 굽 소리만 울리며 현관으로 향했다.그리고 문을 나서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휴대폰을 꺼내 들고 외삼촌 부부에게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심씨 가문의 저택.넓고 고요한 안방에는 말 한마디 없이 무거운 정적이 깔려 있었다.화려한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은은한 불빛을 뿜어내고 있었지만 그조차도 차갑고 공허하게 느껴질 뿐이었다.방 안은 환히 밝혀져 있었지만 그 빛은 심형빈의 어두운 마음속까지는 도무지 닿지 않았다.병원에서 퇴원한 지 며칠이 지났건만 그는 여전히 초췌했다.볼살은 빠졌고 턱에는 수염이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있던 그는 멍한 눈빛으로 벽에 걸린 대형 웨딩사진을 바라보고 있었다.사진 속 두 사람은 활짝 웃고 있었다. 서로를 마주 보는 그 눈빛에는 미래를 향한 설렘이 가득 담겨 있었다.하지만 그 사진은 날이 선 칼날처럼 심형빈의 가슴을 그대로 찔렀다.그때 오진숙이 밥상을 들고 방으로 들어섰다.따끈한 김이 피어오르고, 밥과 반찬에서는 고소한 냄새가 솔솔 퍼졌지만, 막힌 공기 탓인지 그 온기가 어쩐지 답답하게 느껴졌다.오진숙은 조심스레 상을 탁자에 내려놓고 낮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대표님, 며칠째 제대로 드신 게 없으십니다. 이러다 몸 상하셔요.”심형빈은 고개를 숙인 채 나직이 물었다.“아주머니, 연우는... 정말 나를 용서 안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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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며칠째 방현준은 이연우의 집에서 식사했다.식사 때마다 이연우는 마치 아이 밥 먹이듯 한 숟갈 한 숟갈 정성껏 챙겼다.밥을 한 숟갈 떠서 살짝 불어 식힌 다음 천천히 방현준 입가로 가져다 댔다.이쯤 되면 아이 키우는 것과 다를 게 없었다.기저귀만 안 갈 뿐, 손이 많이 가는 건 육아나 다름없었다.방현준이 집을 나선 뒤 잠시 고요하던 거실에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발신자는 연희정 변호사였다. 이연우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곤 통화 버튼을 눌렀다.“변호사님, 무슨 일이세요?”받자마자 들려온 연희정의 목소리는 다급했다.“연우 씨, 심형빈 씨가 이혼 서류에 도장을 안 찍겠답니다. 게다가 지금 우리 로펌에 압박도 들어오고 있어서... 앞으로 꽤 바빠질 것 같아요. 그래도 걱정하지 마세요. 연우 씨의 이혼 건은 제가 끝까지 책임질게요.”수화기 너머로는 서류 넘기는 소리와 사람들 말소리가 뒤엉켜 어수선했다.눈앞에 연희정의 사무실이 어떤 상황일지 훤히 그려졌다. 지금쯤 이미 전쟁터가 따로 없을 터였다.“괜찮아요. 이미 각오한 일이에요. 이혼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끝나는 일도 아니고... 전 기다릴 수 있어요. 얼마든지요.”이연우의 목소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담담했다.불안해하지도 않았고 조급한 기색도 전혀 없었다.아직 그녀에게는 마지막으로 꺼낼 수 있는 카드가 하나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그 카드는 바로 고수영이 임신했다는 사실이었다.가문 체면을 그토록 중요하게 여기는 임금영이 자기 손주의 존재를 외면하고 아이의 호적도 제대로 올리지 못하게 둘 리가 없었다.어쩌면 그 아이가 판을 뒤흔들 유일한 변수일지도 몰랐다.그리고 이연우는 그 패를 쥔 채 정해진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한편으론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이미 마음이 떠난 사람이라면 이쯤에서 정리하고 서로 편해지는 게 낫잖아. 왜 굳이 이러는 걸까?’연희정과의 통화를 막 끝냈을 때 또다시 전화가 울렸다.화면에 뜬 이름은 남지혜였다.이연우는 살짝 한숨을 내쉬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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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메시지를 보내고 난 뒤, 이연우는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가늘게 떴다.입꼬리에 싸늘한 웃음이 떠올랐고 손끝에는 느긋함이 묻어났다.이제 고수영의 반응만 기다리면 됐다.한참 후, 조용하던 휴대폰 화면이 번쩍이며 그녀가 예상한 메시지가 도착했다.[이연우, 그렇게 웃을 날 얼마 안 남았어. 난 어떻게든 널 형빈이 곁에서 끌어내릴 거니까.]이연우는 메시지를 내려다보며 피식 웃었다. 그 웃음에는 조롱과 경멸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그녀는 곧장 짧게 답장을 보냈다.[또 뭐? 불법이라도 저지를 생각이야?]이내 날아온 답장은 예상보다 더 노골적이었다.[네가 가로챈 자리를 되찾고 싶은 것뿐이야. 이연우, 넌 고아잖아. 그나마 그게 네 행운이야.]문자를 본 이연우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리고 다시 손가락이 날렵하게 움직였다.[너도 고아인 건 마찬가지잖아. 정작 불쌍한 건 너야, 고수영. 심형빈은 그저 잠깐의 욕정에 눈이 멀어 네 몸을 탐했을 뿐이야. 결국에는 용서를 구하겠다고 나를 찾아왔거든.]문자를 보내고 이연우는 곧장 대화창을 캡처해 저장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고수영을 차단했다.“됐어. 이걸로 충분해.”눈빛은 단호했고 얼굴에는 더 이상 흔들림이 없었다.고수영이 이 메시지를 보고 나서 뭔가 큰일을 벌일 것이 불 보듯 뻔했다.그리고 그게 바로 이연우가 원하는 그림이었다.어느새 밤이 내려앉았고 거리는 네온 불빛이 번졌다.이연우는 시간을 확인한 뒤 장을 보러 나갈 준비를 서둘렀다.저녁 준비를 위해 장을 보려고 마음을 가다듬고 현관문을 열었다.“따르릉...”문이 열리는 순간 문밖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조용히 다가왔다. 마치 공기를 가르듯 소리 없이 조용히 걸어왔다.이연우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숨도 쉬지 못한 채 본능적으로 한 걸음 물러났다.그리고 그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두 눈이 크게 휘둥그레졌다.“심형빈?”그녀의 목소리는 떨렸고 온몸이 바짝 긴장했다.손은 천천히 조심스럽게 주머니로 들어가 휴대폰을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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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이연우의 다급하고 공포에 찬 외침이 들리자 방현준은 더 생각할 것도 없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대로 문밖으로 뛰쳐나갔다.그 시각, 방 안에서는 심형빈의 얼굴에 섬뜩한 웃음이 떠올랐다.이연우의 목소리를 들은 그는 눈빛에 광기를 담은 채 한 걸음씩 그녀를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마치 굶주린 짐승이 먹잇감을 노리듯, 느리고 집요하게 달려들었다.갑자기 두 팔이 번쩍 들리더니 이연우는 심형빈의 품에 와락 휘감겼다.쇠사슬처럼 거친 팔로 제압한 후, 그는 고개를 숙여 이연우의 귓가를 거칠게 파고들었다.숨결은 짐승처럼 거칠고 입술은 살을 할퀴듯 내려앉았다.이연우는 감전된 사람처럼 바들바들 떨었다.그녀는 본능적으로 버둥거리며 심형빈의 가슴팍을 있는 힘껏 밀쳐냈다. 손끝에 온 힘이 실렸고 손톱은 그의 피부에 박힐 듯 깊게 파고들었다.그 모든 행동은 심형빈의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한 절박한 몸부림이었다.하지만 심형빈은 이미 이성을 잃은 듯 보였다.이연우의 저항이 오히려 그의 집착을 더 자극한 듯, 더욱 거칠게 그녀를 끌어안았다.마치 그녀를 완전히 자신의 것처럼 휘감으려는 듯이 발악했다.순간 그의 손이 그녀의 셔츠 쪽으로 향했다.“쯔악!”섬뜩한 소리와 함께 셔츠가 찢겼고 단추가 바닥에 튕겨 나가며 또각거리는 소리를 냈다.이연우는 눈을 크게 뜬 채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그녀는 눈에 핏발이 선 채 심형빈을 바라보며 본능적으로 비명을 질렀다.“심형빈, 지금 뭐 하는 거야!”“연우야, 내가 말했잖아. 우리도 아이를 가지자고. 그렇게 되면 너도 수영이 뱃속의 아이 따위에게 더는 신경 안 쓰게 될 거야...”심형빈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광기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거칠게 이연우의 셔츠를 헤집으며 손을 뻗었다.이연우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고 서늘한 기운이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순식간에 치솟았다.그녀는 본능적으로 몸을 비틀며 필사적으로 밀쳐냈다.발로 바닥을 버티며 그를 밀쳐내려 애썼지만, 심형빈의 힘은 너무도 거셌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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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방현준은 팔에 깁스를 한 채 움직이기조차 버거운 상황이었다.게다가 이미 만신창이가 된 몸으론, 광기 어린 심형빈의 공격을 막아낼 재간이 없었다.그는 간신히 멀쩡한 쪽 팔을 들어서 막아보려 했지만, 이내 심형빈의 주먹이 어깨를 강하게 가격하자 낮고 거친 신음이 새어 나왔다.심형빈은 멈추지 않았다. 내리꽂는 주먹마다 분노가 실렸고 그 힘은 맹수와 다름없었다.그 혼란을 틈타 이연우는 허겁지겁 바닥에 널려 있던 옷가지를 주워 급히 몸을 가렸다.그 순간, 심형빈이 또다시 방현준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뻗었지만 방현준은 이미 피할 여유조차 없었다.“방 대표님, 조심하세요!”이연우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몸을 날려 방현준 앞을 막아섰다.심형빈은 미처 주먹을 거두지 못했고 그의 주먹은 그대로 이연우의 뒤통수를 세차게 강타했다.그 순간, 이연우는 머릿속이 새하얘졌다.강한 충격과 함께 시야가 급격히 어두워진 이연우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방현준은 눈이 휘둥그레졌다.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그녀를 붙잡으려 했지만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몸으로는 이미 늦은 뒤였다.결국 이연우는 싸늘한 바닥에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연우 씨!”“연우야!”방현준과 심형빈, 두 사람의 다급한 외침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그러나 이연우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심형빈, 네가 사람이라면 어떻게 연우 씨한테 주먹을 날릴 수 있어? 네가 인간이긴 하냐!”방현준은 눈동자까지 붉게 충혈된 채, 심형빈을 노려보며 말했다.이를 악문 방현준은 이연우의 축 늘어진 팔을 자신의 어깨에 걸친 뒤, 온몸의 중심을 틀어 그녀를 조심스럽게 안아 들었다.다친 팔 하나로 이연우의 몸을 감싸는 그 동작은 고통스러웠지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그는 단 한 번도 심형빈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발걸음을 돌렸다.밖에서는 강문수가 이미 연락을 받고 단지 입구에 차를 세워두고 있었다.피투성이 얼굴로 나온 방현준을 본 강문수는 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는 숨을 삼킨 채 차 문을 벌컥 열고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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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병실 안은 살균약 냄새로 가득했고 차가운 형광등 불빛이 허옇게 공간을 내리누르고 있었다.남지혜는 숨을 헐떡이며 병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눈앞에 보이는 건 의식 없이 누워 있는 이연우였다.그 순간 남지혜는 발걸음을 멈췄고 눈가가 붉게 물들었다.이연우의 귓가에는 짙은 멍이 올라와 있었고 목덜미에는 선명한 잇자국이 남아 있었다.그 흉터는 보는 이로 하여금 숨을 죽이게 할 만큼 선명하고 끔찍했다.“심형빈 그 자식이... 진짜 손찌검까지 한 거예요?”남지혜는 이를 악물며 한 마디 한 마디 내뱉었다.그녀의 목소리에는 분노와 자책이 뒤섞여 있었다.그러면서 머릿속에는 예전에 심형빈이 이연우에게 청혼하던 장면이 떠올랐다.‘그땐 그렇게도 진심처럼 보였는데...’바로 그 순간을 옆에서 축하해주고 부추겼던 자신이 미치도록 후회스러웠다.‘그때 내가 말렸어야 했는데... 내가 옆에서 부추기지만 않았어도...’남지혜는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른 감정을 애써 삼켰다.숨을 깊게 들이쉰 그녀는 곧바로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냈다.떨리는 손으로 이연우의 멍 자국과 상처들을 사진으로 담기 시작했다.그녀의 손끝은 떨렸지만 눈빛은 단단했다. 기자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친구로서 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뿐이었다.그때, 옆에 앉아 있던 방현준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지혜 씨, 알잖아요. 심형빈이 어떤 사람인지. 이런 사진, 하루도 안 돼서 다 내려갈 거예요.”남지혜는 그의 말을 듣고 천천히 고개를 들고 방현준을 바라보았다.그녀의 눈빛에는 놀람도, 동조도 아닌 묘한 의심과 날 선 기류가 감돌았다.“그 정도 기사도 못 내보내면 사장 자리 너무 편하게 앉아 있는 거 아니에요?”그녀의 말투에는 묘하게 쏘아붙이는 기색이 엿보였다.진양 그룹 산하 잡지사라지만, 그래도 방현준이 대표로 있는 곳이었다.그런데 이 정도 보도도 못 한다면 정말 믿을 수 있는 사람인지 의문이 들었다.“지혜 씨,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심형빈 같은 인간은 지혜 씨 혼자 상대하기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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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미 폭발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었다.수많은 누리꾼이 분노를 쏟아내며 심형빈의 행동을 비난했고 ‘가정폭력은 범죄다’, ‘심씨 가문도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심씨 가문 대저택.임금영은 소파에 앉아 덜덜 떨리는 손으로 태블릿을 움켜쥔 채, 뉴스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화면에는 ‘심형빈, 아내 폭행 논란’이라는 자극적인 제목과 함께 모자이크 처리된 사진,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댓글들이 뒤엉켜 있었다.임금영의 입술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그녀는 분노에 부르르 떨리는 손끝으로 화면을 꾹 눌렀다.잠시 말을 잇지 못하던 그녀는 이내 핸드폰을 거칠게 집어 들었다.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여 아들의 번호를 눌렀다.“심형빈, 너 지금 무슨 짓을 한 건지 알아? 이연우한테 손을 댔다는 게 사실이야? 지금 온 세상이 네가 아내를 때린 인간이라고 난리야! 심씨 가문 체면이 땅에 떨어졌다고, 체면이!”전화기 너머로 퍼붓는 고함은 날이 서 있었다.임금영에게 중요한 건 이연우의 안위가 아니었다. 가문의 이름에 먹칠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분노는 가라앉을 기미가 없었다.“당장 기자회견 열고 이연우랑 이혼하겠다고 발표해. 뒷수습은 내가 할 테니까, 그 여자랑 얽힌 일은 빨리 끝내!”그녀는 이 일이 공론화된 것도 모자라, 심형빈이 아직도 이연우와 관계를 정리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더 기가 막혔다.사무실 의자에 등을 기댄 채 전화를 받고 있던 심형빈은 눈살을 잔뜩 찌푸린 채, 휴대폰을 귀에서 살짝 떼어서 들고 있었다.고압적인 어머니의 목소리에 그는 짜증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그만하세요. 이번 일은 제가 알아서 정리할 거고... 연우 말이 틀린 것도 없어요.”그의 눈에는 세상의 시선 따위 중요하지 않았다.뉴스, 댓글, 여론 모두 지나가면 그뿐이라는 생각이었다.지금 그의 머릿속을 지배하는 건 오직 이연우뿐이었다.그녀가 돌아오지 않는 한 그 어떤 것도 의미가 없었다.그 옆에서 조용히 앉아 있던 고수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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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아, 맞다. 그런데... 너 혹시 이 일 누가 움직인 건지 알아?”남지혜가 눈을 깜빡이며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그녀의 눈빛에는 묘한 여운이 맴돌고 있었다.“너 아니었어?”이연우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되물었다.남지혜는 기자로 일하며 언론계 인맥도 두터웠고 정보도 빨랐다.심형빈 같은 인물이 폭로되는 일이라면 그녀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충분했고 이연우는 당연하게 생각했다.하지만 남지혜는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금세 표정을 바꿨다.조금 전까지 장난기 어린 얼굴은 어느새 진지하고 조심스러운 기색으로 바뀌어 있었다.“내가 했으면... 아마 심형빈이 금방 덮었을걸?”짧게 말을 끊은 그녀는 곧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이연우를 바라보며 말했다.“방 대표님이야. 처음부터 전부 방 대표님이 책임지고 밀어붙였어. 그분이 아니었으면, 이렇게까지 세상에 알려지지도 않았을 거야.”남지혜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다시 한번 방현준의 이름을 강조했다.진양 그룹 대표라는 위치에서 그가 직접 나섰기에, 이 일은 순식간에 세간의 이목을 끌었고 심형빈은 더 이상 손쓸 틈 없이 궁지에 몰릴 수밖에 없었다.언론을 막으려면 돈과 인맥이 필요했다. 그런데 그 모든 걸 역으로 단단히 틀어막은 쪽이 바로 방현준이었다.자신의 이름과 자원을 걸고 이 판을 밀어붙인 것이었다.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이연우는 그대로 굳어버렸다.두 눈이 커지고 얼굴에는 놀라움이 역력하게 드러났다. 무언가 말하려다 끝내 말이 나오지 않았다.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이름, 전혀 생각지 못했던 진실이었다.‘방 대표님이... 이 모든 걸 감당하고 있었다니...’그제야 얼마 전 심형빈이 병적으로 폭주하던 밤이 떠올랐다.심형빈이 분노에 휩싸여 주먹을 휘두르던 그 순간 방현준은 팔에 깁스를 한 채 제대로 저항도 하지 못했었다.그 장면은 이연우의 뇌리에 깊이 박혀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었다.‘지금쯤... 많이 아프겠지. 혹시 통증이 더 심해진 건 아니겠지?’걱정이 목 끝까지 차오른 그녀는 결국 참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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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남지혜는 이연우가 병상에서 강제로 끌려 나가는 모습을 그저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들은 이연우를 데리고 나가며 남지혜를 거칠게 밀쳐버리기만 했다. 그리고 단 한마디 말도 남기지 않은 채 병실을 빠져나갔다휘청거리며 몇 걸음 물러나던 남지혜는 바닥에 넘어진 채로 겨우 몸을 가누었다. 그리고 정신을 추스른 그녀는 곧장 병실 밖으로 뛰쳐나갔다.하지만 복도에 도착했을 때는 그들의 흔적은 이미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뒤였다.미친 듯이 뛰는 심장과 거칠어진 숨결 속에서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손끝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아 번호를 몇 번이나 잘못 누른 끝에야, 간신히 강문수에게 연락이 닿았다....강문수는 진료실에서 방현준을 따라 들어가 깁스를 교체하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그때 갑자기 울린 핸드폰 벨 소리에 반사적으로 수신 버튼을 누르고 전화를 귀에 갖다 댔다.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건 다름 아닌 남지혜의 다급한 목소리였다.“강 비서님, 연우가... 연우가 또 납치됐어요!”그 순간 강문수의 눈빛에는 당혹과 걱정이 동시에 스쳤다.그는 전화를 끊자마자 급히 몸을 돌려 방현준을 향해 외쳤다.“대표님, 큰일입니다. 이 비서님이 또 납치당했습니다.”방현준은 진료 침대에 앉아 있었지만 그 말에 싸늘하게 얼어붙었다.의사가 여전히 깁스를 손보는 중이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벌떡 일어나 진료실을 박차고 나갔다.곧장 이연우의 병실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에는 단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병실 안은 정적만이 감돌았다.침대 위에는 이연우의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았고 남지혜는 안절부절못한 채 병실에서 서성이고 있었다.손끝으로 옷자락을 조심스럽게 쥐어짜듯 만지작거리는 그녀의 얼굴에는 불안과 자책이 뒤섞여 있었다.방현준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그녀는 마지막 희망을 본 듯 달려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방 대표님, 아까 갑자기 어떤 사람들이 들이닥쳐서 연우를 데려가 버렸어요.”말을 마치기도 전에 그녀의 눈가에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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