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어둠 속에서 강규빈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촛불이 희미하게 깜박이는 가운데 한 사람의 그림자가 침전으로 바삐 들어섰고 이내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강규빈은 검은 비단 옷만 걸쳤던 터라 헐거운 옷깃 너머로 선명한 근육선이 드러나 있었다. 짙은 어둠 속 그의 눈빛은 여전히 차가웠다.“다 조사했느냐?”“예, 전하. 그날 당직이던 자는 장악궁의 문을 지키던 금군으로 누군가가 그에게 은전 한 줌을 찔러 넣으며 말했다고 합니다. 새로 총애 받는 운 귀인을 보고 싶다 하며 차라도 한잔할 수 있게 해달라 청했다더군요. 그 자는 금전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문을 열어줬다고 합니다.”그 말에 강규빈은 눈을 가늘게 떴다.“게다가 그날 사용된 약은…”하인이 잠시 머뭇거리자 전하는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말하거라.”“연희궁에서 온 것입니다. 조제법은 간단하오나 사용된 약재들이 태의원에서 보관하던 것과 유사하였고 그중 일부는 연희궁에서 은밀히 받아 간 것으로 밝혀졌습니다.”강규빈의 시선이 어둠 속에서 날카롭게 번뜩였다.“역시...”강규빈의 눈빛이 서늘해졌다.“그리고… 사건이 일어나기 전 연 답응이 연희궁을 찾았다는 사실도 확인되었습니다.”“연 답응?”강규빈은 생소한 이름에 미간을 좁혔다.“온 대감 댁의 서녀이옵니다. 운 귀인의 이복 여동생이지요.”그제야 강규빈은 기억을 더듬으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그래. 온 대감은 한꺼번에 두 딸을 들여보냈지.”그는 이마를 짚으며 입을 열었다.“이 일은 묻어 두거라. 절대 바깥에 새어나가서는 안 된다.”“명 받들겠습니다.”동이 트기 전, 강규빈은 다시 사람을 불렀다.“노 내관.”잠시 후 문이 열리더니 노 내관이 황급히 뛰어들어왔다.“부르셨습니까?”“지금 몇 시인가?”강규빈은 손으로 관자놀이를 누르며 물었다. “곧 정시가 되오니 조회까지는 아직 두 시진이 남았습니다.”강규빈은 피곤한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노 내관.”“예, 전하!”“예전에 내가 차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