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귀비는 입술 끝을 살짝 올리며 붉게 칠한 자신의 손톱을 감상했다.그녀의 표정에는 여유와 오만이 절묘하게 섞여 있었고 곁에 선 궁인들조차 눈치를 보며 숨을 죽여야 했다. 그때, 강규빈의 명을 받은 노 내관이 내시들을 이끌고 급히 온소운이 머무는 목단원으로 향했다.서 귀비의 기분이 좋아진 것을 확인한 옥 귀인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는지 깊은 한숨을 쉬었다.이번에는 꼭 온소운을 제거할 수 있기를. 그래야 자신의 입궁 후 삶도 조금은 평안해질 테니까.궁중의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생각을 품은 채 온소운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모두 자리에 일어섰지만 온소운만은 여전히 무릎 꿇은 채 땅을 보고 있었다.그때, 중전은 입을 떼려다 멈칫했다. 강규빈의 표정은 알 수 없었고 그의 속내도 안개처럼 짙어 도무지 가늠할 수 없었기에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 그러나 그녀는 이 후궁의 암투를 누구보다 오래 봐왔기에 이번에는 서 귀비 측이 스스로 무덤을 파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도 스쳤다.그 사이, 영 태의는 강규빈의 맥을 보고 있었다. 온소운은 무릎 아래가 완전히 마비된 채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수많은 시선을 느끼고 있었다. 그 눈빛에는 연민도 있었고 조롱도 있었으며 우월감에 젖은 냉소도 있었다.그중에서도 가장 날카롭고 깊은 시선은 다름 아닌 그녀의 이복동생 온하연이었다.그녀는 조용히 몸을 기울여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언니, 궁에서 언니를 미워하는 사람이 많다는 게 실감이 납니까?”바로 그때, 노 내관이 무거운 표정을 지으며 대전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온소운 곁을 지날 때 곁눈질로 아주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에는 동정과 실망이 섞여 있었다.잠시 후 그는 강규빈 앞에 무언가를 공손히 올려놓았다.“전하, 이것은 온 귀인의 궁 안에 장식된 분홍 국화에서 발견된 것입니다. 꽃잎 사이에 이런 환약들이 숨겨져 있었습니다.”강규빈의 눈빛이 냉정하게 가라앉자 노 내관은 그 약을 황급히 영 태의에게 넘겨주었다. 영 태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것을 조심스레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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