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하야? 소유하?]갑자기 들려온 이솔의 다급한 부름에 유하는 정신을 번쩍 차렸다.“응, 듣고 있어.”속에서 끝없이 밀려오던 파동을 꾹 누르고, 유하는 다시금 이솔과 협력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러다 마지막에 조심스레 물었다.“내가... 해야 할 일 있어?”[너는 네 몸만 잘 지켜. 그것만 하면 돼.]이솔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덧붙였다.[내가 최대한 빨리 끝내고 돌아올게.]전화가 끊겼지만, 유하는 한참 동안 자리에 얼어붙은 듯 앉아 있었다.‘유산... 그 이름...’...몇 년 전, 컴퓨터실.유하는 모니터 앞에 앉아 있었다. 화면을 가득 메운 원시 코드, 그 숨김 없는 결과물을 바라보며 눈이 휘둥그레졌다.“대단해!”“청산, 넌 정말 천재야!”여자의 목소리엔 감탄이 가득했다.“이 모델만 완성하면, 분명 AI 업계 전체가 뒤집힐 거야. 업계를 이끄는 선구자가 되는 것도 시간문제고!”옆에 서 있던 청년은 곧게 뻗은 어깨에 환한 미소를 띠었다. 목소리에는 특유의 맑은 힘이 실려 있었다.“그러면, 유하. 네가 이 길을 함께 지켜봐 줬으니까... 또 늘 나를 믿어줬으니까... 이 모델이 완성되면, 우리 이름을 합쳐서 부르면 어때? 이름은... ‘유산’. 괜찮지?”뜻밖의 제안에 유하는 순간 놀라고,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끝내 고개를 끄덕였다.“좋아.”그 시절, 서툴지만 분명히 피어오르던 마음. 그러나 그 감정은 세상이라는 폭풍 앞에 채 자라기도 전에 무너지고, 부서지고, 흩어졌다.그 후, 긴 이별이 이어졌다.‘정말 청산이라면... 내가 어떻게 마주해야 하지.’유하는 문득 자신 안에서 두려움이 스멀스멀 피어나는 것을 느꼈다.소파 위, 두 팔로 무릎을 감싸안고 얼굴을 묻은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조금만 움직여도, 뻐근하고 아린 마음이 찢기듯 쓰라려 견디기 힘들었기 때문이다....서재.연우가 문을 밀고 들어섰다. 무심히 방 안을 훑던 눈길이 한 곳에 멈췄다.구석에 놓인 검은색 여행용 가방. 공항 보안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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