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백의 병실 안.유하가 돌아가고 나자 조금 전까지 웃음이 끊이지 않던 박영심은 거짓말처럼 기분이 가라앉았다. 손도 대지 않던 간식을 집어서 괜히 화풀이하듯 침대 옆을 지키고 있던 오광진의 손에 툭 쥐여 주고, 그대로 부드러운 이불을 뒤집어쓰고 속으로 몸을 말아 넣었다. 머리까지 꼭 덮은 채였다.오광진은 그런 박영심의 변덕스러운 기분을 이미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오히려 그 작은 투정이 좋았다. 젊은 시절 박영심 특유의, 아무 계산도 없는 순수한 제멋대로. 오씨 가문과 박씨 가문 양가 어른들의 사랑과 응석 속에서 자란, 그 나이의 박영심만이 가질 수 있었던 투명한 고집이었다.하지만 유학을 떠나고, 코시오를 만난 그 순간부터 그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졌다.박영심은 예민해졌고, 무엇이든 조심스럽게 재고 확인하게 되었다.그래서 오광진은 박영심이 과거를 잊는 것을 나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괜찮다고 느꼈다. 어차피 오광진과 박영심이 함께 쌓아 온 기억은 유아기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기억이 아무리 점차 사라지면서, 설령 어린아이 시절까지 잊어버린다 해도, 오광진은 늘 박영심의 기억 속에 남아 있을 터였다. 두 사람은 언제나 함께였다.과거도 그랬고, 미래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영원히 떨어지지 않는다.“자기야, 왜 갑자기 기분이 안 좋아졌어?”오광진은 간식을 내려놓고 다가가 이불 끝을 살짝 잡아당겼다. 반쯤 내리다 말았다. 힘이 모자라서가 아니었다. 박영심이 약하다는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다만 여기서 더 잡아당기면, 박영심은 더 삐져서 달래기 어려워진다. 손을 멈춘 채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간식이 맛없어? 아니면... 유하가 좀 더 있었으면 좋겠어? 내가 있으면 싫어?”“나 거짓말했어.”이불 속에서 눌린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오광진은 잠시 굳었다. 그 순간, 박영심이 갑자기 이불을 걷어차듯 들추며 고개를 내밀었다. 코끝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고, 눈썹은 축 늘어져 있었다. 기운 없는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