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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전쟁보다 위험한 사랑: Chapter 101 - Chapter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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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화

유상무는 단번에 추월녀의 손목을 움켜쥐었으나 추월녀의 손끝은 이미 시월도의 자루를 붙잡고 있었다.차가운 한기가 맞바람처럼 몰려와 추월녀는 무심결에 손을 놓고 말았다.“괜찮냐?”유상무의 눈빛 속엔 미묘한 걱정이 비쳤다.추월녀는 고개를 저으며 유상무를 바라보았다.“대군 나리께서는 어찌 그리도 긴장하십니까? 이 칼이 설마 저를 다치게 하겠습니까?”“이건 천년 한철로 스스로 한기를 띠니 내공이 얕은 자는 그 한기에 눌려 기운이 어지러워진다.”허나 추월녀에게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유상무가 눈을 가늘게 뜨자 추월녀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그렇다면 내력이 전혀 없는 이에게는 해롭지 않단 말씀입니까?”유상무는 순간 멍해졌다.과연 맞는 말일지는 유상무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감히 그의 시월도를 잡은 자 가운데 무공을 모르는 이는 지금껏 없었다.이 칼은 전담 고수가 지켜왔고 강호에서 되찾아온 일등 무기였다.가진명과 우금은 손댈 수 있었지만 그 외에는 누구도 감히 손대지 못했다.과거 어떤 이가 내공으로 버텨보려 했으나 끝내 한기에 짓눌려 그 자리에서 피를 토했었다.허나 내력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면 그 결과는 알 길이 없었다.추월녀처럼 말이다.유상무는 표정 하나 변치 않는 추월녀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눈살을 찌푸렸다.“대군 나리, 이제 일어나실 수 있겠습니까?”추월녀는 더는 시월도에 마음을 두지 않고 오직 유상무만을 바라보았다.유상무가 웃으며 말했다.“다리가 말을 듣지 않는구나. 나를 부축해 줄 수 있겠느냐?”“싫습니다.”“그렇다면 나는 이 자리에서 계속 피를 흘리게 될 것이고 내일 아침 누군가 네 뜰에 쓰러진 시신을 발견하게 되겠지.”추월녀는 발길질하지 않으려 애써 참았다.“대군 나리께서는 정녕 모르시는 겁니까? 이리 무례하게 구시면 그게 누구든 대군 나리를 싫어하실 겁니다.”유상무는 태연히 말했다.“잘 모르겠구나. 내 느낌에는 다들 나를 좋아하는 듯하니 말이다.”추월녀는 이렇게 뻔뻔스러운 사내는 난생처음 보았다!바닥에 번진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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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화

그날 추월녀가 행관에서 본 바로 선우혁과 유상무는 분명 예전부터 알던 사이였고 두 사람의 말에는 거리낌이 없었으며 오랜 친구처럼 보였다.하지만 유상무는 웃을 수 없었다.추월녀는 유상무의 상처를 정리하고 있었고 소독용으로 사용한 것은 독한 술이었다.추월녀가 독주를 깨끗한 천에 적셔 상처 위에 대자 마치 칼로 상처를 계속 벤 듯한 느낌이 전해졌다.“대군 나리께서도 아픔이란 걸 아시는군요.”추월녀는 유상무를 보며 빈정거렸지만 손길은 최대한 부드럽게 움직였다.“죽은 것도 아닌데 당연히 아픈 걸 알지 않겠느냐?”유상무는 눈썹을 찌푸렸지만 신음 한마디 없이 말했다.“월녀야, 너 혹시 내가 안쓰러운 게냐?”추월녀는 유상무가 조금 마음이 쓰인 건 사실이었다.유상무의 몸에는 상처만 이것 하나뿐이 아니었으며 곳곳에 크고 작은 상처들이 있었고다. 칼에 찔린 자국, 검에 베인 자국, 화살에 맞은 상처까지 수두룩했다.“북강의 전장은 정말 그렇게 위험한 겁니까?”이는 추월녀가 처음으로 북강 전쟁 상황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묻는 것이었다.전에는 소문으로만 들었고 무왕이 북강에서 살인광처럼 전해진다는 얘기만 들었을 뿐이다.하지만 아무리 살인광이라 해도 결국 피와 살을 가진 인간이었다.유상무는 눈을 내리깔면서 추월녀의 눈빛 속에 잠깐 스쳐 가는 연민을 보고 마음이 따뜻해졌다.“몇 번은 전장에서 거의 죽을 뻔했다.”“죄송합니다…”“왜 죄송하다고 하는 거지?”추월녀는 고개를 들어 유상무를 잠깐 바라본 뒤 다시 상처를 정리했다.“만약 제 계략이 아니었다면 대군 나리께서 굳이 북강에 5년 동안 발목 잡힐 일은 없었을 테니까요.”“월녀야, 너는 북강에 가본 적 있느냐?”유상무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추월녀는 고개를 저었다.유상무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만약 가봤더라면 알 것이다. 네 계략이 없어도 나는 어차피 북강에 갔을 거라는 걸.”추월녀는 놀란 눈으로 유상무를 바라보았다.유상무의 표정은 엄숙했고 눈빛에는 보기 드문 연민이 담겨 있었다.“북강은 여러 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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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뭐라고 하셨습니까?”추월녀는 깜짝 놀라 거의 기절할 뻔했다.정녕 이런 말을 함부로 해도 되는 걸까?“대군 나리, 신중히 말씀하시지요. 이런 말이 밖으로 퍼지면 제가 또 욕을 듣게 됩니다.”“그래서 나는 오직 너에게만 말했을 뿐 다른 사람에게는 말하지 않았다.”유상무는 다시 눈을 감고 눈동자 속 모든 것을 숨겼다.“그러니 정말 억울하구나, 월녀야.”“대군 나리, 제발 더 이상 장난치지 마십시오!”추월녀는 유상무와 혼인하겠다고 말한 적이 전혀 없었던 추월녀는 안색이 어두워졌다.어릴 때부터 추월녀의 마음속에는 이미 유봉진이 있었고 유상무와는 단 한 번도 제대로 지낸 적이 없다.유상무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눈을 감은 채 마치 잠을 청하려고 결심한 듯 추월녀가 상처를 다루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다.단지 상처가 아플 때면 짙은 먹물처럼 진한 검은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다.추월녀가 조심스럽게 상처를 감싸고 약을 바르는 중에 유상무는 이미 잠든 듯 보였다.추월녀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대군 나리, 상처 처리가 끝났습니다. 얼른 돌아가십시오.”유상무가 아무 대답 없자 추월녀는 화를 참으며 또 불렀다.“대군 나리...”“잠에서 깨면 바로 가마.”“하지만 제 침실에서 잠들 순 없습니다!”“이미 자고 있지 않느냐?”추월녀는 눈앞의 남자가 정말 떠날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유상무가 갈 생각이 없다면 추월녀가 가면 된다.추월녀가 약상자를 정리하고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뒤에서 남자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너 정말 약조했었다. 나중에 나와 혼인하겠다고 말이다.”추월녀는 발걸음을 멈추고 미간을 찌푸리며 화가 치밀었다.“대군 나리, 제발...”허나 뒤돌아보니 창문은 열려 있고 유상무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유상무와와 함께 시월도도 자취를 감췄고 추월녀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꼈다.대마왕 유상무는 평소 장난스럽게 말하지만 방금 그 말은 조금 억울한 감정이 섞여 있어 장난처럼 들리지 않았다.혹시 추월녀가 정말 유상무와 무언가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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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자운선은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자운선은 대마왕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으나 추월녀가 대마왕과 혼인한다고 하니 자기 귀를 의심했다.자운선은 한참 골똘히 생각해 보았다.대마왕 유상무는 얼굴에 가면을 쓰고 있어 좀 무섭긴 해도 사실 추월녀에게 그렇게 나쁘게 대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무술대회 날에도 유상무는 정말 추월녀를 도왔으며 그건 자운선이 직접 눈으로 본 일이었다.허나...“아씨, 대마왕은 역시 너무 복잡한 사내로 아씨와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사실 자운선은 황실이 너무 복잡하다고 말하고 싶었고 가능하다면 앞으로는 황실 사내에 대해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었다.더구나 진왕에게 벌어진 일로도 알 수 있듯 황실이나 황자 같은 지위의 사내와 혼인하면 앞으로 왕부 안에는 반드시 다른 여인이 있기 마련이다.그때가 되면 한 사내를 두고 여러 여인과 나눠야 하기에 그런 일을 추월녀는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아씨는 어릴 때부터 진왕 대군께 은근한 마음을 품으셨기에 많은 일들을 미처 깊이 생각하지 못하셨습니다.”자운선은 자신의 말이 듣기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건 사실이었다.이번에 추월녀는 마음이 상했으니 이제 일을 제대로 볼 필요가 있었다.“진왕 대군이든 대마왕이든 앞으로 궁 안에는 왕비 한 명만 두지 않을 겁니다. 아씨, 이런 사내들은 이제 고려하지 마십시오.”자운선은 추월녀가 뭐라고 할지 기대했지만 그녀는 단지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자운선은 너무 시원시원하게 대답하는 모습에 조금 놀라면서 추월녀가 정말 자신의 말을 받아들인 게 맞을까 싶었다.추월녀는 당황하는 자운선의 표정을 보고 오히려 웃으며 안심시켰다.“한 번 상처를 입고 나니 자연스럽게 알겠더구나. 황족과 귀족 사내는 앞으로 절대 고려하지 않을 것이다.”“그럼 동주 황자님은...”“어젯밤 대군 나리께서 반죽음으로 만들어 주셨으니 당분간은 날 괴롭히러 오지 않을 것이다.”아직도 선우혁의 마음은 알 수 없지만 괴롭히러 오지 않는다면 그만이다.선우혁이 무슨 생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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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화

“진왕 대군은 어리석은 것이 아니라 지금 여인에게 사로잡혀 판단력이 흐려진 것이다. 이제 정신을 차리면 아마 많은 것을 똑똑히 볼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이런 일들은 이제 추월녀와는 큰 상관이 없었다.“난 조부를 뵈러 가야겠구나. 운선아, 나중에 대군 나리를 좀 보살피거라. 약 복용 잊지 말아야 한다.”“아씨.”추월녀가 궁궐 문을 나서려는 순간 자운선이 뒤에서 불렀다.“아씨, 아니면... 먼저 큰 도련님을 뵈러 가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그렇게 추월녀는 추소하의 청휘각으로 향했다.자운선이 추월녀를 이곳에 보내려 한 이유는 오늘 아침 일찍 태후가 초상화들을 보내라고 명했기 때문이었다.추월녀가 도착했을 때 추소하는 책상 앞에 앉아 초상화 더미를 멍하니 보고 있었으나 시선은 그림 위에 머무른 적이 없었다.“오늘 새벽, 소 상궁이 직접 그림을 가져왔습니다.”자운선이 옆에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추소하는 추월녀를 바라보며 표정이 다소 어색했다.“월녀야, 태후마마께서... 내가 마음에 드는 여인을 골라 조속히 혼인하길 바라시는구나.”“무술대회에서 폐하께서 막 오라버니의 혼인 문제를 태후마마께 신경 쓰시길 바라신다고 말씀하셨는데 오늘 아침 바로 초상화를 보내신 겁니까? 참 빠르십니다. 마치 이미 다 계획되어 있었던 것처럼 말입니다.”추월녀는 다가가 초상화 속의 여인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았다.모두 높은 신분의 집안 여식들이었고 몇몇은 명문가 출신으로 볼만했으나 국공부의 장남과 결혼하기엔 신분이 다소 부족했다.추소하와 추월녀는 신분 문제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황실에서는 혼인을 내릴 때는 신분을 매우 중시했다.그럼에도 이 여인들을 골라 보냈다는 건 추소하를 그저 대충 속이려 보내진 듯 보였다.“어제 결정을 내리고 오늘 준비라니, 태후마마의 뜻 같지 않습니다.”추월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태후는 오랫동안 후궁에만 있으면서 후궁 내 다툼에는 대체로 한쪽 눈을 감고 다른 쪽 눈까지 다 감아주었다.그런 태후가 미리 이런 준비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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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비록 추월녀의 말은 매우 잔인했지만 지금 상황에서 추소하 역시 계속 솔직하게만 있을 수는 없었다.그들의 국공부는 지금 비바람 속에 흔들리고 있었고 조금만 잘못되어도 전부 몰락할 처지였다.추소하 역시 금세 침묵에 빠졌고 얼굴빛은 매우 어두웠다.서비 이 교활한 여인이 후궁에서 쓰는 수법을 그대로 자신에게 들이밀 줄은 상상도 못 했다.“월녀야, 난 혼인할 수 없다. 난 혼인하면...”추소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무술대회에서 추월녀의 배치 덕분에 국공부는 훌륭하게 승리를 거두었으며 외부에서 추소하에 대한 의심 섞인 시선도 한순간에 많이 줄었다.허나 지금 만약 혼인한다면 몸의 비밀이 즉시 드러날 것이었다.그때가 되면 서비는 반드시 이 일을 크게 부풀릴 것이고 결국 서비의 목표는 그들의 십만 추가군을 손에 넣는 것이었다.“오라버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방법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요즘은 밖에 나가고 싶지 않다면 남강의 상황을 연구하고 있으십시오.”추월녀가 미소 지으며 달랬다.언제든 추소하는 여동생의 미소를 보면 마음이 묘하게 차분해졌다.추월녀는 보기에는 매우 연약했지만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그녀는 신경안정제와도 같았다.다만 일부 사람들은 그 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뿐이었다.“정말 내가 군을 이끌고 남강으로 갔으면 하는 것이냐?”“남강 전쟁은 최근 몇 년 다시 긴박해졌습니다. 반동군은 외조부가 나이가 많아 더 이상 남강을 지킬 수 없음을 보고 움직이려 하고 있습니다. 남강은 분명히 오라버니가 필요하지만 아직은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으니 충분히 휴양해야 합니다.”추월녀는 계속 달랬다.“혼인 문제는 제가 방법을 찾아볼 테니 신경 쓰지 마십시오.”청휘각에서 나오는 순간 자운선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아씨, 이 일은 이미 일정에 올랐으니 아마 곧 진행될 겁니다. 아씨께서 큰 도련님께서 추가군을 이끌고 남강에 가게 하려 하신다면 폐하께서는 그 전에 반드시 큰 도련님의 혼사를 결정하실 겁니다.”자운선은 손가락을 꼬며 걱정스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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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서비마마를 뵙겠습니다.”추월녀는 뒤돌아 서비에게 몸을 숙여 인사를 올렸다. 얼굴에는 얕은 미소를 짓고 있었고 표정은 덤덤하고 여유로우며 빈틈이 없었다.서비는 웃으며 말했다.“지금 속으로 내가 얼마나 밉겠냐? 그런데 어찌 아직도 내 앞에서 체면을 차리는 것이냐?”그날 서비가 황제 앞에서 추월녀를 공개적으로 뺨 맞게 만들었던 일을 추월녀는 늘 마음속에 품고 있었다.추월녀를 향한 서비의 눈빛에는 분노와 원한이 섞여 있었다.허나 추월녀는 서비를 바라보면서도 얼굴에 어떤 감정도 드러내지 않았다.잠시 후 서비는 갑자기 웃었다.“어린 계집이 본궁보다 더 침착하구나. 과연 진아가 예전부터 너에게 의지했던 이유가 있었구나.”“과찬이십니다. 마마께서 무슨 가르침을 주시려 하시는지요?”추월녀는 태연하게 물었다.“원래는 너한테 한 번 굴욕을 주려 했다. 허나 본궁은 너라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지만 네 재능은 정말 마음에 드는구나.”서비는 춘하궁 쪽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따라오거라, 본궁이 할 말이 있다.”추월녀는 옆에 있던 궁녀를 힐끗 보며 말했다.“내 시녀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전해라. 난 천하궁으로 가서 서비마마께 안부를 물어야 하느니라.”“예.”궁녀는 몸을 숙이고 돌아섰다.춘하궁 편전 안에는 금세 서비와 추월녀, 그리고 서비를 시중드는 서 상궁만 남았다.서비는 차를 음미하며 정교하게 다듬은 눈으로 추월녀를 스윽 바라보고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모두가 본궁의 장소에 네가 온 것을 알게 된다면 본궁은 너에게 해를 끼치지 못할 거라는 거지?”추월녀는 일 처리가 신중하고 한 걸음 한 걸음이 조심스러운 것이 정말 대단한 여인이었다.서비는 추월녀에 대한 애증의 감정이 뒤섞였다.추월녀의 빈틈없는 태도가 싫었으나 재능만큼은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만약 이런 여인이 자기 아들 곁에 있는다면 앞으로 유봉진이 큰 인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추월녀는 얕은 미소만 지으며 온화하고 예의 바르면서도 우아하고 당당하게 앉아 있었다.서비가 한숨을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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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화

“본궁은 네가 진아와 대혼을 이루길 바란다. 본궁이 추 장군을 위해 마련하는 부인은 당연히 외모와 지혜를 겸비하고 한결같이 추 장군의 곁을 지키며 도와줄 현명한 여인일 것이다.”추월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서비는 말을 이어갔다.“물론, 네가 진아와 다시 화합하기를 원치 않는다면 추 장군의 상대는 거만하고 제멋대로일 수 있겠구나. 그때는 어쩌면 추 장군의 비밀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지도 모른다. 게다가 너희 국공부는 지금은 평온하지만 새로 들어가는 장군 부인이 한 번 소동을 일으키면 국공 대인조차 감당하기 힘들 수도 있을 것 같구나. 월녀야, 난 그냥 가능성을 말하는 것뿐이지 다른 뜻은 없다.”서비는 매우 자상하고 부드럽게 웃었다.“월녀야, 우리 여인들이 바라는 건 뭘까? 결국 강력한 힘을 가진 서방이지 않겠냐? 나를 위해 부귀영화를 가져다주고 한평생 호화로운 삶을 줄 수 있는 서방 아니겠냐? 진아가 지금 가끔 길을 잘못 들긴 했지만 사실 우리 모두 알잖니? 진아는 그냥 잠시 마음이 흔들린 것뿐이다.”서비는 계속 설득했다.“진아가 예전에는 너를 얼마나 좋아했는지도 네가 알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 그 산골 계집에게 마음을 준 것도 그저 새로움에 끌린 것뿐이니 곧 싫증 날 것이다.”추월녀는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서비는 이어서 말했다.“월녀 넌 똑똑하니 잘 알고 있을 거다. 황실 사내와 결혼하면 평생 다른 여인과 서방을 나눠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서비는 추월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추월녀는 말이 없었지만 서비는 어린 소녀가 마음속으로 얼마나 극도로 거부하는지 알았다.“솔직히 말해 본궁도 젊었을 때 한 사람만을 평생 바라보겠다는 생각을 해봤단다. 허나 그런 건 결국 우리 여인들 마음속 바람일 뿐이더구나. 친왕조차 그러하니 폐하의 후궁은 어떻겠느냐? 월녀야, 너는 네 서방이 평생 평범하게 살면서 너만 바라보길 원하느냐? 아니면 수많은 사람 위에 군림하면서 백성들의 존경을 받길 바라느냐? 어린 소녀의 마음은 소녀 시절에 묻어두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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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화

“아직은 설득되진 않았겠지만 똑똑한 계집이니 기다려 보자꾸나.”서비는 멀어져 가는 추월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 뒷모습은 여전히 우아하고 아름다웠지만 발걸음은 조금 무거워 보였다.“지금은 본궁만이 국공부를 도울 수 있다는 걸 마음속으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황후도 결코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니, 황후를 건드리는 것이 복일지 화일지 아무도 알 수 없지. 하지만 본궁은 다르다. 월녀가 본궁의 친손주를 낳는다면 본궁은 반드시 월녀 편에 설 것이다. 이렇게 비교해 보면 본궁이 황후보다 훨씬 믿음직하지 않겠느냐?”“그럼 마마께서는 월녀 아씨가 반드시 응할 거라고 보시는 겁니까?”허나 지금까지 추월녀가 보여준 모든 행동은 거부의 표시였기에 서 상궁도 확신할 수 없었다.“반드시 그렇다고는 못 하겠지 지켜보면 알 거다.”“혹시 그냥 시간을 끌고 있는 건 아닐까요?”서 상궁이 걱정했다.추월녀는 사려 깊은 성격이라 십 일이면 충분히 여러 계략을 생각해 낼 수 있었다.서비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본궁이 십 일을 준다고 해도 꼭 십 일이라는 법은 없지. 그동안 국공부를 잘 살피거라. 본궁도 월녀에게 조금씩 압박을 줄 것이다.”“예.”서 상궁은 즉시 사람을 시켜 국공부를 계속 주시하게 했으며 다시 돌아왔을 때 서비는 다시 말했다.“진아를 궁에 들이도록 해라. 본궁이 할 말이 있으니.”궁문을 나서자 자운선과 추일이 조급한 표정으로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서비마마께서... 혹시...”“괜찮다.”추월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돌아가서 이야기하자.”궁 안팎에는 보는 눈도 많고 소문과 잡음이 많았다.국공부로 돌아오자 자운선은 그제야 겨우 질문했다.“서비마마께서 아직도 아씨를 진왕 대군 나라한테 시집보내려 하시는 겁니까?”추월녀가 아무 말이 없자 자운선은 너무 답답했다.“우리 국공부의 병권을 위해서라면 저 여자는 정말 못 할 짓이 없을 것 같구나. 허나 꼭 병권만 위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겠지.”서비의 말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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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화

선우유미가 찾아왔다가 마침 나가려던 추소하와 딱 마주친 상황이었다.선우유미에게 이건 정말 원수를 만나 불붙은 상황으로 한마디 말도 필요 없었다. 선우유미의 채찍은 이미 추소하를 향해 휘둘러졌다.추월녀가 도착했을 때 두 사람은 이미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다.허나 현저하게 움직이는 쪽은 선우유미뿐이었고 추소하는 계속 피하기만 했으며 단 한 번도 반격하지 않았다.“공주님, 할 말은 있으시면 말로 합시다.”추월녀는 급히 달려가 막았다.오늘 선우유미가 쓴 건 평범한 채찍이었으며 귀해 보이긴 했으나 예전의 화염 채찍에 비하면 차이가 컸다.선우유미는 채찍을 휘두르려던 순간 추월녀가 달려오자 채찍의 잔여 힘이 추월녀를 다치게 할까 봐 깜짝 놀라 동작을 멈추었다.허나 추소하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여전히 증오가 가득했다.“나는 이 사람과 하늘 아래 함께할 수 없고 할 말도 없다! 월녀야, 비켜라. 널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공주님, 제 오라버니는...”“공주님, 채찍은 제가 망가트린 것이 맞습니다. 화를 풀지 못하셨다면 이번에는 제대로 한 판 겨뤄서 복수할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추소하는 급히 나가야 했기에 선우유미와 엉기고 싶지 않았다.추소하는 추월녀를 한번 보고는 말했다.“월녀야, 비켜라.”“오라버니, 안 됩니다!”추월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추소하의 무공은 선우유미보다 훨씬 뛰어나다. 지난번 채찍을 망가뜨린 사건만 해도 선우유미는 오래도록 원한을 품고 있었다. 이번에 다시 이기면 선우유미는 국공부를 정말 미워하게 될 것이다.지금 국공부는 바람 앞의 등불과도 같아 추월녀는 더 이상 사건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괜찮다. 그냥 한 판 겨루는 것뿐이다.”추소하는 뒤돌아 추일을 바라보았고 추일은 어쩔 수 없이 손에 든 장검을 양손으로 내밀었다.“오라버니...”추월녀는 추소하를 한 번 보고는 무언가를 깨달은 듯했다.추소하는 미소를 지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추월녀는 한숨을 쉬며 뒤돌아 자운선을 바라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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