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쟁보다 위험한 사랑: Chapter 21 - Chapter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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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그 말에 선우원영이 더욱 노발대발하더니 목소리마저 날카로워졌다.“뭣이라? 벌써 내가 싫증이 났단 말이구나. 넌 정말...”“닥치거라.”유봉진은 이젠 그녀의 목소리가 귀에 거슬렸고 심지어... 혐오감마저 느껴졌다.선우원영의 솔직한 성격이 마음에 들긴 해도 아무 생각 없이 제멋대로 구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내 곁에 있을 때는 함부로 해도 눈감아줄 수 있다. 단지 어마마마 앞에서 조금만 자제하라고 했을 뿐인데 그것마저도 안 된단 말이냐? 원영아, 내가 너를 지켜주지 않는다고 원망하고 있지? 그럼 넌 종일 나를 욕하고 화를 내는 것 외에 나를 위해 무엇을 해주었느냐?”유봉진은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는 분명 남들이 우러러보는 존귀한 대군인데 어찌하여 그녀의 눈치를 보아야 한단 말인가?처음에는 매우 신선하고 재미있었고 심지어 욕을 먹는 것조차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지금은 약간 반감이 들기 시작했다.계속 참고만 있어야 하는 이유가 없지 않은가?“스스로 잘 생각해 보거라.”유봉진은 소매를 휘저으며 휙 가버렸다.등 뒤에서 선우원영이 욕설을 퍼붓는 소리가 들려왔다. 화가 난 그는 발걸음을 재촉하여 서둘러 멀리 떠나갔다.서재에 들어서자마자 진무가 재빨리 따라 들어왔다.“대군 나리, 무왕 대군 나리께서 북강의 십이성을 모두 되찾은 건 아주 엄청난 공입니다. 무왕 대군 나리가 돌아오시면 폐하께서 무조건 상을 후하게 내리실 것입니다. 아무래도 이번에 폐하의 총애를 제대로 받으시겠네요.”“아바마마께서 넷째 형님을 아무리 아끼신다고 해도 얼굴이 흉측하게 망가져 절대 황제의 자리에는 앉히지 않으실 게다.”얼굴이 흉하게 망가진 사람이 어찌 황제가 될 수 있단 말인가?만약 정말로 유상무가 황제가 된다면 동릉의 체면이 그의 망가진 얼굴 때문에 엉망이 될 것이다.“민간에 명의가 많아 무왕 대군 나리의 얼굴을 고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대군 나리, 이럴 때일수록 서비 마마의 말씀대로 월녀 아씨를 달래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진무는 주인의 일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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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그때 바람이 불어왔다.추월녀의 긴 머리가 바람에 흩날리고 옷자락이 휘날리는 뒷모습에 유봉진은 저도 모르게 마음이 간질거렸다.그녀의 수단과 속셈이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도성 전체를 둘러봐도 그녀보다 아름다운 여인은 없었다.이런 추월녀라면 그가 총애하지 않더라도 집 안에 가둬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내들이 더럽히게 해서는 절대 안 되니까.유봉진이 발걸음을 재촉했다.“월녀야...”그런데 추월녀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사람을 본 순간 그는 발걸음을 멈췄다.“넷... 넷째 형님?”유봉진은 완전히 넋을 잃었다.“형님, 언제 돌아오셨습니까?”“어젯밤에 도성에 돌아왔고 이미 아바마마를 뵈었다.”유상무가 돌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햇빛이 거대한 몸집에 쏟아져 바닥에 긴 그림자를 드리웠다.수년 만에 보아도 그는 변한 게 하나도 없었다.타고난 살기가 온몸에 감돌았고 살벌한 기세가 사람을 짓눌렀다. 웬만한 사람은 감히 눈도 마주치지 못할 것이다.유봉진의 시선이 유상무의 얼굴에 닿았다. 반쪽 가면을 쓰고 있어도 무척이나 끔찍했다.그의 가면을 보고 나니 유봉진은 자신감이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지금 재능을 논하든 외모를 논하든 진왕 대군인 유봉진이 도성 제일이었다. 하여 유상무 앞에서 굽신거릴 필요가 없었다.“월녀야, 넷째 형님을 초대했으면 나에게 말했어야지. 형님과 술이라도 몇 잔 하게.”추월녀의 안색이 약간 창백한 걸 보니 유상무가 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그녀는 확실히 약간 불안했다. 무왕이 쓴 가면이 계속 그녀에게 상기시켜주고 있었다. 그때 그녀가 무왕을 그 전장으로 유인한 바람에 얼굴이 망가지게 되었다는 것을.이번에 도성으로 돌아오자마자 첫날 밤에 먼저 황제에게 인사하고 다음 날 아침 일찍 그녀를 찾아왔다. 그에게 다른 목적이 없다고 한다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유봉진의 말에 추월녀는 너무도 어이가 없었다.“무왕 대군 나리와 술을 마시고 싶으시면 진왕부로 초대하셔야지, 국공부와 무슨 상관이라고 저를 탓하시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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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추월녀!”유봉진의 눈빛이 가라앉더니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넷째 형님이 지난 몇 년간 북강에서 얼마나 큰 세력을 키워 왔는지 아느냐? 북강에서 치욕을 참으며 때를 기다렸다가 얼굴이 망가진 것에 대한 복수를 하려고 돌아온 게 틀림없다. 헌데 이런 때에 장난을 치는 것이냐?”추월녀는 복잡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이젠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무슨 행동을 하든 그저 장난으로만 보인단 말이야? 이런 사이라면 더는 얘기를 나눌 필요도 없지.”“대군 나리, 오늘은 피곤하여 손님을 접대하기 어려우니 이만 돌아가시지요.”그녀가 나무 상자를 집어 들고 돌아서려 하자 유봉진이 잔뜩 굳은 얼굴로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눈앞에 적이 있는데 꼭 이런 태도로 나와 얘기해야겠느냐?”“대군 나리께서 무왕 대군 나리를 적으로 여기신다면 그건 그저 대군 나리의 적일 뿐입니다. 저처럼 연약한 여인은 그분과 적대할 자격도 없습니다.”그들의 싸움이 그녀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그해 그 전투는 네가 넷째 형님을 북강으로 유인한 바람에 넷째 형님의 얼굴이 망가졌다. 이토록 큰 원한을 형님이 잊을 것 같으냐?”‘늘 꼼꼼하게 생각하더니 이번에는 어찌 이리 순진한 건지.’“형님이 널 찾아온 건 복수하기 위해서다. 설마 정말 너와 차나 마시며 얘기하러 온 줄 아느냐?”“전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무왕 대군 나리께서 혼인을 청하러 오셨다고요. 그러니 당연히 차나 마시며 얘기하러 오신 것이 아니지요.”추월녀는 점점 그와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전에는 이 점을 왜 알아채지 못했을까?유봉진의 인내심이 슬슬 바닥났다.“국공부에 다른 아씨가 없는데 누구에게 혼인을 청한단 말이냐? 추월녀, 장난 좀 그만하거라.”추월녀의 보석처럼 아름다운 두 눈에 당황한 빛이 스쳤다.“대군 나리의 마음속에 전 여인이 아니란 말씀입니까?”“네가 내 곁에 머문 지 여러 해 되었다. 동릉에서 네가 내 사람인 줄 모르는 자가 있더냐? 너와 혼인하려는 사내가 있을 것 같으냐?”유봉진은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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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추월녀는 처음에는 멍하니 있다가 나중에는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이지 가소롭기 짝이 없었다.“대군 나리, 저의 큰 오라버니가 직접 받아오신 혼약 취소 성지를 이제 와서 다시 폐하께 거두어달라 청하시라고요? 국공부가 폐하의 미움을 받게 하려는 속셈이십니까?”“이는 본래 너희 국공부가 저지른 일이거늘. 그럼 내가 나서서 뒷수습해야 한단 말이냐?”유봉진은 분노를 억누르고 있었던 터라 그나마 좋게 좋게 말했다.“월녀야, 고집부리지 마라. 내가 아바마마 앞에서 잘못을 저지를 수 없다는 걸 너도 알지 않느냐. 추 장군이 직접 아바마마께 청하면 기껏해야 몇 마디 꾸중을 듣겠지. 어찌 됐든 되돌려야지 않겠느냐? 추 장군이 가지 않는다면 너와 나의 혼약은 정말로 깨지게 된다. 그러니 적당히 하거라. 정말로 혼약이 취소되면 나중에 우리가 혼인하려 해도 백성들이 비웃을 것이다. 그때는 정말 돌이킬 수 없게 된단 말이다.”“전 처음부터 되돌릴 생각이 없었습니다.”그가 말을 많이 한들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유봉진의 눈빛이 확 어두워졌다.“월녀야, 내가 이렇게 직접 찾아오기까지 했는데 언제까지 억지를 부릴 셈이냐?”추월녀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대군 나리,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제가 대군 나리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어찌하여 아직도 제가 대군 나리께 삐쳐서 억지를 부리는 것이라 생각한단 말입니까? 설마 그날의 성지가 눈앞의 현실을 대군 나리께 똑똑히 보여주는 데 부족했던 것입니까?”“그저 내 곁에 다른 여인이 하나 더 생겼기 때문이냐?”유봉진 또한 짜증이 났지만 지금은 실망감이 더 컸다.“난 일국의 대군이고 장차 황제가 될 수도 있는 사람이다. 내 곁에 있는 여인이 하나뿐이겠느냐? 내가 여인 하나만 곁에 두려 해도 백성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그러니까 평생 저만 사랑하겠다 하시고 또 선우원영만 사랑하겠다 약조하신 건 모두 진심이 아니란 말씀입니까?”추월녀는 지난 9년 동안 유봉진을 제대로 본 게 맞는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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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유봉진이 분노를 터뜨리며 가버렸다.그가 떠난 후 자운선이 씩씩거리면서 말했다.“진왕 대군 나리께서 너무 하시는 거 아닙니까? 사람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건가요?”추월녀가 덤덤하게 답했다.“못 알아듣는 게 아니라 믿는 구석이 있어서 그러는 거겠지.”“그럼 아씨도 대군 나리의 말씀이 맞다고 생각하십니까?”자운선이 풀이 죽은 얼굴로 물었다.‘큰 도련님의 몸이 성치 않아 국공부의 대가 끊어진 건 사실이지만 국공부에 후사가 없다는 연유로 폐하께서 병권을 거두시려는 건 아니겠지?’“진왕 대군 나리는 인정이 없고 무왕 대군 나리는 또 얼마나 무서우신지... 아씨, 우리 이제 어찌합니까?”“때가 되면 알아서 잘 풀릴 것이니 걱정하지 마라.”추월녀는 자운선의 머리를 톡 치고는 손에 든 나무 상자를 내려다보았다.자운선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아씨, 이 상자 안에 대체 무엇이 들어 있습니까? 정말로 예물입니까?”무왕이 왔을 때 그의 기세가 너무나 험악하여 자운선은 감히 가까이 가지 못하고 그저 예물이라는 말만 얼핏 들었다.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이렇게 작은 예물을 주는 법이 어디 있단 말인가?겉보기에 소박하기 그지없었고 귀티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었다. 안에 든 물건 역시 그리 귀한 것은 아닐 게 분명했다.“무왕 대군 나리께서 정말로 아씨께 혼인을 청했습니까?”“내 말을 믿지 않는 것이냐?”추월녀는 발걸음을 옮겨 본채로 향했다. 자운선이 입을 삐죽 내밀며 투덜거렸다.“믿지 않는 게 아니라... 믿기지 않아서요. 무왕 대군 나리의 얼굴이 아씨의 계략 때문에 그리된 것이 아닙니까. 아씨께 복수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량을 베푸신 건데 어찌 혼인을 청할 수 있단 말입니까? 정말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나 역시 무왕 대군 나리가 무슨 속셈을 품고 있는지 모르겠다.”유상무 생각만 하면 추월녀는 골치가 아팠다.유봉진의 일은 그나마 감당하기 쉬웠지만 유상무의 등장은 도무지 속을 알 수가 없었다.“오라버니께 상의드릴 일이 있으니 서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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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추월녀는 나무 상자를 추소하의 손에 쥐여주었다.“오라버니, 번거로우시겠지만 무왕부에 직접 다녀와 주시겠습니까? 그리고 가셔서 이 말만 전해 주십시오. ‘파혼당한 불길한 여인은 대군 나리와 어울릴 자격이 없다’고요.”“무슨 허튼소릴 하느냐. 파혼당한 게 아니라 진왕 대군을 마다한 건 네 쪽이지 않느냐.”동생을 불길하다고 말하다니, 추소하로서는 차마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 말을 듣는 것조차 가슴이 아려왔다.“지금 제가 떠올릴 수 있는 핑계는 이것뿐입니다. 오라버니, 시간이 없습니다. 얼른 가십시오!”추월녀는 그를 재촉했다.추소하는 상황이 급박하다는 걸 알았다. 지금은 일단 그녀 말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그는 나무 상자를 조심스럽게 챙긴 뒤 곧장 문을 나섰다.추월녀가 앞마당에 서둘러 도착했는데 그곳에 와 있던 사람은 뜻밖에도 서비 곁의 서 상궁이었다.황제 쪽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자 추월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다가갔다.“서 상궁 아닙니까? 오늘 무슨 일로 직접 이 누추한 곳까지 오셨습니까?”서 상궁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가씨, 저희 마마께서 최근에 아주 좋은 차를 구하셨습니다. 아가씨와 함께 마시고 싶어 하셔서 직접 마차까지 준비하셨답니다. 얼마나 아가씨를 그리워하시는지 알겠지요?”추월녀가 거절할 새도 없이 서 상궁이 말을 이었다.“마마께서 오래 기다리고 계십니다. 어서 가시지요.”...춘하궁 안, 향로에서 연기가 은은하게 피어올랐다.서비는 손에 고운 백자 잔을 들고 있었다.“월녀야, 도성에 온 지 꽤 됐는데도 정작 나를 찾아오지 않았구나. 나를 잊은 건 아니더냐?”추월녀가 고개 숙여 답했다.“송구하오나 그런 불경한 뜻은 전혀 없사옵니다. 다만 조부께서 요즘 몸이 편찮으셔서 제가 부득이 조부를 돌보느라 궁에 들어와 마마께 인사 올릴 겨를이 없었사옵니다. 부디 널리 헤아려 주시옵소서.”“그래? 국공 나리께서 또 몸이 안 좋으시다니 걱정이구나.”서비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말을 돌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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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추월녀의 정교하고 아름다운 얼굴은 여전히 무표정이었지만 소매 속에서는 두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눈앞의 두 사람은 겉으로는 인자해 보이지만 사실은 시커먼 속내를 가지고 가벼운 세 치 혀로 한 여인의 인생을 망치려 했다. 만약 연약한 여인이었으면 돌아가서 목을 매달았을지도 모른다.이들은 피도 눈물도 없이 사람의 목숨을 쉽게 앗아갈 사람들이다.“봉진이가 외간 여인과 함께해서 마음이 불편하여 고집을 부려 추 장군의 전공을 헛되이 하고 혼인 취하 교지를 요구했을 것으로 안다.”서비는 잔을 내려놓으며 부드러운 미소를 유지했다.“걱정 말거라. 얼마 전에 본궁이 진왕부를 방문해서 그 외간 여인을 살갗이 찢어지도록 매질하여 너 대신 화풀이했노라. 앞으로 계속 뻔뻔스럽게 진왕부에 남아 있는다 한들 본궁이 결코 편하게 지낼 수 없도록 혼쭐을 낼 것이다.”서비는 추월녀의 손을 꼭 잡고 손등을 토닥이며 말을 이어갔다.“월녀야, 폐하께 홧김에 그런 것이니 부디 교지를 거둬달라고 간청해다오. 우리 이번 일은 없던 일로 하자꾸나. 앞으로 넌 여전히 본궁이 가장 아끼는 월녀이자 진왕부의 부부인으로 우리 모두의 총애를 받을 것이다. 허나 계속 고집을 부린다면 밖에서 떠도는 소문이 너 본인뿐만 아니라, 나아가서 국공부까지 무너뜨릴 수도 있단다.”서비는 마지막으로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국공 대인께서 병석에 계셔서 아직 귀에 거슬리는 유언비어를 듣지 못하셔서 다행이구나. 가령 누군가 대인 앞에서 허튼소리를 지껄여서 대인의 병세가 더 심해지면 너도 더 속상하지 않겠느냐?”추월녀는 침묵하고 있었지만 더 차가운 한기가 느껴졌으며 국공으로 그녀를 협박하는 데 성공한 서비는 만족한 듯 그녀의 손을 놓으며 미소 지었다.“월녀야, 돌아가서 잘 생각해 보고 하루빨리 폐하를 뵙고 이 일을 마무리하도록 해라.”서비는 잠깐 생각하더니 또 한마디 했다.“참, 오늘 폐하께서 무왕을 위한 축하연을 베푸는데 성대한 자리라 하객들도 많을 것이다.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게 꺼려지면 연회 전에 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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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서 상궁은 여전히 약간 불안했다.“폐하를 이리 농락하시니 폐하께서 크게 노하셔서 대군 나리께도 죄를 묻는 건 아닌지 우려되옵니다.”국공부는 충성스러운 가문인 데다가 대가 끊겨서 황제는 아무리 화나도 차마 그들을 처벌하지 못할 터지만 누군가는 황제의 분노를 감당해야 한다.“그럴 일은 없다!”서비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봉진이가 선우원영 잔당을 제거할 때 선우원영이 대의를 위해 친족을 멸했다는 걸 폐하께 어필하고 사람을 데려온 건 단지 친족을 잃은 선우원영에게 보상하기 위해서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된다. 추월녀가 속이 좁아 사정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대장부인 봉진이가 그 마음을 헤아려 앞으로 더 아껴주면 될 일이다.”서비는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폐하께서도 틀림없이 아량이 넓은 아들을 키워냈음에 크게 기뻐할 것이다. 여하튼 이번 일은 추월녀 남매가 철없이 소란을 피운 것이니 봉진이와는 무관한 일이다. 폐하께서도 추소하가 속이 좁아 대성할 인물이 아니라는 걸 깨달을 터니 대혼이 끝나면 분명 나라를 위해 핑계를 찾아 국공부의 십만 추씨 가병을 봉진이의 휘하로 편입시키겠지!”그때가 되면 국공부는 완전히 몰락하고 모든 세력은 서비의 아들 것이다. 서비의 분석에도 서 상궁은 여전히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 없었다.“허나 아가씨께 오늘 밤 선우원영 아씨를 혼쭐 내 주겠다고 약조하지 않으셨사옵니까? 선우원영 아씨는 대군 나리가 아끼는 분인데 대군 나리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옵니다.”서비는 전혀 문제 될 게 없다는 듯 답했다.“모든 일이 끝나고 월녀와 봉진이가 대혼까지 마치면 본궁이 폐하를 찾아뵙고 선우원영은 백성과 대의를 위해 친족을 멸한 공신이라고 말씀드릴 것이다. 허나 지금은 부모를 잃고 봉진이한테 일편단심이니 본궁이 측비의 신분을 하사하면 봉진이도 본궁한테 감사할 텐데 어찌 화를 내겠느냐?”서비의 계획을 들은 서 상궁은 눈에 빛을 내면서 칭찬했다.“역시 마마시옵니다! 정말 일석이조, 아니 일석삼조의 완벽한 대안이시옵니다!”추월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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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궁궐 안팎의 유언비어는 빠르게 무왕부에도 전해졌다.“사람들이 마치 현장에 있었던 것처럼 뒷담화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유언비어는 한 여인에게 있어 칼로 심장을 직접 찌르는 것보다 더 무섭습니다!”거리를 돌아다니던 우금은 화가 난 얼굴로 돌아왔다.“대군 나리,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자들은 월녀 아씨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습니다! 정말 악랄하기 그지없습니다!”우금이 밖에서 들은 소문을 전하자 평소 침착하던 가진명도 참지 못하고 표정이 어두워졌다. 출가하지도 않은 여인이 군영의 풍기를 어지럽힌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으니 사람들한테 그녀는 기생과 다름없을 것이다. 국공부의 적녀가 기생 대우를 받는 건 너무 큰 모욕이었다.“이토록 비열한 수를 둔 건 아씨가 폐하께 교지를 거두어달라고 간청하고 진왕 대군 나리와 대혼을 계속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우금은 치를 떨며 혐오감을 드러냈다.“허나 그들은 아씨의 처지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나중에 아씨가 진왕 대군 부부인이 된다고 한들 평생 오명을 감수하면서 고개를 들지 못할 겁니다!”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한 여인의 명성을 더럽히는 건 너무 악랄하고 가증스러운 짓이었다! 유상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차가운 가면 아래에서 매와 같은 눈동자로 차가운 기운을 뿜어냈으며 가진명은 냉정함을 유지하며 입을 열었다.“대군 나리, 이런 비열한 수법은 진왕 대군 나리의 수법이 아닌 듯합니다.”그러자 우금이 씩씩거리며 말했다.“이득을 보는 건 진왕 대군 나리지 않습니까? 월녀 아씨는 이미 혼인 취하 교지를 받았습니다. 허나 유언비어가 퍼지면서 아씨는 진왕 대군 나리와 혼인하지 않으면 목을 매달아야 하는 처지에 이르렀습니다!”이건 추월녀를 죽음으로 모는 것과 다름없다.“진왕 대군 나리는 무왕 대군 나리와는 다른 진영에 있는 분이지만 평소 행실이 떳떳한 편으로 이렇게 옛정을 전혀 생각하지 않으실 분은 아닙니다.”가진명의 말에 우금은 냉소를 지으며 물었다.“그럼 누가 이런 짓을 한다는 말이냐?”가진명은 유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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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밤이 깊어지자 추월녀는 하얀 치마를 입고 문을 나섰으며 자운선은 그녀의 장착이 이해되지 않았다.“아씨, 오늘 궁중 연회는 정식적인 자리인데 이리 입으시면 황후 마마께서 기분 나빠하지 않겠습니까?”“추하다고 생각하느냐?”추월녀가 웃으며 묻자 자운선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예쁘십니다.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 같지 말입니다.”“예쁘다면 황후 마마께서 기분 나빠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추월녀가 앞뜰로 걸음을 옮기자 자운선은 바짝 뒤따랐다.“성대한 연회라 분명 다들 화려하게 차려입고 미모를 뽐낼 겁니다. 아씨께서 이토록 소박하게 입으시니 남들과 어울리지 않아 황후 마마께서 아씨의 의도를 임의로 왜곡할까 두렵습니다.”후궁 여인들은 서로 본인이 돋보이려고 머리를 굴리곤 하는데 이는 황후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었다.“괜찮다. 오늘 황후 마마께서는 나한테 화를 내지 않을 것이다.”막 앞뜰에 도착하자 걱정스러운 얼굴로 마차 옆에 서 있는 추소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월녀야, 오늘 연회에 꼭 참석해야겠느냐?”추월녀가 밖으로 나오자 추소하는 한걸음에 달려가 물었다.“참석하지 않으면 오히려 유언비어가 두려워 숨는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렇다면 소문의 신빙성을 더 입증하는 꼴이지 않습니까?”“허나 연회에서 사람들의 비난을 받을 것이다. 오라버니는 오늘 폐하께 술을 따라드려야 해서 항시 네 곁을 지킬 수가 없구나. 난 네가...”추소하는 여전히 걱정을 떨칠 수 없었다.“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는 더 이상 누군가의 보호가 필요한 어린애가 아닙니다.”추월녀가 웃으며 마차에 먼저 오르자 추소하도 어쩔 수 없이 따라서 올라탔다. 궁으로 가는 길은 그리 멀지 않았지만 마차가 매우 느리게 움직였기에 반평생을 보낸 것처럼 길게 느껴졌다.아니나 다를까 입궁 후 추월녀는 여러 장군들에게 이끌려 술을 마시러 갔다. 추소하가 다쳤다는 소문은 도성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널리 퍼졌으며 큰 오라버니가 불편해할까 봐 걱정이던 추월녀는 그의 밝은 모습에 조금은 마음이 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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