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목표는 전하를 유혹해 후궁의 주인이 되는 것: Chapter 31 - Chapter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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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

“그 아이가 전하의 습관을 알기나 합니까? 게다가 지금 중전마마께서 이 자리에 계시는데 귀비마마께서 이래라저래라 하실 자격은 없지요.”혜비는 오랜 궁중 경력에 힘입어 서 귀비 앞에서도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어차피 다 같은 구궁의 옛사람들인데 누가 누구를 무서워한단 말인가.서 귀비는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언제나 그랬듯 어리석은 혜비 따위는 눈곱만큼도 안중에 없었다.“혜비, 그 말은 어폐가 있군. 전하께서 본궁에게 육궁을 보좌하라 하셨으니 당연히 본궁이 관여할 수 있는 일이지. 나이 들어 미모가 퇴색되다 보니 새로 들어온 이들이 전하 곁에 다가서는 게 꺼려지는 모양이오? 그 좁은 속내를 이리도 드러내다니. 다른 아가씨들 보기에 부끄럽지 않겠소?”“귀비…!”혜비는 그 말에 분하고 억울하여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누가 나이 들었다는 겁니까? 그게 지금 누구 보고하는 말인 건가요?”둘이 날을 세워 싸우든 말든 온소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전생에도 혜비는 입씨름에서 서 귀비를 이겨본 적이 없었다. 물론 이번 생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서 귀비는 예전에도 혜비가 나이만 많고 유치하며 어리석기 짝이 없다고 거침없이 평가했었다. 온소운은 처음으로 서 귀비의 말이 일리 있다고 생각했다.누구나 서 귀비와의 언변은 피하고자 애쓰는데 혜비만은 홀로 정면으로 들이받는 사람이었다.중전이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서 귀비는 단호하게 말을 잘랐다.“이 일은 본궁의 뜻대로 처리할 것이다. 만약 완 귀인께서 전하를 보살핀 뒤에도 깨어나지 않는다면 그때는 다른 비들도 순차적으로 들이도록 하거라.”서 귀비는 곧바로 온소운을 바라보았다.“완 귀인, 이의가 있느냐?”온소운이 조용히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귀비마마의 명을 받들겠습니다.”“그럼 됐다.”서 귀비는 흘긋 그녀를 바라보고는 가볍게 시선을 돌렸다. 며칠 동안 조양궁은 전하를 돌보는 사람들로 분주해질 것이다. 태의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강규빈의 곁을 지킬 것이고 서 귀비 또한 직접 수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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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뜻밖에도 온소운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진심 어린 얼굴로 말했다.“저는 예전에 마마를 뵌 적도 없고 마마에 들은 적도 없어 어떤 분이신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처음 뵈니 그야말로 절세의 미인이시라 넋을 잃고 바라보다 이렇게 실례를 범하고 말았군요. 바라건대 용서하여 주십시오.”그 말에 혜비의 얼굴에 서렸던 분노는 말없이 사그라졌고 굳어 있던 표정도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본의 아니게 올라가는 입꼬리를 가까스로 누르고 있었지만 금세 참지 못하고 가벼운 웃음을 흘렸다. 그녀는 어깨를 으쓱이며 머리칼을 정리했다. 괜히 기분이 좋아지자 온서운을 벌하고자 했던 마음마저 사라지고 없었다.“정말입니까? 본궁이 그렇게 예쁜가요?”“예, 마마. 후궁 가운데에서도 마마는 제일가는 미인이십니다.”온소운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고 그녀의 미소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운비는 고개를 갸웃하며 운양에게 속삭였다.“저분이 혜비마마야? 내가 보기에는 나보다 더 어려 보이시는데.”운양은 그녀의 말을 알아차리고는 팔꿈치로 슬쩍 찔렀다.“함부로 그런 말 하지 말거라. 마마를 입에 올리는 건 무례한 일이다.”두 사람의 속삭임을 들었는지 혜비의 얼굴은 더없이 환해졌다. 그녀는 가볍게 헛기침을 하더니 온소면을 바라보며 말했다.“됐습니다. 눈까지 오는 날씨에 더 말 붙이기도 귀찮았는데 귀인께서도 어서 들어가 보시지요.”온소운은 부드러운 미소로 정중히 인사했다.“마마, 평안히 돌아가세요.”궁으로 돌아가는 길에 운양이 슬며시 다가와 속삭였다.“마마, 그 혜비마마 말입니다. 생각보다 꽤 순진해 보이던데요.”운비는 우산을 들고 있으면서 온소운의 망토 자락을 정돈하며 웃었다.“그래도 다행이에요. 괜히 화풀이하실 줄 알았는데…”온소운은 눈을 살짝 내리깔았다. 그녀가 두려워해야 할 상대는 혜비가 아니었다. 목단원으로 돌아온 온소운은 며칠을 홀로 조용히 지냈다. 서 귀비의 의도가 수상쩍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운양은 괜히 마음이 조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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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전하의 상태를 수시로 살피기 위해 궁녀들은 바닥에 자리를 깔고 곁에서 잠을 청해야 했다. 태의들은 벌써부터 다려낸 약을 공손히 들고 와 온소운을 기다리고 있었고 그 모든 약은 온소운이 직접 쓴맛의 정도를 확인해야 했다.반나절도 채 지나지 않아, 온소운의 입안은 이미 감각이 무뎌졌다. 그녀는 궁녀들이 전하를 조심스레 부축해 앉히는 동안 한 방울 한 방울 정성껏 약을 떠먹였다. 하지만 깊은 혼수상태에 빠진 이를 먹인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던가. 그저 입술을 적시듯 천천히 숨을 죽이며 약을 흘려 넣을 수밖에 없었다.밤이 되자 온소운은 팔을 제대로 들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태의들은 모든 준비를 마친 뒤 외전으로 물러났고 온소운은 그제야 몸을 눕힐 수 있게 되었다. 그녀는 자리에 누우려다 전하의 얼굴을 한 번 더 바라보았다. 그의 아름답고 또렷하던 이목구비에 옅은 청색이 스며든 것을 보자 이상한 예감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그녀는 곧장 전하의 맥을 짚어보았으나 맥박에는 이상이 없었다. 하지만 그게 더 찝찝했다. 곁에 놓인 은침이 눈에 들어오자 온소운은 침을 꺼내 전하의 몇몇 혈자리에 찔러 넣었다. 그리고 다시 맥을 짚었을 때 그녀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전하의 병세를 태의들이 발견하지 못한 게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 갑자기 그의 몸에서 슬슬 독이 퍼지고 있었던 것이다.온소운의 머릿속이 복잡하게 얽히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녀는 얼굴이 창백해진 채 벌떡 일어나 운양을 불렀다.“어서, 나랑 같이 후전에 가서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운양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쳐다보았다.“마마, 설마… 저와 옷을 바꾸시려는 겁니까?”온소운은 극도의 긴장감에 숨이 거칠어졌고 자신이 그녀의 손을 얼마나 세게 잡았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지금 설명할 시간 없다. 이 상태로 머물렀다간 목단원 사람들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그 말에 운양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그녀는 더 이상 묻지도 않고 서둘러 온소운과 옷을 바꾸어 입었다. 그녀가 조용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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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서 귀비는 손끝에 힘을 주며 그 사람의 어깨를 눌렀다. 그녀는 이미 시비를 걸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네가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제멋대로...”말을 채 잇기도 전에 온소운은 붉게 충혈된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녀가 서 귀비를 인식하자마자 곧장 조용히 무릎을 꿇고 공손히 예를 올렸다.“귀비마마를 뵙습니다.”서 귀비는 말문이 막힌 듯 잠시 멈칫했다.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바라보며 뜻밖이라는 듯 표정을 지었다. 눈앞에 있는 사람은 정말로 온소운이었다. 그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침착하고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전하의 병세가 이토록 위중한데 넌 여태 여기서 뭘 하고 있었느냐? 이게 네가 말하는 정성이란 것이냐?”온소운은 헐떡이고 싶은 숨을 억누르며 애써 상심한 목소리로 답했다.“저는 전하의 곁을 한순간도 떠난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조금 전 태의들께서 전하의 병세가 위중하다는 말을 전했고 그 소식에 그만… 마음이 무너지는 것 같아 잠시 구석에 숨어 눈물을 삼키고 있었을 뿐입니다.”그녀의 말에는 빈틈이 없었지만 서 귀비는 그런 온소운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마침 그때, 전하가 드디어 눈을 떴다. 그녀는 곧장 침상 곁으로 달려가 눈물을 머금은 얼굴로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전하, 드디어 깨어나셨군요. 제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십니까?”강규빈의 얼굴에는 여전히 핏기가 없었고 목덜미에 핏줄은 선명히 드러나 있었다.하지만 그의 눈동자는 서 귀비가 아닌 다른 사람을 향해 있었다. 그가 바라본 이는 조용히 눈물을 삼킨 채 자리에 앉아 있는 온소운이었다.그녀의 눈빛에는 진심 어린 근심이 서려 있었고 거짓 없는 연민이 담겨 있었다. 전하가 깨어났다는 소식은 금세 궐 전체에 퍼졌다. 곧이어 중전을 비롯해 여러 빈들이 조양궁으로 속속 모여들었다.중전은 억지로 병색이 완연한 몸을 이끌고 휘청거리며 전하의 침상 앞에 도착했다. 그녀의 눈은 이미 울다 지쳐 벌겋게 부어 있었고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전하… 눈을 뜨셨군요.”중전은 무릎을 꿇고 앉아 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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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강규빈은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그 다음은?”영 태의는 창백해진 얼굴로 바닥에 엎드렸다.“그 후, 그 남자는 기혈이 모두 소진되어… 숨을 거둔다고 합니다.”쾅!강규빈은 곁에 있던 인삼탕 그릇을 손으로 쳐냈다. 공기까지 얼어붙을 듯한 분위기에 궁인들은 너도나도 무릎을 꿇고 바닥에 엎드렸다. 하지만 오직 서 귀비만이 자세를 곧게 편채 중전을 대신해 강규빈을 부드럽게 달래주었다.“전하, 노하지 마세요. 부디 마음을 가라앉히기 바랍니다.”영 태의는 여전히 땅에 엎드린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전하의 체내에도 바로 그 ‘도화음’의 약성이 남아 있습니다. 이틀 전 조정에서 노하신 일이 바로 그 약을 자극하여 발작을 불러일으킨 것입니다.”그러자 서 귀비는 눈을 번뜩이며 온소운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손을 번쩍 들어 그녀의 뺨을 세차게 내리쳤다.“천한 계집, 너지? 이게 다 네 짓이지?”찰싹하는 소리와 함께 온소운의 왼쪽 뺨이 그대로 얼어붙은 듯 마비됐다. 강력한 힘에 고개가 옆으로 돌아간 그녀는 조용히 입술을 깨물었다. 강규빈은 싸늘한 눈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 차가운 시선이 날카롭게 온소운의 가슴을 파고들었다.아무리 총애를 받아도 단 한 번 전하의 마음에 의심이 피어나기 시작하면 자신은 언제든 버림받을 수 있다는 것을 온소운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이 천한 것이! 요즘 전하께 가장 총애를 받는 사람은 너이지 않느냐? 이 궐 안의 빈들을 모두 제치고 전하 곁에만 드나들더니 결국 네가 그 약을 쓴 게로구나.”궁 뒤편에서 그 장면을 지켜보던 온하연은 슬며시 입꼬리를 올렸다.‘그래, 드디어 끝났구나.’강규빈의 시선이 날카롭게 온소운을 꿰뚫었다.“말하거라. 네 짓이냐?”온소운은 고개를 격렬히 저었다. 그녀의 창백한 얼굴 위로 당황한 기색이 그대로 떠올랐다.“아닙니다… 정말로 아닙니다. 전하… 저는 입궁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감히 그런 위험한 짓을 할 배포도 없습니다. 어찌 감히 전하를 해할 생각을 하겠습니까?”그때 중전이 앞으로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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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서 귀비는 입술 끝을 살짝 올리며 붉게 칠한 자신의 손톱을 감상했다.그녀의 표정에는 여유와 오만이 절묘하게 섞여 있었고 곁에 선 궁인들조차 눈치를 보며 숨을 죽여야 했다. 그때, 강규빈의 명을 받은 노 내관이 내시들을 이끌고 급히 온소운이 머무는 목단원으로 향했다.서 귀비의 기분이 좋아진 것을 확인한 옥 귀인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는지 깊은 한숨을 쉬었다.이번에는 꼭 온소운을 제거할 수 있기를. 그래야 자신의 입궁 후 삶도 조금은 평안해질 테니까.궁중의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생각을 품은 채 온소운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모두 자리에 일어섰지만 온소운만은 여전히 무릎 꿇은 채 땅을 보고 있었다.그때, 중전은 입을 떼려다 멈칫했다. 강규빈의 표정은 알 수 없었고 그의 속내도 안개처럼 짙어 도무지 가늠할 수 없었기에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 그러나 그녀는 이 후궁의 암투를 누구보다 오래 봐왔기에 이번에는 서 귀비 측이 스스로 무덤을 파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도 스쳤다.그 사이, 영 태의는 강규빈의 맥을 보고 있었다. 온소운은 무릎 아래가 완전히 마비된 채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수많은 시선을 느끼고 있었다. 그 눈빛에는 연민도 있었고 조롱도 있었으며 우월감에 젖은 냉소도 있었다.그중에서도 가장 날카롭고 깊은 시선은 다름 아닌 그녀의 이복동생 온하연이었다.그녀는 조용히 몸을 기울여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언니, 궁에서 언니를 미워하는 사람이 많다는 게 실감이 납니까?”바로 그때, 노 내관이 무거운 표정을 지으며 대전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온소운 곁을 지날 때 곁눈질로 아주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에는 동정과 실망이 섞여 있었다.잠시 후 그는 강규빈 앞에 무언가를 공손히 올려놓았다.“전하, 이것은 온 귀인의 궁 안에 장식된 분홍 국화에서 발견된 것입니다. 꽃잎 사이에 이런 환약들이 숨겨져 있었습니다.”강규빈의 눈빛이 냉정하게 가라앉자 노 내관은 그 약을 황급히 영 태의에게 넘겨주었다. 영 태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것을 조심스레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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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말 못 한다고?”강규빈의 입가에 냉소가 스쳤다.“그렇다면 더 이상 이 일로 입씨름할 필요도 없겠군.”그는 손에 쥐고 있던 환약을 바닥에 툭 떨어뜨렸다.“사람을 불러라. 완 귀인의 후궁 책봉을 즉시 파하고 지금부터 냉궁에 가둬라.”서 귀비의 눈썹이 솟아오르더니 그녀의 붉은 입술 사이로 만족스러운 웃음이 흘러나왔다.“전하의 현명하심에 감복하옵니다.”노 내관이 명을 이행하려 다가가려는 찰나 온소운은 두 눈에 눈물을 머금은 채 급히 소리쳤다.“말씀드리겠습니다.”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바닥에 흩어진 환약을 주워 들며 말했다.“이 약은 정말로 도화음이 아닙니다. 전하의 기력을 돕고자 신첩이 직접 준비한 보약이옵니다.”서 귀비는 그녀의 말을 자르듯 손을 뻗으며 소리쳤다.“언제까지 헛소리를 늘어놓을 작정이냐? 노 내관, 어서 이 간사한 계집을 끌어내어 냉궁에 가두거라!”하지만 노 내관은 꿈쩍도 하지 않고 강규빈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전하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면 감히 누구도 손댈 수 없었다.서 귀비가 분에 겨워 소리치려던 찰나 온소운이 그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귀비마마, 전하께서 아직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는데 왜 마마께서 그리도 급하게 신첩을 냉궁에 가두려 하시는 겁니까?”서 귀비의 얼굴에는 미묘한 당혹감이 스쳤다.온소운은 다시 고개를 숙이며 변명하기 시작했다.“전하, 신첩은 어려서부터 의학을 배워왔습니다. 입궁한 뒤로 전하께서 밤마다 피곤하신 모습을 보고 전하의 기력을 보충하고자 노력했을 뿐입니다.”“물론, 전하께는 어의들이 따로 계시니 신첩이 나서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환약을 향기로 피워 목단원에 오실 때마다 서서히 몸이 회복되시길 바랐던 것입니다.”온소운의 눈물은 조용히 붉어진 눈가를 타고 흘렀다. 백옥 같은 얼굴 위로 투명하게 맺힌 눈물은 많은 감정을 말해주었다.“신첩의 뜻은 오직 하나입니다. 전하께서 안온하기만 하다면 바랄 게 없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환약이 이런 오해를 사게 될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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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온소운은 두 눈에 눈물을 가득 머금은 채,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전하, 그들은 거짓을 말하고 있습니다. 신첩에게는 아는 태의가 한 분 계십니다. 성은 예(祢)라 하며, 지금도 태의원에 있습니다. 부디 그를 이리로 불러주세요. 만약 그분마저 이 약이 도화음이라 하신다면 신첩은 기꺼이 냉궁에 들어가겠습니다.”그녀의 애처로운 목소리는 흐느낌에 잠겨 있었고 보는 이의 마음을 찢어놓을 듯했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강규빈은 결국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노 내관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사람을 보내 그 태의를 데려오거라.”이 뜻밖의 명에 서 귀비는 순간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예전 같았더라면 온소운은 이미 차디찬 냉궁에 처박혔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하가 거듭 그녀에게 기회를 주고 있었다.그녀의 마음속에는 불안과 분노가 동시에 피어올랐다. 서 귀비는 시선을 아래로 떨구고 무릎을 꿇은 온소운을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이 계집… 생각보다 훨씬 더 교묘하고 끈질기다.하지만, 태의 하나 데려온들 무엇이 바뀌랴. 이 태의원 안에서는 영 태의의 말이 곧 진리다. 감히 누가 그의 진단에 반기를 들 수 있겠는가?한편 중전은 마른 체구로 무릎 꿇고 있는 온소운을 바라보다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전하, 완 귀인을 일단 일으켜 세우는 것이 어떻습니까? 이대로 계속 무릎 꿇고 있으면 몸이 상할지도 모릅니다. 태의가 도착한 뒤 벌을 내려도 늦지 않습니다.”서 귀비는 눈이 번뜩이며 중전을 노려보았다. 이 늙은 여인이 본래 입을 함부로 여는 법이 없는데 어찌하여 오늘은 이렇게 앞장서서 온소운을 감싸는 것일까?그러나 중전은 이미 강규빈의 표정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의 눈 속에는 미세하지만 분명한 연민이 스며 있었다.역시나 그녀의 예상대로 강규빈은 온소운을 차갑게 내치지 못했다.“일어나거라.”온소운은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눈에는 아직도 눈물이 맺혀 있었고 희고 고운 피부 위로는 눈물 자국이 투명하게 번져 있었다.잠시 후, 예소형이 대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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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소신의 손에 있는 이 환약은 심신을 다스리고 기운을 맑게 하여 정신을 안정시키는 데 으뜸인 약재입니다. 여러 가지 한약재를 조합해 만든 이 약은 남성의 몸에 특히 유익한 성분들로 구성되어 있지요. 어찌하여 이것이 도화음이라는 것입니까? 영 태의께서는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러한 진단을 내리신 겁니까?”예소형은 경멸이 담긴 눈으로 영 태의를 바라보았다. 본디 그는 본인의 의술에 대한 자부심이 남달랐고 실력이 부족한 이들이 허세를 부리는 것을 가장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이었다.그의 담담한 반박이 대전의 공기를 바꾸었다. 모두의 표정이 일순 굳어졌고 서 귀비마저도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도대체 어디서 굴러온 태의인 것이냐?”서 귀비는 비단 수건을 손에 쥔 채 예소형을 똑바로 노려보았다.“겨우 약초 몇 가지 외운 주제에 궁중에서 함부로 입을 놀리다니? 영 태의를 포함해 두 명의 태의가 이미 이 약을 도화음이라 단언했는데 감히 그것을 부정하겠다는 것이냐? 설마 그대 의술이 저 셋을 모두 능가한다는 뜻은 아니겠지?”그러나 예소형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받아쳤다.“소신이 나이와 지위는 미치지 못하오나 적어도 의술 하나만큼은 자신 있습니다. 이 환약은 도화음이 절대 아닙니다. 만약 이 진단이 틀렸다면 그것은 영 태의께서 노쇠하셔서 잘못 판단하신 걸 겁니다. 그게 아니라면 애초에 의도적으로 꾸며낸 허위 진단이겠지요. 단언컨대 틀린 이는 결코 소신이 아닙니다.”강규빈의 날카로운 눈매가 가늘게 좁혀졌다.“그렇다면 증명을 해보거라. 너의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서 귀비는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이자가 완 귀인의 추천을 받아 온 것이라지요? 혹여 완 귀인을 감싸려는 속셈으로 함께 거짓을 꾸미는 것은 아닙니까? 도화음이 아니라고 하기에는 그 근거가 너무도 빈약합니다.”예소형은 서 귀비의 말을 들은 후 자연스럽게 시선을 온소운에게 옮겼다.햇살이 가득 쏟아지는 조양궁 내, 촛불 옆에 서 있는 그녀는 마치 구름 위에서 내려온 선녀 같았다. 고요하고 청아한 눈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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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이 어린놈이 입만 살아가지고! 감히 본좌를 넘보기 위해 나를 욕보이는 것이냐?”예소형은 냉소를 흘리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신의 의술이면 족합니다. 영 태의께서 아무리 높은 자리에 계신다고 한들 어차피 오래 머무르시진 못할 겁니다. 그런데 제가 굳이 이런 수작까지 부릴 필요가 있을까요?”“네 이놈!”영 태의의 안색이 허옇게 질렸다. 그는 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전하가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 감히 성을 내지 못했다. 그때 강규빈의 냉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일을 그르쳐 완 귀인을 모함했으니 저 자를 끌어내려 사실을 고하게 하거라.”감정 하나 섞이지 않은 담담한 명이었지만 그것은 곧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다.영 태의는 멍하니 전하를 바라보다가 곧장 땅에 머리를 찧기 시작했다.“전하! 신은 결코 고의가 아닙니다. 단지 실수였습니다. 죽을죄를 지었사오나 목숨만은 살려주세요.”온소운은 냉담한 표정으로 그를 내려다보았다. “전하!” 영 태의의 울부짖음은 허공을 갈르며 울려 퍼졌다. 곧 어명에 따라 들어온 어금군이 그를 억누르고 끌고 나갔다.그때, 서 귀비가 다급하게 나설 기미를 보이자 옆에 있던 옥 귀인이 그녀의 소매를 잡아당겼다.“마마, 지금 나서시면 화만 자초하는 꼴이 될 겁니다.”서 귀비는 온소운을 향해 독기가 서린 시선을 보냈다. 그녀는 상상도 못했다. 그 낮고 천한 여인이 어린 태의를 등에 업고 감히 영 태의를 끌어내릴 줄이야.그 영 태의는 그녀가 수 년 간 공들여 태의원에 박아둔 심복이었고 여러 후궁 일을 매끄럽게 처리하는 핵심 인물이었다.이제 그가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으니 태의원과의 은밀한 연결 고리는 완전히 끊겨버린 것이나 다름없었다.영 태의가 끌려 나간 뒤 두 태의는 손에 땀을 쥐고 어찌할 바를 몰라 발만 동동 굴렀다. 그들 역시 영 태의의 말에 편승해 허위 진단을 했던 자들이었다.이때, 중전이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전하, 두 태의는 어찌 처리하실 겁니까?”강규빈은 지친 듯 숨을 내쉬며 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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