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얼마 전 모교의 건물 증축을 위해 상당한 금액을 기부한 일이 있었고, 학교 측에서 초대장을 보내왔다. 유하는 차라리 이곳에 들르기로 했다.그 길에 고향에도 한번 다녀올 계획을 세웠다.“회장님, 다음 일정은 호텔로 모실까요?”운전기사가 늘 하던 대로 물었다.유하는 고개를 저으며 주소 하나를 불러 주었다.차는 학교가 있는 한적한 외곽을 빠져나와 번화가를 지나쳤다. 낮은 건물들이 드문드문 이어진 길을 통과한 끝에, 차는 오래된 주택 단지 앞에 멈춰 섰다.경비실의 경비원은 유하를 막지 않았다.유하는 트렁크에서 미리 준비해 둔 선물을 꺼내 들고, 기억 속의 주소를 향해 걸어갔다. 몇 번 와 본 곳일 뿐인데도 유하는 그 집을 잊은 적이 없었다.오랜 세월이 지나도, 한 번도 흐려지지 않은 곳이었다.건물은 오래전 지어진 것이라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계단으로 올라가야 했다.철제 난간에는 녹이 슬어 있었고, 누런 조명 아래 벽면에는 분필과 페인트 자국이 뒤섞여 지저분하게 남아 있었다. 유하는 3층에서 걸음을 멈추고 철문을 두드렸다.처음에는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몇 번 더 두드린 뒤에야 안쪽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문이 열리고, 은발에 안경을 쓴, 여전히 단정한 분위기의 장혜미가 모습을 드러냈다.“누구세요?”장혜미는 안경테를 바로잡고 눈을 가늘게 뜬 채 유하를 살폈다.세월은 빠르게 흘렀다. 눈앞에 선 익숙한 얼굴이 예전보다 훨씬 나이 들어 보이자, 유하는 끝내 참지 못하고 코끝이 시큰해졌다.“선생님, 저예요. 유하예요.”장혜미가 멍하니 굳었다.한참을 바라보던 장혜미는 그제야 떠올린 듯 허둥지둥 밖으로 나왔다. 장혜미는 유하의 손을 꼭 붙잡고 위아래를 살폈다. 목소리에는 감격이 가득했다.“유하야, 정말 유하구나.”“네, 저예요, 선생님.”장혜미는 몹시 기뻐했다. 유하의 손을 잡은 채 왼쪽에서 보고 오른쪽에서 또 보더니, 한참 뒤에야 유하를 집 안으로 들였다.“갑자기 어떻게 온 거니? 네 부모님은 모르시지? 그동안 잘 지냈어? 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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