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고, 붉은 노을이 하늘을 물들였다.고리대학교 정문 앞.승환은 가방을 옆으로 비스듬히 멨다. 살짝 웨이브 진 머리끝에 노을빛이 스며들고, 단정한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누나, 내일 정말 가는 거예요?”유하는 승환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대답했다.“그래. 내일 재판 끝나고 결과 나오면 바로 출국할 거야. 언제 다시 돌아올지는 나도 모르겠고.”오늘은 승환의 대학 입학일.유하는 이번에 떠나면 짧은 시간 안에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걸 알았기에, 굳이 시간을 내 승환과 저녁을 함께했다.하필 오늘이 개강이라, 식사 후 직접 학교까지 데려다주었다.‘다음에 또 언제 볼 수 있을까?’그 생각에 유하의 마음도 괜히 먹먹해졌다.스무 해 넘게 살아온 땅을 떠난다는 건, 곧 오래 함께한 사람들과도 이별해야 한다는 뜻이었다.“누나, 걱정 마요.”유하의 눈가에 짙은 슬픔이 스치자, 승환은 금세 환하게 웃었다.“나 공부 잘하잖아. 교수님이 맡겨주신 수학 과제랑 연구 잘 끝내면 유학 신청할 거예요. 그러면 우리 또 만날 수 있어요. 누나 매일 볼 수 있다고요!”유하는 웃음을 터뜨렸지만, 눈가가 조금 붉어졌다. 손을 들어 승환의 어깨를 다시금 가볍게 두드렸다.“우리 승환이, 꼭 힘내야 한다.”“네!”노을빛 아래, 유하는 손을 흔들며 승환과 작별했다.승환의 뒷모습이 멀어져 가자, 유하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치밀어 오르는 감정이 가슴을 차오르게 했고, 눈가가 뜨겁게 젖었다.차에 올라탔을 때, 옆자리의 재윤이 곁눈질로 유하의 기분을 알아챘는지, 작은 팔을 벌려 유하에게 안겨 왔다.“엄마?”유하는 감정을 꾹 눌러 담고, 아이를 꼭 안아주며 미소를 지었다.“가자. 우리 재윤이 맛있는 거 먹으러.”지난 이틀 동안 ‘대나무숲’ 주택단지의 집에서, 재윤은 약속대로 얌전히 방 안에만 머물며 기다려주었다.‘이제는 보상해 줄 차례네.’유하는 아이의 등을 다독이며 차창 밖 붉은 하늘을 잠시 바라보았다....유하는 차를 몰아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수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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