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쟁보다 위험한 사랑: Chapter 31 - Chapter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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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

그날 선우원영이 매를 맞은 후 유봉진은 정말 화가 났지만 국공부에 도착했을 때 더 큰 수모를 당했기에 돌아간 뒤 다시 선우원영의 거침없고 순수함이 그리워졌다.어렵게 다시 사이가 좋아졌기에 유봉진은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아 선우원영에게 해명했다.“누군가 뜬소문을 퍼뜨리는 것뿐이다. 다들 어리석어서 그 말을 믿고 있는데 정녕 너도 믿는 것이냐?”선우원영이 노려보자 유봉진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궁에 보는 눈이 많으니 무슨 일이 있으면 돌아가서 얘기하자꾸나.”불평을 늘어놓으려던 선우원영은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자 입을 다물었으며 곧 친절하지 않은 시선들이 자신에게 쏠리고 있다는 걸 느꼈다.“둘째 형님과 셋째 형님이 오셔서 얘기를 나누러 가야겠다. 궁녀가 자리를 안내해 줄 터니 어디에 앉아야 할지 모르겠으면 진왕부 사람이라고 하거라. 그럼 잘 모셔줄 것이다.”선우원영은 궁중 연회에 참석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었다. 지난 몇 년 동안 각국에서는 전쟁이 끊이지 않았고 바깥세상을 돌아보면 대부분 지역의 백성들은 생계를 유지하기조차 어려웠다.허나 동릉국은 강력한 국력 덕에 도성은 가장 번화한 도시로 자리 잡았으며 황궁은 그 모든 번화한 요소를 다 갖춘 최상의 장소였다. 황궁은 사방이 휘황찬란한 금빛으로 장식되었으며 나무에 걸린 등불에도 금실이 박혀 있었고 선우원영은 그런 부귀한 황궁의 모습에 압도되어 눈을 뗄 수 없었다.진왕부의 사람이기에 궁녀는 선우원영을 매우 공손히 대했지만 오늘 연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황실의 친척이나 높은 신분인 관리 또는 귀족들이었기에 선우원영을 향한 눈빛에는 다소 경멸이 섞여 있었다.선우원영은 무공이 약한 편은 아니었고 다들 낮은 소리로 대화했지만 귀가 밝은 선우원영은 대화 내용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바로 저 여인 때문에 진왕 대군 나리에 국공부의 월녀 아씨를 버렸다지요?”“얼굴도 추하고 피부색도 검고 더러운 것이 월녀 아씨와는 비교도 할 수 없습니다.”“그러게 말입니다. 저희 저택의 하녀 중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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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추월녀는 차를 마시면서 주위의 의논에도 시종 담담한 얼굴로 우아하게 행동했으며 예의 있는 모습이 흠잡을 데가 없었다.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추월녀가 막 찻잔을 내려놓을 때 갑자기 쨍그랑 소리와 함께 그녀의 앞 탁자에 놓인 찻잔이 누군가의 손에 맞아 깨졌다.찻잔에 남은 찻물이 사방으로 튀자 겁에 질린 옆자리의 여인은 낮게 소리를 지르며 얼른 자리를 피했다.“추월녀, 도대체 무슨 뜻이냐?”선우원영이 탁자 앞에 서서 추월녀를 내려다보자 추월녀도 눈꺼풀을 들어 천천히 그녀를 쳐다보았다. 언뜻 보기에는 잔잔해 보이지만 거친 파도가 휘몰아치는 듯한 추월녀의 눈빛에 선우원영은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그날 밤 선우원영은 사실 제대로 보지 못했고 그 사람이 추월녀인지 아닌지 알지 못했다. 허나 유봉진이 추월녀와는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냈는데 무술을 전혀 모른다고 거듭 강조했다. 선우원영은 결국 유봉진의 말을 믿고 그날 밤 분명 고수들이 잠복하여 추월녀 대신 손을 쓴 것이라고 믿었다.선우원영은 위선적인 얼굴로 딴 속내를 가지고 스스로 자작극을 꾸민 추월녀가 비열하기 짝이 없다고 생각되었다.“이게 무슨 짓이냐?”선우원영은 청순하고 무고한 얼굴로 묻는 추월녀의 모습이 너무 역겨웠다.“봉진이는 너를 건드린 적도 없는데 왜 그런 소문을 퍼뜨리면서 네가 봉진이의 여인이라고 말하는 것이냐? 추월녀, 너 정말 너무 비열하구나.”유봉진이 추월녀를 건드린 적이 없다는 말에 주위의 사람들은 다시 수군대기 시작했으며 추월녀는 주위의 떠들썩한 소리를 무시한 채 선우원영을 보며 얕은 미소를 지었다.“나와 진왕 대군 나리 일은 네가 관여할 바가 아니다.”“사람들 앞에서 봉진이한테 직접 확인할 수 있느냐?”선우원영의 질문에 추월녀는 눈을 반짝였으며 평생 위선적인 여인을 가장 싫어하는 선우원영은 추월녀가 찔려서 그런 반응을 보인다고 받아들였다.“가자! 내가 오늘 사람들 앞에서 진실을 밝혀야겠다!”선우원영은 추월녀의 손목을 잡고 쉽게 그녀를 끌어당기면서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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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어화원은 갑자기 어수선해졌으며 가진명과 우금을 데리고 막 도착한 유상무는 무슨 영문인지 알지 못했다.“대군 나리, 진왕 대군 나리께서 데려온 여인이 월녀 아씨를 바닥에 밀쳤습니다! 도우러 가시겠습니까?”우금이 자초지종을 전하자 유상무는 흥미진진한 얼굴로 뒤에 있는 가진명에게 말했다.“안 내관이 어디까지 왔는지 확인하고 얼른 와서 같이 구경하라고 해라.”“예.”유상무의 뜻을 깨달은 가진명은 즉시 몸을 돌려 떠났지만 우금은 다급해졌다.“월녀 아씨가 바닥에 주저앉아 있습니다. 대군 나리, 정말 안 도와도 되겠습니까?”유상무는 아무 말 없이 앞으로 다가갔으며 다시 돌아온 가진명은 여전히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우금의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추 장군께서도 옆에 있는데 뭘 그리 조급해하십니까?”“추 장군께서 아직 술을 마시고 있지 않느냐? 월녀 아씨한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모를 터니 당연히 조급해하지 않겠지!”우금의 말에 가진명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미련한 놈이 어떻게 십여 년 동안이나 유상무의 곁에 있었는지 의문을 가지며 정말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가진명은 유상무의 뒤를 따르며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우금을 더 이상 상대하지 않았다. 떠들썩한 곳에는 유봉진과 두 여인이 있었으며 유봉진은 서둘러 추월녀를 일으켜 세우려 했다.추월녀가 막 손을 내미는 순간 두 사람이 손이 닿기도 전에 선우원영이 빠르게 유봉진의 손을 낚아채며 말했다.“역시 아직 추월녀한테 마음이 남아 있었구나!”주위 사람의 눈치를 보는 성격이 아닌 선우원영은 평소처럼 행동했다. 유봉진은 대군이라 주변 사람들은 누구도 유봉진에게 함부로 하지 못했으며 방금 입궁하면서 만난 사람들도 다들 그의 비위를 맞춰주고 있었다. 허나 유봉진의 지위가 높을수록 선우원영은 유봉진 앞에서 허리를 더 꼿꼿이 펴고 모든 사람들에게 신분 높은 대군도 그녀를 달래야 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세상 여인들은 자기 사내를 너무 무서워하여 굽신거리며 살지만 선우원영은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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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다들 유봉진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고 유봉진은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심지어 궁에서 언급해야 한다는 생각에 얼굴이 화끈거렸다.곧 황제도 도착할 텐데 황제가 이런 모습을 보면 분명 그에게 실망할 거라는 생각에 유봉진은 불같이 화를 내며 선우원영을 밀어냈다.“할 말이 있으면 돌아가서 얘기하자고 하지 않았느냐? 당장 꺼지지 못하겠느냐?”“방금 뭐라고 했느냐?”선우원영은 꺼지라는 말에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선우원영은 한 번도 자발적으로 유봉진의 곁에 머무르려고 한 적 없었으며 매번 그녀가 떠나려고 할 때마다 유봉진이 그녀를 붙잡았는데 이제 와서 꺼지라니!“그 말은 소문이 사실이란 말이냐? 유봉진, 이 사기꾼아! 여태 날 속인 것이냐?”선우원영은 저택에서 하던 대로 유봉진에게 달려들어 그의 옷깃을 잡으려고 했다. 유봉진은 크면서 누군가에게 맞아본 적이 없었으며 선우원영은 그의 뺨을 때린 유일한 여인이었다.매번 유봉진은 화가 나서 그녀의 목을 졸라 죽이고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왠지 모르게 이런 여인은 두 번 다시 찾을 수 없다고 생각되어 화를 내면서도 선우원영을 소중히 여겼다.허나 황궁에서 유봉진의 뺨을 때리면 목이 날아갈 수도 있는데 참으로 아둔한 여인이었다. 선우원영이 막 손을 들어 뺨을 때리려는 순간 유봉진은 인상을 찌푸리며 손을 흔들었고 짝 소리와 함께 선우원영은 얼굴이 따가워졌다.주변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마치 익숙한 상황이라는 반응이었지만 선우원영은 온 세상이 조각나고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지금 날 때렸느냐?”선우원영은 볼을 움켜쥐고 믿을 수 없다는 듯 절망과 분노가 섞인 눈으로 유봉진을 바라보더니 눈동자가 완전히 새빨갛게 변했다.선우원영을 옆에 두고 있으면서 아껴줘도 모자랄 판에 그녀에게 손댄 적이 없었는데 뺨을 맞았으니 얼마나 수치스러울까? 유봉진은 그녀의 모습에 약간 후회되었지만 방금은 정말 너무 화가 나서 무의식적으로 손이 나간 것이었다. 허나 유봉진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선우원영을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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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안세권의 꾸중에 다들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꿇었다.“폐하를 뵙겠사옵니다! 황후 마마를 뵙겠사옵니다!”황제가 도착하자 유봉진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선우원영의 손을 잡아당겼다.“아바마마께서 오셨다! 살고 싶으면 얼른 무릎을 꿇고 인사를 올리거라!”선우원영은 황제를 본 적 없었지만 모두가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에 아무리 겁이 없어도 황제 앞에서는 감히 행패를 부릴 수 없었다.황제는 진왕보다 지위가 훨씬 높기에 유봉진이 무릎을 꿇자 선우원영도 빠르게 무릎을 꿇고 낮은 소리로 인사를 올렸다.“폐하를 뵙겠사옵니다.”허나 선우원영은 황후한테 인사를 올리는 걸 깜빡했으며 더 중요한 건 그녀는 후궁의 여인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다.그녀들은 사내를 유혹하여 그 자리에 올라갔으며 선우원영은 그런 여인을 평생 가장 경멸했다. 선우원영은 황후한테 눈길을 주지 않았지만 황후의 시선은 오히려 그녀에게 한참 머물렀다.“봉진아, 어떻게 된 일이냐?”황후는 유봉진에게 자초지종을 물었고 그들과 함께 도착한 서비는 한눈에 아들의 목에 난 핏자국을 확인하고 또 머리가 흐트러진 채 엎드려 있는 선우원영의 모습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녀가 손을 쓰기도 전에 먼저 난동을 부렸으니 참 골치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서비는 불안한 마음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추월녀에게 시선을 옮기면서 세 사람한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추측했다. 추월녀도 머리카락이 약간 흐트러지긴 했지만 볼품없는 모습은 아니었고 오히려 너무 예쁜 외모 덕에 약간 흐트러진 머리카락이 그녀의 매력을 더해 준 것 같았다.사람들은 황제와 황후한테 인사를 올린 후 서둘러 한쪽으로 물러났으며 목에 상처를 입고 또 황후한테 지목당한 유봉진은 어쩔 수 없이 상황을 설명해야 했다.“아바마마, 황후마마, 소자는...”“폐하!”유봉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추월녀가 한 발 앞으로 나서더니 유봉진과 선우원영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쿵 하고 무릎을 꿇었다.“월녀야, 왜 그러는 것이냐?”어려서부터 추월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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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월녀야, 무례하게 굴지 말거라!”황후마마가 추월녀를 꾸짖으면서도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에 다소 이상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고작 뜬소문에 왜 그렇게 집착하는 게냐? 세간에 워낙 입이 가벼운 자들이 많지 않더냐? 고작 다른 사람이 몇 마디 했다고 목숨을 끊는다면 이번 생에서 몇 번을 죽어야 결백을 증명할 수 있겠느냐?”황제도 마침내 무슨 일인지 알아듣고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말투로 꾸짖었다.“그냥 뜬소문일 뿐이니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 다들 일어나거라.”황후는 웃으며 한마디 보탰다.“그래, 사람들의 말에 신경 쓰지 말거라. 월녀야, 너 스스로가 떳떳하면 아무도 그런 유언비어를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소녀도 그렇게 생각하고 마음에 두지 않았사옵니다만 방금 선우원영이 소녀를 이곳으로 끌고 와서 결백을 증명하라고 몰아붙였사옵니다.”“뭐?”추월녀의 말에 황후는 약간 흥분된 감정을 억누르며 추월녀가 과연 그녀를 실망시키지 않는다는 생각에 들떠 놀란 척하면서 되물었다.“그게 누군데 감히 너한테 결백을 요구했단 말이냐?”황제의 시선이 유봉진 옆에 있는 여인에게 향했다. 평범한 외모의 여인은 궁중의 궁녀들과 비교해도 한참 떨어지는 수준인데 하물며 옆에 있는 도자기처럼 하얀 피부의 추월녀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황후의 질문에 유봉진도 입을 다물고 있을 수 없어 입을 열었다.“아바마마, 황후마마, 이 여인이 바로... 선우원영이옵니다.”유봉진이 눈치를 주자 선우원영은 마침내 철이 좀 들었는지 얼른 인사를 올렸다.“소인 선우원영, 폐하와... 황후마마를 뵙겠사옵니다.”“아바마마, 소자가 선우 일족을 멸할 때 이 원영이가...”황제는 어두운 얼굴로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네가 월녀를 이곳으로 끌고 와서 결백을 증명하라고 강요한 게냐? 어디 감히 겁도 없이!”황제의 호통에 유봉진과 서비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으며 유봉진이 막 해명하려는데 선우원영은 고개를 들어 황제의 시선을 마주하며 다소 오만한 태도로 답했다.“폐하께 아뢰옵니다. 소인은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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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홀로 남은 사람이라는 말에 사람들은 추월녀와 유봉진 사이에 혼약이 있었다는 걸 떠올렸다.추월녀는 약간 쉰 목소리로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황제를 바라보며 당당하게 말을 이어갔다.“소녀와 대군 나리는 인연이 다했지만 그래도 알고 지낸 정을 생각해서라도 제발... 앞으로 소녀한테 상처 주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추월녀가 고개를 숙이자 눈가에 맑은 눈물 두 방울이 그녀의 얼굴을 따라 흘러내렸으며 그 모습은 너무 처량하고 가여워 동정심을 불러일으키지 않을 수 없었다.“월녀야, 먼저 일어나거라.”조금 전까지 구경하는 마음으로 지켜보던 황후는 지금 정말 화나 났다. 사내의 마음은 늘 이토록 차가우며 새 여인이 웃으면 옛 여인은 울기 마련이니 추월녀의 처지도 그녀와 다를 바 없었다.후궁에 여인이 늘어남에 따라 황제는 새 여인들과 밤낮으로 가무를 즐기며 시간을 보냈고 수많은 쓸쓸한 밤을 황후가 어떻게 보냈는지는 관심하는 이 없었다.“그래, 참 좋구나!”황후는 선우원영을 노려보며 화가 나서 주먹을 꽉 쥐었다.“너와 봉진이가 서로 애정한다니 참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황후마마, 원영이는 성격이 직설적이어서...”황후는 유봉진의 말을 끊었다.“자기 사심 때문에 이토록 모욕적인 수단으로 다른 여인을 대하다니! 선우원영, 본성을 억누르기 어려운 것 같으니 황후인 내가 벌해야겠다. 어디 감히 황궁에서 행패를 부리는 것이냐? 여봐라, 선우원영을 끌고 나가서 곤장 50대를 치고 궁 밖으로 내쫓아라!”“황후마마...”전에 매를 맞았다가 겨우 나았는데 다시 곤장을 50대 치면 목숨이 남아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유봉진은 초조해졌다.“황후마마, 원영이가 아직 어려서 철이 없사옵니다...”“본궁은 저 나이에 이미 폐하와 혼인했다!”열여섯 살은 어린 나이가 아니었기에 유봉진의 애원은 황후의 화를 더 돋웠다.“여봐라! 얼른 데려가라!”“예!”호위무사 두 명이 끌고 나가자 곤장을 맞아본 적이 있는 선우원영은 그제야 조금 무서워졌지만 차마 용서를 빌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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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황후는 얼굴을 찌푸렸다.“근거 없는 유언비어를 마음에 담아 둘 필요 없다.”“황후마마께서 모르시는 바가 있사옵니다. 오늘 궁중에도 소문이 퍼졌고 성 밖에도 소문이 자자하다고 들었사옵니다. 세간에서는 소녀가 군영에서 밤마다 대군 나리와 잠자리를 함께했다고 전했고 또 장병들도 소녀의 낯부끄러운 소리를 직접 들었다고 전해지고 있사옵니다.”추월녀의 말에 사람들은 다시 조용해졌고 얼굴이 화끈거렸으며 황후도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다. 이런 말을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하는 건 확실히 부끄러운 일이었지만 황제는 단정한 자세로 무릎을 꿇고 있는 추월녀의 여린 모습이 갑자기 더없이 당당하게 느껴졌다.추월녀는 소녀들이 감히 언급하지 못하는 말을 또렷하게 뱉어냈으며 조금도 부끄러운 기색이 없었다. 황제는 추월녀의 몸에서 선대 국공의 대장군 기품이 보여 순간 감개무량했다.“짐이 이해했노라. 누군가 악의를 품고 유언비어를 퍼뜨려 너와 국공부를 끌어내리려 한다는 말이겠지.”황제의 시선이 서비에게 잠깐 머무르자 그녀는 등골이 오싹해지면서 얼굴색까지 창백해졌으나 무턱대고 변명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황제는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한 명씩 훑어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위엄 있게 명령했다.“유언비어는 지혜로운 자에 그치는 법이다! 오늘부터 누가 감히 이 일을 다시 입에 올린다면 목이 날아갈 터니 조심해야 할 것이다!”연회장에 있는 사람들은 놀라서 벌벌 떨었고 몇몇 여인은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무릎을 꿇었다. 사람들의 반응에 황제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콧방귀를 끼고는 다시 추월녀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목소리를 다소 낮추어 다정하게 말했다.“월녀와 추 장군은 이번 평란의 공신이다. 두 사람도 오늘 여기 남아서 함께 무왕 대군을 위해 축하하도록 해라.”추월녀는 황제의 명에 감격하여 몸을 굽혀 정중하게 절을 올렸다.“성은이 망극하옵니다!”고개를 숙이는 순간 눈에서 눈물이 천천히 흘러내렸지만 추월녀는 아무에게도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아 손을 들어 조용히 눈물을 훔쳐냈다.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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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방문을 걷어차는 소리에 궁녀와 내관들은 고개를 숙인 채 숨소리조차 크게 내지 못했다. 후궁에서 오랜 세월 동안 지내면서 황제가 이렇게 크게 화를 내는 건 처음이었다.“폐하, 노여움을 푸시옵소서!”서비가 황급히 다가가서 부축하려는 순간 황제는 손을 들어 짝 하고 서비의 뺨을 때렸다. 갑작스러운 황제의 행동에 서비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 머리가 새하얘졌다. 서비는 입궁한 이래 처음으로 뺨을 맞았으며 그녀는 심지어 이 순간이 꿈이 아닌지 의심되었다.“마마!”서 상궁은 마음이 아파 얼른 다가가서 서비를 일으켜 세웠고 두 사람은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침묵했다. 서 상궁이 궁녀와 내관들을 힐끗 훑어보고는 다들 나가라고 지시했지만 오히려 황제의 화를 더 불러일으키는 꼴이 되었다.“누구도 나갈 수 없다!”궁녀와 내관들이 전전긍긍하며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자 서비는 눈물을 펑펑 흘리며 입을 열었다.“폐하, 소첩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굳이 아랫것들 앞에서...”“이제 와서 체면이 중요한 게냐?”황제는 의자 앞으로 다가가서 앉으며 말했다.“네 체면은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다른 사람한테는 함부로 했느냐? 다른 사람 명성은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게냐? 짐이 뺨을 때렸을 뿐인데 그것도 못 견디면서 다른 사람은 칼보다 더 날카로운 흉기로 찌르더구나! 네 목숨만 중요하고 월녀의 목숨은 전혀 개의치 않는 게냐?”서비는 해명하고 싶었지만 황제의 날카로운 시선에 제압되어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했으며 안세권은 그제야 궁녀와 내관들을 내보냈다.“다들 나가서 일 보거라.”그래도 황제의 집안일이니 더 구경하고 있다가는 내일이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게 될 수도 있으니 일을 더 크게 키울 수는 없었다. 시종들이 밖으로 나가자 서비는 그제야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폐하, 소첩은 억울하옵니다. 소첩은 아무것도...”황제는 예리한 눈빛으로 서비를 차갑게 쏘아보았다.“짐은 후궁의 일을 관여하기 싫어하지만 그렇다고 정녕 짐을 바보로 아는 것이냐?”서비는 황제의 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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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서비는 황제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그의 옷자락을 살짝 잡고는 고개를 들어 가여운 모습으로 황제를 쳐다보았다.“폐하, 소첩은 봉진이를 위해 그런 것이옵니다. 정녕 소첩이 잘못한 것이옵니까? 진봉이는 대군인데 어찌 여인을 한 명만 둘 수 있겠사옵니까? 허나 월녀가 기어코 봉진이를 혼자 독차지하려 하니 봉진이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옵니다. 폐하께서도...”서비는 잠깐 침묵하다가 말했다.“폐하께서도 후궁의 일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을 것이옵니다. 후궁에서 발생하는 일을 다 알고 계시고 또 폐하를 향한 황후마마의 애정도 저버린 적 없지 않으시옵니까? 허나 폐하께서는 우선 한 나라의 군주시고 그다음이 저희의 부군이시옵니다. 폐하께서도 각 세력의 균형을 맞춰야 하니 모든 걸 마음대로 할 수 없을 것이옵니다.”서비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폐하께서 한 여인에게만 집중하려고 해도 나라가 허하지 않사옵니다. 폐하께서도 무정한 분은 아니시지만 천하를 위해 그리하는 것이옵니다. 저희와 같은 후궁 여인들은 폐하를 독차지하기를 바라지 말아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폐하의 위엄 있는 모습을 사모할 수밖에 없사옵니다. 폐하께서는 황후마마 한 분만의 황제가 아니라 저희 모두의 황제시옵니다. 그러니 월녀도 봉진이를 혼자 독차지하면 안 될 것이옵니다.”서비는 끊임없이 본인을 위해 변명했다.“봉진이도 같이 한 세월만큼 월녀한테 정이 있고 항상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사옵니다. 월녀가 제멋대로 혼인 취하 교지를 받아와서 봉진이는 매우 괴로워하여 소첩은 어미로서 차마 보고만 있을 수 없었사옵니다.”안세관이 따뜻한 차를 한 잔 건네자 황제는 눈물 자국이 가득한 서비의 얼굴을 보며 천천히 분노를 가라앉혔다. 어떤 말은 제삼자가 들으면 동요하지 않고 불편하게 들을 수 있지만 당사자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누가 군주는 무정하다고 했던가? 높은 자리에 있는 권력자도 어쩔 수 없이 행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는 서비의 말에 황제는 마음이 약해졌다.사내의 마음은 사내가 잘 안다고 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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