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하를 안심시키려는 말이었다. 설령 승현이 와서 문제를 일으켜도 별일은 없을 거라고.유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속엔 알 수 없는 불안이 남아 있었다. 그래도 승현이 직접 찾아오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승현은 지금 연우와 함께 있었다. 애인 앞에서 아내에게 굳이 찾아와 시비를 건다면, 보고만 있을 애인은 없을 것이다.‘그럴 리 없어.’유하가 그렇게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놓였다.원하던 루비 귀걸이를 낙찰받고, 입금 절차까지 끝내면 유하는 서둘러 자리를 벗어날 생각이었다....시작을 기다리는 동안, 유하는 탁자 위에 놓인 출품작 목록을 다시 훑었다.그녀가 노리고 있는 루비 귀걸이는 중후반부에 배치된, 사실상 오늘 경매의 주요 작품이었다.곧 경매가 시작됐다.무대 위 경매사는 출품작 하나하나를 자세히 소개했고, 장내는 활기가 넘쳤다. 망치 소리가 연이어 울려 퍼졌다.유하는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경매가 중반에 이르자, 임페리얼 그린 비취 팔찌가 올라왔다.상태가 완벽했고, 시작가는 무려 800억이었다. 유하조차 잠시 흔들릴 만큼 매혹적인 물건이었다.소성란이 마련해 둔 자금은 넉넉했지만, 잠시 고민 끝에 그녀는 손을 들지 않았다.‘내 목표는 오직 루비 귀걸이야.’임페리얼 그린 비취 팔찌에 눈독을 들이는 사람들이 많아 경쟁은 치열해졌고, 순식간에 가격은 1000억을 돌파했다.그 순간까지 침묵을 지키던 1번 룸에서, 승현이 불쑥 번호판을 들어 올렸다.단번에 200억을 올린 것이다.결국 팔찌는 1200억이라는 고가에 낙찰됐고, 낙찰자는 다름 아닌 승현이었다.1번 룸과 6번 룸은 마주 보고 있어, 앞으로 이어질 경매 때문에 커튼을 칠 수도 없었다.그래서 유하는 연우 얼굴에 번지는 환희를 똑똑히 볼 수 있었다.‘역시 하연우를 위해 산 거겠지.’출품작들이 차례로 지나가고, 드디어 유하가 가장 원하던 루비 귀걸이 차례가 다가왔다.거대한 스크린에 귀걸이의 실물이 선명하게 비쳤다.다이아몬드 드롭 아래에 피전 블러드 루비 한 알이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