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91 - Chapitre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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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화

황제는 바로 승낙하지는 않았다.그도 여러 가지 일을 고민하고 있었다.추소하는 비록 추월녀에게서 그런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지만 지금 추월녀가 한 말을 통해 그녀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추소하는 서둘러 앞으로 나서더니 추월녀의 곁에 무릎을 꿇고 앉아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폐하, 추씨 가문의 가병을 이끌고 남하하여 동릉의 국토를 지킬 수 있게 허락해 주시옵소서!”“그건...”황제는 눈빛이 어두워진 채 사색에 잠겼다.이때 서비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그곳은 이곳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단다. 그곳으로 떠난다면 언제 돌아올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어. 월녀도 이제는 혼기가 찼는데 월녀가 혼례를 마친 뒤 떠나는 것은 어떻겠느냐? 월녀를 돌봐줄 사람이 생긴 뒤 출발한다면 추 장군도 걱정이 덜 될 듯한데.”서비는 황제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폐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옵니까?”황제는 잠깐 고민하다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서비가 뭐라고 말하려는데 황후가 옆에서 입을 열었다.“옳은 말이오. 국공부는 충신들로 이루어진 가문으로 이제 젊은 세대는 추 장군과 월녀 둘만 남았지. 나 또한 월녀와 추 장군을 어릴 적부터 보아왔기에 추 장군이 남쪽으로 떠난다고 생각하면 아쉬울 따름이오. 둘 다 아직 가정을 이루지 못했으니 말이오.”“황후 마마...”“서비, 진왕이 좋은 인연을 찾았으니 나 또한 기쁘오. 월녀와 진왕은 어렸을 때부터 친한 사이였지. 진왕도 자신의 행복을 찾았으니 월녀 또한 본인만의 행복을 찾아야 하지 않겠소?”“봉진이는 아직 혼인하지 않았사옵니다. 그러니 그런 말씀은 삼가주시지요.”서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황후는 유봉진이 추월녀와 혼인할 자격이 없다는 걸 계속 암시하고 있었다.황후는 일부러 놀란 척하며 말했다.“어머, 얼마 전 들은 얘기로는 진왕의 저택에 이미 다른 여인이 지내고 있다고 하던데...”“근거 없는 소문일 뿐이옵다. 황후 마마께서는 궁에서 오랫동안 지내셨으니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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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화

추월녀는 당연히 싫었다.그녀는 본인이 어떻게 감히 황자와 혼인하겠냐고 하면서 에둘러 거절했고, 선우혁은 추월녀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하면서 조금 더 고민해 봐 달라고 했다. 선우혁은 추월녀의 체면을 세워주었다.그러나 솔직히 말해 추월녀가 선우혁을 거절한다는 것은 얼토당토않은 일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혼인할지 말지는 황제의 말 한마디에 달려 있었다.게다가 일반적으로 두 나라 간의 정략혼인은 공주와 황자가 혼인하는 형태인데, 동주의 황자 선우혁이 한낱 국공부의 적녀인 추월녀를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아주 큰 행운이었다.그런데 추월녀가 선우혁을 거절하였고 다들 추월녀가 대체 무슨 생각이냐고, 자기 주제를 모른다고 그녀를 나무랐다.무술대회가 끝난 뒤 추일과 자운선은 앞에 앉아 마차를 몰고 국공부로 돌아갔다. 마차 안쪽은 분위기가 매우 가라앉아 있었다.“월녀야, 혹시 셋째 황자님과... 알고 지내던 사이인 것이냐?”추소하가 조심스레 물었고 추월녀는 고개를 저었다.“만난 적은 있습니다만 황자님은 저를 연모하지 않습니다. 오늘은 완전히 뜻밖의 일이었습니다.”“뜻밖이라고?”그러나 두 나라간의 정략혼인은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었기에 단순히 뜻밖이라는 단어로 설명하기는 어려웠다.설마 추월녀가 본인을 이겼다는 사실에 불쾌해져서 그런 일을 벌인 것일까?“그렇지만 동주의 셋째 황자님은 그렇게 충동적으로 행동할 분 같지 않았습니다.”추월녀는 추소하의 속내를 바로 꿰뚫어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사실 그녀도 선우혁이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렇긴 하지. 그는 동주의 황자로서 동주의 체면을 대표하니 말이다. 또 한 번 내뱉은 말은 다시 담을 수 없는 법이지. 월녀야, 만약 폐하께서 승낙하신다면 너는 그와 혼인하여 동주로 가야 한다.”아주 심각한 문제였다.추소하는 본인만의 생각이 있었다.“오늘 셋째 황자님의 실력을 보았는데 아주 떳떳한 사람인 듯하더구나. 인품이 나쁘지 않을 것 같아.”한 사람의 무공을 통해 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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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화

유봉진도 본인의 마음을 알지 못했다.그는 한참 뒤에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저는 월녀와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랐사옵니다. 저는... 월녀를 제 친누이처럼 생각하옵니다.”선우원영을 만나기 전까지 그는 자신이 추월녀를 사랑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그러나 선우원영을 만난 뒤에는 모든 것이 새롭고 흥미롭게 느껴졌다.그런 기분은 지난 20여 년간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것이었다.비록 추월녀처럼 빼어난 미모를 지닌 사람은 천 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할 정도로 보기 드물었지만 선우원영처럼 재밌는 사람도 세상에 단 한 명뿐이었다.서비는 차갑게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정말로 월녀를 단순히 친누이처럼 생각한다면 무엇 때문에 오늘 월녀의 일로 영향을 받아 일을 그르친 것이냐?”“그것은 소자의 실력이 부족하여...”“헛소리하지 말거라! 너와 동주의 셋째 황자는 승부를 가르기 어려울 정도로 막상막하였다. 월녀가 그런 짓을 벌이지만 않았어도 너는 지지 않았을 것이다.”그 말을 들은 유봉진은 매우 놀랐다.“어마마마, 그 말씀은 월녀가... 일부러 그랬다는 말씀이옵니까?”“당연하지!”유봉진은 장수였고 추월녀는 그의 곁에서 참모 노릇을 했다. 추월녀가 곁에 있을 때 유봉진은 적을 죽이는 데만 신경을 쓰면 되었고 다른 건 추월녀가 모두 해결해 주었다.그러나 지금 서비는 그동안 추월녀가 유봉진을 도와 했던 일들이 정말로 유봉진을 위해서였는지, 아니면 그를 해치기 위함이었는지 의심이 들었다.유봉진이 이토록 올곧고 솔직한 성격이 된 건 어쩌면 추월녀의 탓일지도 몰랐다.“월녀는 너를 너무 잘 알고 있다. 진아, 월녀는 널 무너뜨리는 방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생각해 보거라. 조금 전 너는 동주의 셋째 황자와 막상막하로 싸우고 있었다. 그런데 월녀는 다른 때도 아니고 하필 그때 무왕에게 감사 인사를 하러 갔지.”서비는 자신이 가장 아끼는 아들을 바라보며 실망과 안타까움이 섞인 표정을 지어 보였다.“그때 다들 너와 셋째 황자가 싸우는 걸 긴장된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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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화

선우원영이 남긴 서신의 내용은 아주 짤막했다.선우원영은 자신이 원하는 건 재물이나 권력, 명성이나 지위가 아니라 그의 진심이라고 했다.그러나 오늘 그녀는 그의 진심을 보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의 마음속에 다른 여인이 있는 모습까지 보았다.평생 한 사람만 바라볼 수 없다면 그런 사랑은 필요 없었다.그래서 그녀는 떠나겠다고 했다.유봉진은 매우 후회되어 직접 말을 타고 선우원영을 찾으러 갔다.늦은 시간이라 선우원영은 성 밖으로 나가지 못했을 것이다.유봉진이 그녀를 찾았을 때, 선우원영은 말을 끌고 성문 근처를 배회하고 있었다. 날이 밝은 뒤 떠날 생각인 듯했다.“정말 다행이다. 아직 여기 있었구나!”유봉진은 말에서 훌쩍 뛰어내리더니 힘주어 그녀를 안았다.선우원영은 오늘 밤 저항하지 않고 가만히 그에게 안겨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눈동자에서는 일말의 애정도 느껴지지 않았다.유봉진은 이내 그녀의 이상함을 눈치채고 서둘러 그녀를 놓아준 뒤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파문 하나 일지 않는 평온한 눈빛을 마주 보았다.“원영아, 아직도 화가 나 있는 것이냐?”“화가 나는 게 당연하지 않겠느냐?”선우원영은 차갑게 웃으면서 그를 힘껏 밀어냈다.유봉진은 잠깐 방심한 탓에 그녀에게 밀려났고 그가 다시 선우원영을 안으려고 할 때 선우원영은 이미 뒤로 물러나 그에게서 멀어졌다.“원영아, 내가 다 설명할 테니...”“무슨 설명 말이냐? 사람들 앞에서 내게 썩 꺼지라고 하지 않았느냐? 유봉진, 내가 눈앞에서 사라지는 건 네가 원하던 일이 아니더냐?”“그런 의미가 아니었다. 다만 그때... 진심으로 매우 화가 난 상태였을 뿐이다.”“그러면 내가 왜 이런 소동을 벌였는지 알고 있느냐?”선우원영이 눈을 부릅뜨고 유봉진을 노려보았다.유봉진은 조금 당황스러웠다.“무엇 때문이냐?”선우원영은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그녀는 목이 메어 말했다.“나는 안심하지 못하겠다. 너는 내게 믿음을 주지 못했어. 네 마음속에 다른 여인이 있으니 말이다. 유봉진,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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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화

선우원영은 결국 설득당해 다시 돌아갔다.그러나 오늘 밤은 뭔가 평소와 달랐다.그녀는 유봉진에게 자신의 침실에 남아있으라고 했다.“봉진아, 난 오늘 밤 네 곁을 떠나고 싶지 않아.”그녀는 침실 문을 닫은 뒤 유봉진을 마주하며 옷을 하나하나 벗었다.유봉진은 잠깐 당황하더니 이내 얼굴을 붉혔다.“원영아, 우리... 약속하지 않았느냐? 혼인한 뒤에...”사실 굳이 마다할 필요는 없었다. 그는 진왕이고 수많은 황실, 귀족 출신의 사내들이 성인이 된 뒤 여인을 안기 때문이다.그러나 그는 추월녀와 오랫동안 알고 지냈고 추월녀를 위해 정조를 지키는데 습관이 되었다.추월녀는 비록 인품이 좋지 않고 매우 교활하지만 이런 방면으로는 굉장히 고상했다.그녀는 단 한 번도 유봉진이 자신을 건드리도록 허락한 적이 없었고 혼인하는 날까지 기다려 달라고 했었다.유봉진에게 정조를 지키려는 습관이 있는 건 추월녀 덕분이었다.물론 가끔 화가 나서 선우원영의 옷을 찢어버리며 그녀에게 겁을 주기도 했지만 정말로 그녀의 몸에 손을 댄 적은 없었다.유봉진은 심지어 모든 황실이나 귀족 출신의 사내들 중 오로지 자신만이 그럴 거라고 믿었다.그건 모두 추월녀 때문에 생긴 문제였다.“네가 오로지 나만 연모한다면, 평생 다른 여인에게 손을 대지 않겠다고 나와 약속한다면... 너에게 기꺼이 내어줄 수 있다.”선우원영은 그의 앞으로 걸어간 뒤 그의 손을 자신의 가슴팍으로 가져가려고 했다.유봉진은 이런 상황에 이성을 살짝 잃을 뻔했다.그러나 선우원영의 목 언저리에 손끝이 닿았을 때, 그녀가 자신의 손을 더 잡아당기기 전 그는 손을 거두어들였다.“원영아, 난 널 연모한다. 그래서 널 존중할 것이다.”혼인하기 전에 이런 짓을 하는 것은 선우원영에게 상처가 될 것이다.유봉진은 손을 거두어들인 뒤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말거라. 나는 모든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너와 혼인할 것이다. 난 꼭 너에게 명분을 줄 것이다.”유봉진은 그녀를 조금 더 위로해 준 뒤 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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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화

“진왕은 아직 네 성격을 좋아한다. 네게 다른 속내가 있다는 걸 절대 들키지 말거라. 지금 진왕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너의 순수함과 솔직함이다. 그러니 진왕 앞에서는 절대 순수하지 않은 모습을 보이면 아니 된다.”선우명월은 눈을 가늘게 뜨면서 차갑게 말했다.“추소하와 추월녀 남매는 우리 가문을 파탄 낸 자들이다. 우리는 반드시 그들에게 복수해야 한다.”그러나 그들에게는 아직 그럴 만한 능력이 없었고 복수하려면 반드시 유봉진의 힘을 빌려야 했다.“하지만 언니, 저는... 복수를 끝낸 뒤에도 봉진이와 계속 함께하고 싶습니다.”선우원영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유봉진을 진심으로 연모하게 된 것이냐?”선우명월은 미간을 찌푸렸고 선우원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푹 숙였다.“유봉진은 지금 널 좋아한다. 만약 네가 진왕의 왕비가 되어 우리 선우 가문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데 도움이 된다면 괜찮다. 그러나 아무런 명분도 얻지 못한 채 그의 곁에만 남는다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을 것이다.”“그러면 봉진이에게 저를 왕비로 만들라고 하겠습니다.”유봉진은 그녀를 매우 좋아했기에 그녀가 요구하면 틀림없이 승낙할 것이다.“멍청하긴!”선우명월은 차갑게 코웃음을 치면서 언짢은 기색을 드러냈다.“진왕이 너의 어떤 점을 좋아하는지 벌써 잊은 것이냐? 진왕은 네가 다른 여인들과 달리 명성이나 지위에 욕심이 없고 그의 진심만을 바라서 좋아하는 것이다.”“언니, 봉진이는 절대 그 이유만으로 절 좋아하는 게 아닙니다.”선우원영은 인정할 수 없었다.“언니, 언니는 제가 아니어서 봉진이가 저에게 얼마나 잘해주는지 몰라서 그럽니다. 제가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이라면 봉진이는 뭐든 줄 것입니다.”“됐다. 유봉진과 서비는 멍청하지 않다. 누가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그들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만약 유봉진이 정말로 혼인을 하게 된다면 왕비가 될 수 있는 자는 추월녀뿐이다.”“언니, 언니는 봉진이가 아닙니다. 봉진이를 대신하여 결정을 내릴 수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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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화

선우혁이 무엇 때문에 추월녀에게 혼인을 청했는지 그 이유는 그의 측근들도 알지 못했다.“셋째 오라버니, 월녀와 아는 사이였습니까?”선우유미가 매우 궁금한 얼굴로 묻자 선우혁은 고개를 저어 보였다.선우유미는 조급해졌다.“그런데 왜 월녀에게 혼인을 청한 것입니까? 월녀는 오라버니 때문에 매우 놀란 듯 보였습니다.”“월녀는 경국지색의 미인이다. 너는 동주에서 오랫동안 지냈지. 그동안 월녀보다 더 아름다운 여인을 본 적이 있느냐?”선우혁은 싱긋 웃었다.“사내라면 아름다운 여인을 좋아하는 것이 당연하지. 내가 월녀와 혼인하고 싶어 하는 것이 이상할 게 뭐가 있느냐?”“오라버니께서는 호색한이 아니지 않습니까? 오라버니께서 미인을 좋아했다면 그동안 사람들이 선물이라며 보내왔던 여인들을 전부 돌려보내지는 않았겠지요.”그 여인들 중에 아름다운 이들이 꽤 있었다. 게다가 모두 다양하게 아름다웠는데 선우혁은 그들에게 시선 한 번 준 적이 없었다.선우유미는 선우혁이 갑자기 추월녀에게 혼인을 청한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녀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 게 분명했다.“설마 월녀가 오라버니를 이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 복수하려는 것입니까?”선우유미는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그녀는 곧바로 화를 냈다.“오라버니, 월녀는 좋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월녀를 괴롭히려고 한다니요? 월녀가 편법을 조금 쓴 건 맞지만 다른 수작을 부리지는 않았습니다. 오라버니 실력이 월녀보다 못한 것인데... 아니, 제 말은 그 뜻이 아니라... 월녀가 비열한 수단을 쓴 것은 아니니 크게 잘못한 건 없다는 뜻입니다!”“네가 월녀와 그 정도로 친했느냐?”선우혁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내 기억이 맞다면 너는 월녀와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텐데 월녀가 좋은 사람이라고 어떻게 단정 짓는 것이냐? 사람을 그리 쉽게 믿다니, 그러다가 큰코다칠 수도 있다.”“월녀가 왜 저를 속이겠습니까? 월녀는 저와 친우가 되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제가 친우가 되자고 조르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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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화

무왕이 들고 있는 것은 바로 다름 아닌 시월도였다.그것은 북쪽 땅에서는 전설과도 같은 존재였다.소문에 따르면 시월도는 백 근이 넘고 몸통이 온통 까맣고 서늘한 빛을 내뿜는다고 한다.과거 전쟁터에서 정보를 알아내는 첩자가 벌벌 떨며 보고한 바에 따르면 무왕의 시월도는 한 번 휘두를 때마다 단번에 수십 명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고 한다.북쪽 땅에서 시월도는 수많은 적군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시월도를, 시월도를 들고 계십니다!”선우혁은 흥분으로 인해 눈을 빛냈다.“길우강, 내 무기를 가져오너라!”빌어먹을 무왕이 시월도를 들고 그를 찾아왔다.선우혁은 무왕이 언젠가 올 거라고 예상했으나 이렇게 살기등등하게 찾아올 줄은 몰랐다.선우혁은 매우 흥분되었다. 그는 아직 시월도의 진짜 위력을 본 적이 없었다.상황을 보아하니 무왕은 추월녀를 매우 소중히 여기는 듯했다.“길우강!”선우혁이 또 한 번 그를 불렀다.길우강은 얼굴이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다.“황자님, 아니, 아니 됩니다. 죽... 죽을지도 모릅니다!”“쓸모없는 것! 썩 꺼지거라!”선우혁은 직접 방으로 달려 들어가서 자신의 적성검을 들고 뛰쳐나왔다.나무 위에 서 있던 유상무는 싸늘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몸을 돌려 가볍게 궁 밖으로 날아갔다.“망할 놈, 오늘 바닥에 무릎 꿇고 내게 애원하게 해주마!”선우혁은 두 눈을 번뜩이며 펄쩍 뛰어오르더니 나뭇가지를 밟으며 유상무를 따라갔다.“오라버니!”“황자님!”남은 사람들은 간담이 서늘해졌다.“무왕 대군 나리께서 시월도를 들고 계셨어. 틀림없이 누군가 죽게 될 거야.”길우강은 곧바로 돌아가서 긴 창을 들고나왔다.“어서 황자님을 구하러 가자! 무왕 대군 나리께서 황자님을 죽일지도 몰라!”“상무 오라버니께서 무엇 때문에 셋째 오라버니를 죽인단 말입니까?”선우유미는 겁을 먹고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 그녀는 무기를 들고 싶었지만 상대가 유상무라 그럴 수가 없었다.그녀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유상무를 공격할 수 없었다.“공주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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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화

“아씨, 오늘 밤 궁에 조금 문제가 생겼습니다.”추일이 창밖에 서서 작은 목소리로 보고했다.“셋째 황자님께서 다치셔서 실려 갔다고 합니다.”“누가 셋째 황자님을 공격한 것이냐?”추월녀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선우혁은 동경궁에서 지내고 있는데 비록 궁의 외곽 쪽이라고는 하나 여전히 궁이었다.궁에서 머물던 손님이 공격을 당했으니 동릉은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아직 어떻게 된 일인지 밝혀지지는 않았습니다. 궁 밖에서 실려 들어왔다고 합니다. 그 전에 길우강 등 사람들이 셋째 황자님을 따라 출궁했었는데 그들이 떠나고 반 시진 뒤 셋째 황자님께서 돌아왔다고 합니다.”“폐하께서 사람을 시켜 조사하였느냐?”“아니요.”추일은 고개를 저었고 추월녀는 미간을 찌푸렸다.조사하지 않았다고?이렇게 큰 일을 조사하지 않는다니.“셋째 황자님께서 책임을 물을 생각이 없는 듯했습니다. 셋째 황자님께서... 자기가 실수로 발을 헛디뎌 다친 것이니 폐하께 소문이 나지 않게 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직 많지 않습니다. 저 또한 평소 저와 가까이 지내던 호위무사가 마침 셋째 황자님이 실려 가는 것을 우연히 보게 되어서 알게 된 것입니다. 그 호위무사가 아니었다면 저도 이 사실을 몰랐을 것입니다.”궁의 호위무사들은 누군가의 사람이라고 확정 지어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다들 내부에 친한 사람을 몇 명씩 두고 있었다. 그래야 궁 안에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빠르게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황제가 있는 곳에서 감히 대놓고 수소문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기에 다들 가끔 우연히 소문을 알아낼 뿐이었다.오늘 밤 보초를 서던 사람들 중 추일과 가까이 지내던 사람이 있었던 것도 우연이었다.“얘기를 들어 보니 셋째 황자님께서 실려 오실 때 온몸이 피투성이였다고 합니다. 아주 심하게 다친 듯했습니다.”추월녀뿐만 아니라 추일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대체 얼마나 간덩이가 부었길래 감히 황제가 있는 곳에서 셋째 황자를 공격한단 말인가?동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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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화

추월녀가 유상무의 앞에 나타난 것은 그로부터 시간이 조금 흐른 뒤였다.유상무의 발치를 물들인 피를 본 순간 추월녀는 머리가 지끈거렸다.“대군 나리, 다치신 듯한데 무왕부로 돌아가 의원에게서 치료를 받는 게 좋지 않을까요?”유상무는 상처에서 피가 흐르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그녀의 마당에 한동안 가만히 앉아 있었다. 추월녀는 사실 그가 알아서 돌아가길 바랐는데 유상무는 떠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만약 그가 이곳에서 피를 흘리다가 죽는다면 국공부에서 그 책임을 져야 할지도 몰랐다.국공부는 이미 많은 역경과 고난을 겪고 있었기에 유상무가 이곳에서 죽는 것만큼은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대군 나리께서는 아주 귀하신 분인데 어서 돌아가서 치료를 받는 것이 어떻습니까?”바닥에 피가 흥건한데 유상무는 본인이 출혈 과다로 죽는 것이 두렵지도 않은 모양이었다.유상무는 고개를 들어 추월녀를 힐끗 보았다.비록 가면을 쓰고 있었지만 추월녀는 그의 안색이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대군 나리, 제가 사람을 시켜 무왕부까지 모셔다드릴까요?”그러나 그 말을 하는 순간 추월녀는 곧바로 후회했다.사람을 시켜 무왕을 데려다준다면 무왕이 이곳에서 다쳤다는 걸 온 세상에 알리는 셈이었다.그렇게 되면 또 어떤 소문들이 생겨날지 알 수 없었다.유상무는 나무에 기댄 채로 여전히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추월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을 바라보면 지금 다쳐서 피를 흘리고 있는 사람이 마치 그가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그는 심지어 장난을 쳤다.“어떤 방법으로 내게 보답해야 할지 생각해 보았느냐?”추월녀는 그의 말에 화가 났다.“저는 대군 나리를 대신하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처지가 아닙니다. 대군 나리, 이제 이곳에서 떠나주시겠습니까?”“또 날 쫓아내려는 것이냐?”유상무의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다.그는 진짜 상처를 받은 사람처럼 말했다.추월녀는 이 또한 그녀의 동정을 받으려는 그의 수작임을 알았기에 당연히 흔들리지 않았다.유봉진에게 배신당한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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