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가로등 아래로 눈발이 흩날리며 춤을 췄다.고급 전원주택단지인 그린힐 게이트 앞.두툼한 롱패딩을 입은 한 커플이 입구에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형님, 진짜예요. 저 오씨 가문 오승현 도련님의 처남 소유민이에요. 잠깐만 들여보내 주세요.”소유민의 말은 애타기 짝이 없었지만, 경비원의 목소리는 단호했다.“안 됩니다.”이 동네에 살아봤자, 이런 말 하는 사람 하루에도 몇은 봤다.그린힐은 누가 봐도 재벌급이나 정·재계 인사들만 모여 사는 단지였다.그런데 차도 없이, 얼굴도 생판 처음 보는 사람이 나타나서 ‘오승현의 처남’ 운운하고 있으니 누가 믿겠는가!‘진짜라 해도, 집안에서 안 부르는데 우리가 들일 이유도 없지.’증명할 것도 하나 없이 말만 앞세운 방문은 경비실에서 가장 경계하는 부류였다.옆에 서 있던 주연은 경비원의 차가운 반응에 결국 폭발했다.“뭐요?! 지금 우리 무시하는 거예요? 우리 남자친구 매형이 누군지 알아요? 오씨 그룹의 오승현 대표님이에요!” “이따위로 굴다가는 진짜 큰일 나요. 당장 전화해서 말씀드릴까요?! 당신 같은 경비원이 잘리는 건 순식간이라구요!”하지만, 경비원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하... 또 시작이군. 명절 전날 되면 꼭 이런 사람들 한두 쌍은 와.’정말 오씨 가문과 연결된 사람이면 이런 식으로 안 온다. 보통은 정중한 연락부터 오거나, 가문 쪽에서 직접 명단을 전달한다.‘이렇게 길에서 난동 부리듯 찾아오면, 열에 아홉은 안 받아주는 쪽이지.’“두 분, 계속 이렇게 통행 방해하시면 경찰 부릅니다. 명백한 업무 방해에다가, 주거침입 시도예요.”경비실 쪽에서 사람들을 더 불러서 유민과 주연을 조용히 입구 바깥으로 밀어냈다.“이건 너무하는 거 아니에요?!”주연은 눈물 맺힌 얼굴로 소리쳤다.“나 임신부예요! 지금 나를 밀쳐서 잘못되면, 그건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 죽는 거예요. 책임질 수 있어요?!”그 말에 경비원들 표정이 살짝 굳어지면서, 본능적으로 한두 발짝 물러섰다.‘아휴,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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