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초가 은은히 피어올랐다. 연무 같은 얇은 연기가 퍼지며, 가라앉은 향이 방 안에 서서히 번졌다.유하는 포근한 이불을 몸에 감고, 달콤하면서도 서늘한 향이 코끝을 감도는 가운데 마음이 차츰 가라앉았다.‘이제 좀 편안해지고 있네.’그리고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깊은 잠이 찾아왔다....새벽 무렵.누군가 유하의 방문을 세 번, 일정한 간격으로 두드렸다.한 번이 아니라 세 번 연달아.문밖 복도에는 회색 셔츠 차림의 청산이 서 있었다. 그는 높은 콧날 위에 은테 안경이 걸려 있었고, 따스한 조명에 안경테가 은빛으로 반짝였다.그 순간, 복도 저쪽 끝에서 차동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직 안 주무셨습니까?”청산은 고개를 조금 돌려 미소 지으며 답했다.“방금 유하 방에 향초를 두고 갔는데, 혹시 효과가 없을까 봐 와 봤어요. 지금 보니... 꽤 잘 듣는 것 같네요.”“그렇군요. 어서 들어가 쉬시죠.”차동석은 복도 한쪽에 서서 청산이 유하의 옆방으로 들어가는 걸 지켜보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숨을 내쉬고는 계단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그날 밤, 유하는 오랜만에 깊이 잠들었다.아침에 눈을 뜨자, 몸이 개운하고 정신도 맑았다.‘이렇게 잘 잔 게 얼마 만이지...’기분도 훨씬 가벼워졌다.아침 식탁에서 출근 준비를 하는 청산에게 인사를 건넸다. 청산은 요즘 내내 바빠 보였다. 전에도 식사 자리에서 들었다시피, 국내 증시에 새 회사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자세한 건 묻지 않는 게 낫다고 유하는 생각했다.조금 늦게 걸려 온 전화 통화를 마치고, 유하는 차동석과 경호원들과 함께 시내로 향했다.차는 곧 한 카페 앞에 멈췄다.2층 단독 룸의 문을 열자, 아이가 후다닥 달려 나왔다.“엄마! 너무 보고 싶었어.”재윤의 목소리는 여전히 여리고, 끝은 울먹였다.유하의 마음이 순간 녹아내렸다. 가슴이 아렸다.그녀는 재윤을 품에 안고 한참이나 다독인 후, 테이블 건너편에 앉아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배남진은 확연히 지쳐 있었다. 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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