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에 시달린 밤.유하는 악몽에 시달리며 끝내 잠을 이루지 못했다.방 안의 불은 새벽이 밝아올 때까지 꺼지지 않았다.아침 일찍.유하는 눈 밑에 검은 그늘을 드리운 채 기운 빠진 걸음으로 1층에 내려왔다.마침 주방에서 나온 청산은 순간 걸음을 멈췄다.남자의 시선이 유하의 창백한 얼굴과 희미한 다크서클에 머물렀지만, 따로 묻지는 않았다.“조금 더 자도 되는데.”청산은 방금 구운 아침 식탁을 차리며 부드럽게 말을 건넸다.“마침 식사 준비가 끝났어. 집에 감자가 없어서 네가 좋아하던 해시브라운은 못 했고, 대신 흑설탕 넣은 호떡을 만들었어.”유하는 눈을 크게 떴다.‘아직도 내 입맛을 기억하고 있었구나.’그녀는 늘 아침 식사로 달콤하고 쫀득한 튀김류를 좋아했다. 특히 기름지지 않고 담백한 해시브라운을 자주 찾곤 했다.생각해 보니 지난 7년 동안, 가족의 식탁은 언제나 승현과 준서의 입맛에 맞춰져 있었다.맵고 자극적인 음식 위주였고, 유하의 취향을 챙겨 준 건 박영심뿐이었다.‘그래... 나의 취향은 늘 뒷전이었지.’유하의 마음 한쪽이 묘하게 복잡해졌다.잠시 후 청산은 갓 만든 단팥 두유를 내놓았다. 앞치마를 벗고 커피와 샌드위치를 들고 유하 맞은편에 앉았다.둘은 마주 앉아 조용히 식사를 했다.익숙한 풍경이 한순간, 유하를 몇 년 전으로 돌려놓았다.그때 청산은 유하보다 세 학번 위의 선배였다.고리대학교 컴퓨터공학부에서 이미 ‘천재’라 불리며 박사과정을 밟는 대학원생이었지만, 대학에 갓 입학한 유하는 그저 시골에서 도망치듯 올라온 어린 신입생에 불과했다.두 사람은 원래 전혀 만날 일이 없었다.하지만 우연한 사건으로 서로 알게 되었고, 이후 같은 전공이라는 이유로 자주 마주쳤다.유하는 모르는 게 있으면 청산에게 물었고, 청산은 늘 성심껏 대답해 주었다.그러다 보니 프로젝트도 함께하게 되었고, 같이 식사하는 일도 잦아졌다.식탁 위에 마주 앉은 지금 이 순간은, 그 시절과 묘하게 오버랩되었다.‘아직 아무 일도 없던 때... 모든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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