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하.”“유하, 여기야. 여기.”“유하.”붉은 옷을 걸친 유하가 깊은 밤을 걸었다.코끝에 은은한 향기가 맴돌고, 저 멀리서 들려오는 부름이 귓가에 맴돌며 그녀를 이끌었다.밤은 점점 짙어졌다.유하는 한 발, 또 한 발, 소리에 끌리듯 발걸음을 옮겼다.가까워진다.더 가까워진다.그 순간, 손목이 묵직하게 끌려 내려갔다.찰칵-쇳소리가 밤을 찢었다.유하는 고개를 숙였다.언제부터인가 손목엔 굵은 쇠사슬이 감겨 있었다.피부를 파고드는 압박감에 숨이 막혔다.‘이게... 언제...? 어디서 온 거야?’그녀는 주위를 둘러보자, 어느새 산도, 돌길도, 하늘도 사라지고, 남은 건 오직 농밀한 어둠뿐이었다.그때, 뒤에서 아이의 웃음소리가 터졌다.“하나, 둘, 셋... 천국! 하하하! 나 천국이야! 내가 이겼다!”유하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다.뒤편, 따스한 전등 불빛 아래.낡은 옷을 입은 단발머리 여자아이가 분필로 그린 사방치기 칸을 껑충껑충 뛰고 있었다.마지막 칸, ‘천국’에 닿자 두 손을 번쩍 들며 환호했다.곁의 아이들도 손뼉을 치며 함께 웃었다.불빛이 꺼졌다가, 다시 켜졌다.그 여자아이는 조금 자라 있었다.친구들과 꽃줄을 엮으며, 또다시 웃었다.“내가 이겼지!”불빛이 꺼졌다가 다시 켜졌다....중학교 교실.여자아이는 좀 더 자라서 중학생이 되었다.국어 선생님이 단상 위에서 크게 외쳤다.“소유하 학생, 이번 그림 대회에서 일등을 차지했습니다!”교실 가득 박수가 쏟아졌다.소녀 유하는 환히 웃으며 말했다.“내가 이겼다!”소녀 유하는 도의 수석으로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전국 상위권 성적으로 고리대학교에 합격했다.대학에 입학한 뒤에도 각종 대회에서 국가 단위 상을 휩쓸며, 그야말로 ‘승리’를 써 내려갔다.따스한 불빛이 꺼졌다가 다시 켜질 때마다, 그것은 곧 또 한 번의 승리를 의미했다.소녀 유하는 그렇게 자라났다.허름한 옷차림에서 화려한 옷매무새로, 상처투성이의 어린 시절에서 반짝이는 청춘으로.가시밭길을 딛고 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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