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쟁보다 위험한 사랑: Chapter 81 - Chapter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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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화

언제부턴가 단상 아래서 청년들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추 장군님!”그리고 어느샌가 그들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기 시작했다.“추 장군님! 추 장군님! 추 장군님!”심지어 여인들도 단상 위 추소하의 모습을 보고 그에게 반했다.추소하는 충용후와 당시 변방 최고의 미인이었던 명여윤의 아들이고 그의 누이는 도성에서 아름답고 재능이 넘치기로 유명했으니 추소하 또한 용모가 단정할 것이다.예전에는 유언비어 때문에 그의 상처에만 관심이 쏠려 다들 그가 엄청난 미남이라는 것을 깜빡했다.늘씬한 키에 준수한 외모, 여유로운 분위기의 소유자인 추 장군은 수많은 여인들의 마음을 훔쳤다.“오라버니!”추월녀는 매우 긴장한 것인지 주먹을 꽉 쥔 채로 외쳤고, 다른 여인들도 추월녀의 목소리에 덩달아 흥분해서 소리치기 시작했다.“추 장군님! 추 장군님!”황제 또한 마음속에서 파문이 일었다.추소하는 동릉의 대장군이자 이 나라의 기둥인데 어떻게 추소하가 지기를 바랄 수 있단 말인가?황제는 그 순간 힘주어 주먹을 쥐면서 속으로 추소하를 응원했다.‘추 장군, 반드시 이겨야 해!’옆에 있던 서비는 안색이 매우 나빴다.추소하는 다친 뒤로 절대 길우강을 이길 수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그러나 지금 상황을 보았을 때 두 사람은 막상막하인 듯했고 심지어 추소하가 한 수 위인 듯 보였다.유상무도 눈을 가늘게 뜨고 단상 위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이때 가진명이 허리를 숙이고 그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대군 나리, 추 장군님께서 쓰시는 건 제 기술이 아니라 추씨 가문의 창법입니다.”“알고 있다.”그래서 유상무가 이토록 집중하여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추씨 가문의 창법은 매우 유명했다.그러나 추소하는 아직 힘이 부족하여 위력이 조금 약했기에 길우강과 지금까지 막상막하로 싸우고 있었다.추소하는 가진명이 가르쳐준 기술로 길우강을 제압할 수 있었으나 그는 추씨 가문의 창법을 사용하기를 선택했고, 이로써 추소하가 추씨 가문의 창법을 얼마나 깊이 사랑하는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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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옷은 찢겼지만 상처는 생기지 않았다.아주 대단한 창법이었다.“추 장군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길우강은 긴 창을 들고 추소하를 향해 정중하게 허리를 숙이며 예를 갖추었다.“패배를 인정하겠습니다.”“고생하셨습니다.”추소하는 예를 갖추면서 웃으며 말했다.“제 창은 무왕 대군 나리께서 하사하신 것입니다. 날이 아주 예리한 훌륭한 창이지요. 이것이 없었더라면 제가 이기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길우강은 빠르게 걸어가서 추소하의 어깨를 토닥이며 아주 호탕하게 웃었다.“추 장군님은 정말 마음이 넓고 진솔한 분이시군요. 참으로 마음에 듭니다. 추 장군님은 동릉의 진정한 용사입니다!”안세권이 다가가서 웃으며 말했다.“이번 대결은 추 장군님께서 승리하셨습니다.”단상 아래는 잠깐 조용해졌다가 이내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와 환호가 쏟아졌다.심지어 황제 또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좋아, 좋아! 추 장군, 역시 우리 동릉의 진정한 용사다워! 아주 큰 상을 하사해야겠어!”길우강은 비록 졌지만 개의치 않는 표정으로 유쾌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실망하거나 낙담한 기색은 전혀 없었다.상대로 하여금 이토록 깔끔하게 패배를 인정하게 하는 것은 실로 어려운 일이었다.추소하를 바라보는 여인들의 눈빛에 경외심이 더해졌다.몸을 심하게 다쳤다는 것은 전부 헛소리였다. 아마 누군가 국공부를 깎아내리려고 일부러 헛소문을 퍼뜨렸을 것이다.참으로 못된 사람들이었다.추소하는 오늘 대결에서 멋지게 이겼다. 사람들 모두 눈이 있었기에 그러한 헛소문은 이제 곧 힘을 잃게 될 것이다.“감사합니다, 폐하!”추소하는 예를 갖춘 뒤 단상 위에서 내려오려고 했으나 이때 또랑또랑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잠깐만요!”사람들은 흠칫하며 단상 아래를 바라보았다.붉은색 옷을 입은 여인이 선우혁의 곁에서 일어나 걸어 나오더니 단상 위 추소하를 가리키며 큰 목소리로 외쳤다.“제가 추 장군님과 대결해 보겠습니다!”그녀는 바로 동주의 일곱째 공주 선우유미였다.선우혁은 덤덤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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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현장이 숙연해졌다.선우유미의 화염 채찍은 두 동강이 난 채로 바닥에 떨어졌다.겨우 공격 한 번에 졌다. 아주 처참한 패배였다.선우유미는 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채찍을 바라보며 넋을 놓았다.어떻게 고작 한 수만에 질 수 있단 말인가?예전에 궁에서 그녀는 오라버니 몇 명을 제외하고는 그야말로 무적이었고 심지어 길우강조차 그녀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그런데 어떻게 눈앞에 있는 사내의 공격 한 방에 이렇게 허무하게 진단 말인가?“공주를 모셔 오거라.”선우혁은 홍주를 힐끗 보며 말했다.선우유미의 시녀인 홍주는 고개를 끄덕인 뒤 곧바로 단상 위로 올라가 선우유미를 부축하였다.“공주님, 셋째 황자님께서 내려가서 쉬라고 하셨습니다.”“싫...”“셋째 황자님께서 화가 많이 났습니다.”홍주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선우유미는 비록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이긴 하지만 선우혁을 매우 두려워했기에 입술을 깨물며 추소하를 매섭게 노려보았다.추소하는 상대방이 자신의 공격을 한 번도 버티지 못할 정도로 약할 줄은 몰랐다. 이럴 줄 알았다면 살살 상대해서 체면을 완전히 구기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선우유미의 눈동자에 눈물이 차오른 걸 발견한 추소하는 조금 후회가 되었다. 그는 서둘러 자신의 창 때문에 두 동강이 난 채찍을 주운 뒤 직접 단상 아래로 내려가 선우유미에게 그것을 건넸다.이때 선우유미는 이미 자리에 앉은 상태였다. 추소하가 다가오자 그녀는 씩씩대며 그를 향해 잔을 던졌다.“꼴도 보기 싫으니 당장 제 눈앞에서 사라지세요!”추소하는 여인을 달래본 적이 없었기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못했다.이때 마침 추월녀가 다가와서 그를 잡아당기며 말했다.“오라버니, 다들 지켜보고 있으니 일단은 돌아가시지요.”그러고 나서 선우혁과 선우유미를 향해 싱긋 웃으며 미안한 표정을 지은 뒤 추소하를 데리고 서둘러 국공부의 좌석으로 돌아갔다.추소하는 여전히 후회했다.“월녀야, 나는... 공주님이 저렇게 약할 줄은 몰랐다...”고개를 숙인 추소하는 손에 쥐고 있던 채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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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진왕이 연모하는 자라니,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진왕은 한때 국공부의 추월녀와 혼인하기로 약조했다가 혼례를 치르기 전날 협의를 통해 혼인을 물렸다.그 뒤로 얘기를 들어 보니 혼약을 파기한 이유는 진왕이 변방에서 온 여인을 좋아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했다.서비가 지금 이 얘기를 꺼낸 이유는 황제에게 진왕과 선우원영을 혼인시켜 달라고 하기 위해서일까?사람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추월녀를 바라보았다.자운선도 추월녀를 바라보았다.추월녀의 살짝 창백해진 안색이 사람들의 추측에 힘을 실어주었다.서비는 정말로 진왕과 선우원영을 혼인시킬 생각인 듯했다.그들의 예상대로 서비가 입을 열었다.“폐하, 신첩에게 진왕은 아주 소중한 아들이옵니다. 그리하여 이렇게 청을 올리옵니다. 만약 진왕이 이번 대결에서 조금이라도 승리한다면 진왕이 마음에 품은 여인과 혼인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시옵소서.”사실 대결에서는 승리와 패배만 있을 뿐, 조금만 승리한다는 개념은 없었다.서비가 그렇게 얘기한 이유는 동주의 셋째 황자 선우혁의 체면을 고려했기 때문이다.황제는 서비를 바라보았고 서비는 온화하게 웃어 보였다.황제는 잠시 망설이다가 갑자기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좋다. 그러면 서비 말대로 하겠다.”서비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고 옆에 있던 황후는 안색이 어두워졌다.서비는 또 그녀의 계획을 망치려고 했다.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탄식했다.추월녀와의 혼약을 파기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황제에게 진왕이 선우원영과 혼인할 수 있게 허락해 달라고 했으니 이것은 추월녀에게 매우 상처가 되는 일이었다.자운선은 너무 화가 나서 눈이 벌게졌다.“참으로 못된 사람들이네요!”추소하는 마음 아픈 얼굴로 자신의 누이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달리 방법이 없었기에 그저 다정한 목소리로 그녀를 달랬다.“월녀야, 저자들은 신경 쓰지 말거라.”추월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뒤 시선을 내려뜨렸다.자운선은 입술을 깨물면서 화를 냈다.“진왕 대군 나리께서 아주 처참하게 패배하여 차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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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서비 마마께서는 진왕 대군 나리를 누구와 혼인시키려는 것일까?”추소하는 조금 불안해졌다.“월녀야, 설마... 서비 마마께서 아직도 너를 노리는 것이냐?”추소하는 문득 모든 걸 깨달은 듯했다.서비는 여전히 추씨 가문의 10만 가병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했다.예전에 어떤 일이 있었든 오늘 황제가 두 사람을 혼인시키려고 한다면 예전의 오해는 사라질 것이다.그러나 추월녀와 진왕 사이에 그런 일이 있었는데 어떻게 혼인한단 말인가?게다가 진왕과 혼인한다면 추월녀의 성격에 평생 행복하지 못할 것이다.상황을 이해한 자운선은 추월녀보다 안색이 더욱 창백해졌다.“아씨, 그러면 저희는... 어떡합니까?”절대 진왕이 이기면 안 되었다.진왕이 이긴다면 그는 그것을 이유로 황제에게 자신과 추월녀를 혼인시켜달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황제는 그의 요구를 거절하기 쉽지 않을 것이고 추월녀는 반드시 진왕과 혼인해야 할 것이다.두 모자는 국공부의 10만 가병을 얻기 위해 온갖 수단을 썼다.어떻게 해야 할까? 진왕이 이긴다면 추월녀와 국공부에는 미래가 없게 된다.단상 위 두 사람은 아직도 승부가 갈리지 않았다.선우혁이 비록 강하긴 하지만 전쟁의 신이라고 불리는 유봉진도 실력이 상당했다. 게다가 유봉진은 훈련을 할 때마다 알게 모르게 추월녀의 가르침을 받아 무공에 대한 조예가 깊어졌다.추월녀는 그가 얼마나 강한지 잘 알고 있었다.두 명 다 고수라서 승부를 가리기 어려웠다. 이대로라면 실수하는 쪽이 지게 될 것이다.만약 선우혁이 먼저 실수한다면...추월녀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고 추소하와 자운선은 놀랐다.“월녀야...”“오라버니, 조금 전 무왕 대군 나리께서 오라버니께 오금창을 하사하셨는데 오라버니께서는 아직 감사 인사를 전하지 못하셨지요.”추월녀는 직접 술을 두 잔 따른 뒤 추소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오라버니께서 이길 수 있었던 건 무왕 대군 나리의 덕도 있습니다. 지금 감사 인사를 드리지 않고 느지막이 인사를 전한다면 성의가 없다고 느껴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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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추월녀는 일이 자신의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자 당황했다.잠시 넋을 놓고 있는 사이 무왕의 커다란 몸이 그녀의 위로 쓰러지더니 그대로 그녀를 깔아뭉갰다.“아!”자운선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곧바로 달려들어 추월녀를 부축하려고 했다.사람들 앞에서 사내의 몸 아래에 깔린다는 것은 큰 망신이었다.근처에 있던 여인들은 다들 깜짝 놀라면서 얼굴을 붉혔고 사내들은 눈을 부릅뜨고 무왕을 부러워했다.추월녀를 몸 아래 깔게 될 사람이 무왕이 아니라 자신이면 얼마나 좋을까?단상 위, 유봉진은 치밀어오르는 화 때문에 두 눈이 벌게졌다. 그는 자신이 들고 있는 장검으로 추월녀를 깔아뭉갠 사내를 찌르고 싶었다.그것이 그의 넷째 형님이라고 해도 죽이고 싶었다.게다가 무왕은 추월녀의 위로 쓰러져놓고 지금까지도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추월녀를 뭐라고 생각하는 것일까?탁!유봉진은 그 순간 손이 저릿한 걸 느꼈고 그가 들고 있던 장검은 소리를 내면서 멀리 날아가 유상무, 추월녀와 멀리 떨어지지 않은 바닥에 푹 꽂혔다.장검은 심하게 흔들렸고 현장은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진왕의 장검이 그의 손을 떠나 바닥에 꽂혔다.진왕이 졌다.“월녀야!”추소하는 그제야 서둘러 유상무의 밑에 깔린 추월녀를 일으켜 세웠다.유상무는 마치 술에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다가 추소하의 손길에 밀려나서 정확히 자신의 자리에 앉게 되었다.그러고는 의자에 기대어 앉아 눈을 가늘게 뜨고 살짝 거칠어진 목소리로 말했다.“미안하군. 조금 전에... 머리가 어지러워서 결례를 저질렀어. 부디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다.”추소하는 매우 화가 났지만 그와 추월녀가 먼저 유상무를 찾아간 것이었고, 유상무가 일부러 추월녀를 추행했다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결국 추소하는 황급히 인사를 한 뒤 옷차림이 살짝 흐트러진 추월녀를 데리고 돌아갔다.추월녀는 많이 놀란 것인지 안색이 창백하고 힘이 없어 보였다.추소하와 자운선의 부축을 받고 자리로 돌아온 추월녀는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고개를 숙이는 순간 그녀의 눈빛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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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셋째 황자가 누구에게 도전하려는 것일까?단상 아래 사람들은 모두 의논이 분분했다.가면 뒤에 숨겨진 유상무의 날카로운 눈빛이 선우혁의 얼굴을 섬뜩하게 노려보고 있었다.‘빌어먹을 놈, 감히 이딴 헛짓을 해?’선우혁은 일부러 그를 바라보지 않고 국공부 사람들이 앉아 있는 쪽을 바라보며 여유롭게 웃어 보였다.“추 장군님은 무공이 아주 뛰어나시다고 들었습니다. 조금 전 보니 역시 소문대로더군요. 그래서 추 장군님과 한번 겨뤄보고 싶은데 기회를 주시겠습니까?”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잠깐 추월녀를 바라보았다.조금 전 유상무가 추월녀를 몸 아래 깔았을 때, 유봉진은 잠깐 넋을 놓았고 그 탓에 그에게 지게 되었다.선우혁은 유상무와 오랫동안 알고 지냈지만 단 한 번도 유상무가 다른 여인과 가까이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추월녀는 아마 그 사실을 모를 것이다. 유상무가 곁을 준 여인은 추월녀가 유일했다.‘흠, 재밌단 말이지.’추월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서 도발이 느껴졌다.‘당신의 오라버니를 단번에 이겨버리면 재밌을 것 같은데.’추월녀는 그 순간 깜짝 놀랐다.그들은 선우혁의 심기를 건드린 적이 없는데 선우혁은 무엇 때문에 그들을 모욕하려고 하는 것일까?추소하가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추월녀가 갑자기 그의 손목을 힘주어 잡았다.지금 추소하의 상태로 선우혁을 상대한다면 한 수는 버틸 수 있을지 몰라도 절대 세 수 이상은 버틸 수 없었다.심지어 그녀는 조금 전 선우혁의 진짜 실력을 보지 못했다. 선우혁은 아까 실력을 숨기고 있었다.어쩌면 단번에 추소하를 쓰러뜨릴지도 몰랐다.국공부의 도련님이자 추씨 가문의 주장인 추소하가 선우혁에게 처참히 패배한다면 조금 전 어렵게 이겨서 얻은 체면과 사람들의 인정을 다시 잃게 될 것이다.선우혁은 무엇 때문에 그들을 괴롭히려는 것일까?“월녀야.”추소하는 미간을 찌푸렸다.“황자님께서 기다리고 계시...”“오라버니, 오라버니께서는 조금 전 이미 한 번 싸우셔서 힘드시지 않습니까? 이번에는 제가 나서겠습니다.”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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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너와 맞붙을 용기가 있냐고 물었느냐?”선우혁은 세상에서 가장 우스운 소리를 들은 사람처럼 호탕하게 웃었다.“너는 지략이 출중하다고 들었다. 혹시 나와 지략으로 싸울 생각인 것은 아니겠지? 나는 예전부터 글공부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비록 저는 그동안 글공부를 열심히 했지만 몸만 잘 쓰고 머리는 단순한 사람들을 괴롭히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마음 놓으셔도 됩니다.”그녀의 말에 사람들은 잠깐 침묵에 빠졌고 잠시 뒤 누군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심지어 선우유미도 잠깐 당황하다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그녀는 선우혁과 오래 알고 지냈지만 그가 여인에게 이렇게 면박을 당하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선우혁은 입술을 깨물면서 추월녀를 힐끔 바라보더니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그러면 나와 뭘 겨룰 것이냐? 창법을 겨룰 것이냐?”선우혁이 손을 뻗자 단상 아래 있던 길우강이 서둘러 앞으로 나서면서 말했다.“셋째 황자님, 창을 받으십시오!”그는 본인이 들고 있던 긴 창을 그에게로 던졌다.선우혁은 그것을 받은 뒤 손목을 돌리며 긴 창을 자신의 옆에 세워 두었고, 그 순간 단상 전체가 심하게 뒤흔들리며 먼지가 휘날렸다.그러나 긴 창 아래 바닥은 균열 하나 없이 멀쩡했다.아주 강한 내력이었다.추월녀는 살짝 뒤로 물러났고 관중들은 걱정하기 시작했다.셋째 황자의 내공은 조금 전 진왕을 상대할 때보다도 더욱 강해 보였다.셋째 황자는 화가 난 게 분명했다.가냘파 보이는 추월녀가 과연 그를 상대할 수 있을까? 어쩌면 공격 한 방에 만신창이가 될지도 몰랐다.추소하와 자운선은 줄곧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단상 아래서 그들을 지켜보았다.조금 전 셋째 황자가 창을 옆에 세울 때 썼던 힘을 생각해 보면 화가 단단히 난 눈치였다.선우혁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추월녀, 내가 세 번 먼저 공격하게 해주마. 무기를 꺼내서 날 공격해 보거라.”“셋째 황자님께서는 제 말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신 것 같군요.”“비무라고 하지 않았느냐? 비무라면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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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단상 아래 사람들은 경악한 표정으로 수군댔다.긴 창은 칼이나 검보다도 힘을 조절하기가 어려웠다.설령 검을 쓴다고 해도 이토록 얇은 비단 조각 열 개 중 여덟 개만 꿰뚫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게다가 비단 조각들은 모두 겹쳐 있었고 중간에 공간이 없었다.그러니 그걸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그제야 사람들은 깨달았다.추월녀가 무공을 겨루자고 했으나 사실 이것은 무공을 겨루는 것이 아니라 창법을 겨루는 것이었다.어차피 추월녀도 선우혁도 절대 해내지 못할 일이니 결과적으로 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그리고 무승부라면 추월녀는 적어도 체면을 지킬 수 있었다.“교활하기 짝이 없군!”선우혁 또한 그 점을 깨달은 것인지 화를 내며 말했다.“좋다. 그러면 내가 확실히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게 해주지!”그와의 대결에서 무승부를 노리다니, 얼토당토않은 소리였다.안세권을 바라보는 선우혁의 눈빛이 매우 서늘했다.안세권은 그중 비단 조각 한 묶음을 들고 겁먹은 얼굴로 말했다.“셋째 황자님, 부디... 조심히 해주세요.”비단 묶음이 꿰뚫리는 게 아니라 그의 목이 꿰뚫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그런데 안세권이 말을 마치자마자 눈앞에서 은빛의 무언가가 빠르게 지나갔다.안세권은 화들짝 놀라서 뒤로 자빠질 뻔했다. 시선을 들었을 때 그가 들고 있던 비단 조각들은 반으로 찢겨 있었다.안세권은 비단 조각을 하나하나 세어 보더니 마지막 남은 비단 조각을 들고 큰 목소리로 외쳤다.“셋째 황자님께서는 비단 조각 아홉 개를 꿰뚫으셨습니다.”선우혁은 조금 아쉬웠다. 창으로 사람을 죽이는 건 쉬웠지만 비단을 꿰뚫는 것은 상당히 어려웠다.힘 조절을 어떻게 그토록 세밀하게 할 수 있단 말인가?선우혁은 추월녀가 요구한 비단 조각 여덟 개보다 하나 더 많이 꿰뚫었다.추월녀가 하나도 꿰뚫지 못한다거나 전부 꿰뚫는다면 선우혁이 이기는 셈이다.단상 아래 사람들은 조금 안타까워했다.추월녀와 선우혁이 비기는 것은 어려울 듯했다.이때 추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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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다니.단상 아래 사람들도 매우 당황스러웠다.너무 대충한 것이 아닌가?고개를 숙인 선우혁은 자신의 손에 들린 비단 조각들을 본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비단 조각 여러 개가 꿰뚫렸다. 그리고 일부는 멀쩡해 보였다.안세권은 서둘러 달려가 직접 수를 세어 보았고 마지막에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여, 여덟 개입니다. 정말로... 여덟 개입니다...”그는 단상 아래 황제를 바라보며 손까지 덜덜 떨면서 말했다.“폐하, 추월녀 낭자께서... 여덟 개를 꿰뚫었사옵니다. 나머지 두 개는 멀쩡하옵니다. 낭자께서... 낭자께서 이겼사옵니다!”단상 아래 사람들은 침묵했다.그렇게 정적이 이어졌다.국공부의 추월녀가 동주의 셋째 황자를 이기다니.사람들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들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간 결과였기 때문이다.그러다 갑자기 박수 소리가 터져 나오며 정적이 깨졌다.“재밌어. 참으로 재밌구나! 월녀는 학식이 깊어 몸만 잘 쓰는 단순 무식한 사람들과는 비교도 안 되지. 하하...”무왕이었다.무왕은 매우 호탕하게 웃었는데 그의 웃음소리에서 약간의 오만함이 느껴졌다.선우혁은 표정이 잔뜩 굳어진 채 유상무를 매섭게 노려보았다.‘저 빌어먹을 자식. 죽여버리고 싶군!’물론 다른 사람들은 감히 웃지 못했다.황제 또한 마찬가지였으나 사실 그는 기분이 꽤 좋았다.그래도 선우혁은 다른 나라의 황자이고 황제인 그가 다른 젊은이들처럼 선우혁을 비웃는 건 좋지 않았다. 만약 선우혁이 돌아가서 이 일로 아버지에게 하소연한다면 그는 젊은이를 괴롭힌 철없는 어른이 되어버린다.그건 좋지 않았다.선우혁은 잠깐 심호흡을 하며 빠르게 자신의 감정을 갈무리했다.그는 추월녀를 향해 예를 갖추면서 말했다.“월녀 너는 머리가 좋을 뿐만 아니라 무공도 섬세하구나. 정말 대단하다.”그녀의 무공이 강하다고 확신하지는 못하겠지만 이 정도로 정확하게 조절할 수 있는 걸 보면 아주 대단했다.물론 그것이 단순한 운인지, 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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