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 안은 몹시 고요했다.고요해서 유하는 방금 들은 말들이 환청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분명히 들었다.들었기에 알게 되었다. 승현의 진심을.분노, 질투, 뒤틀림, 사랑과 증오, 동경까지.부부로 얽히고, 오래 알고 지낸 사이였다. 그런데 두 사람이 이렇게 마주 앉아 스스로 마음을 갈라 보이고, 진심을 드러낸 채 이야기를 나눈 것은 처음이었다.두 사람은 서로의 여러 모습을 보았다. 그런데도 지금 이 자리는 마치 처음 만나는 자리처럼 느껴졌다.유하는 자신이 승현을 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이제 유하는 어쩌면 평생 승현이라는 사람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느꼈다.그럼에도 유하는 또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승현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오직 자신을 향한 짙고 뒤틀린 사랑을...미친 듯이 깊고 절박한 감정은 유하가 그 누구에게서도 느껴 본 적 없는 것이었다.그토록 절박하고, 한 생을 다 써서라도 끝까지 쫓아가겠다는 집념.그것은... 오직 유하만을 향한 광기였다.유하는 승현을 알았다. 하지만 이해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도 이 자리에서 승현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선명하게 보였다.유하의 사랑도 아니고, 결혼도 아니었다.더 정확히 말하면, 유하의 사랑만은 아니었다. 세상이 말하는 결혼만도 아니었다. 승현이 바라는 것은 그보다 더 많고, 더 높고, 더 깊었다. 훨씬 더 사치스러웠다.유하는 승현을 비웃고 싶었다.사람은 살아가는 내내 자기 영혼 속의 진짜 자신을 찾아 헤맨다. 오직 자기만 볼 수 있는 그 자신. 고귀하거나 비천하고, 당당하거나 초라하며, 자유롭거나 자신을 가두고, 고통스럽거나 통쾌한 자신. 정직하거나 거짓되고, 깨끗하거나 비열한 자신. 그런 모습들은 수없이 많았다.누군가 말했듯, 천 명에게는 천 명의 햄릿이 있다.사실은 한 사람이 천 개의 얼굴을 갖기도 한다.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연극을 배우는 것 같았다. 사람 하나를 만날 때마다 다른 가면을 쓰고, 같은 사람을 마주하더라도 장소와 때에 따라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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