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그들이 나를 버릴 때, 나는 세상을 가졌다: Bab 71 - Bab 80

100 Bab

제71화

병원 비상계단, 어둑한 조명 아래.유하의 가녀린 몸이 승현의 단단한 팔에 잡힌 채, 넓은 어깨와 좁은 허리의 그림자 속에 파묻혀 있었다.입술을 짓누르는 거칠고 뜨거운 키스는 작은 숨소리만을 남긴 채 격정적으로 이어졌다.‘미쳤어, 이 사람...!’한참을 밀쳐내려 버둥댄 끝에야 유하는 겨우 승현의 어깨를 밀쳐냈다.“또 무슨 미친 짓이야, 당신!”붉게 물든 입술을 거칠게 닦으며 유하는 눈을 부릅뜨고 승현을 노려봤다.승현의 여우 같은 눈매엔 욕망이 가득했고, 그 표정은 전혀 미안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그는 다시 유하의 허리를 감싸려 손을 뻗었다.찰싹!“건들지 마. 역겨우니까.”유하의 손등이 그의 손을 강하게 쳐냈다.승현은 잠깐 손목을 털듯 흔들더니, 갑자기 유하의 머리 옆 벽면을 ‘쿵’ 하고 짚으며 몸을 기울였다.그가 아래로 숙이자, 유하는 뒤로 물러서다 등이 벽에 밀착됐고, 두 사람 간의 거리는 호흡이 섞일 정도로 가까워졌다.승현은 비웃음 섞인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내가 더럽다고?”“그럼 안 더러워?”“그걸 내가 굳이 말해줘야 알아?”유하는 벽에 몰린 채, 오히려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맞받아쳤다.‘당신이 사람이라면, 적어도 부끄러움은 알아야지.’지금의 유하는 예전과 달랐다.결혼 전, 불같은 성미에 자존심 강했던 그 모습, 승현은 지금 그 시절의 유하를 다시 마주한 느낌이었다.결혼 후 7년간 유하는 늘 조용하고, 이해심 깊고, 마치 비단처럼 유순한 사람이었다.편했지만, 뜨겁지 않았다.‘이제 와서 이혼을 입에 올리는 이 여자, 그때 그 눈빛이야.’‘그래, 지금이 훨씬 더... 자극적이고 끌려.’승현은 유하의 눈동자에서 타오르는 감정을 들여다보며 잠시 넋을 잃었다.그런 감정에 이끌려 다시 고개를 숙이고 입술을 맞추려는 순간.휙-유하의 손바닥이 그의 얼굴 가까이에서 스치듯 올라왔다.그러나 그 손목은 순식간에 승현의 큰 손에 붙잡혔다.승현은 유하의 손목을 잡아 벽에 강하게 눌러 고정시켰다.귓가에 닿은 뜨겁고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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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연우는 능력 있는 사람이야. 지금은 내 명의 자회사 대표 자리에도 앉아 있어서 그 친구의 명예는 곧 회사 이미지와 직결돼. 고모할머니가 그렇게 여론으로 몰아붙이는데, 내가 지키지 않으면 누가 지켜?”‘말도 잘해. 이 사람 입만 열면 진심으로 역겨워.’유하는 밀려오는 메스꺼움을 꾹 눌러 삼키고, 고개를 살짝 들었다. 얼굴엔 놀라울 만큼 차분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좋아. 어릴 때부터 쌓아온 십 년 지기라면, 내가 뭐라 할 이유도 없지. 그냥... 이혼 서류에 도장만 찍어. 그다음부턴 당신 누구랑 결혼하든, 누구랑 친구 하든, 마음대로 해.”그 말에 승현의 얼굴이 굳어졌다. 날카로운 눈엔 서늘한 그늘이 깔렸다.“끝까지 나랑 싸우자는 거야?”‘또 시작이야. 내가 언제 싸우자고 했니.’‘늘 이 사람은,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당신이 날 자극해서’ 라는 식이야.’유하는 숨을 길게 내쉬고, 표정을 지운 채 무표정으로 말했다.“그만 좀 해. 나는 내가 받아야 할 몫을 말한 것뿐이야. 당신도 본인이 원하는 사람도 만나고, 원하는 자유도 가질 수 있어. 우리 둘 다 손해 볼 일 없잖아. 근데 뭐가 그렇게 못마땅해?”승현은 짜증 섞인 한숨을 내뱉고는, 낮고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안 돼.”“소유하, 처음 내 아내 자리를 원한 건 당신이었어. 그래서 내가 들어줬고. 근데 이제 와서 제 발로 나가겠다? 내 허락 없으면, 당신도 그 자리에서 죽을 때까지 살아야 해.”‘와, 이 쓰레기 인간... 집안에 본처 하나, 밖에는 애첩 하나?’‘그냥 대놓고 ‘깃발 두 개’ 꽂겠단 얘기잖아? 진짜 토 나와.’유하는 치미는 분노에 말문이 턱 막혔다.이대로 말로는 안 될 것 같아 입을 열려는 순간, 그 입술이 갑작스레 뜨겁고 거칠게 덮였다.“읍...!”승현은 숨이 섞인 키스로 유하의 항의를 막았다. 입술을 세차게 누르고, 유하의 입 안을 혀로 휘젓는 동작은 전혀 이성적이지 않았다.그 손은 어느새 유하의 니트 자락을 밀어 올렸고, 뜨거운 손바닥이 그녀의 허리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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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도련님!”유하는 본능적으로 외쳤다.승현이 잡고 있던 손을 세차게 뿌리치고, 비틀거리며 쓰러진 승환에게 쏜살같이 달려갔다.‘움직이면 안 돼, 안 돼... 이 상태로 건드리면 더 위험해.’유하는 떨리는 손끝으로 승환의 이마 근처에 손을 얹고, 재빨리 간호사 호출 버튼을 찾아 눌렀다.곧바로 의료진들이 들이닥쳤고, 승환은 급히 들것에 실려 수술실로 옮겨졌다.수술실 앞.공기엔 긴장과 불안이 감돌았지만, 그 분위기를 단칼에 잘라낸 건 승현의 냉소적인 웃음소리였다.“이 자식 원래 저런 연기 잘하잖아. 수술 부위 찢어진 것도, 관심 끌려고 일부러 그런 거 아냐?”“그 자식 죽든지 살든지 그딴 건 내 알 바 아니야.”‘이 사람, 진심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저런 말을 한다고?’유하는 눈살을 깊게 찌푸리며, 차갑게 쏘아보았다.“그 아이, 당신 친동생이야.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죽으라는 소리를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해?”승현은 코웃음을 쳤다.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그러면 당신은? 당신 친동생은 어때? 제대로 챙긴 적 있긴 해?”‘그건 또 왜 갑자기 끌고 나오는 건데?’유하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싸늘하게 사라졌다.“무슨 말을 하려는 건데?”승현은 시선을 옆으로 돌리며 낮게 말했다.“나는 내가 할 만큼 했어. 우리 어머니, 승환이 임신 중에 병 얻고, 출산 후엔 죽을 뻔했어.”“그렇게 태어난 애, 집에서 키우지도 못하고 내쫓았지만, 살아남았잖아. 그걸로 충분해. 그게 내가 형으로서 해줄 수 있는 최선이었어.”말을 마친 그는 다시 유하의 손을 거칠게 잡아끌며 말하듯 명령했다.“내가 경고했지. 승환이한테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정신도 정상이 아니고, 원래부터 이상한 애야. 뭘 하든 그냥 내버려두라고. 살고 싶으면 살고, 죽겠다면 말리지 마. 관 값 정도는 내가 낼 수 있어.”어떤 이유에서든... 유하는 이젠 절대 오승현과 함께 나갈 수 없었다.몇 걸음 억지로 끌려간 뒤, 유하는 손을 세차게 뿌리쳤다. 균형을 잃고 두어 걸음 뒤로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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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병실 안.희미한 조명 아래 누운 승환은 힘없는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물었다.앓은 흔적이 선명한 얼굴,혈색 업는 입술.그럼에도 여전히 정제된 예쁜 이목구비.검은 눈동자엔 은근한 기대가 맺혀 있었다.유하가 아무 대답 없이 조용히 서 있기만 하자, 승환이 다시 슬며시 웃으며 말했다.“‘누나’가 싫으면... 그럼 제가, ‘유이’라고 불러도 돼요?”유이... 유하의 시선이 잠시 흔들렸다.‘유이... 이 호칭, 진짜 오래 들은 적 없었는데...’유하의 아득한 기억 속, 햇살 아래 푸르게 자란 한 소년이 보였다.누군지 얼굴은 또렷하지 않지만, 목소리는 맑고 따뜻했다.“유이.”“나만 널 부를 수 있는 이름 하나 갖고 싶어. 이건... 나만 부르게 해줘. 너한텐 그냥... 오직 나만.”그때의 유하는, 그 소년의 눈을 보며 대답했다.“응, 좋아.”그렇게 ‘유이’란 호칭은 누군가에게만 허락된, 단 하나의 기억 속 호명이 되었다.‘하지만 결국... 우린 헤어졌고, 그 호칭도, 그 사람도, 다 잊었는데...’유하가 너무 조용하자, 승환이 살짝 고개를 기울이며 다시 물었다.“왜 그래요? ‘유이’도... 안 되는 거예요?”유하는 벼랑 끝에 선 감정을 눌러내며,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그건 좀... 그냥 ‘누나’라고 불러. 나도 이제부터 승환이한테 편하게 말 놓을 테니까.”승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웃었다.“네, 알겠어요. 누나.”그 뒤로도 잠시 병실에 머물렀지만 유하의 마음은 온통 복잡하고 어지러웠다.결국 조용히 일어나 승환에게 몸조심하라 당부한 뒤, 병실을 나섰다.깊게 내려앉은 겨울밤의 어둠.유하는 차에 올라타고 문을 닫았다.그제야 문득 깨달았다.분명 외투를 입고 있었는데, 속옷까지 흠뻑 젖을 만큼 온몸에서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추운 계절인데... 왜 이렇게 땀이 나고 숨이 차지...’얼어붙은 두 손을 핸들에 올려놓다가, 유하는 문득 며칠 전 들었던 이름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태준혁이 말했던 그 사람... ‘곧 돌아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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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시내의 한 고급 카페.2층 창가 자리.유하와 오광진이 마주 앉아 있었다.테이블 위엔 갓 내린 듯 김이 살짝 피어오르는 커피 두 잔.결혼 후, 유하가 시아버지와 이렇게 단둘이 마주 앉는 건 매우 드문 일이었다.‘오광진 회장님이 직접 자리를 청해올 줄은 몰랐네.’유하는 긴장보단 의외라는 감정이 컸다.분명, 시아버지는 처음부터 유하가 탐탁지 않았다.유하는 집안도 약하고 배경도 없었다. 늘 그런 이유로 무심했고, 거리감을 두었다.하지만 또 그렇다고, 딱히 노골적으로 무시한 적도 없었다.그는 역시 아내 박영심의 기분을 고려하던 사람이니까.‘그런 시아버지가 이제 와서 이혼 문제로 나를 부른다?’의도를 짐작하기엔 이르지만, 유하도 오늘 이 자리를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오광진은 분명 승현에게 직접적인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니까.유하는 말 없이 그를 바라보며 먼저 말을 꺼내지 않고 기다렸다.어차피 먼저 속내를 드러낼 사람은 아니니, 기다릴 수밖에.그리고 역시나 오광진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변호사 쓴다더라. 승현이랑... 이혼 소송 중이라고?”‘벌써 들었구나. 예상대로야.’유하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 박영심과 달리 오광진은 여전히 정보력이 강한 인물이었다.회사 경영 일선에선 손을 뗐지만, 그가 가진 네트워크는 아직도 강력했다.유하도 굳이 에둘러 말할 생각은 없었다.“네, 맞습니다. 이번엔 정말로 끝내고 싶어요. 그러니, 아버님께서 승현 씨 좀 설득해 주세요.”오광진은 말없이 유하를 바라봤다.중년의 얼굴, 노쇠함보다는 여전히 단단한 인상이 먼저였다.오광진의 눈은 아직 날카로웠고, 목소리는 건조하고 권위가 느껴졌다.“부부끼리 무슨 일이든 대화로 풀면 되지. 무슨 큰일이 났다고 법정까지 가.”‘역시... 그렇게 나올 줄 알았어.’유하는 테이블 아래에서 가방을 열었다.봉투 하나를 꺼내 들더니, 그 안에서 사진을 몇 장 꺼내 차례차례 펼쳤다.고급 호텔 로비, 비공개 행사, 연회장, 골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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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오광진의 이야기 말미에는 분명한 압박감과 날카로움이 실려 있었다.‘그 말이 틀리진 않아.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틀린 것도 아니야.’유하는 당장 반박할 수는 없었다.이 결혼이 이 지경이 되기까지, 자신은 누구에게도 해를 끼친 적 없다.하지만 그럼에도 끝내 용서를 구할 수 없는 사람이 있었다.바로 박영심이었다.이분은... 유일하게 유하한테 손을 내밀어준 사람이었다.그날도... 모든 게 무너졌던 그 밤.빗속에서 온몸이 젖은 채 오씨 본가의 대문을 두드리던 유하를, 박영심은 말없이 안아주었다.그날 입술 깨문 채 버텨온 유하의 눈가가 벌써 뜨겁게 젖어들었다.그녀는 뜻하지 않은 임신 사실을 알고 겨우 찾아온 그 집 앞에서 대문을 막아선 경비원들에게 저항하다 쓰러졌다.“데리고 들어와라.”박영심의 단호한 한마디에 유하는 안으로 들여갔다.박영심은 뜨거운 물수건으로 유하의 몸을 닦아주고, 직접 약을 발라주었다.그리고 그날 밤, 밤새도록 집에 들어오지 않던 승현을 붙잡아오라 시켰고, 돌아온 그 아들의 무릎을 꿇린 채, 비 맞으며 가문의 회초리를 맞게 했다.그 끝에서야 승현은 입을 열었다.“제가 책임지겠습니다. 결혼하겠습니다.”그때의 유하에게도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아무도 날 책임지려 하지 않았고, 가진 것도, 의지할 곳도 없었으니까.’유하는 그 시절의 비참했던 자기를 마주한 듯 조용히 눈을 감았다.그리고 다시 눈을 뜨며 억지로 가라앉힌 목소리로 말했다.“그때, 저도 피해자였어요. 저는 진짜 원하지 않았어요. 그저... 너무 무서웠고, 아무 선택지가 없었어요.”“저는 그냥... 살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게 죄라면... 저는 그 죗값을 이미 충분히 치렀다고 생각해요.”“저는 지금... 그냥 새로운 삶을 살고 싶은 거예요. 뒤는 돌아보고 싶지도 않고, 따지고 싶지도 않아요. 근데 왜... 이렇게까지 힘들어야 하는 거예요?”오광진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아들과 며느리의 하찮은 일엔 애초에 관심도 없었고, 간섭할 생각도 없었다.하지만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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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카페 2층.유하는 아래층 상황을 고스란히 내려다보고 있었다.기대가 없으면 실망도 없는 법.그 광경을 봐도 전처럼 마음이 크게 동요되진 않았다.그저 조용히 고개를 돌려 마주 앉은 오광진을 바라봤다.감정 없는 얼굴, 감정 없는 시선.유하는 아무 말 없이 그를 똑바로 응시했다.오광진은 말문이 막혔다.며느리 눈빛에 짓눌린 채 어색함만 커졌다.이게 다 뭐람. 아들놈 잘못 때문에 며느리 설득하러 나섰다가 정작 자기가 말문이 막히다니.‘이 자식,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아버님.”유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사실, 저도 이렇게까지 만들고 싶진 않았어요. 만약 아버님이 승현 씨를 잘 설득해 주신다면, 굳이 법정까지 가지 않아도 돼요. 조용히, 원만하게 끝낼 수 있습니다.”“재산 분할 문제, 아버님이 불만이시라면 조정 가능합니다. 다만, 이번 설 전에 이혼만 마무리된다면, 저는 어느 정도 양보할 생각도 있어요.”“이혼 후에도 바로 공개하진 않을게요. 아버님께서 어머님께 차근차근 설명하실 수 있도록 시간 드릴게요. 상처를 최소화하려는 저 나름의 배려는 여기까지입니다.”모든 시나리오가, 유하 머릿속에는 이미 그려져 있었다.마지막으로, 유하는 가방에서 서명된 이혼 서류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그리고 천천히, 오광진 쪽으로 밀었다.그 서류를 바라보는 오광진은 복잡한 심경이었다.‘이게 대체 뭐야. 이혼 서류를 시아버지가 대신 받는 상황이라니.’‘내가 왜 여기 온 거지...?’처음부터 오지 않는 게 나을 뻔했다.하지만 오광진은 더 이상 뭐라 말하기도 어려웠다.자기 아들은 지금 아래층에 앉아 있다.애까지 따라왔는데, 뭘 더 말하란 말인가?지난 7년간, 유하는 오씨 가문을, 그리고 박영심이라는 시어머니를 너무도 잘 알게 되었다.지금 유하의 태도를 보니, 진짜 막다른 데로 몰아세우면 바로 박영심을 찾아가 이혼 이야기를 꺼내고도 남을 기세였다.그렇게 되면 오씨 집안은 정말 난리가 날 터였다.누군가 병이라도 나지 않으면 다행일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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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그리고 말이다, 이혼하더라도... 설 지나고 해라. 일단 명절은 명절답게 보내야지. 이혼 소식 터지면, 그 명절 분위기 다 망가지는 거 아니냐.”그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오광진은 자리를 떴다.돌아서기 직전, 끝내 발걸음을 멈추고 한 마디 더 보탰다.“너랑 승현이가 어떻게 되든... 누가 뭐래도 네 시어머니는 너한테 뭐 하나 아끼지 않았다. 그 사람을 생각해서라도, 이번 설까지는 조용히 넘겨라.”그렇게 말하고는 카페 뒷문으로 조용히 사라졌다. 정문으로 나갔다간 또 그 망할 자식 얼굴 마주칠까 봐, 그 꼴은 도저히 보고 싶지 않았다....2층에 혼자 남은 유하.텅 빈 테이블 위, 그녀는 말없이 이혼 서류를 다시 가방에 넣었다.그리고 아래층을 다시 내려다봤다.웃고 있는 세 사람.정말 보기 좋은 ‘가족’의 모습이었다.유하는 피식, 소리 없이 웃었다.하지만 그 웃음엔 묘한 쓸쓸함이 배어 있었다.‘하는 말마다 다들 나더러 참으라네. 조용히 넘겨라, 명절은 잘 보내라...’‘그럼 나는? 내 명절은 누가 지켜줘?’‘나랑 우리 고모할머니는 어떻게 설 보내라고.’‘누가 나한테 따뜻한 명절 보내라고 말해주기나 했나.’...유하는 차를 몰아 사무실로 향했다.도심을 지나 반쯤 달렸을 즈음, 핸드폰이 울렸다.화면에 뜬 이름은 태준혁이었다.그가 다시 연락해올 줄은 몰랐다.전화를 받자, 준혁은 예의 바르게 인사부터 건넸다.[지난번 파티 때 불편하셨죠. 그때 일도 있고 해서, 식사 한번 대접하고 싶어요.]유하는 소성란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태씨 가문, 함부로 엮이기 곤란한 집안이었다.애초에 가까이할 생각도 없었다.“죄송하지만, 저는 그런 자리는 사양하고 싶어요.”단호하게 거절했다.잠시 침묵이 흘렀고, 그 너머에서 준혁의 부드러운 웃음소리가 들렸다.[유하 씨, 제가 지난번에 말했던 그 친구 기억하시죠? 그 친구, 아무리 늦어도 내일이면 입국합니다. 정말 얼굴 한 번 안 보실 겁니까?]운전 중이던 유하의 손이 핸들 위에서 조용히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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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깊은 겨울밤.차가운 바람이 단지 전체를 스치고 지나갔다.사계절 푸른 대나무 숲이 바람에 흔들리며, 서걱서걱 조용한 소리를 낸다.그 위에 달린 붉은 연등들이 바람결 따라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었다.그 대나무숲 길 위, 유하는 손에 연등을 든 채 조용히 걸었다.‘이런 밤에, 이런 조명이라니... 괜히 드라마 속 주인공 된 것 같은 기분이야.’가벼운 걸음으로 길을 따라 걷다, 어느새 맞은편 집 앞에 닿았다.초인종을 누르자, 금세 문이 열렸다.안에서 나온 사람은 단정한 정장을 입은 중년 남자.머리엔 희끗희끗한 백발이 섞여 있었고, 전체적으로 온화한 인상이었다.그는 유하를 보며 잠시 멈칫하더니, 유하 손에 든 연등을 보고는 금세 눈빛이 누그러졌다.“안녕하세요.”유하가 먼저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그러고는 대숲 길 저편 자신의 집을 손끝으로 가리키며, 손에 든 연등을 살짝 흔들었다.“맞은편에 사는 이웃입니다. 소유하라고 해요. 이 연등, 너무 귀여워서요. 감사 인사드리러 왔어요.”“안녕하세요.”중년 남자는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저는 차동석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아마 조금 오해가 있으신 것 같네요. 저는 이 집의 집사입니다.”“저희 주인께서, 집 앞에 연등을 많이 다셨다 보니 맞은편이 너무 허전해 보여서 함께 달자고 하셔서... 그렇게 된 겁니다.”“혹시 불편하셨다면 사과드리려 했는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아니에요, 불편하다니요. 전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너무 귀엽고 따뜻해서 기분까지 좋아지더라고요.”유하는 고개를 젓고 웃으며 말했다.“주인분께도 꼭 감사 인사 전해주세요. 은근히 동심이 있으신 분 같네요.”“전하겠습니다.”차동석이 잔잔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유하는 몇 마디 더 인사말을 건넨 뒤, 혹시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맞은편 작업실로 오시라고 말하고는, 손에 연등을 들고 다시 발길을 돌렸다.차동석은 현관에 가만히 서서, 유하가 대숲 길 끝으로 사라질 때까지 조용히 지켜봤다.그제야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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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돈을 뜯으려는 유민의 요구에는... 응대하지 않는다.그것이 유하가 지난 몇 년간 터득한 가장 확실한 생존 법칙이었다....회사는 평소와 다름없이 붐볐지만, 오늘 유하에게는 조금 특별한 날이었다.마지막 출근일.점심 무렵, 유하는 같은 팀 후배들을 데리고 근처 고깃집으로 향했다.그간 수고 많았다며 밥 한 끼를 대접한 셈이었다.형식적인 작별 인사였지만, 서로 웃으며 건네는 말들 속에 묘한 감정이 흐르고 있었다.해가 저물자 유하는 사무실 책상 서랍에 남아 있던 마지막 짐들을 정리해 들고 회사 건물 앞에 섰다.높디높은 유리빌딩.수많은 밤을 불 밝혔던 창문들.열여덟 살부터 시작된 컴퓨터 인생.학부부터 박사까지 오직 승현을 위해 선택했던 컴퓨터공학부 박사 과정.그렇게 매달렸던 것을 이렇게 쉽게 내려놓을 줄은 유하 자신도 몰랐다.그런데도, 마음이 그리 허전하지 않았다.‘내 인생에 원래부터 정해진 루트 따위는 없었어.’‘가능성은 얼마든지 내가 만들어 가는 거니까.’30초 정도 가만히 그 자리에 서 있던 유하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이제, 완전히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는 순간이었다....그날 밤.소성란은 유하의 퇴사를 이미 알고 있었다.기다렸다는 듯이, 시내 호텔 스카이라운지에 화려한 만찬을 위해 자리를 잡아둔 상태였다.식탁에는 단둘뿐.딱히 남 눈치 볼 필요도 없으니 대화도 자연스레 오갔다.앞으로 브랜드를 어떻게 키울 건지, 유하가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독립 디자이너로 나설 건지, 실무적으로나 현실적으로도 대화는 술술 이어졌다.그러다 대화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준서' 쪽으로 흘러갔다.“너 내 증손자는 대체 언제쯤 보여줄 거니?”“7년이야. 7년. 나는 한 번도 안아본 적도, 손 한 번 잡아본 적도 없다고.”소성란의 말투는 투덜대는 듯하면서도 애틋했다.결혼도 출산도 하지 않았던 소성란에게 유하는 거의 ‘딸 같은 존재’였고, 그 유하가 낳은 아이라면 사실상 자신의 유일한 ‘핏줄’ 같은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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