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병원.태건이 평소처럼 승현을 찾아와 업무 보고를 마쳤다. 조용히 듣고 있던 승현이 불현듯 입을 열었다.“소유하, 요즘 어떠냐?”태건은 순간 멈칫했으나, 이내 무표정하게 대답했다.“잘 지내는 것 같습니다.”승현은 잠시 침묵하다 다시 물었다.“어젯밤에 갔을 땐, 소유하가 뭐 묻지 않았어?”요즘 승현은 병원에 묶여 있으니, 매일 밤 태건을 그린힐로 보내 상황을 살피게 했다. 승현의 질문에 유하가 이미 그린힐에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태건은 어쩔 수 없이 그녀의 성격을 떠올리며 답을 꾸몄다.“아무것도 안 물었습니다.”“기분은?”“괜찮았을 겁니다.”승현의 눈썹이 미세하게 찌푸려졌다. 눈매에 어둡고 깊은 그림자가 드리우더니, 결국 씁쓸하게 웃었다.“소유하가 내 머리를 가격하고, 병원에도 얼굴 한번 안 비추는데, 기분은 좋다 이거야?”태건은 두어 초 침묵하다가, 재빨리 화제를 바꿨다.“이번 주말, 임청산 회사 상장 기념 연회 초청장이 왔습니다. 대표님도 참석하시겠습니까?”승현은 차갑게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내 꼴이 이런데, 내가 갈 수 있을 것 같아?”태건은 승현의 이마를 흘끗 보았다. 방금 풀린 거즈 아래,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가 선명했다. 그는 다시 말을 삼켰다....‘대나무숲’ 주택단지.저녁 식사 후, 재윤을 재우고 유하도 막 자리에 누우려던 찰나였다.노크 소리가 나서 일어나 문을 열어보니 청산이 문 앞에 서 있었다.“유하야, 회사 상장 기념 연회가 내일 밤에 있어. 혹시 내 파트너로 같이 동석해 주겠어?”‘연회? MB그룹 사람들이 오지 않을까?’‘게다가 최근 청산에게 들은 얘기로는, 오승현의 회복도 빠르다던데...’‘혹시 그 사람도 나타나는 건 아닐까?’‘그 사람은 보고 싶지 않아.’유하는 반사적으로 거절하려 했다.그때 청산이 덧붙였다.“그 사람은 오지 않아.”유하는 눈을 크게 뜨며 멈췄다. 청산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유야하. 사실 너에게 늘 묻고 싶은 게 있었어. 네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