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우는 이런 결과가 언젠가는 닥칠 거라고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심형빈과 고수영이 함께 있는 모습을 여러 번 봐온 만큼, 임신이라는 일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니었다.며칠 전 일식집에서 심형빈이 건넸던 차가운 말들이 떠오르자, 이연우의 심장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아이를 싫어했던 게 아니었어. 단지 나랑은 갖고 싶지 않았던 거였어...’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분노와 허탈함, 비참함이 동시에 치밀어 올랐다.그녀가 무너지는 마음을 겨우 추스르고 고개를 들었을 때, 방현준이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이 비서님, 혹시 필요하신 게 있으면 제가...”“방 대표님, 이 일은... 여기서 마무리할게요.”이연우는 길게 숨을 들이쉬며 그의 말을 잘랐다. 그리고 목소리를 최대한 담담하게 가라앉혔다.‘심형빈과 나 사이의 일에, 아무 죄도 없는 아이까지 끌어들이는 건 아니지. 그게 상처투성이인 이 관계를 끝내는 데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배려일지도 몰라.’“알겠어요. 혹시 필요한 게 있으시면 편하게 말해줘요.”방현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답했다.“방 대표님... 혹시 이혼 전문 변호사 중에 잘 아시는 분 있으세요?”이연우는 망설이다가, 잠시 입술을 깨문 뒤 어렵게 입을 열었다.“떠오르는 적임자가 있긴 하네요.”그 말을 듣고 방현준은 곧바로 한 사람을 떠올렸다. 바로 그의 사촌 누나 연희정이었다. 한 번 맡은 사건은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실력 있는 변호사였다.“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하지만... 소개 좀 부탁드릴게요. 이혼 소송을 진행하려고요.”“그렇게 하죠.”방현준은 그렇게 대답했지만, 말투에는 다정함이 묻어 있었다. 정작 본인은 그걸 알아차리지 못한 듯했다.그 시각 병원.심형빈이 다쳤다는 소식을 어디서 들었는지, 고수영은 임금영과 함께 황급히 병원으로 달려왔다.병실 문이 조심스럽게 열리자, 문틈 사이로 고수영의 여린 실루엣이 가장 먼저 들어섰다.심형빈이 병상에 누워 있는 모습을 보는 순간, 그녀의 눈가가 붉게 물들었다.“형빈아...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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