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그들이 나를 버릴 때, 나는 세상을 가졌다: Bab 1011 - Bab 1020

1021 Bab

제1011화

초봄, 공항.“이렇게 그냥 가?”설아는 캐리어를 유하 쪽으로 밀어 보냈다.“언제 돌아와? 한참 있다가 올 것 같으면 내가 같이 가든가.”“그래도 돼요.”유하는 캐리어 손잡이를 받아 쥐고 고개를 들었다. 하늘색 모자를 살짝 고쳐 쓴 유하가 눈가에 웃음을 담은 채 대답했다.유하의 눈은 이제 완전히 나았다.오늘은 미리 정해 둔, Y국 ‘Splendid’ 본사로 돌아가는 날이었다. 마음이 가벼우니 차림새도 예전과는 사뭇 달랐다.하늘색 챙 모자에, 겉옷도 같은 계열의 색이었다. 안에 받쳐 입은 니트 원피스는 크림처럼 부드러운 흰색 바탕이었고, 그 위로는 듬성듬성 알록달록한 자수 꽃들이 피어 있었다. 봄을 통째로 품은 듯한 차림이었다. 발끝에는 하늘색 가죽 구두를 신고 있었고, 유하가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마치 하늘 위를 걷는 것처럼 보였다.유하가 그렇게 웃으며 말하자, 그녀를 본 사람들은 봄볕이 한층 더 환해진 듯한 기분에 사로잡혔다.실제로 오는 내내 모자로 얼굴을 어느 정도 가렸는데도, 유하는 지나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먹구름에 가려져 있던 꽃이 마침내 피어날 계절을 맞은 것처럼, 유하는 세상의 온갖 빛을 빼앗아 제 안에 담고 있었다.설아는 멍하니 유하를 바라보다가 한참 뒤에야 정신을 차렸다. 설아는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난 네가 거절할 줄 알았는데.”“왜요?”유하가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넌... 날 싫어하잖아.”설아는 유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아마 오늘의 유하가 평소와 너무 달라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설아는 그동안 마음속에 묻어 두었던 말을 결국 꺼내고 말았다.“우리가 지금 이렇게 멀쩡히 얘기할 수 있는 것도, 재윤이 때문 아니야?”설아의 시선이 옆으로 흘렀다. 멀지 않은 곳, 재윤과 희은이 작은 캐리어를 끌고 음료 매장 앞에 서 있었다. 재윤과 희은 앞에는 이따금 이쪽을 돌아보는 준서와 성찬이 있었다.유하도 그쪽을 바라보았다.하지만 곧 유하는 다시 설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눈매를 곱
Baca selengkapnya

제1012화

“먼저 가. 아빠랑 태건 삼촌 걱정하게 하지 말고.”유하는 준서의 눈가에 고인 눈물을 애써 외면했다. 그래도 끝내 마음이 약해져 덧붙였다.“준서가 잘하고 약속도 잘 지키면, 엄마가 정해진 때마다 준서 데리고 휴가 갈게.”“응!”준서의 눈이 반짝였다.“그럼 엄마, 약속.”“그래.”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한 뒤, 유하는 다시 몸을 낮춰 준서의 볼에 입을 맞췄다. 한참을 꼭 끌어안고 붙어 있다가 준서의 서운함이 조금 가신 것을 확인하고서야, 유하는 VIP 체크인 통로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재윤은 준서와 눈을 마주친 뒤 유하를 따라갔다.희은은 맨 뒤에 남았다. 성찬이 희은의 손목을 붙잡았다.“그날 나한테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한 거, 처음부터 준서 도련님 옆에 안 있으려고 할 생각이었던 거지?”성찬의 목소리는 낮았다. 두 사람에게만 들릴 정도였다.태건이 성찬과 희은을 데려온 이유는 유하와 준서가 화해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지금 상황을 두고 그 목적이 완전히 이루어졌다고 하기는 어려웠다. 사실 성찬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날 희은이 유하와 단둘이 시간을 보낸 뒤, 다시 재윤과 방 안에서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도 알 수 없었다. 성찬이 캐물었지만, 돌아온 말은 단 하나뿐이었다. 희은은 경쟁을 포기했다는 사실.그 말대로라면 성찬이 나설 일도 없었다.결국 준서는 정말로 성찬을 선택했다. 성찬은 처음엔 괜히 희은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그런데 오늘 희은이 유난히 들떠 보이는 모습을 보고 나니, 이상하게 기분이 좋지 않았다.꼭 속은 것 같았다.셋이 성찬만 빼놓고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도 알 수 없었다.희은이 생글생글 웃었다.“그럼 좋은 거 아니야? 우리도 굳이 경쟁 안 해도 되고. 게다가 준서 도련님은 나랑 노는 거 별로 안 좋아하셔.”“왜?”성찬이 못마땅하게 물었다.“내가 너무 똑똑해서.”성찬의 기분은 더 가라앉았다. 성찬의 볼이 붉게 달아올라 당장이라도 따지고 들 것 같았다. 하지만 희은은 성찬의 손을 뿌리치고
Baca selengkapnya

제1013화

무더운 한여름이었다.여름방학이 가까워지자 나산 고등학교 학생들은 벌써 들뜬 분위기였다. 오늘은 유난히 더했다. 복도에는 학생들이 잔뜩 몰려 아래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학교 안을 둘러보며 걸어가는 일행을 향해 저마다 들뜬 목소리로 수군거렸다.“가운데 계신 분 맞지? 예전에 우리 학교 다녔다던데. 우리 선배님이잖아... 진짜 예쁘다.”“해외에서 골든 니들 어워드 받으셨다며. 패션 디자인 쪽 최고상이라던데, 실물이 이렇게 예쁜 줄은 몰랐어. 뉴스 영상보다 훨씬 예뻐!”“성이 ‘소’ 씨 맞지? 소유하 선배님!”“이번에 모교에 200억 기부하셨다더라. 도서관도 한 동 더 짓는대...”“그게 다가 아니래. 우리 학교에만 기부한 게 아니라 고리대학교 쪽 모교에도 기부하셨다던데? 근데 이번엔 왜 고리대학교는 안 가고 이런 외진 동네까지 오셨는지 모르겠다.”“나 알아, 나 알아!”“...”학생들 사이에 있던 여고생이 흥분한 목소리로 끼어들었다.“나 왜 오셨는지 알아!”“그럼 말해 봐.”주변에 있던 시선이 한꺼번에 여고생에게 쏠렸다.여고생의 볼은 흥분으로 발갛게 달아올랐다. 여고생은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우리 할머니가 국어 선생님이셨잖아. 몇 년 전에 퇴직하셨고... 예전에 할머니가 몇 명 후원한 적 있다고 얘기해 주셨거든.”“그중 한 명 이름이 소유하였대. 집안 사정은 딱했는데 머리도 좋고 장래도 밝아서 명문대까지 갔다고 하셨거든... 분명 그 선배님 맞을 거야. 집에 가면 할머니한테 말해야지. 할머니 제자가 지금 엄청 대단해졌다고!”“여름이 너, 또 뻥 친다!”친구로 보이는 학생 하나가 여름의 팔을 툭 쳤다. 믿지 않는 눈치였다.여름이 막 반박하려던 때, 옆에 있던 누군가가 넉살 좋게 말했다.“진짜라고 해도, 유하 선배님이 이번에 골든 니들 어워드 받으셔서 뉴스가 여기저기 다 났잖아. 네 할머니도 벌써 아실걸?”“...”학생들은 저마다 맞장구를 쳤다. 부러워하는 학생도 있었고, 존경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학생도 있었으며, 먼
Baca selengkapnya

제1014화

마침 얼마 전 모교의 건물 증축을 위해 상당한 금액을 기부한 일이 있었고, 학교 측에서 초대장을 보내왔다. 유하는 차라리 이곳에 들르기로 했다.그 길에 고향에도 한번 다녀올 계획을 세웠다.“회장님, 다음 일정은 호텔로 모실까요?”운전기사가 늘 하던 대로 물었다.유하는 고개를 저으며 주소 하나를 불러 주었다.차는 학교가 있는 한적한 외곽을 빠져나와 번화가를 지나쳤다. 낮은 건물들이 드문드문 이어진 길을 통과한 끝에, 차는 오래된 주택 단지 앞에 멈춰 섰다.경비실의 경비원은 유하를 막지 않았다.유하는 트렁크에서 미리 준비해 둔 선물을 꺼내 들고, 기억 속의 주소를 향해 걸어갔다. 몇 번 와 본 곳일 뿐인데도 유하는 그 집을 잊은 적이 없었다.오랜 세월이 지나도, 한 번도 흐려지지 않은 곳이었다.건물은 오래전 지어진 것이라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계단으로 올라가야 했다.철제 난간에는 녹이 슬어 있었고, 누런 조명 아래 벽면에는 분필과 페인트 자국이 뒤섞여 지저분하게 남아 있었다. 유하는 3층에서 걸음을 멈추고 철문을 두드렸다.처음에는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몇 번 더 두드린 뒤에야 안쪽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문이 열리고, 은발에 안경을 쓴, 여전히 단정한 분위기의 장혜미가 모습을 드러냈다.“누구세요?”장혜미는 안경테를 바로잡고 눈을 가늘게 뜬 채 유하를 살폈다.세월은 빠르게 흘렀다. 눈앞에 선 익숙한 얼굴이 예전보다 훨씬 나이 들어 보이자, 유하는 끝내 참지 못하고 코끝이 시큰해졌다.“선생님, 저예요. 유하예요.”장혜미가 멍하니 굳었다.한참을 바라보던 장혜미는 그제야 떠올린 듯 허둥지둥 밖으로 나왔다. 장혜미는 유하의 손을 꼭 붙잡고 위아래를 살폈다. 목소리에는 감격이 가득했다.“유하야, 정말 유하구나.”“네, 저예요, 선생님.”장혜미는 몹시 기뻐했다. 유하의 손을 잡은 채 왼쪽에서 보고 오른쪽에서 또 보더니, 한참 뒤에야 유하를 집 안으로 들였다.“갑자기 어떻게 온 거니? 네 부모님은 모르시지? 그동안 잘 지냈어? 누가
Baca selengkapnya

제1015화

여름의 말이 잠시 막혔다.장혜미에게 유하는 아직도 십 대의 작고 여린 아이로 남아 있는 듯했다. 그래서 무심코 여름에게 언니라고 부르게 하려다, 곧 뭔가 맞지 않다는 생각에 말을 멈췄다.장혜미가 망설이는 사이, 유하가 웃으며 말을 받았다. 유하의 눈은 여름을 또렷하게 바라보고 있었다.“이모라고 불러. 이름이 뭐야?”“자, 장여름이요! 친구들은 다 여름이라고 불러요.”“여름이구나. 이름 예쁘네.”여름의 볼이 단번에 새빨갛게 달아올랐다.유하는 장혜미의 손을 꼭 잡았다.“시간이 많이 늦었어요, 선생님. 나가서 식사하시면서 이야기해요. 선생님께 들려드릴 얘기가 아직 많아요.”“그래, 그러자.”유하는 준비해 온 선물들을 내려놓았다. 장혜미가 뭐라 말할 틈도 주지 않고, 장혜미를 이끌고 밖으로 나섰다.차에 올라 식당에 도착할 때까지도 여름은 어딘가 붕 떠 있는 기분이었다. 정신을 차려 보니 손에는 이미 메뉴판이 들려 있었다.말도 안 되게 예쁜, 언니라고 부르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사람이 여름에게 묻고 있었다.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마음대로 고르라고.‘뭘 골라? 먹긴 뭘 먹어!’여름의 식욕은 놀라서 이미 저 멀리 달아나 버렸다.‘유하 선배잖아.’‘내 눈앞에 있는 사람은 살아 숨 쉬는... 전설처럼 이야기되던 그 유하 선배잖아.’예전에는 가끔 공개 행사 영상에서나 볼 수 있던 사람을 오늘 학교에서 본 것만으로도 이미 가장 가까운 거리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지금은 바로 옆자리에 앉아 같은 상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손만 뻗으면 닿을 만큼 가까운 곳에.여름은 온몸이 증기를 뿜어내는 기계가 된 것처럼 더워서 땀만 줄줄 흘렸다. 머릿속은 웅웅 울렸고,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도 알 수 없었다.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의 맛조차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다. 작은 눈동자만 자꾸 옆으로 굴러갔다.‘향기 진짜 좋다... 무슨 향수 쓰시는 거지?’‘한 번도 맡아본 적 없는 향인데. 피부도 정말 하얗다.’‘빛이 나는 것 같아... 한 번만 만져 보고 싶
Baca selengkapnya

제1016화

생각이 저만치 날아가던 여름의 머리 위로 가벼운 손길이 내려앉았다. 힘이 거의 들어가지 않은 손길이었다. 부드러운 구름이 스치고 지나간 것 같았다.여름이 정신을 차렸을 때, 유하는 어느새 가까이 다가와 여름을 바라보고 있었다.“여름이는 자주 멍해지는구나... 밥 먹을 때도 그러더니.”‘아아아아아, 너무 가까워!’‘식사할 때는 할머니랑 얘기하고 계셨잖아요. 저까지 보고 계셨어요?’여름의 얼굴이 또 달아오르기 시작했다.유하는 여름이 긴장한 줄 알았는지 두어 걸음 물러섰다. 조금 거리를 둔 채 유하가 말했다.“공부 열심히 해. 디자인에 관심 있으면 대학 졸업하고 ‘Splendid’의 인턴십도 한번 생각해 보고.”“네?”여름이 채 반응하기도 전에 차 한 대가 다가왔다. 운전기사가 내려 뒷좌석 문을 열었다.“갈게.”유하는 차에 올라탔다. 문이 닫히기 전, 유하는 여름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공부 열심히 해. 내가 한 말도 마음에 두고 잘 생각해 봐. 할머니께는 말씀드리지 말고.”말을 마친 유하는 여름에게 살짝 윙크했다.“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이야.”여름의 머릿속은 죽처럼 뒤섞여 있었다. 여름은 그저 고개만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밤길을 따라 차가 멀어지는 것을 바라보던 여름은... 조금씩 정신이 돌아오자마자 제일 먼저 이런 생각을 했다.‘내일 애들한테 말해야지.’‘나 유하 이모 봤다고. 같이 밥도 먹었다고! 한 상에서 같이 밥도 먹었다고!’...학교를 둘러보고 선생님도 만난 뒤, 유하는 바로 W시로 돌아가지 않았다.유하는 운전기사에게 하루 휴가를 주었다. 그러고는 산뜻한 민트색 시폰 원피스로 갈아입고, 레이스 장식이 달린 밀짚모자를 썼다. 이곳을 천천히 걸어 볼 생각이었다.너무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은 곳이었다.다시 이 도시에 발을 들이고 보니, 예전에 짙게 가라앉아 있던 어둠은 사라지고 그리움만 남아 있었다.걷고 또 걷다 보니, 유하는 어느새 한 공장 앞에 서 있었다.기억 속에서 이 공장은 오래전 이미 버려진 곳이었
Baca selengkapnya

제1017화

유하가 눈을 들어 청산을 바라보았다.오랜만에 마주한 청산은 예전의 맑고 다정한 분위기에 여유로움까지 더해져 있었다. 세월은 청산에게 많은 흔적을 남겼지만, 그 흔적마저 깊은 분위기로 스며들어 있었다. 이전에 만날 때마다 갖춰 입던 정장 차림과는 달랐다. 지금의 청산은 흰 셔츠를 입고 있었다. 느슨하게 걸친 셔츠 소매는 팔꿈치 위까지 걷혀 있었고, 허리선은 커피색 와이드 슬랙스 안에 자연스럽게 정리되어 있었다.편안하고 느슨한 차림이었다. 거기에 얇은 은테 안경까지 더해지니, 단정하고 지적인 느낌이 한층 짙어 보였다.분명 익숙한 모습이었다.동시에 어딘가 낯설었다.유하는 입술을 달싹였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았지만, 당황이 너무 커서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이곳에서 청산을 마주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계속 아무 말도 안 할 거야?”청산은 시선을 조금 내렸다. 더 몰아붙이지 않고, 몸을 돌려 공장 건물 문 앞으로 걸어갔다. 청산이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들어와.”유하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청산을 따라 들어갔다.건물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오래도록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탓인지 희미한 곰팡내도 났다.안쪽으로 더 들어가 뒷문을 지나자, 어릴 적부터 그 자리에 자라 있던 굵은 늙은 뽕나무가 눈앞에 나타났다. 뽕나무의 가지와 잎은 뒤뜰을 가득 덮고 있었다. 하늘빛은 절반 넘게 가려졌고, 잎사귀 사이로 잘게 부서진 빛만 드문드문 내려앉았다.청산은 뽕나무 앞에 서서 고개를 들고 무성한 나뭇잎을 올려다보았다.“기억나? 너 저 위에서 떨어졌잖아.”청산은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날을 말하고 있었다. 당시 유하는 자신이 청산을 깔고 앉는 바람에 청산이 운 줄 알고, 한참 동안 달랬었다.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청산이 울고 있었던 건 집안 일 때문이었다.그래도 두 사람은 바로 이곳에서 알게 되었고, 친구가 되었다.그 뒤로 수많은 일이 이어졌다.“가끔 예전 일이 자꾸 떠올라. 잊히지도 않고, 계속 마음에 걸려.”청산의
Baca selengkapnya

제1018화

“미안해.”“내가 그 말 들으려고 여기까지 온 줄 알아?”긴 시간 눌러 온 마음이 한꺼번에 밀려 나온 탓인지, 다시 만난 청산에게는 감추기 어려운 날이 서 있었다.유하는 그런 식으로 몰아붙이는 청산을 본 적이 없었다. 유하의 눈에 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어딘가 울음으로 이 상황을 넘겨보려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유하는 울면서 자리에 쪼그려 앉았다. 무릎을 끌어안고 얼굴을 묻은 채, 어깨를 작게 떨었다.청산은 머리를 헝클어뜨리듯 쓸어 올리며 제자리에서 몇 걸음 서성였다. 결국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고, 유하 앞에 함께 쪼그려 앉았다.“됐어. 그만 울어. 내가 잘못했어.”두 사람이 다툴 때면 늘 청산이 먼저 물러났던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니 청산의 눈가도 붉어졌지만, 청산은 애써 눌러 삼켰다.“너 눈 때문에 고생했잖아. 이렇게 울다가 또 눈 나빠지면...”유하가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알고 있었어...?”청산은 기가 막힌 듯 웃었다.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 유하의 얼굴에 흐른 눈물을 조심스럽게 닦아주었다.“내가 네 일 중에 모르는 게 뭐가 있는데?”눈물을 닦아주던 청산이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네 눈 다쳤을 때, 나는 기지에서 프로젝트 하나에 매달려 있었어. 외부 연락 장비도 전부 회수된 상태였고. 나오고 나서야 알았어... 그때 너는 이미 해외로 갔고, 오승현이 나를 찾아왔어.”유하가 굳어졌다.“오승현이...”“오승현이 와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많이 지껄였지.”청산은 그 이야기를 길게 꺼내고 싶지 않은 듯 말을 돌렸다.“유하야, 너는...”유하의 얼굴을 닦던 청산의 손이 천천히 내려갔다. 청산은 두 손으로 유하의 얼굴을 감쌌다. 두 사람은 뽕나무 아래에 쪼그려 앉은 채 서로를 바라보았다.“내가 오승현처럼, 네 앞에서 모든 가면을 벗어 던질 수 있었다면 우리의 다음 걸음은... 다른 끝에 닿았을까?”유하는 다시 울 것 같았다.“선배도 참...”청산은 유하의 얼굴을 감싼 채, 이마를 맞댔다
Baca selengkapnya

제1019화

재윤은 무의식중에 허리를 곧게 세웠다.[크, 큰일은 아니고... 내가 수장고에 작은 나무 상자 하나 넣어 둔 거 있잖아. 넣을 때 너도 옆에 있었으니까 기억하지?]“네, 기억해요.”[그거 나한테 보내 줘. 호텔 주소로.]“그거... 알겠습니다.”재윤은 유하에게 빨리 주무시라고 몇 번이나 당부한 뒤에야 전화를 끊었다. 더는 그림을 손볼 생각이 들지 않았다. 재윤은 작업실에서 나와 아래층 수장고로 향했다. W시에 있을 때면 늘 유하 집에서 지냈으니, 지금 당장 꺼내러 가기에도 어렵지 않았다.비밀번호를 입력했다.안쪽으로 들어간 재윤은 익숙한 걸음으로 비밀번호 잠금장치가 달린 장식장 앞에 섰다. 다시 번호를 누르고 서랍을 열었다.서랍 안에는 작은 물건 세 개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붉은색 복주머니 하나. 금실로 삐뚤빼뚤한 글씨가 수놓여 있었다.[유하가 평생 행복하고 즐겁게 해주세요.]그 옆 작은 상자 안에는 루비 크라운 반지가 들어 있었다.두 물건 옆에는 길쭉한 나무 상자가 놓여 있었다. 재윤은 그 상자를 집어 들었다.처음에는 핸드폰을 켜서 택배 접수를 하려 했다. 하지만 곁눈에 들어온 나무 상자를 보고 손을 멈췄다. 상자 안에 든 물건을 떠올리자, 재윤은 택배 접수 화면을 닫았다.“직접 가져가는 게 낫겠다.”재윤은 원래 행동이 빠른 편이었다. 결정을 내리자마자 표를 예매했고, 위층으로 올라가 샤워를 마친 뒤 옷을 갈아입었다. 한밤중이었지만 곧장 나산시로 가서 유하를 찾아갈 생각이었다.그런데 아래층으로 내려오자 거실에는 환한 불이 켜져 있었다. 소파에는 두 사람이 비스듬히 기대앉아 있었다.준서와 성찬이었다.재윤은 준서 발밑에 놓인 농구공을 보고 무심코 미간을 찌푸렸다.“둘이 왜...?”“그 표정 하지 마. 우리 엄마 집인데 내가 오고 싶으면 오는 거지.”나이를 먹으며 준서는 어릴 때만큼 제멋대로 굴지는 않게 되었지만, 말투와 행동은 여전히 거침없었다. 이 정도만으로도 많이 얌전해진 편이었다.준서는 공을 툭 차
Baca selengkapnya

제1020화

나산시는 작은 도시였다.먼저 비행기를 타고, 다시 기차로 갈아타야 했다.몇 사람은 공항에서 한밤중에 전화 한 통으로 끌려 나온 희은과 만났다. 이런 일로 잠을 깨웠는데도 희은이 소리를 지르지 않는 경우는 드물었다.그렇게 네 사람은 떠들썩하게 나산시로 향했다....다음 날 아침.유하는 눈 밑에 다크서클을 달고 전화받았다가, 로비에 서 있는 훌쩍 자란 아이들을 보고 그대로 굳어 버렸다.유하는 그냥 물건 하나만 보내 달라고 했을 뿐이었다.물건은 왔다.그런데 왜 그 물건에 네 명의 ‘골칫덩이’까지 딸려 온 걸까?지난 몇 년 동안 이 아이들이 벌인 일은 절대 적지 않았다. 유하는 이제 이 넷만 봐도 덜컥 겁이 났다.역시 유하가 학교도 안 가고 이렇게 멋대로 돌아다니면 되느냐고 두어 마디 하기도 전에, 이번에는 아이들이 돌아가며 유하를 혼냈다. 밤새우지 말라고. 몸 생각을 해야 한다고. 잠을 제대로 자야 한다고.한참을 지나 겨우 그 이야기를 넘겼을 때쯤, 유하는 아이들이 학교를 빼먹고 온 일마저 완전히 잊어버렸다.지금 유하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것은 아이들을 먹일 저녁 식사뿐이었다.아이들은 유하의 고향이 궁금한 모양이었다. 이번에는 드디어 시간이 났다며, 호텔에 오래 머물지도 않고 곧장 밖으로 뛰쳐나갔다.유하는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아이들이 알아서 나가 주면, 저녁에 핑계를 댈 필요도 없었다. 왜 마음이 찔리는지는 유하 자신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생각은 언제나 생각일 뿐이었다....저녁 식사 자리.유하는 제 주변에 앉은 네 아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맞은편에 있는 청산에게 한목소리로 인사하는 모습을 보고 표정이 멍해졌다.“아이들이 꼭 따라오겠다고 해서...”청산의 눈에 서린 원망이 너무 진해서, 유하는 결국 애써 한마디 덧붙였다.유하로서도 방법이 없었다. 옷까지 갈아입고 나가려던 참에, 아이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딱 맞춰 돌아왔다. 유하가 저녁을 먹으러 나간다는 걸 알자마자 따라가겠다고 난리를 쳤다. 그중 제
Baca selengkapnya
Sebelumnya
1
...
9899100101102103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