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그들이 나를 버릴 때, 나는 세상을 가졌다: Bab 81 - Bab 90

100 Bab

제81화

하씨 저택.준서는 유하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자, 순간 놀라면서도 기분이 확 밝아졌다.며칠 전, 엄마를 실수로 화나게 해서 쓰러지게 만든 그 일이 마음에 걸려 혹시나 또 혼날까 봐 연우의 집에서 피신하듯 지내고 있었던 준서.아빠한테 슬쩍 물어보려고 하다가도, 괜히 들켰다간 더 크게 혼날까 봐 입을 다물었다.그리고 그 마음의 찔림 때문에, 직접 엄마에게 전화를 걸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엄마가 먼저 전화한 거면... 이제 화 안 나신 거겠지?'준서는 한껏 신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엄마! 나한테 이렇게 전화 오랜만이에요. 나 엄청 보고 싶었어요.”그 밝은 목소리를 들은 유하는 눈꺼풀을 천천히 내리깔며, 길게 숨을 내쉬었다.마치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준서야.]그저 짧게, 아이의 이름을 부르는데도 괜히 말이 막혀버렸다.그 사이 준서는 신나서 엄마 보고 싶었다는 얘기를 쏟아내고 있었다.그러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엄마, 몸은... 괜찮아요?”[괜찮아.]유하는 아이가 무슨 뜻으로 묻는지 알기에, 그 대답엔 자연히 감정이 빠졌다.준서는 그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한껏 들뜬 톤으로 말했다.“그러면 엄마가 무슨 일로 나한테 전화한 거예요?”유하는 잠깐 망설이다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혹시... 엄마가 전에 말한 엄마의 고모할머니 기억하지?]과거에 소성란과 유하의 관계가 틀어졌지만, 언젠가 화해하게 되면 꼭 준서를 데려가 보여주고 싶었던 유하는 그동안도 아이에게 종종 소성란의 이야기를 해 주곤 했었다.잠깐의 정적.그리고 전화기 너머에서 또렷하게 들려온 목소리.“기억나요. 왜요, 엄마?”[내일, 너 데리고 엄마의 고모할머니랑 같이 밥 한 끼 먹으려고. 괜찮지?]“진짜요?”준서는 신나서 외쳤다.“엄마가 직접 요리해요? 나 엄마 밥 진짜 오랜만이에요. 매콤한 깐풍기 먹고 싶어요!”말이 끝나기도 전에, 준서는 매운 요리만 줄줄이 주문하기 시작했다.‘이럴 땐 참 신나긴 하지...’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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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유하가 전화를 걸어왔을 때, 준서는 이미 연우의 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고, 연우는 당연하게 준서와 유하의 통화를 전부 듣고 있었다.준서는 게임기를 조작하면서 머리를 살짝 흔들었다.“응. 엄마가 엄마의 고모할머니랑 밥 먹자고 했어요. 난 기억도 안 나요. 아마 엄마 쪽 어른이겠죠?”“엄마의 고모할머니...?”연우는 입가엔 미소를 띠었지만, 눈빛은 미세하게 흔들렸다.‘고모할머니? 소유하한텐 그런 어른이 있었나?’연우가 이번에 국내에 들어온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유하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거였다.그래서 아주 오래전부터 준범에게 부탁해 유하의 신상과 배경을 철저히 조사했었다.유하는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집안 출신.그녀 주변의 가까운 친척들까지도 다 훑어봤지만, ‘고모할머니’라는 인물은 들어본 적 없다.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준서야.”연우는 일부러 조심스럽게 말꼬리를 잡았다.“너한테 전화까지 한 거 보니까, 엄마가 너한테 화 푼 거 같아. 지금 집에 돌아가면 아빠도 너에게 벌 안 줄 수도 있잖아?”살짝 떠보는 말투였지만, 준서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안 돼요! 안 돼요! 아빠가 나 혼내려는 건 내가 아빠 말 안 들었기 때문이에요. 엄마가 날 용서했다고 해서 끝나는 일이 아니라고요!”그렇게 말하곤, 준서는 몸을 움츠렸다.‘괜히 집에 갔다가... 증조할아버지한테 끌려가면...’상상만 해도 등골이 오싹했다.준서는 잔뜩 주눅 든 얼굴로 연우를 올려다보며 물었다.“이모, 나 여기 계속 있으면... 혹시 불편해요?”그 말에 연우는 입꼬리를 천천히 올렸다.‘소유하가 오씨 가문에서 아무 힘도 없다는 걸 들을 때마다, 기분이 이렇게 좋네...’연우는 입가에 흐르던 웃음을 감추지도 않은 채, 다정하게 손을 뻗어 준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무슨 소리야. 너 여기서 얼마나 있어도 괜찮아. 여긴 준서 집이나 마찬가지야.”“연우 이모 최고예요!”준서는 얼른 연우 품으로 파고들어 한 바퀴를 구르며 환하게 웃었다.그 모습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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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식당 룸 안.준서는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자연스럽게 시선이 한 곳에 꽂혔다.테이블 너머, 단정한 옷차림에 단아한 얼굴, 나이에 비해 또렷하고 생기 있는 눈빛.‘이분이 엄마가 말하던 엄마의 고모할머니?’한 번도 본 적 없는 사이였지만, 준서는 낯가림이 별로 없는 아이다.곧장 두 발로 다가가, 또랑또랑하게 인사했다.“증고모할머니, 안녕하세요!”“어이구 어이구, 그래그래. 네가 우리 준서구나!”소성란은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은 채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당장이라도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아는 그녀는 허리만 살짝 굽혔을 뿐.준서가 먼저 소성란에게 폭 안겨왔다. 작은 팔로 소성란의 허리를 안으며 달콤하게 볼을 비볐다.‘아이고, 이 녀석 봐라... 세상에, 세상에. 애교도 많고 얼마나 똘똘해.’소성란은 기쁨을 억누르지 못하고 준서를 꼭 안은 채 얼굴을 이리저리 살폈다.‘눈매는 좀 그놈을 닮았지만... 전체적인 윤곽은 유하 쪽이네.’‘콧대도 오똑하고, 이마선도 곱고... 보기 드물게 반듯한 얼굴이야.’아이 얼굴을 쓰다듬던 손이 살며시 가방으로 향했다.소성란은 이 날만을 위해 몇 해 전부터 준비해 둔 선물을 꺼냈다.양지바른 백옥으로 조각된 옥목걸이.고운 비단줄에 초록빛 비취 구슬 하나가 달려 있었고,그 윤기와 색감부터가 흔한 물건이 아님을 말해줬다.세상에 단 하나, 몇 해 전 어렵게 구한 원석에, 직접 도안을 그리고 장인의 손을 거쳐 조각된 후, 절에 보내 고승에게 직접 축원까지 받은, 말 그대로 값으로 따질 수 없는 정성이 담긴 귀한 물건이었다.“우리 준서에게 잡귀는 가까이도 못 오게 해야지... 몸 건강하고, 하는 일마다 술술 풀리게...”소성란은 직접 그걸 꺼내어 준서의 목에 걸어주려 손을 뻗었다.하지만 준서가 갑자기 고개를 홱 돌리며 살짝 몸을 피했다.소성란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순간, 방 안의 공기가 살짝 굳었다.준서도 순간 당황했다.‘나...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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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점심 식사를 마친 뒤, 소성란의 얼굴에 살짝 피곤한 기색이 보였다.“나이가 드니까, 조금만 떠들어도 기운이 빠지네...”아쉬운 얼굴로 준서의 손을 꼭 잡은 채 인사를 나눈 후, 소성란은 식당 바로 옆에 있는 호텔 위층 스위트룸으로 올라가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저녁 무렵, 다시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유하는 준서를 먼저 호텔 1층 로비까지 데려다줬다.벌써 차가 호텔 정문 앞에 도착해 대기 중이었다.차에 오르기 전, 유하는 몇 마디 더 아이에게 당부했다.“그 옥으로 만든 목걸이, 혹시 목에 걸기 불편하면 따로 잘 챙겨 놔. 절대 아무 데나 던져놓지 말고. 그건 증고모할머니가 너를 위해 마음을 다해 준비하신 거야.”“알았어요, 엄마.”준서는 입을 벌리며 하품을 했다. 소성란과 이야기하느라 피곤이 몰려온 모양이었다.그래서 그저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유하는 아들이 말이 짧아지는 걸 보고, 이제는 더 말 붙이지 않기로 했다.그리고 손을 잡아 차까지 데려가려는데, 준서가 그 손을 툭 하고 뿌리쳤다.“나 혼자 갈 수 있어요. 엄마 안녕히 가세요!”말을 끝내자마자 준서는 짧은 다리로 차를 향해 빠르게 달려갔다.그러다 갑자기 무언가 생각났는지, 두 걸음쯤 가던 아이가 다시 돌아섰다.“엄마! 나 며칠만 더 밖에서 놀다 갈게요. 집에 가면 엄마가 맛있는 거 해줘야 돼요!”유하는 당황스러워 잠깐 멍하니 아이를 바라보았다.‘요 며칠 집에 안 있었던 건가?’하지만 별로 깊이 생각하진 않았다.‘어차피 또 어디 놀러 갔겠지.’예전에도 그랬다. 준서가 예고도 없이 며칠째 집에 안 들어오자, 유하는 미친 듯이 전화 돌리고 불안에 떠는 와중에야 준서가 전화를 받아서 자신이 지금 어느 리조트에 있고, 경호원 아저씨들 다 있다고 태연하게 말하곤 했다.‘그래. 오씨 가문의 금쪽같은 외아들이지.’‘애 하나 데리고 움직이는데 경호원이 따로 붙을 정도니...’‘굳이 나 같은 엄마한테 보고할 이유는 없겠지.’아니, 보고는커녕 유하 자신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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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준서는 값비싼 것엔 이미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괜찮아요, 이모. 마음에 들면 가져요. 그냥 옥 목걸이잖아요.”‘목걸이 하나쯤 뭐 어때. 집에 그런 거 수두룩해.’엄마가 아침에 몇 번이나 당부했던 말들은 준서의 머릿속에서 이미 사라져버린 지 오래였다. 준서에게 이 목걸이는 단지 수많은 장신구 중 하나일 뿐.매년 생일이나 명절이 되면, 할머니 박영심 여사는 비취, 금장신구, 루비며 진주까지각종 귀금속을 아낌없이 안겨줬다.‘너무 많아서 다 못 써. 장난감처럼 굴러다니다가 먼지만 쌓이지.’소성란의 마음 따위는 준서에겐 별 의미 없었다.한 번 본 적 있는 노인이라는 게 전부였다.아빠 승현은 예전부터 준서에게 그랬다.“엄마 쪽 친척들은 그냥 남이라고 생각해. 가족 아니니까 신경 쓸 필요 없어.”오늘 여기에 나온 것도 순전히 엄마가 며칠 전 쓰러졌던 일이 마음에 걸려서였지, 소성란이 보고 싶어서도, 선물이 고마워서도 아니었다.‘이모가 좋아한다는데 그냥 주는 게 낫지.’‘괜히 집에 가져갔다가 아빠한테 들키면 설명하기 귀찮으니까.’그런 준서의 무심한 태도에 연우는 웃음이 나왔다.그대로 아이의 뺨에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역시 우리 준서, 최고야. 이모 너무 고마워!”그리곤 손에 쥐고 있던 옥목걸이를 가볍게 공중으로 던졌다.손가락 사이에서 빙그르르 돌던 옥목걸이는 순간 아래로 떨어질 듯 아찔하게 흔들렸고, 딱 그 타이밍에 연우는 손가락 끝으로 다시 부드럽게 낚아챘다.그 손놀림은 여유롭고 우아했지만, 그 눈빛은 비수처럼 날카롭게 빛났다.‘소유하... 이게 남의 인연을 건드린 대가야.’‘만약 이 옥목걸이가 네 앞에서 산산조각 났다면...’‘네 그 표정, 얼마나 우아하게 무너졌을까?’연우는 상상만으로도 입가에 묘한 곡선을 그렸다.그 미소는 따뜻함보단 명백한 장난기와 조롱의 빛이었다....유하는 호텔에서 소성란과 잠깐 더 머물며 이런저런 집안 얘기를 나눴다.소성란을 차에 태워 돌려보낸 뒤, 유하는 근처 대형 쇼핑몰로 향했다.며칠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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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유하가 도망치듯 빠져나왔는데도, 가족들은 끝까지 유하를 놓아주지 않았다.그녀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S시 중심가에 있던 50억짜리 단독주택은 소유권이 바뀌었다. 그와 함께 ‘가족’이라는 이름도 완전히 매듭지어졌다.유하는 그 집을 내놓으며, 같이 내던졌다.‘낳아준 은혜’라는 말, 그리고 그에 따른 책임감까지도.유하의 부모는 한 번도 ‘제대로’ 유하를 키운 적이 없었다.그런 유하에게, 진짜 가족이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 명, 소성란이었다.유하는 차량에 앉아 천천히 창문을 내렸다.차가운 바람이 살짝 불어왔다.그 바람을 들이마시며, 몇 번이나 가슴 깊은 곳의 답답한 숨을 내쉬었다.‘됐다. 이제 괜찮아.’그리고 다시 핸드폰이 진동했다.이번엔 유하는 주저 없이 전화를 끊었다.그리고 번호를 바로 차단했다. 귀에 맴돌던 모든 소리가 뚝 끊기고, 세상이 잠깐 조용해졌다.‘그래. 드디어 좀 조용하네.’한동안 그대로 숨을 고른 유하는 마침내 차 문을 열고 천천히 내렸다.그런데 갑작스레 다리에 힘이 풀렸다.‘아, 아까 너무 흥분했나 봐.’순간, 중심을 잃고 바닥으로 기우는 순간, 어디선가 따뜻한 손이 허리를 부드럽게 받쳐주었다.“조심하세요.”낯선 남자의 목소리.하지만 그 목소리는 놀랄 만큼 부드럽고, 어딘가 따뜻한 미소를 담고 있었다....같은 시각, S시 중심에 위치한 한정식 룸.테이블에는 젊은 커플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소유민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아씨... 또 차단했네. 우리 누나 또 날 블락했어.”옆에 앉아 있던 진주연은 조용히 눈썹을 찌푸렸다.선한 인상과는 다르게, 표정은 점점 날카로워졌다.“자기야, 나한텐 누나가 제일 잘해준다며? 그럼 이건 뭐야?”유민은 당황하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주연아, 오해하지 마. 우리 누나 지금 좀 예민해서 그래. 며칠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내가 다시 잘 말하면 돌아올 거니까, 그럼 그때 가서 이야기하면 돼.”하지만 주연은 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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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유하 씨, 이런 데서 다 보네요. 설 준비하러 오셨어요?”지하주차장.넘어질 뻔한 유하를 단단히 붙잡아 일으킨 건 다름 아닌 태준혁이었다.남자의 눈엔 익숙한 웃음기가 떠 있었다.따뜻하지만 과하지 않은 적당한 거리감.늘 그렇듯, 균형감 있는 태도였다.“감사합니다.”유하는 짧게 고개를 숙인 뒤, 조심스럽게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하지만 곧 ‘너무 의식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을까’ 싶어 다시 입을 열었다.“혹시, 동생분이랑 같이 장 보러 오신 건가요?”유하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준혁 옆으로 옮겨갔다.그리고 그곳엔 만나자마자 노골적으로 눈을 흘기고 있는 태준범이 서 있었다.‘재수 없어.’유하는 못 본 척 시선을 돌렸다.“뭘 그렇게 째려봐?”준혁도 준범의 적대적인 눈빛을 놓치지 않았다.탁-그리고는 손바닥으로 동생의 뒤통수를 시원하게 때렸다.“형! 나 아무 말도 안 했거든? 근데 왜 또 남 앞에서 때려? 진짜!”준범은 억울하다는 듯 뒤통수를 감싸며 소리쳤다.속은 울컥했다.‘아니, 형은 내가 유하 얼마나 싫어하는지 뻔히 알면서 왜 맨날 저 여자한테만 살갑게 굴어?’그 순간, 준혁이 유하에게 미소 지으며 말을 건넸다.“마침 같이 장 보러 온 김에, 저희랑 같이 다니죠. 같이 보면 더 빠르잖아요.”전화로는 그렇게 거리를 두던 유하였지만, 방금 전 도움을 받은 상황에서 또 거절하자니 모양이 빠졌다.“그러죠.”결국 세 사람은 함께 마트 안으로 들어섰고, 유일하게 반대했던 준범은 아무 말도 못 하고 ‘카트를 미는’ 신세가 되었다.마트 안.준범은 자기 머리보다 더 높게 쌓인 상품들로 꽉 채운 카트를 밀며 앞서서 대화하며 웃는 두 사람을 째려봤다.‘배신이다. 형이 여자 생기더니 형제가 우선순위에서 밀렸어...’그리고 그때 불현듯 떠오른 생각.‘잠깐만. 설마 형이 저 여자... 좋아하는 건 아니겠지?’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아니야. 설마... 아니지?’하지만 준범은 스스로를 속일 수 없었다.‘저 여자 뭐가 좋다고. 이혼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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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아야, 아야! 진짜 아프다니까!”준범은 뒤통수를 감싸며 찡찡거렸다. 화끈거리는 통증에 얼굴까지 벌개졌다.“형 같은 건... 필요도 없고...”말끝은 흐려졌고 그다음 순간, 웃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준혁의 시선을 마주치자 준범은 말문이 턱 막혔다.“필요 없고 뭐?”“아, 아니야. 형 최고지. 우리 형님, 최고라니까...”시선은 회피,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덩치는 산만 한 놈이 조용히 조수석에서 쪼그라드는 중.“알면 됐다.”준혁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몸을 살짝 기울여 손을 뻗었다.준범은 또 맞는 줄 알고 반사적으로 등을 의자에 밀착시켰지만, 이번엔 다행히 아니었다.준혁은 조용히 안전벨트를 채워주고, 뺨을 가볍게 두 번 두드렸다.“앞으로 소유하 보면, 웃는 얼굴 안 하더라도 예의는 차려. 네 그 표정 하나로 다른 사람 기분 나쁘게 만들 수 있다는 거 알아둬.”벨트를 고정한 준혁은 자기 자리로 돌아가며 말을 덧붙였다.“그리고, 하연우. 그 애한테 다시 얼씬거리는 거... 내 눈에 띄면 이번엔 진짜 다리 부러져서 병원 간다. 그 사람이 널 봐주기나 해? 너는 그 애가 뭔 줄 알고 자꾸 들이대냐. 미련한 놈.”준범은 입을 벌렸다가 다시 다물었다. 뭔가 따지려고 했지만, 형 눈빛을 보고는 꿀꺽 삼켰다.‘하... 일일이 말도 못 하겠고. 억울해 죽겠다...’오늘도 원래는 연우를 만나러 가려던 참이었다. 근데 집에서 나가기도 전에 형한테 딱 걸렸고, 억지로 끌려와선 연말 장보기에 동원됐다.‘부모님은 해외 나가시고, 형제끼리라도 설 분위기 내야 한다더니...’‘거짓말. 평소에 형은 나를 사람 취급도 안 하잖아!’‘매일 맞고, 무시당하고, 그럼에도 아직 안 죽은 건 그냥 내가 생명력 하나는 알아주기 때문이지!’준범은 그렇게 자기합리화를 시도했다.‘결국 나 감시하려고 데리고 다니는 거잖아. 도대체 형은 왜 그렇게 연우를 싫어하지?’‘우린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랐고, 집안끼리도 사이 좋았는데... 왜 하필 소유하 편을 드는 거야?’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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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차가 단지 입구로 들어섰다.언제나처럼, 정문까지 이어진 골목길엔 붉은 연등이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겨울밤의 어둠 속, 그 붉은 불빛은 생각보다 따뜻했다.차를 집 앞에 세우고, 유하는 조수석에 실어둔 고급 과일 상자 두 박스를 들었다.그리고 곧장 맞은편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띵동-문이 열리자, 유하는 두 손으로 상자를 건넸다. 살짝 민망한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차 집사님, 얼마 전 연등 걸어주신 거 감사드리고 싶었어요. 별 건 아니고, 과일 조금 가져왔는데 받아주시면 좋겠어요.”유하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누군가가 자신에게 친절을 베풀면, 작든 크든 반드시 그 마음을 되돌려줘야 마음이 놓였다.그냥 넘겨버리면... 자신은 어쩐지 내 마음이 무거우니까.반대로 누군가 자신에게 해를 끼치면, 그 또한 절대 가볍게 넘기지 않았다.익명의 연등 하나로 기분이 좋아졌다면, 작은 정성 하나라도 돌려주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다.‘내가 받은 기분 좋은 마음, 다른 사람도 그렇게 느끼면 그걸로 된 거야.’다행히도 차동석은 한사코 사양하지 않았다. 오히려 유쾌하게 웃으며, 고맙다고 인사를 건넸고 과일도 흔쾌히 받았다....집에 돌아온 유하는 나머지 장 본 것들을 하나하나 정리한 후, 샤워를 마치고 잠옷으로 갈아입었다.이제야 겨우 한숨 돌린 느낌이었다.책상 앞에 앉아 미뤄둔 디자인 스케치를 다시 펴고, 연필을 들자 그림에 몰입하는 데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그리고 그림을 그리는 손은 어느새 새벽을 넘겼다.요즘은 회사도 쉬는 중이라 피곤하면 중간에 눕고, 깊은 잠이 아니어서 짧게라도 몸을 뉘이는 게 일상이었다.그렇게 조용히 반쯤 잠든 어느 순간,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화면에 뜬 이름은 ‘승환’이었다.‘이 시간이면...’전화를 받자마자 들려온 건... 어딘가 처연한 목소리였다.[누나, 이제 수술도 다 끝났고, 퇴원 준비됐어요. 누나 아니면... 절 데리러 올 사람 없잖아요.]가라앉은 듯, 쓸쓸한 기색이 묻어난 말투.승환의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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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유하는 싱크대 앞에 서서 채소를 씻으며 슬쩍 고개를 돌려 주방으로 따라 들어온 승환에게 말했다.“의사 선생님이 그러시더라. 네가 식사도 제때 안 하고, 굶을 때도 많다고. 앞으로는 그렇게 살지 마. 이번엔 맹장이었지만, 다음엔 그냥 넘어가는 일이 아닐 수도 있어.”이미 잘라낸 맹장 얘기를 꺼내며 눈을 흘기자, 승환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 누나.”그러면서 슬쩍 유하 옆으로 다가와 채소 손질을 도왔다.잔소리를 들으면서도 입가엔 묘하게 부드러운 미소가 맴돌았고, 늘 승환을 감싸던 어둡고 무거운 기운도 한결 가벼워진 듯했다.잠시 후, 승환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누나, 저 진심이에요. 나중에 이혼하게 되면 재산 분할할 때, 그냥 저도 같이 데려가주세요. 자식으로 치든, 동생으로 치든, 같이 살면 되잖아요.”“지금 누나보다 한참 어리고 미성년자니까, 노후엔 제가 누나 부양할 수 있어요.”유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얘는 대체 언제쯤 이 드립을 그만둘까?’허탈하게 웃으면서도, 유하는 결국 몇 마디 조심스럽게 덧붙였다.“나중에 너도 좋아하는 사람 생기고, 가정 꾸리게 되면, 그땐 또 생각이 달라질 거야.”하지만 승환은 고개를 들고 눈을 또렷하게 맞추며 말했다.“전 결혼 안 해요.”짧고 단단한 대답이었다.“어릴 때부터 전 그냥 여기에 버려졌잖아요. 가족이라는 사람들, 제가 어디 사는지, 어떻게 사는지 알아도 한 번도 와보거나 연락한 적 없어요. 그게 제 ‘혈육’이라는 사람들이에요.”“가족이라는 개념, 제겐 그냥 가장 비논리적이고 불합리한 단어예요. 누나는, 그중 유일한 예외예요.”그 말에 유하는 잠깐 말문이 막혔다.‘이걸... 고맙다고 해야 하나, 슬프다고 해야 하나...’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고개를 숙이고 다시 채소를 씻었다....식사는 금방 준비됐다.맑은 국 하나에, 유하가 뚝딱 만들어낸 반찬 몇 가지.그리고 진하게 끓인 단호박과 조밥죽.늘 비어있던 집안에 따뜻한 국물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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