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알고 지내던 진왕 대군이면서도 또 아닌 것 같기도 했다.과거의 유봉진은 의기양양하고 누구에게도 굽히지 않았지만 오늘 밤 추월녀 앞에서는 사랑 때문에 상처를 입은 사내의 모습을 보였고 심지어 의욕마저 잃은 듯했다.추월녀는 그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유봉진은 예전에도 고민이 있을 때면 그녀를 찾아왔다. 기분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모두 그녀에게 털어놓았다.오늘 밤에는 기분이 좋지 않은 일인 게 분명했다.유봉진은 독주를 연거푸 몇 잔이나 들이켠 후에야 추월녀를 보면서 나지막이 물었다.“추 장군이 다친 곳은 어떠하냐?”“많이 좋아졌습니다.”추월녀가 덤덤하게 대답했다. 싸늘한 얼굴에 어떤 표정도 드러나지 않았다.유봉진은 그 상처가 결코 나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추월녀의 손을 잡았다.“월녀야, 이만 화 풀거라. 그날은 내가 잘못했다. 너에게 화를 내선 안 됐었는데.”사실 지난 세월 동안 유봉진은 추월녀에게 꽤 잘해줬다. 화가 아니라 말투가 조금만 세게 변해도 바로 사과하곤 했다.심지어 그녀 앞에서 위압감도 드러내지 않았다. 사흘 전 그날만 빼고는.추월녀는 시선을 늘어뜨리고 손을 빼내려 했다. 그런데 유봉진이 그녀의 손을 더욱 꽉 잡았다.“월녀야, 제발... 화내지 말거라. 나도 내가 왜 이리 변했는지 모르겠다.”“어떻게 변했는데요?”추월녀는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얼굴과 눈에 고통스러운 기색이 가득했고 어찌할 바를 모르는 듯했다.그는 동릉의 전쟁의 신 진왕 대군이다. 크고 작은 전투를 셀 수 없이 치렀고 겪어보지 못한 풍파가 없었다. 태산이 눈앞에서 무너져도 꿈쩍하지 않을 그런 사내였다.그런 그가 이리 괴로워한 적이 있단 말인가?“월녀야, 내 마음속에는 너밖에 없다.”유봉진이 갑자기 말했다.“예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우리의 혼례도 예정대로 치를 것이다. 다음 달에 혼례를 올리면 난 너만을 사랑할 것이다.”과거의 추월녀였다면 이 말을 듣고 감동에 휩싸였을 것이다.하지만 그날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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