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하는 아직도 지금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분명 자신이 빗속으로 뛰어든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다음부터는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낯선 방 구조, 몸에 걸쳐진 익숙지 않은 옷차림까지, 모든 게 낯설어 그녀를 멍하게 했다.그때, 방문이 덜컥 열리며 여섯, 일곱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뛰어 들어왔다.둘은 순간 멀뚱히 눈을 마주쳤다.“엄마, 엄마! 예쁜 이모 깼다!”아이가 목청껏 외쳤다.그러고는 나가지도 않고, 작은 얼굴을 치켜들어 유하를 빤히 쳐다보았다.까맣고 동그란 눈동자가 반짝이며 호기심 가득했다.유하는 그런 아이의 얼굴을 보자,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아가, 여긴 어디야?”“우리 집이요.”아이가 고개를 갸웃했다.“저는 은미예요. 키 큰 오빠가 이모 데리고 왔어요. 이모 진짜 예뻐요.”“고마워.”유하는 잠시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막 아이에게 ‘키 큰 오빠가 누구냐’라고 물으려는 순간, 주성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어, 깨셨네요?”그는 능글맞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유하는 저도 모르게 얼굴을 굳혔다.지난번 본가에서의 일 때문인지, 주성에 대한 인상은 그리 좋지 않았다. 설마 여기서 그를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다.아까 은미 말로는, 자신을 이곳으로 데려온 사람이 주성이라고 했다.“너...”유하가 묻기도 전에, 주성이 먼저 입을 열었다. 어떻게 자신이 유하를 발견했는지, 비 맞으며 쓰러진 걸 구해왔는지, 그 과정 전부를 과장 반, 사실 반으로 쏟아내기 시작했다.듣다 보니 유하의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였지만, 그제야 대충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자신은 승현의 시선에서 벗어났다.그 사실 하나만으로, 유하는 비로소 편히 숨 쉴 수 있었다.하지만 이제 그녀는 무엇보다 승현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정확히 말하면, 7년 전 그 일과 관련된 누구라도 보고 싶지 않았다. 그 일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혔다.‘조금은 더 쉬어야 해.’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유하는 아직도 떠들고 있는 주성의 말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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