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쟁보다 위험한 사랑: Chapter 51 - Chapter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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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화

추월녀는 자신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무왕부를 떠났는지 몰랐다.다만 그녀와 달랐던 것은 추소하는 떠날 때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는 것이었다.마차 안에서도 가진명과 겨루었던 검술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는 추소하의 모습을 추월녀는 오랜만에 보았다.국공부에 도착하자, 추일이 황급히 달려오는 모습을 보고 추월녀는 여전히 검술에 몰두하고 있던 추소하에게 말했다.“저는 할아버지를 뵈러 갈 테니 오라버니는 먼저 돌아가서 오늘 배운 검술을 연습하십시오.”“알겠다.”추소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즉시 뜰로 향했다.걸으면서도 여전히 무언가를 생각하는 추소하의 모습을 보고 추월녀는 그가 발을 헛디뎌 넘어질까 봐 살짝 걱정했다.몸을 다친 이후로 즐겁지 않다는 것을 추소하가 제 입으로 말하지 않았으나 추월녀는 알고 있었다.그가 자기 인생을 거의 포기한 상태였던지라 오늘처럼 마음을 연 것이 정말 오랜만이었다.추소하가 시야에서 사라진 후, 추월녀가 추일에게 다가갔다.“무슨 일이냐?”“영안백 나리께서 국공 대인을 뵙겠다면서 한 무리의 사람들을 대동하고 오셨습니다.”추일이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그들이 소동을 부리고 있습니다.”“뭐라?”추월녀는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즉시 국공이 있는 휘연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그녀의 뒤를 따르던 추일이 머뭇거리며 말했다.“아마도 도련님... 도련님의 몸이 성치 않으니... 추씨 가문의 재산을 넘겨달라는 뜻인 것 같습니다.”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을 추월녀는 몰랐다.휘연각 근처에 다다랐을 때, 과연 한 무리의 사람들이 뜰 입구를 막고 있었다.‘다행히 아직 못 들어갔구나.’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으나 맞으며 힘들게 막고 있는 국공부 하인들의 모습이 추월녀의 눈에 들어왔다.그녀는 그제야 추일의 얼굴에 손바닥 자국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아까는 마음이 급해서 제대로 못 봤어.’그 모습을 보고 추월녀는 마음 한구석이 찡해왔다.“미안하구나. 네가 고생이 많다.”작은할아버지의 사람들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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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으악!”이연화의 비명이 터진 것도 잠시, 또 몽둥이 한 대가 그녀의 등을 내리치자, 이연화는 눈앞이 아찔해지며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말이다.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주변 사람들은 그 자리에 얼어붙어 그저 멍하니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세 번째 몽둥이가 내려치기 직전, 그제야 사태 파악이 된 이연화의 딸 추영미가 비명을 질렀다.“큰일 났어요! 국공부의 사람들이 살인을 저지르려 합니다!”이연화의 남편이자 영안백의 맏아들, 추월녀의 당숙부인 추종원이 급히 달려와 추일의 손에 들려 있던 몽둥이를 빼앗으며 소리쳤다.“네 놈이 실성했나! 어느 안전이라고 감히 내 안사람을 때리는 것이야!”이렇게 말하며 손으로 추일의 뺨을 때리려 했으나 추일은 피하지 않았다.어차피 이연화를 때릴 때부터 이미 이런 상황이 닥칠 것을 각오했으니.일개 하인이 추씨 가문의 사람을 때린 것이나 마찬가지니 벌을 피할 수 없는 것은 당연했다.하지만 추월녀가 시킨 일이어서 목이 날아갈지라도 명을 따를 생각이었다.추종원이 손으로 추일의 얼굴을 내리치려는 순간, 갑자기 가느다란 손이 추종원의 손목을 가볍게 잡았다.“당숙부님, 국공부의 하인을 때리시려는 까닭이 무엇입니까?”‘또 이 망할 계집애군. 어차피 이년이 먼저 시비를 걸었으니 힘껏 뿌리쳐 바닥에 내동댕이쳐도 할 말은 없겠지.’이렇게 생각한 추종원은 국공부 사람들 앞에서 위엄을 보여주려고 온 힘을 다해 팔을 휘둘렀다.‘소하가 제구실을 못 하니 이제 국공부엔 날 대적할 사람은 아무도 없어. 하니 이 계집애를 쥐락펴락해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아.’추종원은 그녀를 땅에 넘어뜨린 후에 자신의 실수라고 말할 생각이었다.하지만 온 힘을 다해 뿌리쳐도 추월녀의 손이 꿈쩍도 하지 않은 것은 물론 오히려 그가 비틀거리며 넘어질 뻔했다.‘대체 어찌 된 일이야? 왜 이렇게 기운이 없지?’“이런 망할 계집애 같으니라고. 당숙부에게 이 무슨 무례한 짓이냐? 이 손 썩 놓지 못할까!”손목이 화끈거리고 손바닥이 저리며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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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참수라니!’더럭 겁이 난 이연화가 황급히 칼을 움켜준 손에 힘을 풀자,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칼이 바닥에 떨어졌다.“나, 나는 이 칼이 어디서 났는지 모른다.”이연화는 정말 몰랐다.‘조금 전 누군가 내 손에 쥐여준 것 같은데. 국공부에 칼을 쥐고 온다는 것은 목을 내놓겠다는 것과 다름없어. 이 칼은 대체 누가 무슨 연유로 쥐여준 것이란 말인가?’이연화는 담력이 작아서 직접 칼을 가져올 리가 없었다.그녀가 뒤를 돌아보니, 영안백부의 사람들은 서로 눈치 보며 뒤로 물러나 있어서 칼의 출처를 알 수 없었다.모두가 불안해하고 있을 때 갑자기 누군가가 ‘흥’하며 코웃음을 쳤다.추월녀는 그윽한 눈빛으로 바퀴 의자에 앉아 있던 노인을 향해 공손히 인사했다.“오랜만입니다, 작은할아버지. 그간 강녕하셨는지요?”“내가 네 작은할아버지가 맞긴 한 것이냐?”국공의 친동생인 영안백 추국권은 바퀴 의자의 손잡이를 세게 내리치며 호통쳤다.그는 원래 작위가 없었지만, 막내아들 추정남이 생전에 출세하여 추월녀의 아버지인 충용후와 함께 전장에서 공을 세운 덕에 황제가 직접 영안백 작위를 봉한 것이었다.그런 추정남이 수년 전의 한 전투에서 전사하게 될 줄을 누가 알았으랴.국공부에는 드나드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추소하와 추월녀도 떠들썩한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명절 외에는 영안백부와 별다른 교류가 없었는데 오늘만큼은 영안백부의 사람들이 총출동한 것으로 보였다.추월녀가 영안백에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무슨 말씀을 그리 서운하게 하십니까, 작은할아버지.”“소하는 어디 있느냐? 내가 온 지도 한참 되었는데 왜 인사도 안 하는 것이야?”자식의 공이 있고 또 집안 어른이라 영안백은 예의를 차리지 않았다.“어서 소하를 불러오라! 그놈의 상태가 어떤지 내 직접 확인해야겠다.”추월녀는 화가 치밀어 올랐으나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담담히 말했다.“오라버니는 조금 전에 막 무왕부에서 돌아왔던지라 작은할아버지께서 오신 걸 모릅니다. 제가 사람을 보냈으니 곧 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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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국공부의 안주인이니 예전 같았으면 누구도 감히 건드릴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하지만 국공이 병으로 중태에 빠졌고, 부모도 돌아가신 데다 유일하게 의지했던 오라버니인 추소하마저 몸이 망가져 폐인과 다름이 없어서 가문이 망하는 건 시간문제였다.무엇보다도 진왕과 혼약이 있었을 때는 존귀한 부부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보니 모두가 그녀에게 아첨했지만, 며칠 전에 있었던 연회에서 진왕에게 새 여인이 생겼다는 것을 알고는 추월녀가 버림받았다고 사람들은 생각했다.그래서 영안백부의 사람들이 추월녀의 머리 꼭대기에 앉으려 들었다.“아씨, 조심하세요!”이연화가 손으로 추월녀의 얼굴을 때리려는 것을 보고 추일이 쏜살같이 달려 나가 막아 나섰다.그러자 ‘짝!’하는 소리와 함께 이연화는 키가 큰 추일의 목을 때렸다.목이 화끈거리는 걸 느낀 추일은 불쾌함을 감추지 못했다.‘이 여인은 아씨의 얼굴을 망가뜨리려고 작정했어. 지독한 년 같으니라고.’이연화가 추일을 쏘아보며 소리쳤다.“네놈이 실성한 것이냐! 썩 비키지 못할까!”추월녀는 살짝 들었던 손을 슬며시 내리더니 추일의 뒤에서 나와 차가운 표정을 한 채 이연화를 향해 다가가자, 조금 전까지 때릴 것처럼 손을 들었던 이연화는 잔뜩 겁을 먹고 본능적으로 지아비인 추종원의 뒤로 숨었다.“서, 서방님…”“추월녀! 지금 뭐 하는 짓이냐!”추월녀의 눈에서 살기가 느껴져서 추종원이 눈을 비비고 다시 보니 여전히 그렇게 보였다.하지만 추종원을 무시하고 살기 어린 눈빛을 거둔 뒤, 추월녀는 고개를 돌려 영안백을 바라보았다.“할아버지께서 쉬셔야 한다는 건 진 어의의 당부입니다. 작은할아버지께서는 왜 폐하께서 신뢰하는 진 어의를 의심하시는 겁니까?”“흥! 진 어의를 앞세워 날 협박하려는가 본데 내가 무서워할 것 같으냐?”영안백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내 말 잘 듣거라. 소하가 지금 몸이 망가져서 우리 가문의 대가 끊길 위기에 처했다. 오늘 내가 온 연유는 종원을 형님의 양자로 들여 대가 이어지도록 하기 위함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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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이 목소리는… 진왕 대군? 진왕 대군이 추월녀를 버리지 않으셨단 말인가? 어인 일로 갑자기 국공부로 납시셨을까?’어리둥절해하던 사람들이 진왕을 보더니 예를 올렸다.“진왕 대군 나리를 뵙습니다.”추국권은 영안백 작위를 지니고 있다고는 하나 작위 자체가 워낙 공작보다 훨씬 낮다 보니 진왕 대군하고는 비교조차도 할 수 없었다.바퀴 의자에서 내릴 수 없어서 추국권은 하인에게 명해 바퀴 의자를 유봉진의 앞으로 끌고 가라고 했다.그러고 나서 추국권은 진왕에게 공손히 말했다.“진왕 대군 나리를 뵙습니다.”이에 유봉진은 담담히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조금 전 누군가 나에 대해 얘기하고 있던 것이 사실인가? 영안백.”그 말에 깜짝 놀란 이연화가 추국권이 말하기도 전에 황급히 무릎을 꿇으려 해명했다.“소인은 그런 뜻이 아니라...”“하면 내가 귀가 먹었다는 말이겠구려?”“아닙니다. 소인은...”“발칙한 년 같으니라고! 어느 안전이라고 감히 망발을 지껄이려 드는 것이야. 여봐라! 이년을 당장 끌고 가서 곤장 스무 대를 때려라!”진무가 큰 소리로 외쳤다.“예!”두 호위무사가 이연화를 끌고 나가려 하자, 이연화는 깜짝 놀라 용서를 구하기에 바빴다.“사, 살려주십시오, 진왕 대군 나리. 소인이 죽을죄를 지었습니다.”하지만 유봉진은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그녀의 지아비인 추종원이 나서서 사정하려 했으나 유봉진은 그도 무시하고 오히려 영안백을 쏘아보았다.“영안백은 할 말이 남았는가?”영안백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된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영안백부의 사람들도 하나같이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결국 곤장 스무 대를 맞은 이연화는 끝내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기절해 버렸다.영안백부의 사람들은 진왕과 추월녀가 어떤 사이인지 알지 못했으나 그 누구도 추종원의 양자 문제에 대한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이연화의 처벌이 끝난 후, 영안백부의 사람들은 유봉진에게 작별 인사를 고하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떠나기 전, 추종원이 고개를 돌려 추월녀를 흘끗 쏘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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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추월녀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무슨 말을 그리하십니까. 저를 도우신 게 아니라면서 감사 인사를 드릴 필요 없다 하지 않으셨잖아요.”“내가 여기에 온 이유도 묻지도 않을 생각이냐?”유봉진은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 들었다.‘그저 겉말로 한 소리였을 뿐인데 내가 위기에서 구해준 은혜를 말끔히 잊겠다? 역시 잔머리 하나는 잘 굴린다니까.’화장하지 않았어도 여전히 선녀 같은 얼굴을 하고 있던 추월녀는 별다른 감정 없이 담담하게 물었다.“진왕 대군 나리께서는 어인 일로 오셨습니까? 답하기 싫으시면 안 하셔도 됩니다. 어차피 묻고 싶지도 않으니.”유봉진은 그녀의 목을 조르고 싶은 심정이었다.‘예전의 월녀는 이렇지 않았는데. 이 지독한 여인 때문에 모두가 보는 앞에서 아바마마가 어마마마의 뺨을 후려갈겼고, 원영도 곤장을 맞아 하마터면 반신불수가 될 뻔해서 넷째 형님이 이 여인에게 어떻게 복수하든 신경 쓰지 않으려고 그렇게 다짐했건만. 어마마마에게도 설득당하여 오늘은 절대 이 여인을 찾지 않기로 했는데 결국 또 와버렸다니.’추월녀보다 자신이 더 싫었던 유봉진은 자신이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 몰랐다.아마도 넷째 형님이 어떻게 이 여인을 괴롭히는지 보면서 자신도 함께 괴롭히려고 했던 것 같았다.하지만 유봉진의 복잡한 심경과 달리 추월녀의 머릿속에는 온통 추소하를 보러 가려는 생각뿐이었다.‘조금 전 그 사람들이 내 눈을 피해 오라버니를 찾아가지 않았을까? 어찌하여 오라버니의 마음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연약한지.’“정말로 중요한 일이 아니라면 먼저 가보겠습니다, 진왕 대군 나리.”그녀가 고개를 돌려 자리를 뜨려 했으나 유봉진이 발걸음을 내딛더니 순식간에 날씬한 몸으로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할 말이 있다.”추월녀는 유봉진의 발걸음을 보며 갑자기 드는 생각이 있었다.‘이 경공이 동주의 셋째 황자와 비교하면 어떨까?’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분노를 참지 못했던 유봉진이 언성을 높였다.“추월녀! 내가 할 말이 있다고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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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유봉진은 여전히 화를 애써 참으려 하고 있었다.혈기 왕성한 젊은이가 아닌지라 경거망동하는 것은 금물.“월녀야, 비록 너와 내가 약간의 오해가 있다고는 하나 그래도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가 아니냐. 다투고 싶지 않으니, 얘기나 좀 나누면 안 될까?”추월녀가 잔인한 수법으로 자신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두 사람을 해쳐서 사실 그녀를 매우 싫어했다.하지만 자신은 공과 사를 구별할 줄 아는 사람이어서 대의를 위해서라면 질투심 같은 건 잠시 접어둘 수 있었다.“무왕이 북강에서 현재 30만 정규군을 보유하고 있다. 비정규군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으나 한 가지 확실한 건 북강 전체가 이미 그의 세력 범위 안에 들어갔다는 것이야. 북강이 얼마나 크고 신비로운지 너와 나는 몰라. 남강 전장도 매우 끔찍한데 그보다 열 곱절은 더 위험한 북강 전체를 그가 수복했다는 말이다.”유상무의 세력이 얼마나 큰지 추월녀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하지만 무왕이 이번에 돌아오면서 자신의 연운십팔기와 애초에 데려갔던 3천의 정예병만을 데리고 왔을 뿐 북강의 병사는 한 명도 데려오지 않았습니다.”추월녀는 감정에 휩쓸리는 성격이 아니나 무왕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했다.“무왕의 이번 행동은 당분간 무언가를 계획하려는 것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진왕 대군께서도 성 밖에 자신의 군사를 보유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숫자로 보면 무왕의 친위대보다 열 곱절은 많지요.”유봉진도 이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여러 대군은 자기들의 대부분 병력을 변경에 주둔시켰고 2만 내지 3만의 친위대만 도성 근처에 주둔시켰다.대군들의 친위대는 위기가 닥쳤을 때 도성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기에 황제도 이를 묵인했다.물론 각 세력의 균형을 위해 친위대가 성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황제가 허락하지 않은 탓에 도성 밖에 주둔했던 것.친위대들을 궁으로 소환하려면 빠르면 반나절, 늦어도 하루를 넘기지 않았다.그의 둘째 형님과 셋째 형님도 친위대를 두고 있다고는 하나 이들 중 무왕의 세력이 가장 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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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자운선은 입꼬리를 실룩거리며 무슨 말을 하려 했으나 담담한 표정으로 차 마시는 걸 추월녀를 보고는 깊은 한숨만 내쉬었다.유봉진이 자신의 답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고 추월녀는 찻잔을 내려놓더니 미소를 지었다.“안심하셔도 됩니다. 전 정말로 진왕 대군 나리와 혼인하고 싶지도, 살을 섞고 싶지도 않습니다.”“월녀야, 좀 제멋대로 굴지 마라! 너와 추 장군이 놓인 처지를 좀 생각해 봐!”‘오직 나만이 국공부를 구할 수 있어. 의지할 데 없는 이 여인은 궁지에 몰린 거나 다름없는데 왜 주둥이만 살아서 이 고집을 부리는 건지.’“오늘 내가 제때 도착하지 않았다면, 영안백부의 사람들이 휘연각으로 쳐들어가 추소하의 일을 국공께 알렸을 거다. 만약 국공께서 자기 유일한 손자가 폐인이 되었다는 걸 아셨다면 아마 며칠 버티지 못했을 거야. 화병으로 죽음을 맞이했을지도 몰라.”세 아들이 전사한 것 때문에 상심에 젖어 국공은 여러 해 동안 병석에 누워 지냈다.그가 아직 목숨이 붙어있는 건 오로지 값비싼 약물과 세심한 보살핌 덕분이라서 자극받는 것은 금물.만약 오늘에 영안백부의 사람들이 쳐들어갔다면 국공의 목숨이 위태롭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월녀와 그녀의 오라버니는 정말로 두렵지 않단 말인가?’“나와의 혼약을 파기한다면 너와 네 오라버니는 아무 이득도 보지 못 해. 내가 10만의 추씨 가병들을 노린다고 의심할 테지만 국공부는 후계자가 없으니 그 병력이 조만간 아바마마에게 넘어갈 수도 있다는 걸 왜 모르느냐? 만에 하나 우리가 혼인하여 10만의 병사들이 내 휘하로 편입되더라도 난 추 장군에게 10만 대군의 병권을 맡길 생각이다. 하나 그 병사들이 아바마마께 넘어간다면 어찌 될 것 같으냐?”예전에 그렇게 총명하고 지혜로웠던 추월녀가 왜 이리 아둔해졌는지 그는 도저히 알 수 없었다.‘어찌 질투심에 눈이 멀어 제 가족의 목숨도 아랑곳하지 않는지.’“나를 떠난다면 의지할 사람도 없잖아!”다소 흥분한 유봉진과 달리 아름답고 섬세한 추월녀의 얼굴에는 여전히 아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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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저 역시 믿지 않았으나 무왕 대군께서는 정말로 아무런 조건도 제시하지 않으셨습니다. 제가 무왕 대군의 속마음을 어찌 알겠습니까.”유봉진 격앙된 모습과 달리 추월녀는 여전히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하나 다시 생각해 보니 무왕 대군께서는 셋째 황자와 잘 아는 사이여서 무왕 대군을 통해 셋째 황자에 대해 알아가는 것도 별로 나쁘지 않아요.”“셋째 황자에 대해 알고 싶으면 나를 찾으면 될 일. 왜 넷째 형님을 찾아가서 사람들의 의심을 산 것이야?”추월녀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내에게 도움을 청했다는 사실에 유봉진은 가슴을 바늘로 찌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진왕 여인인 추월녀가 무왕을 찾아갔다는 소문이 세간에 퍼진다면 백성들이 보는 시선이 곱지 않을 텐데 정녕 그것이 두렵지 않단 말인가?’“무왕 대군을 찾아가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는지요?”추월녀는 오히려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저희 국공부가 망해간다고 진왕 대군 나리께서도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해서 제가 빌붙을 곳을 찾겠다는데 그것이 대체 뭐가 문제입니까?”“왜 나는 찾지 않은 것이냐 말이다!”그는 정말로 화가 났다.그 말에 추월녀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답했다.“무왕부에는 안주인이 없고 진왕부에는 드센 여인이 있지 않습니까. 진왕부를 찾아갔다가 그 드센 여인에게 학대당하면 어쩌려고요.”“너!!!”“하하하...”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린 자운선이 서둘러 상황 수습에 나섰다.“대군 나리, 아씨, 차를 더 내오겠습니다.”자신이 더 크게 웃을까 봐 자운선은 도망치듯 황급히 찻주전자를 들고 뛰쳐나갔다.유봉진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랐다.“너는 처음부터 진지하게 얘기할 생각이 없었구나. 이런 가식적인 여인 같으니라고!”그러자 추월녀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할 말이 없다고 분명히 말했는데도 대군 나리께서는 왜 제 시간을 잡아먹으면서 저를 원망하시는 겁니까? 진왕 대군 나리와 할 말이 없다고요!”“추월녀!!!”“알고 있습니다. 저희 국공부가 망해가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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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진왕의 말이 어이가 없어서 자운선은 화가 났다.‘아씨가 시집오길 바라면서도 여전히 거만한 태도를 보이다니. 그리고 3년 동안은 아씨와 동침하지 않겠다고? 아씨가 자신을 품어달라고 울며불며 애원하는 것도 아니고. 참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오네.’하지만 유봉진이 자리를 박차며 나가는 모습을 보고 자운선은 약간 걱정이 되었다.“아씨, 무왕 대군께서 진심으로 저희를 도와주려는 걸까요? 하나 그분은 매우 무서워 보입니다.”가면을 쓴 것 때문에 무서운 게 아니라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는 듯한 그 자신감이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었다.무왕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일거수일투족이 그의 감시 아래에 있는 느낌이 들었으니.마치 매의 발톱에 잡힌 것처럼 자신의 운명을 다른 이에게 맡겨야 하는 그 무력감은 사람을 극도로 우울하게 만들었다.“아씨, 정말로 무왕 대군께 의지하실 겁니까?”“나도 모르겠다.”적과 아군이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경거망동은 금물.하지만 국공부 십만의 추씨 가병은 황제를 포함한 모두가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추씨 가병을 강제로 빼앗으려 하고 있으니.부모님과 숙부들이 직접 훈련한 추씨 가병이 다른 세력에게 빼앗기게 된다면 추씨 가문이 사분오열될 것이 불 보듯 뻔했고, 또 추씨 가병 같은 경우에는 친위대가 아니고 다른 군에 편입된 상황이기에 전장에 나갈 때마다 화살받이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았다.친위대가 아니니 잃어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그들은 하고 있어서 추씨 가병들이 혹독한 전장 속에서 하나둘씩 죽어갈 것이 뻔했다.아무도 그들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지 않을 것이고, 그들의 앞날을 신경 쓰지 않을 터.언제 어디서 어떻게 버려져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다.병사들의 젊고 밝은 얼굴, 충성 어린 눈빛이 떠오를 때마다 추월녀의 마음은 칼에 베이는 듯 아팠다.‘추씨 가병을 반드시 지켜내야 해. 절대 다른 사람의 손에 넘겨서는 안 돼. 물론 언젠가 죽음을 맞이하는 날이 오겠지만 전장에서 명예롭게 싸우다 죽어야지, 다른 이에게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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