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기적을 일으키는 남자: Bab 781 - Bab 790

891 Bab

제781화

“법이요?”윤태호는 비웃으며 말을 이어갔다.“법은 서민들만 묶어둘 뿐이에요. 잘못한 고위층들은 다 멀쩡히 활개 치는데 그런 사람들부터 잡으러 가보시죠.”전예서는 말문이 막혔다.“됐어요, 전 팀장님. 그만 철수하세요. 진료를 방해하지 마시고요.”윤태호가 내쫓듯 말하자 전예서는 분을 삭이지 못한 채 윤태호를 노려보다가 부하들에게 불만스럽게 소리쳤다.“돌아가자!”“팀장님, 수배범 안 잡는 겁니까?”한 경찰이 묻자 전예서는 낮은 소리로 대답했다.“철수한다! 이건 국장님의 명령이다!”그 말에 그 경찰은 입을 다물었고 다른 이들도 총을 거둔 채 돌아설 준비를 했다.그때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전예서가 갑자기 윤태호를 향해 발차기를 날렸다.윤태호는 가볍게 피하며 전예서의 다리를 잡아 약간 밀어냈다.“전 팀장님, 이게 무슨 짓이죠?”“별 뜻 없어요. 그냥 윤 선생님을 때리고 싶을 뿐이에요.”전예서가 성난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다시 돌진해 왔다.윤태호는 여자와 싸우고 싶지 않아 민첩하게 피했다.전예서는 몇 차례 공격을 이어갔지만 윤태호의 옷자락 하나 건드리지 못하자 점점 초조해졌다.“윤 선생님, 그만 도망치시죠! 그렇게 잘 싸운다면서요? 반격해 봐요. 저는 전혀 두렵지 않거든요!”“전 팀장님, 싸움에도 이유는 있어야죠.”전예서는 대뜸 말했다.“윤 선생님이 마음에 안 들어서요.”그 말에 윤태호는 웃음기를 거두며 차갑게 말했다.“전 팀장님, 저를 화나게 해서 팀장님한테 좋은 건 없어요.”“흥, 그냥 죽어버려요!”전예서가 경쾌한 회전 차기로 윤태호의 목을 노렸다.“조심해요.”소천수가 바닥에서 벌떡 일어나 그 일격을 막으려고 일어나자 윤태호는 번개처럼 뛰어나갔다.순식간에 윤태호는 전예서의 발차기를 피했을 뿐 아니라 그녀의 다리까지 잡아버렸다.“전 팀장님, 그만 억지 부리고 여기서 끝내시죠!”“꿈도 꾸지 마요.”전예서는 단호하게 거절하고는 손바닥을 휘둘러 윤태호의 얼굴을 치려 했다.윤태호는 재빠르게 머리를 비틀어 전예서의 손을 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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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2화

순간 공기가 싸늘해지면서 방 안은 정적에 잠겼다.모든 시선이 윤태호와 전예서에게 쏠렸다.민감한 부위를 맞은 탓인지 전예서는 곧바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그 느낌이 묘해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어쩐지 부끄러워지기까지 했다.주변 사람들이 모두 전예서를 쳐다보자 얼굴은 더 빨개졌고 동시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이 많은 사람 앞에서 이 개같은 놈이 감히 자신에게 이런 짓을 하다니.당장이라도 윤태호를 죽여버리고 싶었다!“윤 선생님, 오늘 저랑 한 판 붙으시죠!”전예서가 소리치며 다시 한번 윤태호의 팔을 물어 버렸다.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계속해서 대여섯 번을 물자 윤태호는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다가 끝내 소리를 질렀다.“악... 혹시 개띠예요? 아우, 아파 죽겠네.”“개는 당신이겠죠. 물어서 죽여버릴 거예요!”전예서가 계속 물어대자 상황이 더 과열됐다.“놔요.”“싫어요.”“안 놓으면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그래요, 한번 해 봐요. 제가 무서워할 줄 알아요?”구경하던 사람들은 어이없었다. 이게 도대체 싸움인지 부부 싸움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였다.“짝!”윤태호는 손바닥으로 전예서의 엉덩이를 한 대 때렸다.“놔요.”전예서는 끝까지 물고 버텨놓고 절대 놓지 않았다.윤태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연속으로 몇 대를 더 때렸다.엉덩이를 때리는 소리가 이어지자 전예서는 마침내 입을 뗐고 눈가에 눈물이 맺힌 채 울음을 터뜨렸다.“왜 울어요? 제가...”“당신이 저를 괴롭혔잖아요.”전예서는 윤태호를 노려보다가 얼굴을 감싸고는 밖으로 뛰쳐나갔으며 그 모습은 마치 억울한 일을 당한 새색시 같았다.“그게 내 탓이야? 당신이 먼저 시작한 거잖아.”윤태호가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리자 주변 경찰관들은 하나둘 속으로 감탄했다.‘대단하네, 저 기센 여자를 다 제압하다니.’“팀장도 떠났는데 당신들은 왜 안 가는 거죠?윤태호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윤 선생님, 시간 되시면 우리 서에 한 번 오세요. 전 팀장님이 성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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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3화

윤태호가 나서 도운 이유는 소이안의 한마디가 옛 기억을 끄집어냈고 그 말이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 남매에게 동정심이 생긴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결과가 이렇게까지 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소천수가 계속해서 말했다.“윤 선생님, 저는 배운 것도 별로 없는 거친 사람이고 말도 잘 못해요. 어쨌든 오늘 선생님이 저를 살려주셨으니 이제부터 제 목숨은 선생님 거예요. 선생님이 시키는 일이면 뭐든 다 할 테니까 심부름이든, 허드렛일이든 맡겨만 주세요.”윤태호는 소천수를 한참 바라보다가 흔들림 없는 눈빛을 보고 진심이라는 걸 느꼈다.“천수 씨, 솔직히 말해 저는 신분이 단지 한 명의 의사만은 아니에요. 난 종종 위험에 처하곤 하는데 그래도 저와 함께할 건가요?”“그럼요.”소천수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무슨 위험이 닥치든 저는 선생님과 함께할 거예요. 누가 선생님을 칼로 찌르면 제가 대신 막고 총으로 쏘면 제가 대신 맞을게요. 제가 쓰러지지 않는 한 아무도 선생님을 해치지 못하게 할게요.”소천수의 무게감 있는 맹세에 윤태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다면 좋아요. 앞으로 제 곁에 있어요.”그러고는 직접 소이안을 일으켜 의자에 앉혔다.“이안 씨, 이제 눈은 어떻게 된 건지 말해봐요.”소이안이 입을 떼기도 전에 소천수가 성급히 말을 이었다.“다 그 자식들 탓이에요. 그 자식들은 강제 철거 때문에 할아버지와 부모님을 죽였어요.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던 현장에 얼굴을 가린 놈이 있었는데 그놈이 할아버지를 죽이고 나서 가면을 벗는 바람에 누나가 그놈 얼굴을 봤거든요. 바로 그놈이 누나의 눈을 멀게 한 거예요.”소천수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그때 가담한 놈이 총 서른일곱 명이었는데 제가 이미 지금까지 서른여섯 명을 처리했고요. 이제 단 한 놈만 남았어요. 그놈을 찾으면 반드시 잡아서 죽일 거예요.”윤태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소이안처럼 아름다운 여자의 눈을 멀게 한 놈이 있다는 사실이 그를 분노하게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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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4화

소천수는 깜짝 놀라 얼굴빛이 확 변했다. 누나의 눈 상태가 이토록 심각해서 목숨까지 위협받을 줄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다.옆에서 듣고 있던 차송주와 다른 사람들도 분노를 참지 못하고 욕설을 퍼부었다.“그 어린 소녀에게 그런 잔인한 짓을 했다니. 이건 완전히 미친 짓이잖아요!”오영준도 화를 참지 못하고 외치자 차송주도 분개하며 말했다.“그 자식이 내 앞에 나타나면 반드시 죽여 버릴 거예요.”“그놈이 정말 네 앞에 나타난다면 손가락 하나로 널 죽일걸.”윤태호가 냉정하게 말했다.“그렇게까지 실력이 있단 말인가요?”차송주가 놀라 묻자 윤태호는 설명했다.“그놈은 혈을 봉인하는 기술을 쓸 줄 알아. 내공이 어마어마하다는 뜻이겠지. 적어도 네 목숨을 끊는 건 개미 한 마리 죽이는 것보다 쉬울 거야.”“과장님, 그렇게 사람 기를 죽이면 어떡해요?”차송주는 푸념처럼 말했지만 표정은 심각했다.“나는 사실만 말하는 거야.”윤태호가 담담히 말하자 소천수는 더 긴장된 표정으로 물었다.“윤 선생님, 그럼 저희 누나의 눈은... 치료가 가능한가요?”소천수의 눈빛은 불안으로 가득했다.윤태호는 소천수를 한번 힐끗 보고는 다시 소이안을 유심히 관찰했다.앞서 상황의 심각함을 알린 뒤였음에도 의외로 소이안의 얼굴은 놀랍도록 평온했다. 감정의 흔들림이라고는 거의 보이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침착해 보였다.“무섭지 않아요?”윤태호가 낮은 소리로 묻자 소이안은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전혀요.”“왜죠?윤태호가 의아한 얼굴로 물어보자 소이안은 덤덤하게 답했다.“제 동생이 이제 더 이상 도망 다니지 않아도 되니까요. 천수는 앞으로 윤 선생님과 함께할 거고 천수가 잘 지낸다면 저도 더 바랄 게 없어요. 설령 제가 죽는다 해도 후회는 없어요.”“누나...”소천수가 눈시울을 붉히자 윤태호도 가슴이 아팠다. 겉보기엔 연약해 보이는 여자가 이렇게 강한 내면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예기치 않게 감동을 주었다.“천수 씨, 참 부럽네요. 저도 저런 누나 한 명쯤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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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5화

“윤 선생님, 저는 괜찮으니까 시작하세요.”소이안이 담담하게 말했다.“좋아요.”윤태호는 곧바로 두 손을 쥐고 내공을 끌어 올리고는 그 힘을 두 검지 끝으로 모았다.잠시 후 윤태호는 손가락 두 개를 소이안의 관자놀이에 댔다.소이안의 눈 주변에는 막힌 혈이 한두 곳이 아니라 여러 군데였다. 만약 하나씩 뚫는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이고 그녀가 견뎌야 할 고통도 더 클 것이다.그래서 윤태호는 관자놀이를 중심으로 공력을 불어 넣기로 했다.머리는 육양의 으뜸이며 관자놀이는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혈 자리다.윤태호의 목적은 관자놀이를 통해 내공을 주입하여 주변의 막힌 혈을 한 번에 열어주는 것이다.그렇게 하면 속도도 빠르고 소이안이 겪을 고통도 훨씬 줄일 수 있었다.소이안은 어릴 적부터 부모를 잃고 눈까지 멀었으며 남동생과 함께 3년 동안 도망 다녀야 했다.윤태호는 소이안이 더 이상 고통받지 않기를 바랐다.“조금 아플 거예요. 2분만 참으세요.”윤태호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소이안도 조용히 대답했다.“네.”이내 윤태호는 내공을 관자놀이로 주입하기 시작했다. 의외로 소이안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고 얼굴에 여전히 평온한 미소만 유지하고 있었다.“아픈가요?”“조금요.”“못 참겠으면 소리 질러도 돼요.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 같은 편이니까요.”소이안은 살짝 미소 지었다.“이 정도 고통쯤은 제 인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에요.”그 말을 들은 소천수는 눈물이 고여 고개를 홱 돌렸으며 윤태호도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이안 씨는 정말 강하네요. 제가 본 사람들 중에서 이안 씨는 두 번째로 강인한 사람이에요.”“그럼 1등은 누군데요?”소이안은 미소를 띠며 물었다.“저희 어머니요.”윤태호의 대답에 소이안은 부드럽게 웃었다.“말씀만 들어도 윤 선생님의 어머님이 얼마나 위대한 분인지 알겠네요.”윤태호는 고개를 끄덕였다.“세상의 모든 어머니가 다 위대하겠지만 저희 어머니는 제 마음속에서 특별히 위대한 분이세요. 기회가 되면... 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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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6화

윤태호가 미간을 찌푸리자 옆에서 지켜보던 차송주가 물었다.“윤 선생님,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이안 씨의 눈은 손상이 너무 심해.”윤태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금침으로 경혈을 자극했지만 효과가 거의 없어.”소천수는 얼굴빛이 순식간에 변했다.“윤 선생님, 그럼 저희 누나의 눈은...”“걱정 말아요.”윤태호가 진정시키듯 말했다.“당장은 회복이 어렵겠지만 반년 정도 시술받으면 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거예요.”윤태호는 속으로 계산해 보았다.구전신용결이 3단 경지에 오르면 내력이 한층 높아질 것이다. 그때가 되면 지금보다 훨씬 강력하고 정묘한 침술을 사용할 수 있다.부적 치료를 병행한다면 소이안의 시력을 회복시키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반년이나 더 기다려야 하나요?”소천수가 실망스레 중얼거리자 차송주가 옆에서 끼어들었다.“그렇게라도 가능하다는 게 얼마나 다행이에요? 실명한 환자 중엔 평생 빛을 못 보는 사람도 많아요. 당신 누나는 정말 운이 좋은 거예요. 이렇게 윤 선생님을 만났으니까요.”“맞아요, 전 이미 충분히 운이 좋아요.”소이안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눈이 멀고 나서 벌써 3년이 지났는데 반년쯤 더 기다리는 건 아무것도 아니죠.”소이안은 고개를 숙이며 진심을 담아 말했다.“윤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별말씀을요.”윤태호는 담담히 말했다.“의사가 병을 고치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근데 이안 씨 눈을 멀게 한 그놈은... 정말 잔인한 놈이에요. 그놈을 만나기만 하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윤태호는 계속하여 물었다.“참, 그놈의 얼굴을 본 적 있다고 했죠? 어떤 놈이었어요?”“제가 부하들이 꽤 많은데 그놈의 인상착의라도 알면 바로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소이안이 대답하기도 전에 소천수가 대신 나섰다.“그자는 늙은이였어요. 예순은 훌쩍 넘어 보였고 키도 작고 몸이 아주 말랐어요. 눈가에 커다란 검은 점이 있고... 오른팔이 잘려서 팔이 하나밖에 없었어요.”윤태호는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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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7화

“그리고 손 선생도 불러서 같이 돕게 하면 돼.”말을 마친 윤태호는 바로 손영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이 귀찮지만 공짜로 부려 먹을 수 있는 제자는 쓸 수 있을 때 써야 했다.“통통아, 구내식당에 전화해서 점심 삼 인분을 내 방으로 보내달라고 해.”윤태호는 모든 지시를 마치고 나서 소이안과 소천수 남매를 데리고 사무실로 돌아갔다.윤태호는 문을 들어서자마자 물었다.“천수 씨, 지금 어디서 지내고 있나요?”“아직 지낼 곳을 못 구했어요.”소천수가 솔직히 말하자 소이안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천수가 수배 중이어서 밖에서는 묵을 수 없었어요. 가진 돈도 별로 없어서 어젯밤엔 육교 아래에서 지냈고요.”윤태호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그럼 이렇게 해요. 오늘 일이 좀 마무리되면 제가 묵을 곳을 마련해 줄 테니까 낮에는 여기서 저를 도와요. 천수 씨, 제가 진료를 시작하면 환자가 많을 테니 질서 유지만 부탁할게요.”“네, 알겠어요.”소천수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하자 윤태호는 다시 소이안을 보며 말했다.“이안 씨, 오후엔 좀 바쁠 것 같네요. 대화할 시간도 없을 테니까 심심하면 오디오북이라도 들을래요?”소이안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윤태호는 휴대폰을 꺼내 칠묘 무료 소설 앱을 열고 요즘 즐겨 듣는 를 찾아 재생시켰다.“이 작품이 꽤 재밌어서 요즘 계속 보는 중이거든요. 게다가 작가 횡설호설이 엄청 잘생겼다고 들었는데 듣다 보면 팬이 될지도 몰라요.”윤태호는 장난스럽게 말했다.소이안은 가볍게 웃으며 소설 내용에 귀 기울였고 곧 이야기 속으로 완전히 빠져들었다.윤태호는 다시 진료를 시작했고 연이어 십여 명의 환자를 본 뒤에서야 구내식당에서 점심이 도착했다.“윤 선생님, 잠깐 쉬시고 식사 좀 하세요.”소천수가 말했다.“괜찮아요. 난 배가 안 고프니까 둘이 먼저 먹어요.”말은 그렇게 했지만 배에서는 이미 꼬르륵 소리가 나고 있었다.하지만 문 밖엔 여전히 긴 줄이 늘어서 있었고 멀리서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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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8화

그러나 백아윤에게 건 전화는 끝내 아무도 받지 않았다.연달아 세 번이나 전화를 걸었지만 받는 사람이 없자 윤태호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백아윤이 전화를 받지 않는 건 좋은 신호가 아니었다.“백 장군님 몸 상태가 어떠실지... 버티실 수 있으려나.”윤태호는 휴대폰을 내려놓으며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막 차에서 내리려는데 전화벨이 울렸다.백아윤이 다시 전화한 줄 알고 급히 화면을 확인했으나 문서아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서아 씨!”“뭐 하고 있어요?”문서아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나른했다.“방금 퇴근했어요.”“오늘 밤에 올래요? 하은이는 벌써 자고 나도 방금 샤워 마쳤어요.”‘무슨 뜻이지? 집에 오라는 건가?’윤태호는 쓴웃음을 지었다.솔직히 가고는 싶었지만 어젯밤부터 오늘 아침까지 백아윤에게 휘둘린 데다 하루 종일 병원에서 진료를 보느라 아직 허리와 어깨가 욱신거렸다.“미안해요. 오늘은 좀 힘들 것 같아요.”“또 여자랑 같이 있는 거죠?”문서아의 약간 질투가 섞인 말투에 윤태호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진짜 아니에요. 오늘 환자만 백 명 넘게 봤거든요. 아직 점심도 못 먹어서 지금 친구들이랑 밥 먹으러 가는 중이에요.”“그랬어요?”문서아의 목소리가 부드러워졌다.“밥은 꼭 챙겨 먹어야 해요. 아무리 바빠도 그건 지켜야 한다고요. 알았죠?”“네, 앞으로는 제때 먹을게요.”“그래요, 얼른 가서 밥 먹고 시간 나면 나중에 연락 줘요.”“네, 서아 씨도 푹 쉬어요.”전화를 끊은 윤태호는 빠른 걸음으로 식당 안으로 들어서다가 문을 열고는 눈이 커졌다.소천수 앞에는 큼지막한 대야에 찐빵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는데 적어도 열 개는 족히 되어 보였다.소천수는 한 손에 빵을, 다른 한 손에는 소고깃국을 들고 허겁지겁 먹고 있었다.윤태호가 들어서자 소천수는 급히 일어났다.“윤 선생님...”“앉아서 계속 먹어요.”윤태호는 손짓으로 앉으라고 하며 맞은편의 소이안을 바라봤다.소이안은 두 손으로 고기 버거를 조심스레 들고 천천히 씹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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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9화

꽤 괜찮은 생각인 것 같다.윤태호는 한참 머리를 굴리더니 문득 고개를 돌려 물었다.“천수 씨는 꿈이 뭐예요?”“꿈이요?”소천수는 잠깐 멍하니 있다가 말했다.“저는... 딱히 그런 거 없어요.”“그럴 리가 있나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음속에 꿈 하나쯤은 있잖아요.”윤태호가 웃으며 말했다.“저를 예로 들자면 언젠가 위대한 의사가 되는 게 꿈이거든요.”“아... 그런 뜻이었군요.”소천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럼 전... 소설을 작가가 되고 싶어요.”“네?”윤태호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지금 뭐라고 했어요?”“작가요. 소설 쓰는 사람.”소천수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저는 인터넷 소설을 제일 좋아하는데 작가분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언젠가 그분들처럼 되고 싶어요.”‘그 사람들처럼 배곯고 싶단 말인가?’윤태호는 속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소설을 써본 적은 없지만 친구인 횡설호설에게서 들은 적이 있었다.소설을 쓴다는 건 하늘을 거스르는 길을 걷는 것과 같아서 밥벌이도 어렵다고 했다.소설가 열 명 중 아홉은 굶어 죽고 나머지 한 명은 아직 굶는 중이랬다.게다가 소천수는 학교도 거의 안 다녔기에 그 실력으로 소설을 쓴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이러다가 밥도 못 먹고 쓰러지면 또 윤태호가 다 떠안아야 할 판이다.이런 터무니 없는 꿈은 지금 바로 접게 해야 한다.“천수 씨, 소설을 쓰려면 뭐가 필요한지 알아요?”윤태호의 질문에 소천수는 고개를 저었다.“첫째로는 책을 많이 읽고 문화적 깊이가 있어야 해요. 그리고 둘째로는 사회 경험이 풍부해야 하고요. 셋째로 이야기 짜는 감각이랑 글솜씨가 좋아야 해요.”윤태호는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며 설명했다.“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건 고독을 견딜 수 있어야 해요. 소설가들은 매일 집에 틀어박혀서 일 년을 하루 같이 글만 써야 하거든요. 특히 인터넷 소설은 매일 연재해야 해서 하루라도 쉬면 독자들이 바로 욕해요. 이제 다시 물어볼게요. 이런 일을 천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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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0화

윤태호는 할 말을 잃었다.소천수가 겉보기엔 순박한 줄 알았는데 입을 열면 나오는 건 허세뿐이라니.그까짓 맹호 랭킹 따위엔 관심 없다.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무도 천재다.십 년만 주면 챔피언 소진구를 짓밟을 수 있다.‘설마 허세 안 부리면 괴로운 스타일인가?’윤태호가 말문이 막혀서 침묵하고 있는데 옆에서 한용석이 살짝 눈썹을 치켜세우며 윤태호를 쳐다봤다.그건 소천수가 정말 제정신인가고 물어보는 눈빛이었다.먹는 것도 남들보다 서너 배 많은 데다가 입도 거침없다.그 정도로 대단하면 왜 지금 이 처지가 된 건지.그런데 뜻밖에도 조용히 있던 소이안이 입을 열었다.“할아버지께서 생전에 그렇게 말씀하신 적 있으세요.”“네?”윤태호는 눈을 크게 떴다.설마 소천수가 정말 무공 천재인 걸까?“푸하하.”한용석이 웃음을 터뜨렸다.“예전에 누가 저한테 사천 년 만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미남이라고 한 적도 있는걸요.”“누가 그런 말을 해? 그 사람 눈이 멀었나 보네.”윤태호의 한 마디에 한용석은 순간 크게 한 대 맞은 듯 표정이 굳었다.윤태호는 못 본 척하며 덧붙였다.“사실 너 좀 잘생기긴 했어. 얼굴에 파우더 조금만 얹으면 TV에 나오는 아이돌이랑 붙어도 될 정도야. 운 좋으면 감독 눈에 띄어서 드라마 캐스팅될 수도 있겠네. 아니면 사랑 영화 배우는 어때? 너 몸매 좋잖아.”“......”한용석이 대답 대신 한숨만 내쉬는데 소천수가 순진한 얼굴로 물었다.“윤 선생님, 사랑 영화가 뭐예요? 먹는 거예요?”윤태호는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먹는 게 아니에요. 사랑 영화는 남자들의 성 입문 영화라고도 불리죠.”“아, 그래요? 그럼 나중에 그런 영화를 찾아봐야겠네요.”윤태호는 속으로 또 한 명의 순수한 영혼을 망쳤구나 싶었다.식사가 끝나자 한용석이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차는 도심 외곽의 고급 주택가로 향했고 세 사람은 곧 3층짜리 유럽풍 단독주택 앞에 도착했다.“형님, 말씀하신 대로 집을 통째로 빌렸어요.”한용석이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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