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 안.희미한 조명 아래 누운 승환은 힘없는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물었다.앓은 흔적이 선명한 얼굴,혈색 업는 입술.그럼에도 여전히 정제된 예쁜 이목구비.검은 눈동자엔 은근한 기대가 맺혀 있었다.유하가 아무 대답 없이 조용히 서 있기만 하자, 승환이 다시 슬며시 웃으며 말했다.“‘누나’가 싫으면... 그럼 제가, ‘유이’라고 불러도 돼요?”유이... 유하의 시선이 잠시 흔들렸다.‘유이... 이 호칭, 진짜 오래 들은 적 없었는데...’유하의 아득한 기억 속, 햇살 아래 푸르게 자란 한 소년이 보였다.누군지 얼굴은 또렷하지 않지만, 목소리는 맑고 따뜻했다.“유이.”“나만 널 부를 수 있는 이름 하나 갖고 싶어. 이건... 나만 부르게 해줘. 너한텐 그냥... 오직 나만.”그때의 유하는, 그 소년의 눈을 보며 대답했다.“응, 좋아.”그렇게 ‘유이’란 호칭은 누군가에게만 허락된, 단 하나의 기억 속 호명이 되었다.‘하지만 결국... 우린 헤어졌고, 그 호칭도, 그 사람도, 다 잊었는데...’유하가 너무 조용하자, 승환이 살짝 고개를 기울이며 다시 물었다.“왜 그래요? ‘유이’도... 안 되는 거예요?”유하는 벼랑 끝에 선 감정을 눌러내며,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그건 좀... 그냥 ‘누나’라고 불러. 나도 이제부터 승환이한테 편하게 말 놓을 테니까.”승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웃었다.“네, 알겠어요. 누나.”그 뒤로도 잠시 병실에 머물렀지만 유하의 마음은 온통 복잡하고 어지러웠다.결국 조용히 일어나 승환에게 몸조심하라 당부한 뒤, 병실을 나섰다.깊게 내려앉은 겨울밤의 어둠.유하는 차에 올라타고 문을 닫았다.그제야 문득 깨달았다.분명 외투를 입고 있었는데, 속옷까지 흠뻑 젖을 만큼 온몸에서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추운 계절인데... 왜 이렇게 땀이 나고 숨이 차지...’얼어붙은 두 손을 핸들에 올려놓다가, 유하는 문득 며칠 전 들었던 이름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태준혁이 말했던 그 사람... ‘곧 돌아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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